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두어 주 앞둔 대한민국에 거짓말 역병(疫病)이 창궐하고 있다.
최근 본국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취업 청탁 의혹이 물밑에서 불거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만 이를 보도하느라 크게 공론화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은 현 정부의 ‘모럴헤저드’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다. 대통령은 날마다 회의석상에 나와 마이크에 대고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절규한다’며 관련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는데, 경제부총리는 자신의 의원실에서 일했던 인턴 직원을 전화 한 통으로 공기업에 취업시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건, 최 부총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32살의 황 모 씨가 2013년 중진공 공개채용에 합격하면서다. 당시 중진공은 36명의 정규직을 뽑았다. 4500여 명이 지원해서 경쟁률은 125:1이었다. 문제는 그의 1차 서류 점수가 2299등이었다는 사실이다. 1차 커트라인은 170등이었다. ‘블라인드 채점’이었다면 당연히 떨어졌을 황씨가 1차 전형에 붙었다. 그의 점수를 중진공 직원들이 두 차례에 걸쳐 조작했기 때문이다. 최경환 의원실 인턴 출신이라 잘 봐주라는 지시를 들었던 중진공 직원들이 한 차례 그의 점수를 고쳤다. 1200등이었다.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다시 불합격이었다. 재검토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실무자들은 또 점수를 조작했다. 영어 점수도 없는 그에게 어학 3점을 주는 식으로 끌어올렸지만 176등이었다. 170등 안에 못 들자, 결국 1차 합격 정원을 바꿨다. 그 때문에 서류 전형 8위, 50위, 63위가 탈락했다. 그들을 대신해 황 씨는 겨우 임원 면접을 치렀지만, 또다시 불합격이었다. 입만 열면 거짓말 최경환 게이트 말 결국 외부 면접위원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 질문에 제대로 대답조차 못하는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된다는 따가운 지적이었다. 중진공 임원들도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성적표에 손대는 걸 멈췄다. 2013년 공채 최종 결과, 황씨는 탈락이었다. 2013년 8월1일까지 그랬다. 하지만 다음 날, 합격으로 뒤바뀌었다. 그는 정규직으로 중진공에 출근하게 되었다. 왜 이런 채용 비리가 일어난 걸까. 중진공 실무자와 수뇌부의 무리한 행동의 원인은 뭘까. “내부적으로 탈락시키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합격자 발표 전날 박철규 이사장(당시)이 최 부총리를 만나고 와서 ‘그냥 합격시켜라’라고 지시했다”는 공단 관계자들의 일관된 증언도 잇따랐다. 최근 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임채운 중진공 이사장은 10월22일 인사 책임자인 권 모 실장에게 “최경환을 보호해야 한다. 최 부총리가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인사 채용 비리 당시 인사 총괄 부서장을 맡은 인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임 이사장은 또 “(최 부총리가) 대미지를 입으면 흔들린다는 것만 알아라”라는 말도 덧붙였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황씨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이사장을 지난 4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이사장은 이날 검찰에서 “지난해 11월 대외경제장관회의가 끝난 뒤 최 부총리를 따로 만나 황씨와 관련해 보고드렸다”며 “최 부총리가 내게 ‘황씨가 거기에서 잘 있느냐’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의혹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당사자는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최 부총리는 박 전 이사장과 황씨 채용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있던 날 박 전 이사장을 따로 만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최 부총리는 12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에 출석한 최 부총리는 ‘지난해 11월21일 박 전 이사장을 만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기억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자의 거짓말이 가능한 것은 이를 조사해야 할 조사 기관이 권력자의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미 중진공을 상대로 감사를 벌이고도 청탁 주체를 ‘외부’라고만 에둘러 표현했고, 검찰도 박 전 이사장과 권 실장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을 뿐 최 부총리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부정의 ‘몸통’은 놔두고 ‘꼬리 자르기’에만 매달린 셈이다. 당시 중진공 신입사원 공채엔 모두 4500여명이 지원했다. 이들 가운데는 면접 기회조차 박탈당했거나 합격권에 들 성적인데도 억울하게 고배를 마신 피해자도 있었을 것이다. 청년 실업을 책임져야 하는 경제부총리가 개인적인 인연이 닿는 사람을 공기업에 취업시키기 위해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사실 최경환 부총리의 거짓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진두지휘한 것도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 부총리였으나, 그는 여지껏 자신이 자원외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거짓말하고 있다. 또한 그는 세월호 선사 청해진 해운의 유병언 회장이 수협으로부터 받았던 500억원의 대출을 우리은행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여기에 대해서 묵묵부답이다. 앞서 본지는 지난 2014년 8월 감사원이 유병언에 500억원을 대출해준 우리은행이 과거 신협에 있었던 대출금을 대환대출해준 사실을 밝혀내고 이 과정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구 인맥들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사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특별조사 모두 거짓말 일관 최근 본국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조사위 1차 청문회에서도 책임자들의 눈 하나 깜짝 않은 거짓말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2월 15일 세월호 특조위 주최 청문회 둘째 날 증인으로 참석한 김 전 청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 인력 수를 왜 500여 명으로 부풀려서 발표했느냐는 지적에 대해 “사람을 그만큼 끌어 모았다는 것이지, 다 잠수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구조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 17일경, 정부는 하루 평균 초대 700명 정도의 잠수 요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투입 인원은 적게는 20여 명, 많게는 80여 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당시 김 전 청장은 진도 체육관에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현재 인력은 잠수사 500여 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가족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상황실에서는 139명이라고 하고, 항에서는 12명, 배 타고 들어가서 잠수부를 만났는데 거기서는 두 명이라고 한다”며 “여태까지 계속 거짓말만 했다”고 했다. 당시 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잠시 머뭇거린 뒤, “그럴 리가 없다”며 “만약 그렇다면 여기 있는 분들(책임자들)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김 전 청장 등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해경 핵심 지휘부 대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경황이 없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구조의 가장 큰 책임은 선장에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진상규명보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재확인하는 데 그친 것이다. 2015년 12월 1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정확히 3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3년 간 늘어난 것은 국가부채와 공직자들의 거짓말 뿐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진다는 사람 부총리가 뒤로는 국회의원 시절 인턴으로 근무하던 사람을 공기업에 취업시키기 위해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시키고, 진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로 일관하는 것이 2016년 ‘병신년’을 앞둔 대한민국의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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