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2천억 원대 조세포탈 조석래 회장 판결로 짚어 본 양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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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부터 한해가 멀다하고 검찰수사를 받고 아들들이 사법 처리되는가 하면, 자녀로 부터 고발까지 당하는 등 내우외환이 그치지 않은 조석래 효성그룹회장이 마침내 조세포탈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회장에게 1358억원의 세금포탈과 250억원의 위법배당 등을 유죄로 인정,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회장이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법원이 조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지만 그 형량은 양형기준을 심하게 하향 이탈, 즉 최저형량을 선고한 것으로 드러났고 벌금도 부과 가능한 최대벌금의 40% 정도만 물림으로써 또 다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총수외에 총수의 부당이득을 도모한 참모들에게는 예외없이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는 법원이 재벌의 불법을 돕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비자금 기술자들에게 ‘총수에게 무조건 충성하라. 감방에는 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까지 낳고 있다. 조석래 회장의 집행유예 선고에 따른 사법부의 빗나간 판결 내막을 짚어 보았다.
박우진(취재부기자)

 ▲ 조석래회장 판결문 ⓒ2015 Sundayjournalusa

     검찰은 지난 2013년 9월 국세청이 탈세혐의로 조석래 회장 등을 고발하자, 조회장 일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실시, 같은 해 12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조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천억원이상의 탈세, 7-800억원대에 달하는 배임 및 횡령 등으로 전체 범죄액이 2천억원대로 달했다. 그러나 법원이 ‘주요범죄에 관한 소명정도,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감안하면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2천억원에 달하는 탈세와 배임, 횡령혐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액수가 크고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효성그룹조차도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옥바라지 준비를 할 정도로 구속이 확실시됐으나 법원은 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그 이후 더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검찰이 조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이듬해 1월 불구속기소해 버린 것이다.

청와대 비서가 영장 재청구 막아

박근혜 대통령 취임 원년에 의욕적으로 시작한 재벌비리 수사였고 조회장의 둘째 아들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 만큼 증거확보에도 문제가 없었지만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은 것이다. 박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법과 원칙’이 무색해 지는 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2기 비서진중 일부가 조회장이 오랫동안 스폰서를 하며 관리하던 사람이라서 구속영장 재청구를 막아줬다는 미확인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확실한 보은을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불구속기소함으로써 조회장은 구치소 수감신세를 면하고 불구속 재판을 받았다.

 ▲ 조석래회장 분식회계관련 세금포탈내역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8형사부는 조회장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선데이저널>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조세포탈혐의 중 1363억원을 유죄로 판단했고 2007년 회사가 손실을 봤음에도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가 적자를 본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 249억5천만원을 배당받는 등 조세포탈과 위법배당 혐의 1600여억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횡령배임부분은 무죄를 선고했고 특히 조회장이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86억원 조세포탈 및 횡령혐의로 기소된 조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에게는 16억원 횡령혐의만 유죄로 인정,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조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 재판 5명의 피고 중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조회장과 증거인멸등의 혐의로 징역 8개월이 효성직원 노모씨 등 2명뿐이며 그나마 조회장은 법정 구속되지 않음으로써 현재는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은 노모씨 단 한 명뿐이다.
재판부는 ‘분식회계를 통한 조세포탈이 계획적으로 이뤄졌고, 포탈세액의 합계가 무려 1356억원에 달하므로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효성측 변호인은 ‘분식회계는 관행적으로 이뤄졌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분식회계를 관행이라는 말로 정당화할 수 없다’며 ‘회사 살리기가 아니라 경영권유지를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조회장일가의 불법을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다.

심각한 양형기준 하향이탈 판결

하지만 조회장등에게 선고된 형량은 양형기준을 크게 하향 이탈한 것으로 판결문확인결과 드러났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1심형량도 양형기준의 최하였지만, 최회장은 횡령액이 450억원상당이었다. 조회장의 범죄액은 이의 3.5배에 해당함에도 형량은 최회장보다 작다. 조회장은 조회장에게는 특가법상 조세포탈, 분식회계 즉 장부조작을 통한 불법배당등 상법위반 등이 인정됐으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는 최소 징역 2년6개월이상 22년 6개월이하’에 달했다. 또 벌금도 ‘최하 1358억에서 3385억원까지 부과가 가능하다고 판결문에 명시돼 있다. 재판부는 또 조회장이 저지른 범죄는 조세 범죄이며 그중 특정범죄가중법상 조세포탈에 해당되고 2백억원이상을 포탈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특히 계획적,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은 더 중한 형을 선고해야 할 요소이며, 포탈한 조세를 상당부분 납부한 것은 형을 줄이는 요인에 해당되지만, 계획적, 조직적 범죄로 판단, 형을 가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판단한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5년4개월에서 최대 12년이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판결은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이었다. 이는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최소인 5년4개월을 훨씬 밑도는 것이며 벌금도 최대 3385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지만 그 최저를 택한 것이다. 최대가능액을 기준으로 하면 벌금은 2020억원, 60%나 깍아준 셈이다.

