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회관 관리재단(구 한미동포재단) 분규가 계속되자 이민휘 이사가 직접 나서 ‘현 이사진 전원 동반사태’ 돌발 제안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전격적인 기자회견은 8일 오전 LA한인회관에서 열렸다. 그러나 동포재단을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진흙탕 싸움으로 악화된 한인사회 여론을 진정시키고 재단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되지만 정작 해당 이사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관리재단의 고질적인 분규는 오래된 이야기지만, 지난 해 9월 한인회관 소유권 불법무단 명의변경 사건이 발생된 이후 증폭되었다가 정관개정과 새 이사영입으로 겨우 수습 단계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여전히 혼란상태다. 8일‘정상화를 위한 현 이사진 전원동반 사퇴’ 발표에 현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들은 ‘납득할 수 없는 주장’ 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관리재단 분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심 온 <탐사보도팀>
8일 오전 한인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김현명 총영사와 전영석 영사, 이민휘 이사, 제임스 안 이사(한인회장) 등 4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민휘 이사는 ‘내분을 겪고 있는 한인회관 관리재단 정상화를 위해 이사진 전원 동반사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현재 소송 진행 중인 재판도 모두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동석한 김 총영사와 제임스 안 이사 또한 이 제안을 적극 지지하고 재단 정상화을 위한 동반사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 술은 새 부대’를 강조하며 이미 몇 이사진과는 물밑작업이 끝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관리재단 이사진은 윤성훈 이사장, 김현명, 제임스 안(한인회장) 당연직 이사와 서영석, 이민휘, 박혜경 이사 그리고 새로 영입된 로라 전 미주한국문화유산재단 회장, 변영익 한인커뮤니티단체장협의회 회장, 손혜숙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회장, 알렉스 차 윌셔주민의회 대의원, 홍연아 전 WCKNC 대의원과 배무한 이사 등 12명이다.
‘협박으로 정식적 압박 받았다’ 토로
그동안 관리재단은 갑작스런 임승춘 전 이사장 사망 이후 이사장직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어 오다가 최근 진통 끝에 정관 개정작업을 끝내고 신입 이사들을 영입 중에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제명 처분된 김승웅 이사와 조갑제 이사가 제명에 승복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이제 관리재단의 분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동반 사퇴요구는 이민휘 이사의 주도로 이뤄졌으며 제임스 안 회장이 개별접촉을 통해 물밑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사진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의 파장은 갈수록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물러나야 할 해당 이사들은 동반 사퇴제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내용으로 몇몇 타 계파 솎아내기에 불과한 음모’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먼저, 윤성훈 이사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엄청난 공갈 협박을 받아왔다. 나름대로 분규 해결을 위해 노력해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마당에 또다시 뒤통수를 맞았지만 절대 사퇴는 없다 나갈 이사들은 나가면 된다. 어떻게 현 이사장을 잘라내기 식으로 사퇴시키려 하는가”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또, 서영석 이사는 “나도 방금 전화로 들었지만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상태다 어처구니없는 일로 차분히 생각해 봐야겠다”고 답했다.
알맹이 없는 정상화 방안
박혜경 이사 역시 가장 먼저 ‘절대 사퇴는 안 한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이민휘 이사는 동반사퇴의 이유로 소송취하를 들고 나왔지만 정작 김승웅, 조갑제 전 이사는 “소송은 내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제기한 것으로 동반사퇴와는 다른 문제이며 원하는 조치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소취하는 안 한다”고 밝혔다. 결국 동반사퇴 안은 별다른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반사퇴 제의는 또 다른 진흙탕 싸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의 전말은 이민휘 이사가 ‘내가 사퇴 할 테니 당신들도 함께 사퇴하자’ 식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혼자만 사퇴하면 간단하게 해결 될 일’ 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으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데다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눈에 난 이사들 솎아내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세워 음모론이 확산되는 배경이다. 실제로 신연성 전 총영사 때부터 은밀히 나돌던 음모론이 실제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 전말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달 30일 JJ호텔에서 열린 이사회 회의 내용에서 첫 의견이 개진되었다. 이사회에서 신입 이사들이 소송 대응 방안과 재단 정상화 대책을 거론했다. 대책으로 사퇴 이야기가 나오고 이후 로라 전 이사에게 개별적으로 이사들을 접촉해 개별 의견을 개진하도록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로라 전 이사는 장기 휴가를 떠나 실제 접촉은 하지 못하고 제임스 안 이사가 주로 접촉을 했다고 설명했다.
