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 월스트릿 저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통과에 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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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릿 저널은 20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합병안이 통과됐다손 치더라도 험난한 앞날이 예고되고 있으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어소시에이츠와 두고 두고 치열한 대립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변화를 요구하는 반대 세력의 압박이 약화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월스트릿 저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기사 전문이다. <편집자주>

17일 삼성 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 바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주주총회(주총)에서 통과된 것. 이 합병안이 통과되면서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 이 부회장의 앞날에는 어쩌면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이 부회장은 삼성 그룹의 평판을 복구하려는 시도를 벌이면서 많은 버거운 과업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6주간 삼성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어소시에이츠와 주주총회를 앞두고 위임장 확보전을 벌였다.
이 부회장은 새로 탄생할 합병법인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시키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 엘리엇을 포함, 반기를 든 호락호락하지 않은 주주들을 달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설되는 합병법인은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6.5%에 달하게 된다.

이건희 일가 사익위한 합병, 비난 고조

부친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이 부회장은 엘리엇과 다른 헤지펀드들로부터 삼성 제국도 보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는 문어발식 사업을 하는 한국 재벌 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도 씨름해야 한다. 재벌 기업은 대중들로부터 주주 권익보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앞세운다는 비난을 받는 일이 빈번하다.

지난 금요일 삼성은 80억 달러 규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을 놓고 실시된 주총에서 승리했다. 이에 앞서 양사의 한 소액 주주는 자신이 합병안에 반대한다면서 이재용을 위한, 이재용에 의한, 이재용의 합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장 이 부회장이 우려할 사안은 엘리엇과 엘리엇의 창업주인 폴 싱어 회장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싱어 회장은 비우호적인 시장에서 굵직한 싸움을 거는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에 소재한 헤지펀드 엘리엇은 아마도 2001년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은 아르헨티나 정부와 수년간 채무를 놓고 법정 투쟁을 벌인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엘리엇이 신설 합병법인의 주요 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지분 7.1%를 보유한 엘리엇은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지난주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이와는 별도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 두 곳의 지분을 각각 1% 정도 사들였다. 엘리엇은 이를 활용해 소액주주들을 대신해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사 이사회 구성원들을 제소할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주총 결과가 나온 이후 엘리엇 측은 “수많은 독립 주주들의 희망에 반해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럽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대규모 투자

엘리엇의 행보를 막기 위해 이 부회장은 자신이 기업지배구조를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증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랜 기간 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최대 재벌 기업인 삼성이 불투명한 의사결정, 복잡한 순환출자, 고분고분한 사외이사를 갖췄다며 비난해 왔다.
엘리엇의 행동주의가 합병 여정에 위협이 된 것으로 보인 가운데, 지난달 삼성 경영진은 합병이 승인되면 독립적인 거버넌스 위원회(주주권익 위원회)를 신설하고 배당 성향을 높일 것이라고 공약했다.
분명, 합병 후에도 철저한 검증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된 지 몇 시간 뒤 재벌의 영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민 단체들은 주총 결과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참여연대는 “삼성 그룹의 변화 없이 한국 경제의 변화는 없고, 삼성 총수 일가의 변화 없이 한국 사회의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엘리엇 등 변화를 요구하는 반대 세력의 압박이 약화될 수도 있다. 일부 국내 재계 지도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미국식의 차등의결권 구조와 소위 포이즌필(독소 조항)의 도입을 촉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신설되는 합병 법인의 성장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이와 관련, 삼성은 바이오 의약품 사업 부문에 대한 대형 투자와 건설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 회사가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법원, 삼성물산 손 들어줬다

합병이 통과되기 전 이 부회장이 지분 23%를 보유한 제일모직의 PER(주가수익비율)은 미래 예상 수익을 기준으로 100배를 넘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처럼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은 이유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부회장의 이익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훌륭한 투자라는 믿음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삼성이 걸음마 단계인 바이오 의약품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일모직과 삼성전자가 이같은 바이오 계열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전반적으로 삼성 경영진이 7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에 대해 추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하기에 앞서 주주 권익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임을 증명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 소재 의결권 자문사로 이번 합병에 반대를 권고했던 서스트인베스트의 유영재 대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은 외부주주 및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를 포함한 여러 사안을 준수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 안팎으로 이 부회장이 사업 결정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는지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아 그가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을 이끌 준비가 돼 있는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의 코멘트는 받을 수 없었다.

이재용부회장, 경영능력 시험대

지난 2000년, 이 부회장이 시작했던 인터넷 관련 벤처 기업 ‘e삼성은 인터넷 거품이 붕괴되면서 큰 손실을 냈다. 그 후 10년 동안 이 부회장은 공개적으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미리 정해진 행사에만 가끔 참석했다. 이 시기에 그는 삼성전자 고객총괄책임자(CC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포지션을 맡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2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그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 시진핑 주석과 만나 삼성의 얼굴 역할을 하면서 대외 활동을 강화해 왔다.

지난달 삼성서울병원이 치명적인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진원지가 되면서 메르스 확산에 한몫했다는 비난을 받자 이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숙여 사과했다. 이건희 회장은 심근경색을 앓은 후 이 병원 VIP 병실에 입원 중이다.
그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지난 금요일 합병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 이 부회장에게 보다 직접적인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을 반대했던 한 유명 시민 단체의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 부회장이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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