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의혹 제기와 시중에 나돌고 있는 박대통령의 그림자로 알려진 정윤회씨(최태민 사위)와의 수상한 뒷소문 관련 산케이 신문 보도 파문은 한일 양국의 정치적 갈등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이미 본지에는 1개월전 <세월호 침몰 당시 박대통령은 청와대에 없었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구조의 골든타임인 침몰 당시부터 84분 동안 박 대통령의 소재가 파악이 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구조시간을 놓쳤다고 보도했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1개월 뒤 조선일보와 산케이 신문은 세월호 침몰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7시간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나?’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의혹의 7시간 미스테리 행적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기만 하면 의혹을 푸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풀기보다 문제의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전격 출국 금지시키는 최악의 선택을 감행해 한일관계에 재를 뿌렸다. 산케이 보도 파문의 전말을 따라가 보았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발된 가토 다쓰야(48)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게 12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10일 밝혔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지난 10일 ‘본지 기사로 박근혜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한국 박근혜 관변단체의 고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8)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해 출두를 요구했다고 9일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박근혜가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나고 있었나?’라는 제목으로 이달 3일 인터넷에 게시한 가토 지국장의 기사가 문제가 됐다면서 한국 검찰이 가토 지국장에게 12일 검찰에 나오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고바야시 다케시(小林毅) 산케이신문 도쿄편집국장은 “문제가 된 기사는 한국 국회에서 이뤄진 논의나 한국 조선일보의 칼럼 소개가 중심”이라면서 “이 기사를 이유로 명예훼손 용의로 출두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하며 황당해 하는 반응이다. 산케이의 기사가 단순히 ‘사라진 7시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이었다면 논란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지만 산케이는 증권가 정보지와 조선일보 칼럼을 인용해 박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 동안 과거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씨를 만났을 것이란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박 대통령과 정윤회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우회적으로 묘사해 보도한 것이 박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한국 국가 원수에 관한 기사로 인해 외국 언론이 한국 검찰에 출두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에 세계의 언론들이 추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침몰 시각에 朴은 어디에?
세월호 침몰이라는 최악의 해난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동안 사라져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백여명의 승객이 몰사한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 없었던 참혹한 사건이다. 긴급재난이 발생하였는데도 최고안보와 안전책임자가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것은 대한민국에 위급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엄청난 재난을 당하게 된다는 점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의 반대로 변칙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84분 동안 어디에 있었기에 보고되지 않았으며 그 후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독신인데다 처녀 때부터 문제의 정윤회의 장인인 최태민 목사와의 부적절한 관계 소문은 오래전부터 그녀를 따라다니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각종 사생활에 얽힌 루머가 그치지 않고 있고 조선일보와 경향, 한겨레 등 한국 언론들도 이것을 계속해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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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대면보고 대신 서면과 유선보고만 받아 그 이유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새누리당이 13일 “대통령은 계속적으로 청와대에서 20~30분 단위로 (모두) 21차례 보고를 받고,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이 같은 해명을 믿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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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언론 <산케이신문>도 박근혜 사생활관련 기사를 한국 언론과 칼럼등 기사와 증권가에 나돌고 있는 루머 그리고 찌라시를 인용하여 보도했다. 산케이 신문의 보도 내용은 그 동안 보도되어 왔던 한국언론 보도내용 수준과 별로 다르지 않다. 다케시 지국장은 조선일보의 칼럼과 그동안 발행되어왔던 언론들을 종합적으로 취재해 보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조선일보 등 한국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보도는 문제삼지 않고 외국 언론 특히 산케이 신문만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로 비추고 있다. 산케이 신문의 다케이 서울 지국장을 검찰에 출두하라는 통보는 다분히 정치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것은 박근혜정부가 친정부적인 국내언론은 넘어가고 외국언론에 대해 문제를 삼는다는 비난을 받고도 남는 일이다.
