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지역 슈퍼마켓체인의 강자로 꼽혔던 A&P가 파산보호 신청과 동시 296개 매장에 대한 매각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가면서 각 지역 매장의 권리금이 속속 드러나는 등 진기록이 속출하고 있다. 핵심상권 수퍼마켓의 권리금은 최대 2500만달러에 거래되는가 하면 일부매장은 6만달러선에 거래됐고, 아예 일부매장은 A&P가 매각가능성을 제로로 판단, 스스로 간판을 내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50년마다 중요한 문서의 주인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핵심상가의 리스기간이 대략 30년에서 최대 50년에 이르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이 리스를 얻을 때 부의 판도도 바뀐다는 뜻이다. 핵심 상가가 제한된 상황에서 그 리스만 얻으면 노다지를 캘 수 있기 때문이다.
A&P는 1859년 설립된 슈퍼마켓체인으로 올해로 156년째를 맞고 있다. 정식법인명칭은 ‘더 그레이트 아틀랜틱 앤 퍼시픽 티 컴퍼니’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아우를 정도의 수퍼체인이라는 뜻이다. 과연 그 이름답게 이 회사는 ‘1930년대의 월마트’로 불릴 정도로 미전역을 압도했다. 오늘날 세계최대 유통체인인 월마트와 같은 지위를 1930년대에 구가했다는 말이다. 1930년 A&P매장 숫자는 무려 만6천개, 그해 매출은 29억달러였다. 85년 전 한해 매출이 이 정도다. 29억달러의 매출이란 지금도 대기업이 아니고는 올리기 힘든 매출이니, 과연 그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월마트의 201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내 매장이 5163개, A&P는 이미 85년 전 지금 월마트의 3배에 이르는 매장을 가짐으로서 월마트에 버금가는 유통망을 석권할 정도로 한해 40억 이상의 매출실적으로 올렸으나 무리하게 다른 사업에 손을 댔다가 파산보호신청이라는 비참한 굴욕을 맛보게 된 것이다. 40억 매출실적 불구 사업 확장이 발목 유통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A&P는 독점방지법이 생기면서 분리되고 미국내 최대유통업체 지위를 월마트에 내주기도 했지만 미 동부지역에서는 가장 큰 슈퍼체인의 하나로 존재했다. A&P는 지난 2007년 12월 3일 패스마크를 14억8천만달러에 인수하면서 2008년 96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으나 패스마크 인수 때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3년9일 만인 2010년 12월 12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일부매장을 정리하고 종업원 임금을 깎는 등 구조조정 끝에 1년 4개월만인 2012년 3월 13일 회생에 성공했다. 그러나 다시 3년 4개월 6일반인 지난 7월 19일 일요일 밤에 뉴욕남부연방파산법원에 다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보호신청은 일요일 밤 11시 47분 49초였다. 이번에는 회생을 노리는 파산보호신청이라기 보다는 매장 등 자산을 정리할 때까지 만이라도 빚쟁이들의 집행을 막으려는 의도가 강하다. 전체 매장 296개 모두를 매각하는 것을 보면 사실상 일정기간 채무를 동결하고 빚잔치를 하자는 것이다. A&P는 2012년 매출은 62억천만달러, 2013년에는 57억2천만달러, 지난해에는 55억달러로 내리막길을 달리면서 자산이 16억달러인 반면 부채는 23억달러에 달해 결국 파산을 신청한 것이다.
