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청와대의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지목됐던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최 모 경위가 검찰 수사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의 강압수사가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다. 본국 검찰의 강압수사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정희 독재 정권과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에서 기승을 부리던 검찰의 강압수사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인권신장을 이뤄냈다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검찰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겉으로는 인권의 최후 보루라고 떠들었지만 뒤로는 강압수사와 짜 맞추기 수사를 멈추지 않았다. 검찰은 무죄추정이 아닌 유죄추정을 원칙으로,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일이 다반사다. 검찰의 압박수사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정부 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와 관련해 최 모 경위가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김종학 전 PD나 채동욱 전 총장의 내연녀인 임 모 씨의 경우에서도 강압수사 논란은 불거졌다. 또한 임산부가 검찰 수사를 받아 아이를 유산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충격적 일들이 수사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본국 검찰에서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다. 검찰 수사를 받던 임산부가 아이를 유산하는 사건이 벌어졌던 것. 당시 임산부는 금천구청 공무원 비리와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임신 9주였던 이 여성은 금천구청 지방세 담당 공무원인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검찰 조사 전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당시 유산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성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복통을 호소, 결국 유산했다.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중앙지검 수사관은 “임산부인 것을 고려해 검사실 문을 개방하고, 아버지가 출입문 옆 휴게실에서 대기한 상태로 진행했다”며 “조사도 가급적 빨리 마무리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먼저 소환됐던 아버지가 딸의 임신 사실을 이야기했으나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더 이상 (소환을) 미룰 수 없었다”며 소환 조사가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심한 압박감을 느끼며 결국 유산에 이르렀다. 연간 10여명 이상 검찰강압에 자살 검찰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2004년부터 올해 7월까지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한 사람은 총 83명이었다. 2010년 9명, 2011년 14명, 2012년 10명, 2013년 11명에 이어 올해 7월까지 11명이 자살했다. 전국 지검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이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만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이후 4명이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들어 자살이나 자살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납품업체 선정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자살하자, 검찰은 “강압 수사는 없었다”면서 “(수사)시스템을 개선할 점이 없는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4개월만에 검찰 조사를 받던 윤의국 고려신용정보 회장이 투신자살을 기도했다. 김 전 이사장, 윤 회장 모두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특히, 드라마 제작 관련 금품비리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김종학 PD는 강압 수사를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바 있다. 그는 지난 해 7월 남긴 유서에 서울중앙지검 소속 한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처벌받을 사람은 당신이네. 억지로 꿰맞춰, 그래서? 억울하이”라고 썼다. 당시에도 검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에서도 강압수사 의혹은 재차 불거지고 있다. 자살한 최 경위의 유서에 담긴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최 경위는 “BH(청와대)의 국정농단은 저와 상관없다”며 “우리 회사(정보분실)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선택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동료 경찰관을 회유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막다른 상황에서의 극단적 선택 특히 검찰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최·한 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최 경위는 그러나 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뒤에도 “미행당하는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고 한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강압’이나 ‘위법’은 없었다고 했다.
최근 본국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보도도 이를 뒷받침한다. 자살한 최 모 경위와 함께 문서 유출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되는 한 모 경위 역시 강압수사를 받았다는 증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경위의 부인은 본국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나를 검찰청사로 불러 수갑 차고 포승줄에 묶인 남편과 ‘대질’하며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 원본이 있는 곳을 대라’고 추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지난 9일 남편을 체포하면서 남편과 딸의 휴대전화를 가져갔는데 딸의 휴대전화를 돌려주겠다며 나에게 오라고 했다. 그래서 11일 검찰청에 갔는데 이상한 조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관이 ‘남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문건) 원본을 어디다 뒀냐. 사모님은 알고 계시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어 “‘박관천 경정과 최 경위가 이미 자백했는데 남편 분만 입을 안 열고 있다’고 추궁하기에 ‘나는 맹세코 모른다’고 했는데, 끝내 남편과 나를 대질신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잠시 후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남편이 수사관에 이끌려 나타났다. 수사관이 ‘남편을 설득해라’ ‘원본 있는 곳을 말하라’고 추궁했다”며 “미리 짜인 각본대로 퍼즐 맞추듯 나와 남편을 몰아갔다. 그 자리에서 나오고 싶었지만 남편이 걱정돼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증거위주 수사보다 자백위주 주사 검찰 수사가 극단적으로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권력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든가 검사 개인의 출세욕에서 비롯된다. 이번 건의 경우 검찰이 주인을 보호하려다 일어난 사태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씨 의혹이 제기된 이후 거듭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건 내용은 “루머” “찌라시”로,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했다. 검찰은 지침에 따라 비선 개입이라는 본질보다 문건 유출이라는 곁가지에 집중했다. ‘청부수사’는 피의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 사태로 이어진 셈이다. 또 다른 경우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수사에서 검사가 출세욕을 사로잡혀 무리하다 발생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02년 대선 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기양건설 사건 때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정준길이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에 있으면서 안철수 후보를 회유하려다 문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그는 2002년 기양건설 사건 주임검사일 당시 피의혐의를 받고 있는 반대편에 서 있던 인사들의 부탁(표면적 이유는 고발)에 의한 ‘청탁수사’을 하면서 정치권과 무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사건을 몰고 갔다. 결국 이들은 사건이 자신의 의사대로 진전되지 않자 급기야 기양건설이 이회창 후보에게 20억원의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거짓 발표에까지 이르렀다. 정준길은 자신이 짜놓은 시나리오와 수사방향이 달라지면 막말과 욕지거리를 해내며 윽박지르는 등 길거리 시정잡배들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보였다. 당시 함께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들조차 ‘언젠가는 일 한번 제대로 낼 사람이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이런 강압수사는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줄어들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고개를 들다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현 정권의 레임덕을 부르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 결과는 그 어느 때보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검찰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피의자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그야말로 막장 정권과 막장 검찰이 만들어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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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상시정국2> 유신정권 부활하니 검찰 수사도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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