 ▲ 조현준사장 법인카드 생활비사용내역

조회장과 동일한 혐의가 인정된 이상운 부회장도 양형기준을 이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부회장이 저지른 범죄도 조세 범죄로서 그중 특정범죄가중법상 조세포탈에 해당되고 2백억원이상을 포탈한 제3유형에 해당된다는 것이 재판부판단이다. 따라서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가 조회장과 똑같은 징역 2년 6개월이상 22년6개월이하’에 해당된다. 또 최소 1237억원에서 최대 3094억원에 달하는 벌금부과가 가능하다고 판결문에 명시돼 있다. 이부회장도 계획적.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점은 양형에 가중요소가 됐고, 포탈조세 상당부분 납부와 피고용인으로서 실제 이득액이 경미한 경우가 감경요소였고 재판부는 감경요소를 채택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2년 8개월에서 최대 7년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실제로는 이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 그것도 집행을 4년간 유예한다고 선고했다. 또 1248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이를 유예한다고 판결했다. 최저형에 집행까지 유예한 것은 봐줘도 너무 봐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또 최대 3094억원까지 벌금부과가 가능함에도 최저선인 1248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그마저 유예시킨 것은 재판권 남용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차명관리자들도 대부분 집행유예

조현준 사장도 한 치의 예외도 없었다. 조사장에게 인정된 혐의는 16억원의 공금횡령이다. 당초 검찰은 86억원의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16억원의 횡령배임만 인정했다.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는 징역 1년6개월이상 15년이하다. 조회장 범죄는 횡령-배임범죄로 5억원이상 50억원미만인 제3유형에 속한다. 회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피해가 상당부분 회복된 점이 감경요소로 참작됐다, 그래도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년6개월에서 3년이다. 그러나 선고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이었다. 재판부는 집행유예까지 선고함으로써 양형기준을 하향이탈했다는 분석이다.

    ▲(왼쪽) 조석래 판결형량 ▲(오른쪽) 최태원회장등에 대한 판결형량

그렇다면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했을까하는 부분이다.
조회장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효성그룹 임직원등 229명의 차명으로 주식회사 효성 및 주식회사 카프로 주식을 양도, 보유하면서 양도소득과 배당소득을 얻었음에도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신고- 납부하지 않아 125억천만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다. 조회장의 차명주식관리는 조회장 재산 전담관리자인 고동윤씨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고씨와 고씨의 처 서경석씨, 처남 서무석씨등 일가족과 임직원들이 대거 동원됐고 1996년께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판결문 내용이다. 최소 229명, 4백여개 이상의 차명증권계좌가 이용됐다. 김성영, 양병헌, 정근모, 김진, 김일동, 남훈, 박철한, 손종수, 신희승, 양형철, 이국형, 이상훈, 임철훈, 전흥주, 조철래, 조춘, 한규석씨 등이 차명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회장과 이부회장은 1998년 불량 매출채권 등 부실자산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룹주력회사들을 주식회사 효성으로 합병한 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부실자산을 실물이 없는 가공의 기계장치로 대체한 다음 감가상각비를 계상하거나, 가공의 매출원가를 계상하는 등 허위로 회계처리한 뒤 법인세 과세표준 신고 때 소득을 누락시켜 법인세 1237억9천만원을 포탈했다. 쉽게 말하면 엄청난 부실이 발생했지만 이를 특정기계를 사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서 부실을 가린 것이다. 김용철 전 삼성 전무가 삼성이 부실을 덮기 위해 큰 배가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는 폭로를 생각하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적자를 존재하지 않는 기계등 자산으로 뒤덮은 것이다.

