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한인의 선조이자 선각자인 도산 안창호의 맏따님인 안수산 여사는 올해 100세이다. 그녀는 100년 전에 LA에서 태어난 초기 이민의 2세이다. 그녀는 데이빗 류(39) 후보가 LA시의원에 도전 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힘을 보탰다. 안 여사는 “내 인생이 100년을 지나면서 LA시의회에 한 명의 한인계 시의원을 볼 수 없었다”면서 “이번 선거에 출마한 데이빗 류 후보가 당선되어 한인들의 꿈, 아시안들의 꿈 그리고 우리 이웃 주민들의 꿈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여사의 기대에 부응하여 LA시 백인과 라티노 주류사회에서 소수민족인 한인들과 아시안들 그리고 이름 없는 제4지구의 주민들은 2015년 5월 19일 LA시의회 제4지구 선거에서 기적을 창출했다. 데이빗 류 LA시의원 당선자의 승리는 LA시정계의 기득권 세력과 개발업자들과의 결투에서 주민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커뮤니티 활동가의 위대한 승리이자 쾌거였다. 성 진 (취재부 기자)
데이빗 류 당선자의 승리는 백인 다수의 주류사회에서 소수인종인 아시안의 평등의 외침을 백인 사회가 수용한 정의의 승리인 동시에 거역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었다. 데이빗 류 당선자의 승리는 ‘정치인은 주민들을 위해서 활동해야 한다는 원칙을 보여주기 위해 출마했다’고 깨끗한 선거 모토로 변화를 갈망하는 주민들의 기대를 파고들어 승리를 쟁취한 것이다.
5월 19일 결선투표에서 만난 데이빗 류 후보와 캘로린 램지 후보를 두고 정치분석가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비유했다. (‘다윗’이란 명칭은 영어로 ‘데이빗’이다.) 데이빗 류 후보는 캘로린 램지에게 모든 면에서 불리했지만 당당하게 한인 이민 133년사에 최초로 쾌거를 이뤘다.
깨끗한 선거정책에 주민들 호응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박빙을 보였던 시의회 제4지구는 백인 유권자가 70%를 점유하는 그야말로 백인주류사회이다. 유태계인 램지 후보는 4지구 톰 라본지 현 시의원의 수석보좌관 출신으로 에릭 가세티 LA시장과 허브 웨슨 LA시의회의장의 지지를 받았을 뿐 아니라, 15명 현재 시의원 중 대부분 시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말하자면 LA시 정계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의미다.
또한 램지 후보는 LA정계와 결탁한 수많은 개발업자들의 지지와 후원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LA시정계와 개발업자를 연결하는 수많은 로비 업체들도 램지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같은 막강한 정치권력과 개발업자들 그리고 LA타임스 등 주류언론의 지원을 받고 있는 램지 후보에 도전한 데이빗 류 후보는 ‘내가 사회봉사가에서 정치인으로 도전한 것은 기존 정치인들이 주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업자들의 이익을, 또는 자신들의 정치 기득권을 위한 정치를, 주민들의 정치로 변화시키기 위해 나섰다”고 천명했다.
데이빗 류 후보는 “개발업자로부터 일체 정치헌금을 받지 않겠다”면서 ‘깨끗한 선거’를 선언했으며, 주민들의 복지와 의식주에 편의를 제공하는 주민 위주의 정책을 공약했다. 이같은 데이빗 류의 주민을 위한 정책실현 공약이 주민들에게 호응을 받기에 이르렀다.
