아시안골수기증협회 후원 콘서트-재능기부 인터뷰 시리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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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보간판 에릭 장 대표와 모드 아트워크 듀크 김 대표가 ‘아시안골수기증협회 후원 콘서트’를 위해 또 한차례 ‘재능기부’를 약속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손을 맞잡고 있다.

 

선데이저널 USA(발행인 연훈)와 tvK24 방송국(대표 에릭 윤)이 각각 창립 32주년과 창립 1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한 ‘아시안골수기증협회 후원 장혜진 초청 콘서트’에는 수많은 조력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특히 ‘재능기부’라는 명목 아래 아무런 보수 없이 자발적 동참에 나선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이미 수년간 K타운 무대에 올랐던 대다수 연극을 비롯해 각종 문화행사의 단골 무대연출을 맡아온 모던 아트워크 듀크 김 대표와 털보간판 에릭 장 대표는 대표적 인물들이다.
듀크 김 대표의 섬세한 미술 디자인과 기획 아래 털보간판 에릭 장 대표의 통큰 재료지원 등이 어우러진 최고의 작품들은 LA 연극 무대 등에서 큰 빛을 발하고 역사 속에 소중히 기억되고 있다.
지난해 막을 내린 연극인 손숙 50주년 기념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故 박완서 작/손숙/모노드라마)’을 윌셔이벨극장 무대에 올려 양질의 연극무대를 만들어냈던 그들이다.
오죽했으면 손숙 씨가 “한국 무대보다 좋았다”고 살짝 귀띔하며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까. 오는 8월 15일(금) 윌셔이벨극장 무대에 오를 아주 특별한 나눔의 콘서트를 위해 의기투합한 환상의 콤비를 만나 보았다.  <박상균 기자> [email protected]
 
“좋은 일인데 당연히 저희들이 함께 해야죠”, “보수, 그런 것 필요없습니다. 보람을 먹고 삽니다.”
유명 일식 레스토랑 ‘가부키’의 가면 마스크를 조각했던 모드 아트워크 듀크 김(한국명 김병림) 대표. 인테리어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듀크 김 대표가 ‘아시안골수기증협회 후원 장혜진 초청 콘서트’ 무대설치 감독을 맡아주기로 했다.
홍익대 미대 출신인 그는 학창시절 송골매의 전신이 된 ‘블랙테트라’ 9기 멤버로 드러머 출신이다. 음악인의 피가 아직 뜨겁게 남아있기 때문일까. 좋은 취지로 기획된 이번 콘서트에 대한 참여가 무척이나 즐거운 모습이다. 아쉽게 본선에 오르지 못했던 강변가요제 도전기 또한 들어보니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음악인보다 미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보다 뚜렷하다. 지난 93년 미국으로 건너와서도  짬짬이 생계를 위해 드럼 세션을 했던 그. 베버리힐스 대저택에서 열린 한 송년파티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날. 그곳에 전시되어 있던 한 유명화가의 원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선보이는 그를 보고 참석자들이 무척 놀랬다고 한다.

순간 미술 전공자로서의 부끄러움이 갑자기 밀려왔다고 한다. 바로 새해로 넘어가던 이날 김 대표는 돌아오는 길에 큰 결심을 하고 드럼 스틱을 산자락에 던졌다고 한다.
다소 짖궂지만 끈질기게 “그래도 언젠가 드럼 치실 거죠”라고 묻자 “요즘 보니 많은 직장인들이 모여 공연들을 많이 하더라구요. 아마 드럼 다시 치려면 몇개월은 걸릴걸요”라며 여운이 가득해 보인다.
아무튼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묻자 대한민국 최고의 연극이었던 ‘불 좀 꺼주세요’의 무대연출을 총괄했던 일을 꼽았다. 연극의 사각지대인 LA에서 전문 공연장이 아닌 곳을 밤샘작업을 해가며 꾸몄던 추억이 새록 떠올랐을까. “LA 공연계 현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무대준비를 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아요”라고 전제한 뒤 “공연장의 계약 조건 등으로 한정된 시간과 공간 내에서 양질의 무대를 만들어내기 위해 설치미술을 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사실 모드 아트워크 듀크 김 대표는 ‘마법의 손’으로 정평이 자자하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오렌지카운티 소재 아마존 레스토랑을 비롯해 숱한 카페, 나이트클럽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워낙 문화공간들을 많이 디자인했고, 특히 이번 공연이 열리는 윌셔이벨극장의 경우 다수의 공연무대 설치를 맡았었기에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음악 매니아 ‘예술인들의 최고 후원자’

피코길에 위치한 털보간판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 그 공간에는 수천장에 달하는 LP가 가득했다.
한 눈에도 에릭 장 대표가 ‘음악 매니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모든걸 한국서 다 가져오셨어요”라고 묻는 기자의 우문에 “어떻게 저걸 다 가져왔겠나. 그냥 듣지는 않고 사모았어”라고 현답을 내놓는다.
창업 시기를 묻자 “98년에 창업했다”며 간판사업을 해온 자부심이 가득하다. 95년 도미해 청소-페인트업에 종사하다가 용기내 첫 발을 들여놓은 간판업. 처음으로 달려든 분야지만 어느새 이 직업은 천직이 돼 그를 전문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털보간판의 영문명은 ‘Turbo Sign’이다. “내가 원래 털보수염이라 털보간판이라고 이름을 진 뒤 털보를 Turbo로 적어 미국 애들보고 읽어보라고 하니 ‘털보’라고 정확히 발음하더라구”라며 재미나는 작명 스토리를 풀어 놓는다.
그간 공연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재능기부’를 남몰래 해온지도 어언 수년째.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을 그간 충실히 지켜온 듯하다. 그 흔한 미담기사와 사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베일 속에 가려졌던 그다.
그럼에도 털보간판 로고에 새겨진 친숙한 얼굴 모양새 때문인지 ‘선한’ 얼굴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가 않다.
이번 아시안골수기증협회 후원 콘서트를 위해서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그. “제가 할 일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실제로 무대설치하는 듀크 김이 고생이 많은거죠”라며 공을 돌린다. 이에 듀크 김 대표는 “형님, 그런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누가 그 많은 재료들을 무상으로 제공해 무대 꾸미는 일을 지원해줍니까”라며 상대방을 위한 배려심들이 장난이 아니다.
마지막 인터뷰 촬영을 위해 어깨동무를 한 그들의 머리 위로 환한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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