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해성산업 주가조작사건 숨겨진 1인치 추적…김무성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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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산업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파장이 커져가고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 사건이 지난주 본지 보도로 표면화되면서 본국 증권가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연루됐다는 것은 다소 과장됐다는 말도 있고, 일부에서는 불똥이 정치권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검찰이 해성산업 주가조작 의혹을 간단케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해성산업 오너 일가는 막대한 현금동원력을 바탕으로 예전부터 정관계 인사들과 적지 않은 친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성산업 창업주인 고 단사천 회장 때는 부동산과 사채업계에 주력하며 구설에 오르는 일은 없었지만, 단사천 회장의 아들 단재완 회장이 회사를 이끈 후부터는 다방면으로 사업확장을 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해성산업 주가가 작전 세력에 의해 출렁이는 일까지 벌어지며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본지가 지난  주에 보도했던대로 해성산업을 먹잇감으로 삼은 세력은 중동고 동문회 출신들로 꾸려져 있다. 하지만 검찰이나 증권가에서는 과연 주가조작이 오너가 모르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단재완 회장의 선친 고 단사천 회장과 김무성 대표의 선친 고 김용주 회장이 생전에 가까웠던 사이였던 것도 이번 사건을 의심의 눈초리로 밖에 볼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해성산업 주가조작 사건 전말과 이 회사의 실체에 대해 <선데이저널>이 파헤쳐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또 다른 김무성 테마주로 불리는 유유제약 주가 변동 그래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대표가 된 후 급등했다가 최근 청와대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해성산업 단재완 회장의 부친 단사천 회장은 본국 부동산과 사채업계의 큰손 ‘광화문곰’으로 알려져 있다. 광화문곰은 명동할머니와 함께 본국 부동산 및 사채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인물들이다. 단 회장이 명동시장을 주름잡은 것은 1950년대부터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보유한 사채자금도 풍부했지만, 명동 사채업계에서 수많은 중ㆍ소규모 사채업자들을 거느린 ‘전주(錢主)’로 군림하며 재벌들이 손을 벌릴 정도로 큰 규모의 현금을 손쉽게 조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이 다 조달하지 못하는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때면 휘하의 사채업자들까지 동원해 자금을 빌려줬기 때문에 ‘지하경제의 재벌’로 불리기도 했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도 급할 때는 단 회장에게 손을 빌렸다는 이야기도 본국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급할 때는 단 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단사천 회장 섬유업으로 김용주와 인연

단 회장의 주요 투자영역은 사채와 부동산이었다. 그는 자신의 주된 활동 무대였던 명동 근처 도심을 비롯해 주요 상업 지역의 땅을 사들였고, 1960년대 후반부터 정부의 한강 이남 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할 무렵 강남땅에도 투자했다. 서울 강남의 강남역과 삼성역을 잇는 테헤란로의 해성빌딩 2개 동을 비롯해 서초동 송남빌딩, 중구 북창동의 해남빌딩, 성수동 우영테크노센터, 부산 송남빌딩 등 현재 해성그룹의 주요 자산들은 대부분 단사천 회장이 일궜다. 1970년대 서울시에 기부한 강동구 명일동의 땅 1만 2000여평까지 합치면 그가 남긴 부동산 자산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규모에 이른다.

사채업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 큰돈을 벌었던 단 회장은 제조업에도 진출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단 회장이 1953년 설립했던 한국모방은 당시 섬유 수출 붐을 타고 순항하는가 싶었으나 재투자에 실패하면서 제일모직, 경남모직 등 경쟁업체들에 자리를 내주고 1970년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같은 섬유업에 종사했던 전남방직 김용주 회장과 친분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방직 김용주 회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선친이다. 두 사람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또한 사학재벌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해성그룹은 현재 학교법인 해성학원을 운영하면서 단 회장이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대표의 부친도 용문학원을 설립한 사학재벌이었으며 현재 김 대표의 친누나인 김문희 이사장이 맡고 있다.

▲ 해성산업 단재완 회장의 선친 고 단사천 회장과 김무성 대표의 선친 고 김용주 회장이 생전에 가까웠던 사이였던 것도 이번 사건을 의심의 눈초리로 밖에 볼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단회장은 경북고, 연세대출신이며 김무성 대표는 중동, 한양대 출신이다.