백인 유권자들도 개발업자에 놀아나는 정치인들에게 실증을 나타내어 데이빗 류 후보의 정책공약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헐리웃 지역 주민이나 밸리의 셔만옥스 지역 주민들이 데이빗 류 후보가 토론회에서 조목조목 쏟아내는 주민 복지 공약에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웃사이더’가 ‘인사이더’로
지난 19일 결선 투표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데이빗 류 후보가 완승을 하자, LA 타임스는 이날밤 인터넷 신문 LA지역 톱기사로 “LA시 정계의 ‘아웃사이더’인 데이빗 류 후보가 승리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은 양측 후보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당선이 확정된 데이빗 류 후보는 “데이빗! 데이빗!”을 연호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오늘의 승리가 역사적이다”면서 “내가 아시안으로 당선된 것이 역사적 이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LA시 정계를 변화시킨다는 소리가 드디어 시의회로 들릴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 신문은 낙선한 램지 후보 진영도 소개했는데, 4지구의 현재 톰 라본지 시의원을 포함해 6명의 현직 시의원이 자리를 함께 했다며, 이 자리에서 램지 후보는 “우리는 깨끗하고 건설적인 캠페인을 벌였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예선에서 2위 득표로 5월 19일 결선 투표에 나선 데이빗 류 후보는 이날 경쟁자인 캘로린 램지 후보를 초반부터 따돌리며 총 1만1천2백표로 램지 후보에게 1,600표 차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데이빗 류 후보는 4지구 전체 113투표소 모두에서 램지 후보를 이기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서 미주 한인사회는 이민역사 133년 만에 최초의 LA시의원을 탄생하는 꿈을 이뤘다. 아시안 커뮤니티는 LA시 165년 역사에서 두 번째 동양계 시의원이며,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는 최초로 시의회 의석에 앉게 됐다. 아시안인으로서는 30년 전 마이크 우 전 시의원 이후로 두 번째 동양계 시의원 이다. 스스로 LA시정치계의 ‘아웃사이더’로 자처한 데이빗 류 후보가 이번 선거의 승리로 부조리에 물든 시정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인사이더’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19일 밤 11시 당선이 확정된 데이빗 류 당선자는 승리 파티장이 된 웨스트 헐리웃Wokcano 아시안 식당에 마련된 한인 취재단 앞에서 큰 절을 하면서 “1세 어르신들이 하신 고생에 비하면 저의 이번 선거 캠페인은 전혀 힘든 것이 아닙니다”면서 “우리 1세 어르신들이 우리 2세들을 위해 고생하신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이날 한인취재단 과의 공동 회견과 개인적으로 행한 인터뷰 요지이다.
문-오늘의 승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답- ‘Miracle!(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기적은 시민과 주민들의 승리이다. 커뮤니티를 위하는 활동가들의 승리이다.
문- 어떤 시의원이 될 것인가?
답- 진정한 의미의 ‘공직 봉사자’(Public Servant)가 되겠다. 주민들의 원하는 충실한 봉사자가 되겠다. 시의원으로서는 처음이지만 선조 알프레드 송 주의원 등 공직자들의 정신을 이어받고, 현재 영 김 주하원, 미셀 박 스틸 수퍼바이저 등과 강석희 전 시장 등을 포함한 공직자들과 함께 협력해 좋은 일꾼이 되도록 하겠다.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정치를 하겠다.
문- 왜 정치인이 되려고 했는가?
답- 그동안 사회봉사가로서 활동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가장 적절한 것이 정치인들의 역할이라고 터득했다. 정치인의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많은 정치인들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내 자신이 좋은 정치인이 되어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한다.
문- 평소 시의회를 변화시키겠다고 했는데…
답- 오늘의 승리가 시작이 될 것이다. 혼자만 잘할 것이 아니라 뜻을같이 하는 시의원들과 함께 변화에 나설 것이다. 소수민족인 우리 한인과 아시안 그리고 우리 지역의 주민들이 시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
문- 시의원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캠페인 기간 중 시 정계 기득권 세력을 타파 하겠다고 했는데…
답- 개발업자들과 결탁해 시민들의 복지 권리를 저해하는 정치권력을 시민들의 힘으로 추방 시켜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시민운동과 함께 펼쳐 나가려 한다.
문- 그동안 한인이나 아시안 그리고 주민들이 시청 등에서 소외 받거나 차별을 받는 일이 많았다.
답-나는 4지구의 시의원이면서 LA시의회의 일원이다. 어떤 주민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공직자로서 내가 귀를 기울여 들어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문- 경쟁을 벌인 램지 후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답- 램지 후보도 열심히 뛰었다. 선거는 끝났고, 주민들을 위하는 일에 함께 하고 싶다. 조금 전에 축하 전화를 받았다.
