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계 16세 소년가수 ‘쯔위’ 국기 논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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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K-pop 걸그룹 소속 대만계 소녀 가수 ‘쯔위’(16, Chou Tzu-yu)의 ‘국기 논란’이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 까지 파급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를 포함해 CNN방송 등 주요매체들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만계 ‘쯔위’의 국기를 흔든 사건은 중국과 대만간의 정치적 논쟁거리로 비약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쯔위’의 사과 동영상을 16일자 인터넷 신문에 보도 하면서 “이번 사태는 대만인들에게 자신들이 중국 민족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CNN 방송은 ‘이번 사건은 극동 아시아의 예민한 문제를 건드린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누가 이 소녀의 사과를 시켰는가’에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이 소녀의 사과에 대해 한국의 JYP는 ‘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번의 ‘쯔위’ 사태는 결코 문제가 되지 말아야 하는 소재인데 이를 증폭시킨 정치인들과 상업에 눈이 먼 비즈니스계의 추악한 면이라는 게 서방 언론들의 종합적인 평가이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허핑턴 포스트지는 이번 사태가 <JYP의 국제 정세에 대한 무지와 지나친 손익계산이 ‘쯔위 사태’를 키웠다> 보도하면서 그 내막을 밝혔다.
“쯔위는 아무것도 몰라요.” 지난해 문화방송 1인 방송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하 <마리텔>)의 인터넷 팬 사이트인 ‘마리텔 갤러리’를 도배했던 글의 내용이다. 애초 트와이스 멤버 쯔위의 한 팬이 쯔위의 마리텔 출연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마리텔 제작진의 주의를 끌기 위해 별 뜻 없이 올린 글이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쯔위 사태와 관련해 쯔위의 처지를 미리 예고한 내용처럼 들린다.

이 글의 효과일까, 결국 쯔위는 지난해 11월 22일 <마리텔>에 출연할 수 있었다(방송은 11월 28일). 그 뒤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쯔위는 <마리텔>에서 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가 중국에서 비난을 받고, 공식 사과해야 했으며, 이는 다시 쯔위의 고국 대만에서 거센 역풍을 불렀다.

 

쯔위 행동은 무지의 소치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 8일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출신 가수인 황안이 “쯔위는 대만독립분자” 라고 웨이보에서 비난하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중국 네티즌들과 관영 매체들이 달려들었고, 쯔위 소속사인 ‘JYP’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중국에서 독립 분자 논란이 확산하자 쯔위의 사과 영상을 내보냈다.
지난 15일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박진영 JYP 대표와 쯔위는 사과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박 대표는 “쯔위의 부모님을 대신하여 잘 가르치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공식 성명서를 냈고, 동영상에서 초췌한 얼굴의 쯔위는 “대만과 중국은 한 몸”이라며 “반성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JYP의 대응은 두 가지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먼저 ‘무지’이다.
대만 출신을 중국에서 활동하게 하면서도, 중국과 대만 사이 분단과 정서적 대립의 역사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유승준을 시작으로 한국은 ‘미국 동포’들에게 끊임없이 “당신의 나라는 어디냐”고 물었다. 일본에서 주로 활동했던 한 걸그룹은 2013년 컴백 기자회견장에서 “독도에 관한 입장을 밝히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가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데 반대로 많은 아시아 멤버들이 케이팝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그들의 나라’가 처한 상황과 정서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는 지난해 11월 쯔위를 소개하면서 ‘대만’이라 쓰고는 타이(태국) 국기를 표시했다.
이번 <마리텔>방송에서도 쯔위는 제작진이 별 생각 없이 갖다 준 국기를 흔들었을 뿐이다. 이동연 문화평론가는 “이번 사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들의 무지의 소산”이라며 “인종•민족•냉전 상황이 얽힌 중화권 사정에 대해 기획사가 전혀 학습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JYP의 대처는 ‘사려깊음’과도 거리가 멀었다. 중국 시장이 중요했을 JYP는 “쯔위 직접 사과”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쯔위는 방송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자기 나라 국기를 흔들었을 뿐인데도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대만 사람들은 10대인 쯔위가 왜곡된 비난 앞에서 강요된 사과를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JYP는 쯔위를 사과로 내몰기에 앞서 그와 대만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섬세하게 사태를 풀어나갈 방안을 찾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인간에 대한 예의’가 손익 계산에 앞섰어야 했다는 얘기다.

