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대한민국 전국민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박근혜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을 구성한 가운데 제51회 대종상을 좌지우지한 조직위원장이 러시아 무기도입사업인 불곰사업관련 수수료를 횡령한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은 무기중개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한국영화의 자존심이 짓밟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산비리의 원흉인 이규태가 어떻게 대종상 수상 시상식에 영웅처럼 나타나 최우수상을 시상하게 됐는지 그 내막을 <선데이저널>이 따라가 보았다. 박우진(취재부기자)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기중개상 일광공영의 실소유주인 이규태씨는 러시아무기도입사업인 불곰사업이 국가 대 국가의 사업으로 추진돼 에이전트가 중간에 개입할 수가 없음에도 러시아업체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뒤 회사에 입금하지 않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방산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는 인물이다.
전과자가 영웅처럼 등장한 대종상 수상식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영화인축제에서 이씨가 영웅처럼 등장한 것은 이씨가 제51회 대종상 영화제 조직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영화와는 전혀 관계없는 문외한이지만 아들 이종명씨가 연예기획사인 일광폴라리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인연을 배경으로 영화인총연합회에 대종상 영화제 운영기금과 영화인복지기금 일부 출연을 조건으로 조직위원장이 됐다는 것이 언론보도다.
영화인들이 3년에 불과 6억원정도, 1년에 2억원정도에 영화인의 자존심을 팔아넘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양심적이고 존경받는 기업인이 아닌 무기중개 수수료비리로 유죄선고를 받은 전과자에게 팔았고 이씨는 심사위원들을 전원 선임하는 등, 영화인들의 축제인 대종상을 쥐락펴락한 것이다. 한심한 영화계원로들의 부화뇌동 그러나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또 하나의 해프닝이 발생했다. 이날 영화발전공로상에 정진우감독이 선정된 것이다. 사실 정진우 감독은 한국영화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워 공로상수상이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정진우 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영화계 입문 60년, 영화감독 데뷔 55년이 됐다며 영화인생을 회고했고 후배들은 기립박수로 축하했다. 그러나 정 감독은 ‘주최자인 일광그룹 이규태회장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 좀 더 좋은 영화제를 만들어 달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불과 20일전 대종상 영화제에 영화인들이 소외됐다며 고함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두고 언론들은 정감독이 대종상 시상식 문제점을 지적하자 입막음을 위해 정 감독에게 공로상을 줬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실제 이씨와 이씨의 기업을 살펴보면 이씨가 한국영화와 영화인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는 영화인들의 볼멘소리가 설득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씨는 지난 2009년 11월 18일 러시아무기도입사건인 불곰사업과 관련해 러시아업체로 부터 수수료를 챙긴 뒤 이를 미국에 예금시켜뒀다가 국내에 들여와 회사수익으로 처리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의 부도덕한 모습이 만천하에 알려졌었다. 특가법상 횡령혐의와 배임혐의, 그리고 조세포탈혐의였다. 이 사건으로 이씨는 지난 2010년 1월 29일 1심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 2010년 7월 16일 2심에서도 2004년도에 한해 이씨의 조세포탈혐의만 무죄가 선고됐지만 형량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2012년 6월 14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끝에 2012년 9월 25일 대법원에서 2심형량이 최종 확정됐다. 징역3년 집행유예 4년의 전과자인 것이다. 국가사업 불구하고 수십억달러 수수료 챙겨 그러나 횡령, 배임, 조세포탈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불곰사업은 국가대 국가사업으로 에이전트가 끼일 수 없는 사업이지만 이씨가 러시아 측으로 부터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는 사실이다. 불곰사업은 대한민국이 1991년 구소련에 제공한 경협차관 14억7천만달러의 원리금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하는 사업으로 1차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2억1400만달러, 2차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5억3천4백만 달러어치의 무기로 상환 받은 사업을 말한다. 이씨는 2차 불곰사업에서 러시아 무기수출업체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면서 휴대용 대전차유도미사일[METIS-M], 공기부양정 무레나 등 3억천만 달러 상당의 무기도입을 중개했다. 휴대용 대전차유도미사일 커미션으로 939만달러, 무레나 커미션으로 448만달러, 3차 불곰사업에 대한 착수금으로 1천만달러 등을 받았다. 이 커미션을 받은 사실 자체를 숨겼고 회사수익이지만 이씨 자신의 수익으로 돌려 횡령, 배임, 조세포탈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판결문에는 제2차 불곰사업은 에이전트의 개입 없이 국가 대 국가 간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하였기 때문에 이씨가 에이전트로 활동한 사실과 커미션을 받은 사실이 밝혀질 것을 두려워했다고 명시돼 있다. 즉 무기중개상이 낄 수 없는 사업에 이씨가 개입해 수수료를 받았다는 것이 법원 판결문의 내용인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은 이씨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빌려준 국민의 혈세를 받지 못해 10여년 만에 사정사정해서 돈 대신 현물, 즉 무기로 받아오는데, 그 무기에서 커미션을 챙긴 것이다. 