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국> 메르스 공포는 박근혜 정부 ‘무능’과 삼성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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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에 휩싸였다.
메르스는 삼성서울병원을 숙주로 해서 온 나라로 퍼져가는 양상이다.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본국의 메르스 환자는 100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는 2명 늘어 모두 9명이 됐다. 메르스로 인해 격리된 사람은 3천명을 넘어섰다. 메르스 환자가 감염된 건수는 삼성서울병원이 47건으로 가장 많고 평택성모병원 36건, 건양대 병원 9건, 대청병원 8건, 한림대동탄성모병원 3건, 서울아산병원 1건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지금 아비규환의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천 곳의 학교와 유치원이 폐교했고,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중동에서 시작된 메르스가 의료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한국에서 더욱 창궐하는 모양새다. 본국을 메르스 공포로 몰아넣게 된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삼성그룹의 오만으로 압축된다. 본국 언론을 통해 잘 알려졌듯이 메르스는 삼성서울병원을 숙주로 해서 전국에 퍼져 나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정부의 보호 속에 감염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자가수습에 열중하다 사태를 키웠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는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로 병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즉 삼성은 병원의 이익과 명성에 흠집이 날까 전전긍긍하다 사태를 키웠고, 정부는 세월호 사건에 이어 다시 한 번 정치적 타격을 입을까 꼼수를 벌이다 국민들의 불신만 샀다. 대한민국이 정치와 경제 권력을 쥐락펴락 하던 집단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메르스 사태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중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관련 현황과 대책 등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본국에서 일어난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은 지난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극에 달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7일 감염자에게 3일간 무방비로 노출됐다. 삼성서울병원은 27일에 응급실로 온 14번 환자에게 메르스 선별문항지를 적용했으나 폐렴 소견만 있고 중동 여행이나 메르스 환자에 노출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와 세균성 폐렴 치료를 지속했다. 치료 3일째인 지난달 29일 밤 늦게서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14번 환자가 ‘메르스 노출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 그 사이 이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890여명은 메르스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3차 감염자 890명이 접촉한 4차 감염위험에 노출된 사람은 700명 수준이다. 즉 삼성병원에 입원했던 한 명의 환자가 1600명의 환자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노출시켰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의 오만이 자초한 치욕적 사건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사태가 심각해진 6월 7일 긴급기자회견을 했다. 송 원장은 “메르스 의심환자인지 몰랐던 14번 환자로 인해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직원 218명과 환자 675명을 합쳐 893명을 격리조치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893명으로 끝나지 않았다. 격리조치된 사람은 의사와 환자가 태반이었다.
이 기간 병원을 오간 간병자와 문병자는 893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격리자에 포함되지 않은 삼성병원 문병자가 전북 김제와 강원 원주 등에서 속속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와 복지부, 삼성병원은 아직도 문병자가 얼마나 되는 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문병자 가운데 메르스 감염자들은 지역사회와 병원을 오갔다. 그들은 본인의 의지와 관련 없이 메르스 확산의 메신저가 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본국 최고의 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하루 외래 진료 환자만 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규모도 1950병상 수준으로 국내에서 4손가락 안에 드는 초대형 병원이다. 이처럼 최고 수준으로 꼽히던 병원의 위상은 메르스 사태와 함께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모양새다.
노출자들을 자택 또는 병동에 격리조치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되고 지침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병원의 단독 조치인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이번 메르스 사태가 이렇게 커진 데는 정부의 1차적 책임도 있지만 삼성도 아주 큰 책임이 있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며 “초동 대처를 잘못해 급속히 확산된 사례가 이미 밝혀졌는데도 삼성서울병원이 늑장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의 말처럼 삼성서울병원은 정부의 보호 속에 감염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자가수습에 열중하다 사태를 키웠다.

