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취재> ‘우정의 종’ 보존위원회 ‘재정의혹’ 진실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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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페드로 바닷가에 있는‘우정의 종각’을 보존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우정의종 보존위원회’ (이하 보존위, 회장 박상준)가 재정의혹과 운영부실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5일 목요일 오후 6시, 코리아타운내 JJ그랜드 호텔 앞에서 한인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 피켓에는 “3만 불의 행방을 밝히라”, “우정의 종 보존위원회 회장, 박상준은 당장 탈퇴 하라” 등의 글들이 적혀 있었다. 이날의 시위는 보존위가 2년 전에 개최한 우정의종 보수기금 모으기 총영사 배 골프 대회에서 모금된 3만 달러가 애초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또한 이날 시위는 보존위의 의혹을 제기한 정광원 부이사장을 제명한 것에 대한 부당성을 나타낸 것이다. 이날 시위에서 우정의 종 보수기금 3만 달러가 원래 목적인 시설관리를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밥을 먹고 행사를 하는 데에 무단으로 쓰여 졌다고 주장하며 일어났다. 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정광원 부이사장을 제명시킨 것에 대한 규탄도 함께 했다. 한편 이날 시위 장소인 호텔에서는 ‘보존위’의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참석 이사들의 수도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러 한인 언론들이 보존위의 난맥상에 대해 보도를 해왔다. 보존위의 문제점을 점검해 보았다. 
<성 진 취재부 기자>

 ▲ ‘우정의 종 보존위원회’ 재정의혹에 비난 시위를 하고 있다.

2년 전 당시 신연성 LA총영사는 LA총영사관에서 보존위의 박상준 회장 등을 포함한 임원진과 만나 “지난 2년간 열린 우정의 종각 행사에서 단 한 번도 ‘한국’을 느껴본 적이 없다.”며 쓴 소리를 하면서 보존위 행태에 유감을 나타냈다.
당시 신 전 총영사는 위원회 측에 “그동안 종각 보수를 위해 어떤 모금 활동 등을 해왔나”라고 질의하면서 “2011년 총영사로 부임 이후 참석했던 그 어떤 우정의 종 행사에서도 한국적인 것, 한인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대단히 유감스러웠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보존위가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당시 보존위 측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종각 보수를 준비해 왔다고 설명하면서 LA 시의회에 종각 관리 매칭펀드 요청, 종각 보수 기금 골프대회 개최, 참봉사단 등과 함께 하는 종각 청소, LA시장 후보와 샌피드로 주민과의 만남, 커뮤니티 차원의 공청회 개최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었다.
그러나 당시 보존위 측이 내놓았던 활동사항 중 2013년 4월 25일에 개최했던 종각 보수기금 골프대회에서 모은 3만 달러가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의혹사건이다.

그 대회 이후 보존위의 정광원 부이사장은  ‘총영사배 우정의 종각 보수를 위한 기금모금 골프대회’에서 조성된 후원금 3만달러 가운데 2,000여 달러가 식사 및 행사비용 등 운영비로 전용됐다고 폭로 했다. 그는 “당시 조성된 3만 달러는 대회장을 맡았던 당시 LA 평통 유승원 부회장이 1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한인 개인과 업체들이 적극 후원해 우정의 종각 보존사업만을 위해 조성된 사후 관리를 위한 기금”이라며 “이는 한인사회에서 어렵게 조성된 신탁기금이기 때문에 어떠한 용도로도 전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보존위 측은 사후관리 기금 일부를 운영비로 사용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업무상 용도 이외에 부적절하게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박상준 회장은 “지난 2013년 LA시 관계자들과 우정의 종 재개장을 앞두고 타종식 준비를 위한 미팅에 1,000달러, 타종식 전야제를 위해 500달러, 행사 당일에 지출된 각종 비용 500달러 등 2,000여 달러를 기금에서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고 “하지만 기금에서 사용된 비용은 이사회비가 제대로 걷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용된 것으로 올해 이사회비가 완납될 경우 전액 돌려놓을 것”이라고 한인 언론에게 궁색하게 변명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미주한국일보는 <한국 정부의 보수 예산지원으로 어렵게 시설 재단장 공사를 마친 우정의 종각 보존관리를 위해 한인사회가 정성을 들여 모아준 기금을 실제 시설 보존을 위한 목적이 아닌 단체의 행사나 모임 등을 위한 운영비 또는 홍보비로 사용한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세금보고에도 의혹

