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대한민국 교과서에 사라진 3.1운동과 유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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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프랑스 교과서에서 잔 다르크(1412-31)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파리 시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3.1운동이면 떠오르는 우리의 유관순(1902~20) 열사가 한국의 일부 국사 교과서에서 삭제가 되어 있다고 한다. 광복 운동이면 떠오르는 안중근 의사도 국사교과서에서는 찬밥신세 라고 한다. 이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LA미주3.1여성동지회(회장 홍순옥)과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미주본부(회장 권욱종) 등은 3.1절 96주년인 올해 3.1절을 기해
‘유관순 열사 안중근 의사 역사왜곡’에 대하여  국내 관련 기관 단체에 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한 동포사회에서도 유관순, 안중근 등 독립투사들에 대한 역사 알리기에 주력하기로 했다. 유관순을 뺀 3·1운동이란 상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도 항일독립운동사에 거대한 족적이다. 이를 무시한 대한민국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3∙1 운동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유관순 열사. 그러나 최근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사용할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분석한 결과, 절반 정도에선 유관순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다. 유관순 열사 뿐 아니다. 항일 독립운동의 대명사인 안중근 의사도 마찬가지다. 더러는 사진을 넣기도 했지만, 단 한 문장으로 소개되거나 아예 생략된 교과서도 있다. 진짜 주인공을 뺀 껍데기 3•1운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절반 정도는 유관순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다. 고등학생들이 사용할 한국사 교과서. 8종 모두 2~3쪽에 걸쳐 3•1 운동을 다뤘지만, 유관순 열사의 족적은 찾기가 어렵다. 지학사와 비상교육만 유관순 일대기를 설명했을 뿐이고, 교학사와 리베르 스쿨에는 사진만 실려 있다. 금성, 미래엔, 천재교육, 두산동아 등 4개 교과서엔 ‘유관순’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이 4종류 교과서 사용율은 59%라고 한다. 10명의 학생 중 6명은 유관순을 배우지 않는다는 통계다.

초등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아

2010년엔 교과 개편을 이유로 초등 국어 교과서에서 유관순 전기를 삭제키로 했다가 여론 악화에 번복하기도 했다. 유관순 삭제를 한 집필가의 변명은 “유관순은 모두가 잘 알아…일부러 안 넣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유관순이 홀대를 당하고 있는데, 정작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 본문에는 유관순 열사에 대해 명확히 기술되어 있다. ‘3‧1 운동에서 싸운 소녀’라는 제목으로 “옥중에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아 16살에 옥사했다”는 기술과 함께 유관순 열사 이름 석 자가  똑똑하게 쓰여 있는 사진이 수록 돼 있다.
항일 독립운동의 대명사인 안중근 의사도 마찬가지. 더러는 사진을 넣기도 했지만, 단 한 문장으로 소개되거나 아예 생략된 교과서도 있다.

일본이 범정부 차원에서 교과서 왜곡을 통한 침략 정당화에 나서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다.
한국에서 전국 고교의 31%에서 쓰이는 ‘미래엔’의 교과서엔 3•1운동이 세 쪽에 걸쳐 기술돼 있다. 서울 탑골 공원에서 시작된 만세 소리가 전국으로 확산됐고, 모든 계층이 참여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족 운동이 펼쳐졌다고 썼다. 이 교과서엔 농촌 지역의 만세 운동이 장날의 장터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고도 적혀 있다. 그러면서도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수천 명 군중의 선두에 섰던 유관순의 존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유관순을 삭제한 미래엔 ∙ 천재교육 ∙ 금성∙ 두산동아  등  교과서들은 원래부터 좌파선향의 기술이 문제 되던 것들이었다. 북한을 미화하고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그린다고 해서 비판받아온 책 들이다. 유독 그런 교과서에서만 유관순이 사라진 것이다. 이것을 단순 실수라든지 우연의 일치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곽정현 전 유관순사업회 회장은 유관순의 ‘미국 관련성’ 때문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3∙1운동 당시 유관순은 미국 선교사가 세운 이화학당 고등부 1년생이었다. 감리교회 공주교구의 미국인 여자 선교사 추천으로 학비 면제를 받아가며 학교에 다녔다. 유관순이 투옥됐을 때 옥바라지를 한 것도, 고문 끝에 옥중 사망하자 시신을 수습한 것도 이화학당의 미국인 교사들 이었다.  유관순의 삶엔 미국 선교사들의 후원이 밀접하게 따라다녔다. 그래서 반미 성향의 저자들이 유관순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을 것이란 게 곽정현 전회장의 분석이었다.