박 대통령, 정확한 인원 파악도 못 해

삼성서울병원이 자가수습을 할 수 있도록 방치한 것은 정부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세월호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늦장 대응을 하다가 나라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메르스 최초 환자는 5월11일 기침·발열 등을 앓았다. 병원 4곳을 전전하다가 5월17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가 고열 증세 등으로 찾아간 4번째 병원이었다. 진료하던 의사는 메르스를 의심했다. 환자가 중동 지역인 바레인을 다녀왔다고 말하자 그는 보건 당국에 신고했다. 5월18일 오전이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검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30시간 뒤 병원은 다시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고 5월20일 확진 판정이 나왔다. 최초 환자에게서 감염 증세가 나타난 지 9일, 병원이 메르스를 의심한 지 2일 만이었다. 그러면서 박대통령은 사태가 확산되자 고작 한다는 소리가 ‘사스와 메르스는 다르다’라고 말해 제대로 사태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 메르스 확산 공포에 휩싸이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은 지난주 한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를 비롯해 하객들 모두 마스크를 쓴 채 기념촬영을 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다.

세월호는 4월16일 아침 8시53분 학생 고 최덕하 군이 119에 “배가 기울고 있다”고 신고했다. 3자 통화를 받은 해양경찰은 경도와 위도를 물으며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오전 9시7분 세월호와 교신을 시작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도 배가 급속히 기우는 상황인데 선장에게 “알아서 하라”며 퇴선 명령을 미뤘다. 이는 “비상탈출 여부는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선장이 판단할 사항”이라는 해경 상황실의 지시를 따른 것이었다. 질병관리본부와 해양경찰이 초동대응을 잘못한 것이 놀랄 만큼 똑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도 전혀 제 역할을 못한 것도 똑같다. 박 대통령은 6월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5월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며 처음 메르스를 언급했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3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15명의 환자”는 틀린 숫자였다. 이날 아침 보건 당국은 감염 환자가 18명이라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는 사망자 2명이 나온 6월2일 전문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예외였다. 박 대통령 이날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비상 상황이 닥쳤는데도 평상시 잡아놓은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없었다.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7시간 미스터리’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가 가라앉기 시작한 뒤 10시간 가까이 지나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냐?”고 질문했다.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이 “(배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선체 내부에”라고 설명하자 박 대통령이 “아, 갇혀 있어서…”라고 답했다. 사건 발생 9시간이 지났지만 승객 대부분이 배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을 대통령이 모르는 듯한 인상이었다.

삼성과 朴정부 이기심의 합작품

정부와 삼성, 두 집단의 이기심은 메르스 사태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번 사태 초반 가장 큰 논란은 병원의 이름을 공개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점이었다. 정부는 병원 명단 공개는 ‘득보다 실이 크다’며 비공개 하기로 했다. 정부의 발표나 언론의 보도를 보면 서울의 한 대형병원, 평택의 한 병원, 동탄의 무슨 병원 대전의 E병원 등등 무슨 난수표나 암호문을 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미 병원이름은 SNS에 모두 공개됐다. 오히려 잘못된 병원이름이 공개되는 일도 있었다. 정부가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는 것이다. 또 확진 환자의 발표시기를 임의로 조절하면서 오히려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첫 번째 사망환자의 확진여부 발표도 그랬고 서울 대형병원 의사가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사실도 하루 미뤘다가 언론에 보도가 된 뒤 4일 새벽에서야 공개했다. 청와대는 2주가 지나서야 메르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종합대응 콘트롤 타워(TF)를 구축 운영하기로 했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아닌 대한병원협회장을 참여시켰다. 병원장은 국민의 안전보다 병원의 운영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당연히 메르스는 과장돼 있다고 말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이번 사태로 인해 오히려 득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1년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국내의 이슈를 모두 빨아들였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굵직한 이슈가 가려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실대응이 국민적인 공분을 사자 유병언 회장의 추적으로 이슈를 가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와중에 남재준 국정원장을 슬그머니 교체했고 남재준 원장은 퇴임식도 하지 않고 후임 국정원장이 내정되기도 전에 물러났다. 메르스가 퍼지면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수사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부실수사 논란도 묻히고 있고 대선자금과의 연관성 문제는 거의 끝난 상황이 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도 여론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슈로 이슈를 덮는 박근혜 정부의 형태가 여기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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