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LA한인축제 대통령 축사 ‘늑장 소동’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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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대통령의 축사는 단순한 의례적 수사가 아니라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발언이다. 또한 대통령의 축사는 단순히 기념일에 대한 감상 정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정치나 정책의 방향이나 기조를 제시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은 특별한 정책이나 관심을 표현할 때나, 또는 국내외로 많은 쟁점들이 있을 때, 대통령은 특정기념일이나 특정 행사의 축사를 활용하여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기도 한다. 이같은 대통령의 축사는 경우에 따라서 한 나라의 국격을 가늠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축사는 그만큼 많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번 LA한인 축제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 축사가  내용 이전에 의전 문제로 축제재단측이 곤혹을 치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대통령의 축사는 축제 개막행사일 (9월18일)을 몇일 앞두고 LA총영사관 담당영사가 이메일로 축제재단에 보내 재단 관계자들이 황당한 충격에 빠졌었다. 그뿐 아니다. 대통령의 축사는 공식 문서가 아니라 영사관 동포 담당 김종한 영사가 축제재단 사무국으로 이메일로 보낸 것이다. 결국 올해 LA한인축제 공식 책자에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는 게재되지 못하고 김현명LA총영사가 개막식전에서 대독했지만 현지 공관원들의 무성의한 근무태도에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 축사 늑장 소동의 전말을 <선데이저널>이 짚어 보았다. <특별취재반> 

 

지난 21일에 막을 내린 올해 제41회 LA 한인 축제는 미주한인의 최대 축제였다. 이 축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150여년의 이민 역사를 지닌 미주한인사회의 얼과 정신이 담긴 ‘미국속의 한국’을 보여주는 얼굴이다. 올해 한인축제는  ‘문화의 다양성’이란 주제로 4일간 연인원 40만명 (LA경찰국 올림픽 경찰서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글로벌 잔치’로 미주 한인사회의 위상과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LA 코리아타운이 진정한 다인종-다문화 사회의 중심이며, 국내와 미주 한인 사회의 끈끈한 연대감을 이룬 축제 한마당이었다.
LA한인축제재단(회장 김준배)은 올해 한인축제가 시작되기 3개월전인 지난 6월25일에 LA총영사관을 통해 박근혜대통령의 축사와 영상메시지를 요청했지만 정작 대통령 축사가 도착한 것은 개막을 앞둔 몇일전 당일이었으며 그것도 담당영사가 이메일로 축제재단 사무실로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메일로 대통령 축사 보내

LA한인축제재단측은 애초 이메일을 통해 당시 LA총영사관 동포담당 전근석 영사에게 <오는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되는 제41회 LA한인축제 행사 책자에 들어갈 대통령님의 축사와 영상메시지 요청 공문을 첨부 하오니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축사의 경우 가능하시면 7월 31일까지 저희 재단 사무국으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전 영사는 다음날인 6월26일  <LA한인축제-대통령 축사 요청>이란 제목의 답신에서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주는 휴가중입니다. 축사건은 관례대로 서울에 보고후 처리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31일까지 대통령의 축사는 LA한인축제재단에 도착하지 않았다. 왜 도착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시일이 있어 재단측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한인축제를 위한 공식적인 책자가 인쇄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재단 관계자들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LA총영사관에 문의를 하였다. 담당 전근석 영사는 ‘우리도 기다리고 있다’는 말로 답했다. 그러던중 동포담당 영사가 전근석 영사에서 새로 부임한 김종한 영사로 교체됐다. 한인축제 개막일 <9월18일> 이 다가오는데도 대통령 축사는 오리무중이었다.

그래서 축제재단 관계자들은 좌불안석이었다. ‘어떻게 하여 대통령 축사가 개막일이 다가오는데도 도착하지 않는지’라며 가슴만 조렸다.  과연 대통령 축사가 오는지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할 수 없이 다른 길을 통해 ‘대통령 축사’에 대해서 알아보게 됐다. ‘청와대측에서는 대통령 축사는 보냈다’라는 소식이 전달됐다.
하지만 개막일이 임박해서야 문제의 대통령 축사는 LA총영사관 동포담당 김종한 영사가 이메일로 LA한인축제재단 사무국으로 보내졌다. 이메일을 본 재단 관계자들은 또 한번 놀랬다.  미주한인 사회의 최대축제 행사에 보낸 ‘대통령의 축사’가 문서도 아닌 단순 이메일로 내용만 보내졌던 것이다.

대통령 의중과 다른 공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생각해도 ‘대통령 축사’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공식 문서로 청와대의 인장 등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식문서가 아닌 현지공관 담당영사의 이메일로 보내져 축제재단 관계자들은 ‘이것이 과연 대통령 축사인지를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관계자도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대체 미주동포사회를 어떻게 보고 이런 무례한 의전을 하는가’라며 분개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축사’는 의전상이나 관례상으로 현지 공관이 대한민국 정부를 대신하는 것이기에  LA총영사관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있게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대통령의 축사를 의미있게 작성하기 위해서는 현지 공관에서 충실한 자료를 외교통상부를 통해 청와대로 보고해야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LA를 방문해 다운타운 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갖고 미주한인들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힌바 있다.

박 대통령은 동포간담회 에서 “흔히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을 미국 속에 작은 한국이라고 부르지만 지금은 로스앤젤레스가 작은 한국이 아니라 한국이 세계로 나가는 가장 큰 베이스캠프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면서 “로스앤젤레스 지역은 한인 기업의 미국진출 교두보이고 최근에는 K-pop을 비롯한 한류열풍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LA 동포 여러분은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는 데도 어떤 지역보다 선도적인 역할을 해 오셨습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해외 동포들은 한 명 한 명이 민간 외교 사절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이민생활을 해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박대통령은 “저는 우리 LA 지역의 50만동포 한 분 한 분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 누구보다 훌륭한 민간 외교 사절이고 우리나라와 미국을 연결하는 메신저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뿐만 아니라 동포 1.5세대와 2세대의 차세대 리더들이 각 분야에서 미국 주류사회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현지 공관원들의 안일무사주의적 행태는 대통령의 의중과 정 반대 행보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현지 공관 안일한 태도 논란

또한 박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안보위협으로 걱정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에게 차분히 잘 대응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주변 미국인들에게도 잘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빈틈없는 강력한 안보태세를 유지하고 미국,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굳건한 공조를 강화하면서 단호하고 그러나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면서 “동포 여러분께서도 우리 안보와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가져주시고 주변의 미국인들에게도 잘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박대통령은 LA동포사회와 미주한인사회에 대해서 커다란 기대와 희망을 지닌 커뮤니티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통령의 의지를 수행하는 현지 공관들은 너무나 안일한 자세와 태도로 미주동포 사회를 보는 자세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이번 ‘대통령 축사’를 관장하는 자세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박대통령은 해외공관장 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공관원들은 본국 정치인들에 공항영접 보다, 현지 동포들의 민원을 헤아리는데 노력하라’고 지시하여 왔다. 하지만 LA공관을 포함 많은 공관에서 이같은 대통령의 의지를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이번 제41회 LA한인축제와 관련된 대통령 축사 해프닝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비단 LA 총영사관의 동포담당 영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지 공관이 한인동포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낸 사건이다.
이번 계기에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만약의 경우 LA한인축제 재단측에서도 문제가 있다면 그 점도 규명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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