A&P는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뉴욕과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커네티컷, 델라웨어 등에 소재한 296개 전 매장을 11월 25일까지 모두 폐쇄하며 시장가치가 없는 25개를 제외한 271개 매장 모두를 매각할 계획이며 매각수익이 6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법원에 보고했다. 하지만 핵심 상권 쟁탈전에는 주요유통업체들이 모두 참가,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치른 것에 이미 187개 매장 매각에 성공했고 매각대금은 6억9683만달러에 달했다. 슈퍼마켓 매각흥행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A&P의 매장은 모두 296개. 이중 25개는 아예 매각대상에서도 빠졌다. A&P 자체적으로 도저히 회생불생상태로 파악해 시장에 내놓지도 못하고 스스로 문을 닫는 길을 택했다. 이들 매장들은 대부분 펜실베이니아와 뉴저지지역매장이며 뉴욕주 매장은 5개에 불과했다. 1차적으로 이들 매장은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한 매장이다. 이외에 271개매장이 공개입찰에 부쳐졌다. 그것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공개입찰이었다. 그러나 A&P와 구조조정 전문회사와의 계약에 따르면 이중에서 196개를 1등급으로 분류해 둔 것으로 드러났다. 즉 296개중 196개는 1등급, 75개는 2등급, 25개는 3등급으로 분류된 셈이다. 이들 1,2등급을 대상으로 글로벌공개입찰을 한 것이다. 입찰대상은 해당매장의 부동산 소유권이 아니다. A&P는 매장을 거의 대부분 빌려서 사용했기 때문에 A&P가 매각하는 것은 오직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리스권이다. 즉 A&P의 리스 승계권리를 판매하는 것으로 사실상 우리식으로 말하면 권리금(Goodwill))이나 마찬가지다. 뉴욕지역 주요상권의 권리금이 과연 얼마일까 하는 큰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A&P 매장 매각을 계기로 그 비밀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핵심 120여개 주요매장 대부분 매각 A&P는 파산보호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이미 3개 대형유통업체와 매각대상 271개 매장 중 120개 매장에 대한 우선매매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말하자면 핵심 상권 120개 매장을 입도선매한 것이다. STALKING HORSE BID는 일종의 우선매매협정으로 특정매장을 정한다며 이 매장에 대한 우선입찰권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1차 글로벌공개입찰 대상 매장에서는 제외되고 정해진 날짜까지 이들의 입찰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가 없는 한 우선매매협정 체결자에게 팔리는 것이다. 특히 우선매매협정 대상매장을 제외한 일반매장 입찰을 위해서는 입찰금액의 5%를 입찰보증금으로 내면 되지만 STALKING HORSE BID 대상 매장에 입찰하기 위해서는 입찰금액의 10%를 입찰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그만큼 우선매매협정체결자의 우선매입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일반업체의 입찰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우선매매협정에 따라 ACME는 76개 매장을 2억5600만달러에, 스톱앤샵이 25개 매장을 1억4600만달러에, 키푸드는 19개 매장을 2800만달러에 사들였다. 모두 120개 매장을 4억3천만달러에 매각하기로 사전에 합의한 것이다. 각 사별 매장개수와 매입액을 살펴보면 누가 핵심상권을 장악했는지 알 수 있다. 애크미는 가장 많은 매장을 확보했지만 1개매장 평균권리금은 337만달러에 불과한 반면 스톱앤샵은 1개매장을 평균 584만달러에 매입했다. 스톱앤샵이 맨해튼등 핵심상권을 입도선매로 가장 많이 확보한 것이다. 또 키푸드는 1개매장 평균매입가가 147만달러에 불과, 비핵심지역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키푸드는 우선매매협정과 별도로 일반공개입찰에서 핵심상권에 대규모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스톱앤샵은 25개매장 중 뉴욕매장이 22개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키푸드도 19개중 뉴욕이 16개로 많았지만 1급 핵심상권은 아니었다. 우선매매협정 체결 2개월 뒤인 9월 18일 애크미가 5개, 스톱앤샵이 1개, 키푸드는 2개 등 8개 매장은 우선매매협정대상에서 제외됨으로서 이들 업체에 우선권이 부여된 매장은 112개였고 나머지 159개가 지난달 1일과 2일 글로벌 공개입찰에 붙여졌고 우선매매협정대상매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입찰은 지난달 8일 진행됐다.
이처럼 지난달 1일과 2일, 8일의 입찰결과를 종합한 결과 애크미는 당초대로 71개, 스톱앤샵은 25개를, 키푸드는 16개 우선매매협정외에 글로벌 공개입찰에 참여 8개 매장을 더 매입해 24개 매장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샵라이트는 12개매장의 리스권을 매입, 이번 입찰에서 4번째로 많은 매장을 확보했다. 이번 매각에서 가장 비싼 권리금에 팔린 매장은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카운티 마운트키스코의 매장으로, 전체 A&P 매장 중 매출과 수익률 면에서 1위를 기록한 매장이다. 이 매장의 지난해 매출액은 920만달러에 달한다. 당초 이 매장은 지난 7월 19일 스톱앤샵에 매각하기로 하고 우선매매협정대상에 포함됐지만 두 달 뒤인 9월 18일 우선매매에서 제외되고 글로벌 공개입찰에 회부됐다. 스톱앤샵은 당초 2330만달러를 주고 이 매장 리스권을 사들일 계획이었지만 공개입찰에 회부되자 다른 업체가 인수할 것을 우려해, 당초보다 2백만달러가 더 높은 2538만9천달러를 제시, 낙찰자로 선정됐다. 마운트키스코 매장 하나의 권리금만 한화로 약 3백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패스마크 매장은 건물소유주가 리스권 매입 또 맨해튼 할렘의 메인도로인 125스트릿의 160번지의 패스마크매장은 건물소유주가 무려 2100만달러를 내고 임차권을 다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의 임대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건물주는 2100만달러를 주고 임차권을 되찾아 오더라도 새로 임대를 줄 경우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에 이를 되산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이 매장의 가치가 큰 것이다.
