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방위사업 비리로 검찰에 지난 1월 31일 구속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구속 직전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뇌물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김 전 실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자신이 군납비리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며 정권 실세가 연루되어 있다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또한 정 전 총장이 이메일을 보낸 사실에 대해 알고 있지만, 이 내용에 대한 진상파악을 의도적으로 꺼려하고 있다. 검찰 일부에서는 이메일의 내용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박근혜 정부가 방산비리 커넥션에 엮일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진상 파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정 전 총장은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이 폭로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성완종 리스트에 이은 또 다른 후폭풍이 박근혜 정부를 덮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구속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재임 시절 추진했던 여러 가지 사업과 관련해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본지가 보도했던 정보함 비리 연루사업이나 STX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단가조작 서류조작 뒷돈 챙겨
이씨는 “정 총장에게 부탁해 납품업체로 선정되도록 하겠다. 선정이 되면 정 총장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데 얼마까지 가능하느냐”며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다. M사 측은 1억원을 제시했다. 정 전 총장은 이씨로부터 “독일제 장비가 선정되면 1억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자 정보함 사업 TF팀장에게 “M사를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독일제 장비의 유지비용이 훨씬 높은데도 TF팀은 임의로 단가를 변경해 가장 저렴한 장비인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해군은 M사가 중개하는 독일 업체와 2008년 12월 23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성사되자 이씨는 M사 측으로부터 받은 돈 1억원 중 6000만원을 정 전 총장에게 전달했다. 또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재임 시절인 2008년 STX 측에 자신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광고비 명목으로 후원을 요구했다. 정 전 총장은 STX 측이 회사 사정 등을 이유로 지급을 망설이자 “(정 전 총장 아들 회사에) 후원금 7억7000만 원을 주면 STX 강덕수 회장을 대통령이 탑승하는 군함에 동승시켜 주겠다”며 흥정까지 했다. STX 측은 해군 유도탄 고속함 및 차기 호위함 수주와 납품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요구를 들어줬다. STX는 그 대가로 해군 차기 호위함 디젤엔진 납품업체로 지정되는 등 해군 관련 사업에서 2008년 이후 5년간 수천억 원의 수주 성과를 올렸다. 검찰 조사 결과 정 전 총장은 아들 명의의 회사 ‘요트앤컴퍼니’에 후원금을 받는 방식으로 뒷돈을 챙겼다. 정 전 총장이 2008년 요트앤컴퍼니를 국제관함식 연계 행사인 요트 행사 주관사로 선정했고, 이 자리에 참석한 STX 강 회장에게 요트앤컴퍼니 후원금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것. 정 전 총장은 이렇게 받은 돈 중 4억여 원을 요트앤컴퍼니 지원 자금 회수 명목으로 돌려받거나 아들 생활비, 승용차 구입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막강한 정권실세 배후 의혹 문제는 두 사건 모두 정권 차원에서 뒤를 봐주지 않았다면 정 전 총장이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는 점이다. 먼저 정보함 사업은 해군이 국가정보원이 예산을 받아서 하는 사업이다. 국정원은 매해 3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육군과 해군, 공군 그리고 경찰 등에 특수정보비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예산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진 바 없는데, 해군 정보함 도입 과정에서 외부에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육군이나 공군 등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불거진 적이 없는데 2008년 해군 정보함 사업으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이미 본국 언론에서 몇 차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검찰과 감사원뿐만 아니라 청와대도 나섰지만,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감사원·국가정보원 등이 2011년과 2012년 두세 차례에 걸쳐 정보함과 관련한 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도 무혐의로 처리하거나 임의로 관련 자료를 폐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똑같은 의혹에 대해 여러 기관이 조사를 벌였음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가 몇 년이 지난 후 관련자들이 구속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STX 관련 사건도 마찬가지다. 정 전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타는 배에 강 회장을 태워주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대통령과 동행하는 것은 경호실이나 국방부와의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총장만의 직권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뒤를 봐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 전 총장은 돈을 받고 실제로 강 회장을 이 전 대통령과 동행시켰다. 혼자 먹은 것 아니다? 정 전 총장은 방위사업 합동수사단이 꾸려지고 자신이 수사대상에 오르자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특히 방위사업이라는 것이 그 특성상 윗선의 동조 없이는 불가능한데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한 것처럼 검찰이 몰아가는 것에 대해 상당히 억울해했다고 한다. 또한 수사가 해군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총장이 재판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일단 STX로부터 받은 뇌물 혐의를 부인하며 장남 회사의 정당한 광고비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엄상필 부장판사) 심리로 6일 열린 재판에서 정 전 총장의 변호인은 “STX 측과 요트앤컴퍼니(정 전 총장의 장남이 운영한 회사) 사이의 계약은 정당한 광고 계약이었다.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수주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정 전 총장이 아들 회사의 광고비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총장측은 “피고인이 아니라 해군 시절 친분이 있던 윤연(당시 STX조선해양의 사외이사)이 주도해 이뤄진 계약이고, 대금 역시 요트앤컴퍼니 법인이 받은 금액이어서 피고인이 직접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재판부에 요트앤컴퍼니가 주관사로 선정된 경위와 광고계약 체결 경위, 요트앤컴퍼니의 금품을 정 전 총장이 받은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지, 실체가 있는 용역(광고) 계약으로 받은 금품 전부를 뇌물로 볼 수 있는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과정서 리스트 거론될 듯 문제는 검찰이 정 전 총장 개인비리 이외에 정권 차원의 방산비리 연루 여부에 대해서는 진상파악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메일에 정권 실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찰 일부에서는 이메일의 내용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박근혜 정부가 방산비리 커넥션에 엮일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진상 파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정 전 총장은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이 폭로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성완종 리스트에 이은 또 다른 후폭풍이 박근혜 정부를 덮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