회사는 적자 불구 조회장만 이득

조회장과 이부회장은 부실을 덮는데 그치지 않고 적자회사를 흑자회사로 만들어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함으로써 대주주인 조회장에게 엄청난 부당이득을 가져다 준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회사 효성은 2007년 249억5100만원을 조회장에게 배당했다. 그러나 2007년도에는 장부에 남아있는 부실자산 가액이 대차대조표에 기재된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해 배당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즉 회사는 망해도 오너는 산다는 말대로 적자회사를 흑자로 위장, 조회장에게 2백50억원을 안겼다. 이들은 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 등을 허위로 공시, 자본시장법과 증권거래법, 외부감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업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할 경우 바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되는 것이다. 최태원 SK회장이 내연녀 아파트를 비싸게 사준 혐의를 받고 있는 싱가폴 계열사 버가야 인터내셔널의 법인설립일자를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등에 허위기재한 것도 바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조회장등이 홍콩 페이퍼 컴퍼니인 CTI, LF명의로 주식회사 카프로 주식을 차명취득한 뒤 양도소득세와 종합세를 납부하지 않아 110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는 이 주식이 조회장의 차명주식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조회장 개인재산관리를 담당한 고동윤씨가 작성한 문서에는 이 카프로 주식과 취득자금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조회장의 차명주식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 홍콩 페이퍼컴퍼니인 PF, RI가 효성과 효성중국법인의 수출거래를 중개하는 것처럼 꾸며 기술료가 포함된 수출대금을 송금 받는 방법으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698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지만 정당한 기술료라며 무죄가 선고되고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을 면했다. 2006년 조회장이 효성싱가폴 현지법인이 보유한 대여금채권을 대손처리해, 효성에 233억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혐의도 무죄가 선고됐다. 효성 싱가폴에 실제로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조현준 사장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주식회사 효성의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사용, 16억원을 횡령한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효성 지분 등 재산이 최소 5천억원을 넘는 조사장은 효성법인카드를 업무와 무관하게 생활비등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2007년 9700여만원을 사용한 것을 비롯해 2011년에는 4억8400여만원을 생활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사장은 실소유주인 미국 페이퍼컴퍼니 아스카 프러퍼티가 지난 2006년 12월부터 해외의 특수목적법인이 보관하던 50억8천만원을 송금받았고 2011년 5월에도 99억7천만원을 증여받아 69억여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아스카프라퍼티는 본보가 여러차례 보도했던 조사장의 미국부동산을 불법으로 매입한 회사다.

최고 10년 양형이 고작 3년 집행유예

조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됐지만 문제는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형량이며 이는 비단 조회장일가에 그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의 2013년 1월 31일 최태원 SK회장 등의 횡령-배임의 판결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나타난다. 이 재판에서 최회장은 SK그룹 18개 계열사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450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가 인정됐다.

최회장이 펀드출자금에 대한 선지급금명목으로 계열사로 부터 받은 450억원을 임의로 유출, 사용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회장의 범죄는 횡령-배임범죄의 제5유형, 3백억원이상에 해당되므로 처단형의 범위는 징역 2년6개월에서 11년3개월이며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징역 4년에서 7년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재판부는 최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양형기준상 최저형을 선고한 것이다.

SK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불렸던 장진원전무도 횡령-배임범죄 제4유형, 50억원이상 3백억원 미만에 해당돼 처단형의 범위가 징역 2년6개월에서 11년 3개월, 양형기준이 징역 2년 6개월에서 5년이라고 판결문은 밝히고 있다. 재판부는 소극적으로 가담했고,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잇으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며, 장전무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상습마약복용혐의로 기소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이상균씨도 양형기준을 하향이탈한 대표적 사례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의 지난해 2월 6일 판결이다. 이씨는 필로폰, 코카인등 여러 종류의 마약을 상습복용했다. 매매를 알선한 혐의는 권고형의 범위가 징역 4년에서 7년, 마약을 투약하고 소지한 혐의는 권고형의 범위가 징역 1년에서 3년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다수범 가중에 따라 최종형량범위가 최소 4년에서 최대 9년6개월이라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그러나 실제 판결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었다. 양형기준을 하향 이탈한 것이다.

예외없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

공교롭게도 돈 있는 자, 힘 있는 자로 볼 수 있는 이들에게는 예외없이 양형기준을 이탈한 낮은 형량이 선고되고 벌금도 최저치가 선고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가지 주목할 점은 이상운 효성부회장이나 장진원 SK전무등 재벌총수의 횡령-배임등에 적극 협조한 임원에 대해서는 대부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된다는 점이다. 물론 피고용인으로서 총수의 지시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적 입장이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수천억, 수백억의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람에게 집행유예가 선고한다는 것은 ‘비자금기술자는 절대로 감방에 가지 않는다. 총수에 무조건 충성하라’는 메시지가 되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법원이 실무진의 불법행위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법원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같은 결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재벌기업의 비자금조성, 횡령, 배임등의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까지 검찰개혁을 요구하면서도 법원에 결정은 비판하기 보다는 존중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법원의 문제, 법관의 양심을 지적해야 할 때가 왔다. 대한민국 헌법에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문구중 ‘양심’이 법관의 잘못에 대한 모든 면죄부를 부여한다. 내 양심에 따라 심판했다고 한다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양심의 뒷편에 몸을 숨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법관의 양심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편적 상식, 통념과 유리돼 있다면 법이 면죄부를 준다하더라도 국민들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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