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 투표제도가 해외동포사회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채 반쪽짜리 선거 시스템으로 애초부터 유권자등록 제도에서부터 미비점으로 남아 ‘법만 있고 실시가 어려운 선거’가 되어 하루빨리 제외선거제도를 실시하든가, 아니면 제도에 비해 막대한 선거비용만 낭비하는 관계로 재외선거 폐지론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같은 환경에서 미국 등 재외국에서 거주하는 동포들이 제기한 재외국민선거 개혁을 위한 헌법소원에서 대한민국 헌법재판소(헌재)는 일부분만 ‘헌법불합치’를 판결하고 대부분 사항은 기각 내지 각하를 시켜 재외동포들을 실망 시켰다. 헌재는 국내에 거주지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주민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재외국민도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외국민 선거에서 가장 논란이 된 투표소 확장, 우편등록신청 등 투표방법에 대해서는 세계유권자총연이 제기한 대부분 사항을 기각 내지 각하시켜 버렸다. 이중에는 복수국적의 전면확대를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었으나 각하시켰다. 한편 헌재는 재외선거 투표 시 반드시 공관을 방문하도록 한 현행 선거법 조항 등에 대해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LA총영사관 관할지의 경우 현행법대로 계속 한다면 뉴멕시코 등 원거리 유권자들도 반드시 투표소가 마련된 LA공관까지 와야 한다. 따라서 재외 유권자들의 투표와 관련한 불편은 해소되지 않고 개선은 어렵게 됐다. <성진 취재부 기자>
|
|
▲ 지난 2012년 재외국민 선거가 LA공관에서 실시되고 있다. |
|
헌재는 지난달 24일 9명 전원재판을 통해 일본에 사는 A씨 등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등이 “국민투표법 14조 1항이 선거권 및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등은 만 19세 이상의 재외국민들로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고 거소신고도 하지 않은 이들로 이 조항이 참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국민투표법 14조 1항은 국민투표 공고일 현재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재외국민으로서 국내거소 신고가 돼 있는 투표권자만 투표인명부에 올리도록 하고 있다. 당초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재외 국민은 국민투표권이 제한됐지만 헌재가 2007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주민등록이 없어도 국내거소를 신고한 재외국민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국내거소를 신고하지 않은 재외 국민은 여전히 국민투표권 행사가 제한돼 왔다.
절차 기술적 이유로 불합치 결정
헌재는 “국민투표는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투표권이 인정돼야 한다”면서 “재외선거인 역시 국민이므로 이들의 의사가 국민투표에 반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헌재는 “재외선거인의 국민투표 참여를 위해서는 재외국민투표제도의 도입과 등록신청, 인명부 작성, 투표용지 송부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국가의 노력에 의해 극복될 수 있는 기술상 어려움이나 장애 등으로 투표권 제한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은 국민투표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투표권자 및 국내거소(거주지)신고가 돼 있는 투표권자’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헌재는 재외 선거인에게 국민투표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절차적•기술적인 문제에 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단순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5년 말까지 법을 개선토록 했다. 위헌 선언 시 이미 주민등록을 하거나 국내거소를 신고한 재외국민도 현 국민투표법에 따라 부여받은 투표권이 사라지는 점도 고려했다.