한편 정 부이사장은 보존위 집행부에 ‘2013년과 2014년 3만 달러에 대한 IRS 세금보고(양식 990)를 했는가’라고 질의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기부자들에게 개인 세금 보고시 필요한 기부증서를 발행하지 않은 의혹도 제기했다. 실제로 일부 기부자들은 지금까지 세금면세 증서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정 부이사장은 지난 2013년 3월 우기에 쓰러진 장승을 보완한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미루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지난 2013년 9월 LA한인 축제재단에서  새로운 장승을 기증하겠다고 했고, 보존위도 받겠다고 했으나 계속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축제재단에서 기증한다는 장승이 경기도에서 제작됐고, 당시 김문수 도지사가 장승에 글을 썼기에 진보성향을 지닌 박상준 회장이 보수계 여당 김문수 도지사를 의식해 기피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우정의 종각 태극기 게양대 밑에 쇠로 만든 코리안 프렌드쉽 벨 이란 간판이 다 썩어 흉물스러운데 이를 수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 부이사장은 이같은 현실에서 써야할 곳에는 기금을 사용치 않고 홍보비 등 부적절한 곳에 3만불의 기금을 사용한 것에 대해 집중추구하자 자신을 제명시키는 조치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보존위는 지난 2년 동안 총회도 개최하지 않고 결산보고서도 없었다는 것이다. 정관에 의하면, 회계년도는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로 하고, 총회 2주전에 결산보고와 함께 각 이사들에게 통보를 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과 2014년은 총회를 하지 않았다.
한편 본보는 ‘우정의 종 보존위원회’ 측에 재정의혹과 운영문제에 대한 질의를 보냈으나 28일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우정의 종(Friendship Bell)은 미합중국의 독립 200주년(1976)을 맞아 한미 두 나라의 우의와 신의를 두텁게 하는 뜻에서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가 미합중국 국민에게 기증한 우정의 선물이다. 이 종각은 로스엔젤레스의 관문인 산 페드로 항 인근의 바닷가에 있는 엔젤레스 게이트 공원(Angel’s Gate Park)에 1974년 7월 4일 준공되었다.
이 종각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우정의 종’은 주석, 동, 금, 은을 섞어 만들었는데 이 종은 한국의 종이 가지는 특색과 우아한 전통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특히 이 종은 8세기 신라의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왕을 공경하기 위해 제작을 명해, 아들 혜공왕 때에 이르러 완성한 후 봉덕사에 모신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는 한국 현존 최대의 종)을 모델로 거의 제작됐다.
종의 고리에는 한마리의 용이 조각되었고 그 위엔 소리를 위로도 울려 퍼지게하는 음통이 나있다. 종의 둘레 네 곳에는 한.미 두 나라의 자유와 독립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여신의 모습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그리고 종의 아래와 위의 가장자리에는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 무늬로 띠를 두르고 있다. 종의 높이는 3.63미터, 둘레는 7.25미터, 그리고 무게는 17톤이다.
한국의 전통적 건축 양식으로 세워진 종각은 청기와로 지붕을 이었으며, 한국 고유의 단청과 문양으로 채색되었다.
칼스테이트 롱비치대학의 박선욱 교수는 지난해 6월 패션 위크리지에 재미있는 글을 실었다. 100년 간격으로 미국에 선물로 준 한국 측의 ‘우정의 종각’과 프랑스가 선물한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자유의 여신상’의 본래 이름은 “세계를 밝히는 자유(Liberty Enlightening the World)”다. 프랑스인 조각가 바르톨디(Frederic Auguste Bartholdi)가 디자인하고 에펠탑으로 유명한 엔지니어, 쾨쉴랭(Maurice Koechlin)이 내부 골조를 설계한 자유의 여신상은 철골 위에 구리판을 입히는 공법으로 제작된 93.5미터 높이의 대형 동상이다.
1884년에 동상제작이 끝나고 프랑스 군함 이제르(Isere)에 실려 뉴욕항에 도착, 넉달 간의 조립시간을 거쳐, 독립 100주년 기념일에서 10년이 지난 1886에 완공되었다. 그 후 두 나라의 정성으로 이루어진 이 뜻 깊은 동상은 전 세계인들에게 자유, 민주주의와 국가간의 우정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되었다.
한국의 선물인 ‘우정의 종’과 프랑스의 선물인 ‘자유의 여신상’은 무엇이 달랐을까? 왜 어느 한쪽은 뉴욕의 상징물이 되었고, 다른 쪽은 방치되어 애물단지로 전락하기까지 했을까? 그 근본적 차이는 규모나 제작 또는 전달 과정에 있다기보다는 선물을 주는 쪽의, 받는 쪽에 대한 배려에 있다고 본다. 두 개의 선물은 국가간의 우호, 인류의 안위와 평화를 도모하는 공통의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우리가 보물로 여기는 문화재를 정성들여 복제해 미국에 주었을 뿐이고 프랑스는 선물을 받는 미국의 관점을 헤아려 미국독립의 의미와 당시 미국이라는 국가가 세계에 전하는 메시지 (자유)를 표현하는 상징물을,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제스처로 나타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수천만의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이들이 대서양을 건너, 긴 여정 끝에 미국 뉴욕항에 첫발을 들였을 때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에 우뚝 서 있는, 이 사려 깊은 선물은 이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 그리고 삶의 새 터전에 대한 꿈을 주었을 터이다. 머리에 칠대양을 상징하는 왕관을 쓰고 한손에는 독립선언서를, 다른 한 손에는 어둠을 밝히는 횃불을 치켜든 자유의 여신상은 힘든 여정 끝에 안개 낀 뉴욕항에 도착한, 꿈에 부푼 이민자들의 심장을 두드리는 메시지를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정의 종각은 현지 샌 페드로에 사는 주민들조차도 이것이 동양 어느 나라 건축물인지 장승, 기와, 단청 등이 무슨 의미인지, 가까이 가서 자세히 읽어보기 전엔 알 수 없는, 받아들이기 힘든 선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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