국민입장에서는 돈 대신 현물을 받아서 손해인데 그 무기마저 무기중개상이 커미션을 떼 냈으니 실제 국가에 입금돼야 할 돈에서 수수료를 떼먹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국회연설에서 왜 방산비리를 이적죄, 즉 적을 이롭게 하는 반역죄로 규정했는지 잘 알 수 있는 사례다. 기무사령부 신축설계도까지 유출시켜 지난 2009년 8월 4일 국내언론은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보도했다. 엄격한 보안이 필요한 국가기밀인 국군기무사령부 신축 설계도가 유출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설계도가 발견된 곳이 바로 서울 성북동 일광공영 사무실이었다. 유출시기는 2006년 9월이라는 것이 수사결과였다. 이상하게도 당시 기무사령부는 설계도 유출직후 이 설계도의 보안등급을 갑자기 낮춰서 비밀문서에서 해제시켜 그 배후에 거대한 세력이 존재한다는 추측을 낳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영관급 장교 2명 등을 구속시키는 선에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이 기무사 설계도 유출당시 국군기무사령관은 김영한 장군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뒤 일광계열사인 일광폴라리스에 새 대표이사로 김영한 장군이 취임했다. 2010년 8월 10일 대표이사로 취임한 사람은 바로 김영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었다. 김사령관은 합참 전략기획부장으로 근무하다 2005년 2월 5일부터 2006년 12월 4일까지 제36대 국군기무사령관으로 재직했었다.
방산비리를 적발해야 할 기무사령관이 퇴임 뒤 무기중개상의 회사에 사장으로 취직했음은 기무사령관과 이씨와의 ‘야릇한’ 관계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낯간지러운 기무사의 맨얼굴이다. 일광학원 유치원 불법수업하면서 공금 유용 일광학원이 월평균 학비가 78만8백원, 연간학비가 937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유치원인 우촌유치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2년에도 월평균 학비가 89만8백원으로 전국1위를 차지하는 등 2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비싼 유치원이다. 월평균 학비가 8300원인 국공립유치원보다 학비가 거의 백배 비싸지만 학비는 자율이기에 이 유치원이 학비를 얼마나 받든지 상관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이 일광학원이 교육부의 교육정책을 따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교육정책을 전혀 따르지 않는 것은 물론 시정명령을 내려도 콧방귀도 안 낀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해 8월과 9월 일광학원과 우촌유치원, 우촌초등학교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했고 지난 2월 3일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결과 우촌유치원과 우촌초등학교는 불법적인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밝혀져 재단에 전현직교장등 교직원 6명에게 파면, 해임 등 징계처분을 요구하고 일광학원 전‧현직 이사장에 대해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을 내렸다.
우촌초등학교는 정기교육과정에 편성할 수 없는 초등학교 1.2학년 영어수업을, 우촌유치원은 누리과정시간에 편성할 수 없는 영어수업을 실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우촌유치원은 원어민 보조교사를 채용해 영어수업을 하다 2011년 3월 성북교육지원청에 적발,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서울시 교육청 감사가 진행될 때까지 2년 6개월간 불법수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광학원은 서울시교육청이 중징계를 내리자 곧바로 교육부장관과 서울시 교육감등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영어몰입교육 금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8월 2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12부는 각하처분을 내렸다. 일광학원이 패소한 것이다. 이처럼 이씨가 사실상 운영하는 일광학원도 정부지시까지 어기는 등 숱한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숨기고 싶은 한국영화계 슬픈자화상 무기도입비리가 극에 달해 사상최대규모의 수사단이 구성되는 와중에 전과자인 무기중개상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TV에 영웅처럼 등장, 한국영화인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장면에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또 무기비리척결을 내세우는 정부는 코가 납작해 버리고 말았다. 한편의 코미디같은 이 장면은 대한민국 방산비리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충격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숨기고 싶은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토록 어수룩한 나라인가. 대한민국의 수준이 정말 이 정도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것이 자초지종을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방산비리수사는 역대 어느 정권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용을 그리려다 뱀꼬리를 그렸다. 왜? 역대정권마다 수많은 실세와 수많은 장성들이 관련돼 있어 차마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가 닫아버렸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과연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이적죄를 저지른 범법자들을 단두대에 세울 것인가, 박근혜정부가 비리 무기중개상이 영웅이 되는 슬픈 코미디에 마침표를 찍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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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과자 무기브로커 ‘이규태’에 짓밟힌 한국영화계의 비굴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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