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UCLA 메디컬센터 로널드 레이건 병원에서 ‘슈퍼박테리아’로 200여명이 감염되고 그중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은 후 또다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 1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돼 미국에서 슈퍼 박테리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 사실은 한국에도 알려져 담도내시경 슈퍼박테리아 전염 가능성에 경고가 각 병원에 권고사항으로 통보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LA타임스는 미국에서 의료과실로 연간 40만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특히 연방질병 통제예방센터 (CDC)에 따르면 입원환자 25명당 한 명꼴로 입원기간 중에 다른 세균에 감염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도 내놓았다. 이번에 사고를 친 UCLA 메디컬센터 로널드 레이건 병원은 일반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 사고 등으로 C등급을 받아 창피를 당했다. 이번에 레이건 병원은 내시경 7개 중에서 2개가 불량한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 내 내시경 등 의료기기의 불량은 코리아타운에도 항상 존재하고 있어 이번 계기에 한인의료 기관 등에서도 소독과 청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성 진 취재부 기자>
한인병원 내 의료기기 청결과 소독문제는 기본적인 면에서 개선할 점이 많다. 그래서 “병원이 더 불량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또 “병원에서 병을 얻어 가지고 나온다”라는 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한방원 등에서 한번 사용한 침은 반드시 특별용기에 넣어 폐기시켜야 하는데, 많은 한방원이 한번 사용한 침을 적당히 소독한 후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한방원은 사용했던 침을 제대로 소독도 안하고 그대로 다른 환자에게 시술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간염을 지닌 환자에게 시술했던 침을 폐기치 않고, 다른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전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단 한방원 뿐만 아니다. 양방에서도 주사기 등 의료기를 고도의 살균제로 소독을 해야 하는데도 많은 병원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일반 병원에 있는 초음파 검사기나 내시경에서부터 전문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에 있는 X선 검사기, MRI 기에 이르기까지 청결 문제가 항상 내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보건감독기관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병원이나 보건센터 등 의료기관 등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에 병원 의료기기 불량과 유지관리 문제 등이 항상 지적사항으로 등장하고 있다. 타운에 소재한 대형 종합병원이나, 일반 클리닉에 가면, 어떤 곳은 ‘과연 이곳이 의료 시설인가’라고 할 정도로 더러운 환경을 목격할 수가 있다.
슈퍼박테리아의 공포
지난 2013년도에 한인이 운영하는 대형병원 응급실에 환자를 데리고 간 A씨가 하루 밤을 응급실에서 간호를 했는데, 응급실 바닥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하곤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이 병원은 지난해 LA타임스가 보도한 병원 보고서에 C점을 받은 낙제 병원이었다. 슈퍼박테리아의 공포는 수년전 한국에서도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어 한인들에게는 더 공포적인 존재다. 앞서 UCLA 대학병원에서는 췌장과 간질환 진료에 사용한 내시경 오염으로 7명이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인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CRE)에 감염돼 그 중 2명이 숨졌는데 문제의 내시경은 일본의 의료기기업체 올림푸스사가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병원에 있는 내시경도 올리프스 제품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고가 발생하자 한국도 크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감염 경로는 담도내시경에 사용된 십이지 장경(duodenoscope)으로 십이지장경은 위나 대장 내시경과는 구조가 다르게 담도에 기구를 삽입하기 위한 특수 장비인 elevator가 부착돼 있다. 이 부분의 소독이 어려운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이번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내시경은 일반적인 위 내시경과는 달리 췌장암이나 간 질환 등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구로, 세척과 소독이 어려워 박테리아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건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CRE에 감염되면 방광이나 폐에 2차 감염이 발생하며 기침•발열•오한 등의 증세를 보인다. 치사율은 최대 50%에 달한다.
왜 요즘 들어 슈퍼버그에 대한 보도가 더 많은 건가? 미국만 해도 연간 약 2백만 명이 이러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에 감염되는데, 세계적으로는 연간 70만 명이 그 결과 사망한다. 슈퍼버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이 없다면, 감염자수가 2050년에는 천만 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감염이 2008년에서 2012년 사이에 5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2011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인용하면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에서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때문에 패혈증에 걸린 환자는 1년에 3000명이었다. 이 중 1000명이 사망했다. MRSA는 병원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다제내성균이다. MRSA로 패혈증이 생기면 30% 이상 사망한다. 미국은 2000년 초 자료에 따르면 1년간 MRSA 감염으로 1만9000명이 사망하였다. 지난 2012년에도 일리노이주와 워싱턴주, 펜실베니아주에서 150여 명의 CRE 감염 환자가 발생했고,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는 시애틀 한 병원에서는 CRE 35명 감염에 11명이 사망한 바 있다.