반미성향 학자들 의도적 삭제 의혹

기묘한 것은 북한도 유관순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대학까지 나와 탈북한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는 “학교에서 유관순을 배운 일이 없다”고 증언한다. 물론 교과서에도 실려 있지 않다. 북한의 역사 책은 3•1운동이 서울 아닌 평양에서 김일성의 부친 김형직에 의해 시작됐다고 적고 있다. 3•1운동은 김일성 일가를 제외한 어떤 개인도 주체가 될 수 없는 ‘인민의 투쟁’이라는 것이다.
이런 북한의 사정은 남한의 좌편향 교과서 저자들도 알고 있었다. ‘천재교육’ 교과서의 공동 저자인 A교수는 2년 전 한 강좌에서 북한의 ‘유관순 배제’ 사실을 소개한 일이 있다. 북한의 ‘평양’과 ‘인민’ 중심의 역사 기술에서 유관순은 들어갈 공간이 없다는 취지였다. 그랬던 A교수가 자신이 집필 멤버로 참여한 교과서엔 유관순을 한 줄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교과서에서는 노동 탄압에 맞서 투쟁한 전태일(1948~70)에 대해선 자세히 지면을 할애했다. 유관순이 전태일보다 역사적 의미가 없다고 A교수는 본 것이다. 그것이 올바른 역사일까.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 기술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왔다. 대한민국을 은연중 헐뜯고 북한의 모순은 눈감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렇게 이승만을 난도질하고 박정희를 격하시켰던 좌파 역사학자들이 유관순과 안중근을 교과서에서 실종시켰다. 있는 역사적 사실까지 교과서에서 내모는 것이 진전한 진보일까. 

고교생을 대상한 8종 교과서를 분석한 조갑제닷컴의 한 보고서는 대한민국 건국폄하, 한반도 전역의 합법성을 인정한 국제연합(UN) 결의안 왜곡, 북한토지 개혁 미화, 주체사상 선전,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누락, 반한 ‧ 반미 ‧ 반기업 등의 측면에서 5종(천재교육,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은 ‘대한민국 교과서 가 아니다’라고 봤으며 3종은 ‘수정하면 쓸 만하다’고 봤다.
이들 교과서의 공통점은 내용을 취사선택하는 수정주의적 역사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편향된 역사관이 교과서 내용을 선택, 배제하고 축소, 확대하는 기준이 되어 기술됐다는 비판이다.
특히 8종 교과서 중 절반의 교과서에서 유관순 열사를 뺀 것은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 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유관순은 친일 경력이 있는 이화학당 교사 박인덕이 해방 후 발굴해 이화 출신의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가 있어 기술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일부 역사가들의 경우 자신의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독립운동의 아이콘인 유관순 열사를 역사책에 지워버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있는 것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행위로 역사가의 기본적인 책무마저 잃어버린 처사라는 것이다.

있는 역사 사실까지도 지워버려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16세인 딸 인디라 간디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통해 ‘가여운 코리아’의 어린 여학생들이 일제 핍박에서 벗어나 나라 독립을 위해 용감하게 떨쳐 일어난 점을 언급했다. 옥중서신은 ‘세계사편력’에도 실려 있다.
유관순열사기념관 이현택씨는 “유관순열사의 항일운동은 정확한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일성향의 인사가 자신의 행적을 감추기 위해 발굴했다는 얘기만으로 교과서에서 삭제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에게 역사의식을 제대로 심어줘야 한다”고 강변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자 나아가 미래와의 대화이기도 하다.
역사가는 춘추좌씨 전에서 이야기하듯이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곧은 자세(동호지필 董狐之筆)를 요구하고 있다. 또 역사로부터 교훈을 도출해 전달하는 의무도 얘기하고 있다. 역사관은 역사를 취사선택하는 얼이자 교과서는 그렇게 드러난 얼굴이라는 것이다.
역사가인 토인비는 ‘활용되지 않는 역사는 아무것도 아니고, 오히려 죽은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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