지난해 출범한 해성그룹은 단사천 회장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해성그룹은 해성산업과 한국제지, 계양전기, 해성디에스, 한국팩키지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이 됐으며, 단사천 회장의 아들 단재완 회장이 맡고 있다. 하지만 본국 재계와 언론에서는 해성그룹이 신성장사업을 찾지 않고서는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지난해부터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해성산업은 도리어 주가조작 세력에 먹이가 되어 결국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본지가 보도했던대로 현재 검찰은 소액주주로 구성된 주식투자모임 전․현 대표가 해성산업이라는 코스닥 시장 상장사의 주가를 중동고등학교 동창회와 경기도 파주의 한 대형교회 등과 모의해 약 5년간 지속적으로 조작해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이 현재까지 밝혀 낸 바에 따르면 이들은 601개 계좌를 이용하여 36,136회의 가장․통정매매와 50,318회의 직전가 대비 고가 및 시장가 매수호가 제출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통하여 매수세를 유인하고 시세상승을 견인하여 1169억원 가량의 이익을 본 것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또한 해성산업의 주가가 해성그룹이 출범하기 직전까지 계속 상승하다가 출범을 전후해 급락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 출범 2주전까지 해성산업의 주가는 9만원에 육박했다가 그룹 출범을 며칠 앞두고 급락하기 시작해 그룹 출범 직후에는 2만원 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해성그룹의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과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결국 그룹 수뇌부와 주가조작세력의 사전 모의 가능성에 수사 기관은 무게를 두고 있다.

 

 ▲(왼쪽) 해성산업 창업주인 고 단사천 회장
▲ (오른쪽) 전남방직 고 김용주 회장

칼을 쥔 검찰의 선택은

 

 

그렇다면 과연 지난주 본지가 보도했던대로 해성산업 주가조작 사건에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 검찰이 들여다 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주 보도대로 검찰과 금융당국은 중동고 동문회 출신 조작 세력이 해성산업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여러 종목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중동고 조작 세력이 자사고 출신 김 대표의 이름을 내세운 테마주로 묶어 시세조종을 하고 있다는 것까지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이러한 테마주에 김 대표가 직접적으로 연관됐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지만, 김 대표와 관련된 범죄첩보들을 차곡차곡 쌓아놓으면서 만약을 대비하고 있다.

다만 수사가 본격화되는 것은 정권과 검찰과의 긴밀한 협의에 의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오픈프라이머리를 둘러싸고 김 대표가 청와대와 각을 세웠을 때만해도 청와대와 검찰 등 사정라인이 움직이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사정라인을 또 다시 움직이는데 따른 후폭풍을 고려해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미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교육부총리를 포함해 윤상현·김재원 두 정무특보 등 친박계 인사들의 당 복귀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이 당에 복귀하게 되면 친박은 이들을 앞세워 김 대표에게서 당권을 빼앗아 올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가 순순히 당권을 내놓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의 그동안의 성향으로 보아 사정라인이 가동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관련된 테마주가 유독 많은 이유는 그가 상장사 오너 일가와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본지가 언급한 중동고 테마주 이외에도 그는 친인척으로 얽힌 주식재벌이 적지 않다.

▲ 강남 테헤란로 한복판에 있는 해성그룹 소유 건물. 현재 감정가로 1조 40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전비리 사건을 관심을 모은 엔케이 역시 김무성 대표의 사돈기업이다. 엔케이 박윤소 회장 장남과 김무성 대표의 첫 째 딸이 결혼했다. 엔케이 역시 김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가 된 후 주가가 급증했다. 박 회장은 주가가 급등하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매매해 증권가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유유제약도 마찬가지다. 유유제약은 제약업계에서나 알려졌을 뿐 일반 대중들 또는 증권가, 재계 등에서는 비교적 생소했다. 그런데 지난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유유제약이 증권을 중심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이후 일반 대중들의 입에서도 자주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유유제약이 갑자기 유명세를 탄 데는 김무성 대표와의 관계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유제약의 유승필 회장과 김 대표는 사돈관계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의 누나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은 4명의 딸이 있는데, 그 중에는 현대그룹의 총수인 현정은(차녀) 회장도 속해 있다. 그 외에 다른 딸들 중 한 명인 장녀 현일선 씨는 과거 유승필 회장의 동생인 유승지 홈텍스타일코리아 회장과 결혼했다. 김 대표는 유승필 회장이 조카사위의 형이고, 유 회장은 김 대표가 제수(弟嫂)의 외삼촌이 된다. 유승지 회장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손윗동서이기도 하다. 이런 인맥 관계를 통해 김 대표와 유 회장의 사돈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마약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둘째 사위 이상균 씨 역시 충북 재벌기업인 신라종합건설 이준용 씨가 가지고 있다. 비상장회사이지만 장외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등 이 회장은 수 천 억 대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가 이처럼 친인척으로 맺어진 인사 가운데 주식재벌들이 많고, 동문기업 역시 테마주로 분류되어 화제를 모으는 것은 반드시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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