우리 주변에는 미생물이 굉장히 많은데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크게 세균(bacteria), 곰팡이(fungus), 바이러스(virus), 기생충(parste)으로 구분한다. 이 중 세균은 인간과 공존하는 중요한 미생물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세균은 약 3000여 종이다. 세균은 피부나 대장 등에 정상적으로 붙어 살고있는데 이들 세균을 ‘정상 세균총(normal flora)’이라고 한다. 신체에 기생하는 세균은 신체를 구성하는 체세포 수보다 많다. 세균이라고 해서 모두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손 같은 피부에 서식하는 황색포도알균 (식중독균의 한 종류)처럼 유해한 것도 있지만, 이로운 세균도 많다. 대장에 있는 락토 바실루스 균(lactobacillus)은 소화를 돕는 효소를 만든다. 정확하게 말하면 슈퍼박테리아(superbcteria)란 용어는 없었다. 일반인의 관심을 끌고 위험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상징적으로 탄생한 단어다. 세균이 문제를 일으켜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항생제를 써서 치료한다. 하지만 강력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면 세균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결국 세균은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을 갖는다.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세균을 다제내성균(multidrug-resistant bacteria)이라고 한다. 따라서 슈퍼박테리아의 정확한 명칭은 다제내성균이다. 다제내성균은 항생제 과다사용이 초래한 결과다. 다제내성균이든 일반균이든 손이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증상도 모두 같다. 폐를 파고들면 폐렴(pneumonia), 혈액은 패혈증(sepsis), 소변은 요로감염(urinary track infecton,UTI)으로 나타난다. 슈퍼박테리아, 즉 다제내성균에 감염됐다고 일부의 오해처럼 살을 파먹고 들어가 사람이 죽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다제내성균은 현재까지 개발된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보여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세균에 감염되려면 숙주(환자), 세균, 환경 3요소가 필요하다. 의료기관은 이 요건에 가장 잘 부합 하는 곳이다. 병원에는 다양한 질병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많다.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서 항생제를 쓰고, 상대적으로 다제내성균이 증가한다. 수술이라도 받으면 다제내성균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진다. 그러나 환자 가족이나 간병인이 건강하다면 다제내성균에 노출돼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십이지장 내시경을 제작한 올림프스, 후지필름 같은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제시한 표준 살균법을 따라 기기를 소독 살균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 보도내용에서 지적했다시피 내시경의 복잡한 모양새와 구조상 세척이나 소독 과정에서 세균들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이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면서 개선된 살균법이 등장하거나 더 엄격한 표준이 적용될 것이다. 이번 미국의 슈퍼박테리아 사건은 UCLA병원이 “내시경 역행 췌담관 조영술 (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에 사용되는 십이지장 내시경의 소독에 문제가 있어 벌어진 특수 상황이라는 게 의료전문가의 지적이다. 따라서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위내시경과는 차이가 있다. 건강한 사람이 슈퍼버그를 앓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는 병원 등의 의료 환경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이미 면역체계가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슈퍼버그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USA투데이 보도에 의하면 현재까지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 세균이 의료 시설에서만 목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슈퍼버그는 의료 환경 밖에서도 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생제 내성 세균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은 전체적으로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병원 밖에서는 오히려 그 감염 빈도가 늘고 있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수술을 하는 도중에도 박테리아 감염이 가능하지만 전체 감염 횟수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건강 매체 웹엠디(WebMD)는 밝혔다. 치료 차원에선 선택권이 많지 않다(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있으니까). 따라서 예방이 최고다. 연방 질병관리센터(CDC)는 우선 예방접종을 충실히 하고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하며, 의료 시설을 방문하는 빈도를 낮추라고 한다. 또 병원에선 특히 손을 잘 씻어야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 이상의 항생제 복용이다.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항생제를 복용했다간 그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쌓은 박테리아에 나중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센터에 의하면 항생제가 “제대로 처방되지 않는 경우”가 약 50%라고 한다. 그래서 기억할 것은 항생제는 바이러스를 이기는 약이 아니니 독감이 걸렸을 때 항생제를 처방해달라고 의사에게 떼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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