헌재는 2015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국회가 개선입법을 할 때까지만 이 조항을 적용 하라고 밝혔다. 이 기간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게 되면 해당 조항은 그날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날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선거권이 간접적인 참정권이라면 국민투표권은 국가의 의사형성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적 참정권으로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있는 사람에겐 반드시 인정 돼야 하는 권리”라며 “국민투표권자의 범위는 대통령선거권자•국회의원 선거권자와 일치 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재외국민에게 대통령선거권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권을 인정 하고 있는데 국민투표권도 이에 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국내에서 어느 정도 생활을 영위하는지 밀접성의 정도에 따라 국민투표권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국적확인 위해 여권제시 사항은 합법
재판부는 다만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선거인에게 지역구국회의원 선거권과 재보궐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은 국민투표법 해당 조항은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선거권 등을 침해 한다고 볼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한편 헌재는 재외선거인에게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재외선거 투표 시 반드시 공관을 방문토록 한 선거법 조항 등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또 헌재는 재외 선거권자가 선거를 실시할 때마다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하도록 규정한 것과 투표시 공관에 설치된 재외투표소를 직접 방문해 투표하도록 규정한 국민투표법 해당조항 역시 합리적인 방법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사단법인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역시 같은 이유로 국민 투표법 해당 조항들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으나 헌재는 심판청구의 자격이 없다며 각하 했다. 한편 재외국민 선거 등록 시 여권을 제시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일본에 거주 중인 손모씨가 공직선거법 218조의5 2항이 선거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218조의5 2항은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하려는 사람은 여권 원본을 제시 하도록 정하고 있다. 헌재는 “국적확인을 위해 여권을 제시하도록 한 해당 조항은 선거권이 없는 자의 선거 참여를 방지해 선거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여권 발급이 어렵지 않고, 선거권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인지를 확인하는 데 있어 여권만큼 신뢰성을 갖춘 다른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손씨는 2011년 4월 여권발급을 신청했다가 여권법에서 정한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국외로 도피해 기소중지된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후 여권이 없어 지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자 헌법 소원을 냈다.
○ 재외선거에 있어서 투표방법으로는 대체로 우편투표, 인터넷투표, 공관방문투표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입법자가 선거 공정성 확보의 측면, 투표용지 배송 등 선거기술적인 측면, 비용 대비 효율성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터넷투표방법이나 우편투표 방법을 채택하지 아니하고 원칙적으로 공관에 설치된 재외투표소에 직접 방문하여 투표 하는 방법을 채택한 것이 현저히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재외선거 투표절차조항은 나머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 헌법 제72조의 중요정책 국민투표와 헌법 제130조의 헌법개정안 국민투표는 대의기관인 국회와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대한 국민의 승인절차에 해당한다. 대의기관의 선출주체가 곧 대의기관의 의사결정에 대한 승인주체가 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재외선거인은 대의기관을 선출할 권리가 있는 국민으로서 대의기관의 의사결정에 대해 승인할 권리가 있고, 국민투표권자에는 재외선거인이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국민투표는 선거와 달리 국민이 직접 국가의 정치에 참여하는 절차이므로, 국민투표권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인정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이처럼 국민의 본질적 지위에서 도출되는 국민투표권을 추상적 위험 내지 선거기술상의 사유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참정권을 사실상 박탈한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국민투표법조항은 재외선거인인 나머지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 ○ 지역구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임과 동시에 소속지역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을 단위로 선거를 실시하는 대통령선거와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 투표하기 위해서는 국민이라는 자격만으로 충분한 데 반해, 특정한 지역구의 국회의원선거에 투표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주민등록의 거주지 또는 국내거소신고의 국내거소에 따라 지역구국회의원의 선거구를 인정할 수 있는바, 주민등록과 국내거소신고를 기준으로 지역구국회의원선거권을 인정하는 것은 해당 국민의 지역적 관련성을 확인하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선거권조항과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조항이 재외선거인의 임기만료 지역구 국회의원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나머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거나 보통선거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 입법자는 재외선거제도를 형성하면서, 잦은 재ㆍ보궐선거는 재외국민으로 하여금 상시적인 선거체제에 직면하게 하는 점, 재외 재ㆍ보궐선거의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재ㆍ보궐선거 사유가 확정될 때마다 전 세계 해외 공관을 가동하여야 하는 등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외선거인에게 국회의원의 재ㆍ보궐선거권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선거제도의 형성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조항이 재외선거인 에게 국회의원재ㆍ보궐선거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나머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거나 보통선거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 재외선거인의 등록신청서에 따라 재외선거인명부를 작성하는 방법은 해당 선거에서 투표할 권리가 있는지 확인함으로써 투표의 혼란을 막고, 선거권이 있는 재외선거인을 재외선거인명부에 등록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조항이 재외선거권자로 하여금 선거를 실시할 때마다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하도록 규정한 것 이 나머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