대만 총통 선거 최대 이슈

이번 ‘국기 사건’은 마침 대만 총통 선거의 마지막 라운드를 크게 장식했다.
대만의 사상 첫 여성 총통으로 당선된 차이잉원(59)이 이번 ‘국기 사건’을 통해 선거투표의 2% 정도를 더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이 야당 민진당의 후보로 나서서 집권 국민당의 주리룬 후보를 꺾고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차이 당선인은 이날 밤 곧바로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리를 선언한 자리에서 ‘쯔위’를 언급했다. 차이 당선인은 최근 논란이 된 ‘쯔위 사태’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했던 것이다.
차이 당선인은 “최근 한 건의 뉴스(쯔위 사태)가 대만 사회를 뒤흔들었다”라며 “16세 대만 소녀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억압받으면서 대만 인민들이 공분하고 있다”라고 주장 했다.
이어 “한 국가의 국민이 조국의 국기를 자유롭게 흔드는 것은 모두가 존중해야 할 정당한 권리” 라고 덧붙였다. 차이 당선인은 “누구도 자신의 국기를 흔드는 것을 억압할 수 없다”라고 강조하며 쯔위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차이 당선인은 “오늘 선거 결과는 대만의 민의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는 중화민국(대만) 이 하나의 민주국가라는 뜻을 2300만 명의 인민이 함께 나누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대만의 민주제도, 국가 정체성, 국제적 입지는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라며 “그 어떤 억압도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안정을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차이 당선인은 “과거 정책의 실수를 되돌릴 것”이라며 8년간 집권 국민당이 추구했던 친중 노선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국가라는 중국의 입장을 인정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대만 총통 당선인의 공분에 이어 대만 사회에서 한국의 JPY와 처음 발설한 황안이란 가수까지 고발하고 나섰다.
대만의 인권변호사 등이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를 검찰에 고발했다. 왕커푸 변호사와 유명 사회자 후충신 등은 18일 JYP엔터테인먼트가 강제로 쯔위에게 사과하도록 핍박했다며 강제죄 혐의로 타이베이 지방법원 검찰서에 고발했다. 이들은 쯔위의 국기 사건을 처음 폭로한 중국 가수 황안도 같은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왕 변호사는 “황안이라는 사람이 이유 없이 불법적이고 자유를 해치는 방식으로 쯔위를 강제하고 쯔위의 마음을 매우 두렵게 만들었다”며 “쯔위가 자유의지에 반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도록 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검찰서 앞에서 큰 목소리로 쯔위를 응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대만 법조계 일부 에서는 강제죄가 중죄가 아니며 국외 범죄로 해석되면 대만이 재판권을 가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쯔위 소속사 JYP검찰에 고발

한국의 다문화 단체인 ㈔한국다문화센터도 18일 성명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해 쯔위의 사죄가 강요에 의한 것인지 조사를 요구할 것”이라며 “사죄에 대한 강요가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대한민국 검찰에 JYP와 박진영 대표를 고발하고 처벌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안의 소속사는 사적인 일이어서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온 황안은 18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만은 나의 고향이고 중화민국(대만)이 내 국적”이라며 중화민국 국기를 흔드는 것이 바로 대만독립을 의미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만 태생이면서도 중국 국적을 갖고 중국에서 활동 중인 황안은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사실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알리며 ‘대만독립 분자’로 의심된다는 글을 올린 적 있다.
‘쯔위’ 사태는 중국 대륙에서 연예인 개인의 실명이 검색어 1위를 차지한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혔다.
지난 17일 오후 4시 기준,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의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검색어는 ‘쯔위사과’다. 해당 검색어로만 무려 21만 4900번의 검색이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관 검색어로는 ‘쯔위대만국기사건’, ‘쯔위 대만’이 이어졌다.
해당 영상에서 ‘쯔위’가 소속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들과 함께 자국 국기를 흔드는 장면이 전파를 탔고, 이에 대해 일부 중국인들이 쯔위를 ‘대만 독립 지지자’로 지명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한국에 알려진 바와 달리, 중국 현지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온라인에서 이 문제가 하나 둘 제기된 바 있다. 지난 60년간 깊어 질대로 깊어진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 문제의 골이 이번 대만 국기 영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논란 억지사과 오히려 역풍

실제로 지난해 12월 18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는 문제가 된 해당 TV프로그램의 영상 일부를 캡처한 사진이 개인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한국에서 이번 사건이 문제화되기 이전 이다.
당시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지적받은 부분은 쯔위의 “저는 대만에서 왔습니다”라는 발언이다. 이는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들어 문제를 키웠다고 한국에 알려진 부분과 다소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중국인 가수인 f(x)의 ‘엠버(amber)’는 앞서 한국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을 소개하며 ‘저는 미국에서 출생했지만, 중국인입니다’라고 발언했다.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소개한 이 영상은 쯔위와 비교되며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 15일 소속사 JYP와 쯔위 본인은 서둘러 사과 내용을 담은 글과 동영상을 온라인에 공식 게재했다. 하지만 사과문이 게재된 후 오히려 중국 현지에서는 “진심을 담은 사과라기 보단, 중국 시장 진출을 겨냥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문제를 재빨리 넘기기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라며 “(쯔위는) 어린 나이(16세)에 중국에서 활동을 중단 당할까봐 ‘억지 사과’한 것이다, 좁은 한국에서만 예술 활동을 하게 될 것이 두려웠느냐”라는 높은 수위의 비난 글이 쇄도 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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