문- 이번 선거에서 가장 힘들었던 사항은…
답- 지지자들과 후원자들에게 기금을 부탁하는 일이 힘들었다. 돈이 없어도 선거운동을 하면 좋은데…현실적으로 캠페인을 하면서 1세 어르신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힘들었다.
문- 동료 2세들에게 바라는바가 있다면…
답- 1세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자랑스런 유산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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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류 후보의 승리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으나, 그 중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자원봉사자들의 희생이었다.
지난 3월 3일 예선 투표가 끝나면서 마지막 고지인 5월 19일 결선투표일까지 데이빗 류 선거본부 (521 N. Wilton Place Los Angeles)에는 매일 15명 내지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번갈아 가면서 봉사했다. 이 중 매일 출근하는 한인 봉사자는 10명이 넘는다. 대부분이 50대-70대였다. 본보 기자도 투표 전 마지막 1주일을 선거 캠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벌였다.
지난 19일 투표 당일에는 데이빗 류 선거 캠프에는 오전 7시부터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어 각자가 맡은 일에 매달렸다. 이 캠프에는 한인 유권자들을 상대로 전화로 독려하는 한인 봉사자 들을 포함 해, 라티노 유권자들을 상대로 하는 스페니시 봉사자들, 백인들과 흑인들을 상대로 하는 백인 봉사자 등 크게 3종류로 나눠지고 있다.
매일 선거 캠프에는 한국어, 스페니시, 영어가 혼합해 들리는 그야말로 ‘인종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들은 각각 현황 시트에 나타난 유권자 연락전화번호에 다이얼을 돌려, “오늘이 투표일입니다. 아직까지 투표를 하시지 않으셨으면 오늘 저녁 8시까지 투표하실 수 있습니다. 꼭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데이빗 류의 기호는 60번입니다.”라는 내용을 알려 주었다.
만약 투표장으로 가는 차편이 없으면, 캠페인 본부의 자원봉사자들이 해당 유권자 집으로 달려간다. 또한 “나는 어떻게 투표할 줄 모른다”고 호소하는 한인 유권자들을 위해 직접 봉사자 들이 달려가 함께 지정된 투표소로 안내해준다.
한인 봉사자들 중에는 코리아타운 데이빗 류 후원회의 오규준 위원장을 비롯해 이춘자 재무, 민병국 홍보, 최남수 총무 등을 거의 매일같이 캠프를 드나들며 자원봉사를 했다. 과거 한국에서 ‘사랑의 다이얼’로 봉사했던 이명희 3.1여성동지회 고문도 아픈 몸을 이끌고 마지막 날까지 선거 캠프에서 전화기에 매달렸다.
전화를 받는 유권자들의 반응도 갖가지다. 많은 분들은 “여러모로 고생한다. 데이빗 류를 찍을 터이니 걱정 말고 다른 곳에 전화하라” “우리는 이미 우편투표를 했다.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격려를 주는 유권자들도 있지만, “지금까지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반응도 있었고, 어떤 유권자들은 ‘여기는 데이빗 류 후보 선거 사무실입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아무런 대꾸 없이 전화를 끊는 유권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번 제4지구 시의원지구에서 한인 유권자로는 최고령자로 알려진 99세의 명 할머니는 봉사자의 전화를 받고서는 “나는 걱정말라. 우리 한인 모두가 투표해서 꼭 이겼으면 한다”고 말해 봉사자들의 사기를 높여 주었다.
데이빗 류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인기도가 계속 올라가자 ‘흑색선전’도 도를 넘었다. 투표 전 2-3일전부터는 한인 유권자 집에 이름 모르는 사람이 한국어로 전화를 걸어 ‘귀하의 투표소는 000이다’라고 알려주었으나, 실제로 그 투표소는 주소 불명의 장소로 나타났다. 또 이같은 신원불명의 인물은 전화에서 ‘데이빗 류는 기호 61번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61번은 바로 데이빗 류 후보의 경쟁자인 캘로린 램지 후보의 기호였던 것이다. 이같은 ‘흑색선전’에 대해 스티브 강 매니저는 “현재 경찰에도 신고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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