새판 짜기 성공여부 미지수
휴가 중이라며 전화를 받은 로라 전 이사는 “난 개별적 연락이나 협의를 한바 없고 아마 제임스 안 이사가 모두 알아서 했을 것”이라고 밝히고 “현재 나는 멀리 있어 아무것도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재단의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전원 사퇴가 되어서라도 새롭게 재단이 활동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결국 떠날 이사들이 떠나면 앞으로 안 이사와 김 총영사를 주축으로 새로운 이사진을 보강해 재단의 쇄신과 개혁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향 후 계획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사실 재단 내 문제가 된 올드타이머들의 전원사퇴안이 거론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그러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방법과 ‘나 만 빼고’ 식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물러 나야할 이사들이 ‘내 배 째라’ 식으로 버티니 어쩔 수가 없는 양상이었다. 또 다른 측면은 올드타이머들의 문제이다. 이번 새판 짜기 사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드타이머들의 분란일 뿐이다. 이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온갖 분쟁의 한 중심에 그들이 있다. 비단 재단만이 아니라 이런저런 단체에서 흙탕물을 만드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언제나 그런 사람들의 짓이다. 한인사회에 단체가 둘로 쪼개져 분란 중인 곳이 아직도 많다. 이민 백년을 넘어서면서 이제는 2세들의 의자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흙탕물에 뛰어들 2세는 없다. 그런 이유로 당연직 이사로 결정된 한인변호사협회나 한인공인회계사협회에서도 이사 선임을 거절하거나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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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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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심사 후 영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밥에 그 나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영입한 사람들이 한인사회에 오래 활동한 사람이거나, 많은 단체에 얼굴만 올려 논 이사들은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다. 다양한 목소리를 갖되 문제가 없는 사람을 골라내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단체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다른 단체에서도 역시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새로 영입될 새 이사진 구성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도대체 ‘그들의 하루는 100시간쯤 되는냐’하는 비아냥이다. 이런저런 온갖 단체에 이름만 올려놓고 행사장에서 사진 박는 일에만 열심이라는 비난이다. 한인사회 여러 단체에 이사나 단체장을 겸하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한 단체에 열심히 봉사하는 것도 사실 힘든 세상이다. 자신과 가족을 돌보고 남는 시간에 사회봉사를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단체에 얼굴을 내밀면서 제대로 된 봉사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뿐이다. 이제 관건은 이른바 ‘새 판’을 짜기 위한 이사진 재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영사관과 한인회를 비롯한 관련 기관·단체나 인사들의 불협화음이 표출되거나 향후 재단 운영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 등이 불거질 경우 또 다시 혼란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어 아직은 진흙탕 싸움의 재연으로 밖에 안 보인다.
8일 김현명 LA 총영사와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은 재단 구 이사진 동반 사퇴 제안을 하면서 지난 5월 정관개정 이후 5개 한인단체장 중심으로 당연직 이사를 확대하고 1.5~2세 중심의 새 선임 이사 5명을 영입한 만큼 재단 운영 관련 이른바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 ‘물러난 이사들은 다시는 재단에 이사로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 이라며 사실상 영구제명 사퇴임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동안 재단 측은 윤성훈 이사장이 배무한 전 LA한인회 회장, 서영석 이사 등이 정관을 개정하는 등 재단 정상화를 추진해 왔으나, 김승웅 전 이사와 조갑제 전 이사는 윤성훈 이사장 선출을 부정하고 이사회 상대 법적 소송을 제기했고, 이민휘 이사와 박혜경 이사 역시 이사회의 정상화 추진에 반발하며 협력을 거부하며 이사회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또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도 당연직 이사로서 윤성훈 이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나타내면서 내부적 불화를 빚기도 했다.
민주적 절차와 설득력 필요
이에 재단 한 관계자는 “이 또한 몇 사람을 솎아내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응당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옳지만 이런 식은 곤란하며, 보다 민주적 절차와 설득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영사도 새로 온 사람이고 한인회장도 취임 일주일도 못돼 제대로 실상 파악을 못하고 있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인회와 동포재단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면서 “동포재단은 여느 단체와 성격이 전혀 다른 단지 건물 재산 지키기와 매달 수입을 최선으로 활용하는 단체일 뿐”이라며 “그러기 위해 가장 독립적이며 투명한 재정운영과 신뢰할 수 있는 이사진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 타성에 젖은 한인단체 사람들보다 새로운 신인 발굴과 젊은 층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엄연히 동포들이 주인인 재단의 건물 운영권을 두고 갑론을박 벌이는 자체부터가 석연치 않다. 지난해 9월에 들통 난 불법무단 명의변경 사건만 보더라도 동포재단 이사 전원 동반사퇴는 충분한 이유가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이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다. 한인사회 유일한 자산인 한인회관 건물 유지에 대해 타 인종들의 건재한 커뮤니티 빌딩이나 문화회관들을 살펴보고 운영의 묘를 살려내야 한다. 무엇보다 한 두 사람이 중차대한 재단운영 결론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주적이고 다중의 의견을 모아 보다 알찬 운영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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