불편한 언론 재갈 물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1년 대선 당시 ‘박근혜-최태민’ 의혹을 보도한 <선데이저널>을 걸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고 출입금지를 시키는 등 외국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는 한국여류소설가의 A양의 성상납 관련 칼럼을 실었던 미국양키타임스에 대해 발행인 관련 조사를 한국 검찰이 시도하다가 양키타임스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물러섰다. 일본 산케이신문 지국장 소환통보는 한-일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미얀마 네피도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10일 일본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병세 외교장관에게 ‘(검찰의 소환 통보가) 한-일 양국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보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병세 장관은 지난 9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기시다 외상과 올해 들어 처음 가진 한-일 외교 장관 회담에서 “산케이가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인용해 악의적으로 보도하고 이웃나라 국가원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일본에 전달했다. 그러나 기시다 외상의 반응은 양국 외교 장관이 이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현장에 있던 일본 기자들도 청와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 일본 기자는 “가토 다쓰야 지국장이 원래 ‘반한’ 성향의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지만, 해당 글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된 정윤회씨 부분은 <조선일보>의 칼럼을 인용한 것인데, 왜 <조선일보>는 문제삼지 않고 <산케이신문>에만 법적 조치를 취하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에 관련된 의혹보도에 대한 박 대통령 심복들의 대처 방안은 정말로 촌스럽기 짝이 없고 국제관례나 민주국가의 언론자유를 전혀 숙지하지 못하는 한국언론을 제멋대로 다루는 습관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7월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영선 의원의 ‘세월호참사 당일 시각에 박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정권의 개가 된 검찰 검찰은 법무부에 가토 지국장의 출국금지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산케이신문>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자, 검찰도 이에 맞춰 신속히 대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가토 지국장은 일단 검찰에 나갈 예정이다. 고바야시 다케시 <산케이신문> 편집국장은 “문제가 된 기사는 한국 국회에서의 질의응답이나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 등 공개된 정보를 중심에 놓고 이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이번 소환 통보는 자유수호청년단과 독도사랑회 등 시민단체가 각각 지난 6일과 7일 가토 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도 지난 7일 시민단체의 고발과 관계없이 청와대 또는 박 대통령이 주체가 되는 민형사상 소송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8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동선과 관련해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서 무엇을 했고 누구에게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의혹만 더욱 가중시킨 꼴이다.

여하튼, 박근혜 사생활 문제가 국제적 망신으로 번질 태세다. 산케이가 인용한 조선일보 칼럼은 지난 7월 18일자 최보식 칼럼 <대통령을 둘러싼 風聞>이다.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김 실장의 ‘나는 모른다’는 답변 이후 세간에서 대통령이 비선과 만났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며 “때마침 풍문 속 인물인 정윤회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 세상 사람들은 진실 여부를 떠나 이런 상황을 대통령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과거 같으면 대통령 지지 세력은 불같이 격분했을 것이다.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도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며 고개를 돌렸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식과 이성적 판단이 무너진 것 같다. 국정 운영에서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다면 풍문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기자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면서 온갖 루머들이 창궐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산케이의 칼럼이 인터넷 상에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7일 국회 황우여 교육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까지 이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것을 기사로 썼다. 엄하게 끝까지 대처 하겠다”고 말했으며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법적 대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3자 고발사건이 있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춘도 심경의 변화 온 듯 물론 산케이의 보도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에서 불쾌한 내용이다. 산케이는 대통령을 둘러싼 소문을 일컬어 “박 대통령과 남성의 관계에 관한 것으로 상대는 대통령의 모체, 새누리당의 측근으로 당시는 유부남이었다고 한다”며 “아마도 ‘대통령과 남자’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 구석구석 여기저기에서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과 정윤회씨의 관계를 두고 독자의 상상력을 부추길 수 있는 보도였다. 지금도 의문이 드는 것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 답변에서 왜 ‘박대통령의 소재를 모른다”고 답했느냐하는 것이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당시 박 대통령이 경내에서 사고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실장은 왜 “모른다”고 했을까. 진짜 경내에 있었다면 김 실장이 몰랐을까. 국가안보에 해당한다면 ‘밝힐 수 없다’고 답하면 되는 문제다. 김 실장의 답변은 의혹을 부추겼고, 결과적으로 정윤회씨의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저런 의혹이 있지만 결국 해법은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명확하게 밝히면 논란은 사라진다. ‘안보’상 문제가 있다면 비서실장은 왜 “모른다”고 답했는지, 경내에서 사고보고를 받았다면 왜 그렇게 답하지 않았는지 명확하게 이유를 밝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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