맨해튼뿐만 아니라 브루클린, 스테튼 아일랜드 등 뉴욕시 관내의 매장도 많게는 5-6백만달러에 리스권이 거래됐다. 브루클린 61스트릿의 패스마크매장은 6백만달러, 스태튼 아일랜드매장은 350만달러에 팔렸다. 뉴욕주 롱아일랜드도 서폭카운티 마티욱매장은 437만5천달러, 제리코지역 월바움은 345만달러, 그린론매장은 326만달러, 몬탁하이웨이선상의 매장은 221만달러에 각각 팔렸다. 이처럼 296개 매장 중 현재 자진폐점 25개, 매각확정 187개로 212개 매장에 대한 운명을 결정됐고 84개가 아직 매각되지 않은 상태다, 이중 10여개는 현재 개별적으로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 매각협상진행중인 매장을 제외한 40여개 매장에 대한 땡처리세일이 실시될지 아니면 25개 자진폐점매장처럼 폐점할 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296개중 200개 정도가 오는 2050년정도까지는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 매장으로 유통업계가 파악한 셈이다. 종업원 1만2500여명 추수감사절 전날 해고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종업원들의 고용승계여부다. A&P는 오는 25일, 즉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전날까지 매각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매장을 폐쇄하기로 한 상태다. 지금 모든 매장이 세일중이고 일부매장은 새 인수자의 브랜드로 재개장한 상태다. 또 A&P에 대해 이미 모든 납품업자의 납품이 중단됐기 때문에 더 이상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A&P의 종업원은 모두 2만8500명, 이중 노조 등에 소속된 만6천명은 새 인수자에게 고용이 승계된 상태인 반면 40%를 넘는 만2500명은 추수감사절 이브에 모두 해고된다. 이에 따라 뉴욕남부 연방 파산법원에는 종업원들의 눈물의 탄원서가 줄을 잇고 있다.
한편 A&P파산보호신청과 관련, 파산과 자산매각 등을 담당하는 변호사의 시간당 수임료는 최대 1250달러, 한화 140만원에 달하며 일부 변호사는 한 달에 30만달러, 3억5천만원을 번 것으로 확인됐다. A&P가 지난 7월 19일 뉴욕남부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뒤 비용지출승인을 요청한 서류들을 살펴본 결과 현재 이 사건과 관련, 법률-부동산-재정자문 등을 위해 고용된 로펌이나 재정전문회사는 모두 9개였다. A&P가 6개업체, 무담보채권자가 2개 업체, 옴부즈만이 1개 업체로 모두 법원의 고용승인을 받았다. A&P는 파산으로 모든 자금집행이 동결되고 파산법원이 관리하므로 이들 업체들은 누가, 언제, 무슨 업무를 몇 시간 했고 보수는 얼마인지 등 상세한 내역을 법원에 제출함으로서 천문학적 액수의 파산비용도 실체를 드러냈다. 변호사들만 살판 시간당 보수가 995달러 와잇갓칠에 이어 무담보채권자측에서 선임한 파출스키로펌의 파트너가 시간당 보수가 995달러, 재정자문역할을 맞고 있는 FTI의 가장 높은 시간당 보수는 975달러, 무담보채권자측의 재정자문인 졸포의 최고 시간당 보수는 875달러였다. 이 사건과 관련,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도 역시 와일갓칠의 파트너변호사로 7월 19일부터 8월 31일까지 323.3시간을 일해 38만달러를 청구, 가장 많은 돈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변호사자격을 취득한 파산전문 어소시에이트변호사는 무려 417.8시간을 일해 33만4천여달러를 받았다. 보수뿐만 아니라 경비면에서도 회사별로 큰 차이가 났다. 역시 와잇갓칠이 1위로 13만달러에 달했고 주로 비행기운임이 차지했다. 또 FTI는 7만7천여달러, 에버코어는 약2만달러인 반면 대부분의 회사는 몇천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 회사들은 택시비, 고속도로 통행료, 주차료, 택배비, 숙박비, 식비, 야식비, 전화비, 복사비, 인터넷리서치 비용 등을 경비로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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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미 동부지역 유통강자 A&P 마켓체인 ‘파산신청 계기로 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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