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에 나지 않은 숨겨진 1인치 기사> 검찰, 전 국정원 실세 임경묵 구속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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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와 십상시 위한
朴 정권의 치졸한 복수극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최성환)는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임경묵(71)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구속했다. 임 전 이사장은 국가정보원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안보 분야 전문가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국책연구소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지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이사장은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으로 있던 2010년 6월쯤 대명종합건설 대표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지 않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이사장이 자신의 사촌동생 임양묵 씨와 함께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임양묵 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이 사건은 단순 개인비리 같지만 사실상 정권 차원의 보복 수사 성격이 강하다. 검찰은 임경묵 전 이사장이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한 대상이 박동렬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라고 보고 있다. 박 전 청장은 2014년 말 정윤회 문건과 관련한 발언을 한 인물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무죄로 풀려났고, 검찰은 또 다른 사건을 통해 그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임 전 이사장 사건은 정윤회 문건 파동에 대한 정권 차원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대구 출신인 임경묵 전 이사장은 국정원에서 30년 간 근무하며 노무현 정부 때까지 국정원 내 실세로 통했던 인물이다. 임 전 이사장은 안기부 102실장이었던 1997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돕기 위한 이른바 ‘북풍(北風)공작’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권영해 전 안기부장과 함께 사법처리 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에서도 초반에는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지며 잘 나갔다. 하지만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장에 취임하면서 권력 중심에서 밀려났다. 당시 국정원에서는 이 전 의원 사람들과 원 전 원장 간 권력투쟁이 심하게 일어났다. 여기서 원 전 원장이 사실상 승리하면서 임 전 이사장 역시 중심에서는 밀려났다. 국정원 내에서 측근으로 통하던 인물들이 지방으로 발령 나면서 수족이 잘리기도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국정원에서 일하던 탄탄한 인맥으로 인해 권력기관 인사들과 두루 친하게 지냈다. 일례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자신에게 알려준 인물로 임 전 이사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임경묵임 전 이사장은 TK 출신 권력기관 인사들과 특히 가깝게 지냈다. 국세청 고위직 중에서도 TK 출신들과 잦은 만남을 가졌다. 그 중 하나가 박동렬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다. 박 전 청장은 과거 국세청에서 근무할 당시 대외 정보 파트를 사실상 만든 인물로 역시 외부 TK 인사들과 두루 가까웠다. 박 전 청장은 국세청 세원정보과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대전지방국세청장 등 국세청의 주요 보직을 거쳤으며, 2011년 6월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특히 국세청 세원정보과장 시절부터 경찰과 검찰 정보 담당자 등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박 전 청장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청와대 비서관의 고향 선배이기도 하다. 안 비서관은 경북 경산으로 박 전 청장과 같다. 박 경정도 한 때 경산에서 학교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정권 무엇이 두려웠나

박 전 청장이 본격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때문이다. 박 정 청장은 청와대 문건 유출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았던 박관천 전 경정이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진의 비밀회동을 통한 국정개입설 등을 담은 청와대 동향보고 문건을 작성하기 앞서 문건 내용의 일부를 제보한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문건은 검찰 수사를 통해 허위로 결론지어졌고, 박 전 청장은 허위 사실을 제보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지난 2014년 12월 청와대는 검찰에 자체 감찰 결과 자료를 넘겼는데, 내용은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오아무개 행정관 등의 ‘7인회’가 허위 내용으로 문건을 작성해 유출했다는 내용이었다. 박 전 경정의 제보자가 바로 박 전 청장이었는데 둘 사이의 관계를 아예 없던 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지난해 1월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발표에서도 ‘7인회’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최근 더민주당을 입당하면서 “없는 걸 만들어서 저한테 덮어씌우고 탄압하더니 슬그머니 그 사건 없어졌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말했던 없던 것이 바로 7인회이며, 청와대 문건 역시 상당 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조 전 비서관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던 재판부는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시중에 떠도는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하다”(민경욱 대변인)고 했지만 재판부는 “첩보에 기초해서 확인하고 조사한 내용을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의 보고문건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이 문건과 관련해선 구두보고만 받았다는 청와대 주장과 달리 재판부는 “문건을 민정수석비서관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본지도 지적했듯이 조 전 비서관이 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당시 사건에 대한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날 조짐이 보이고 있는만큼 정권 입장에서는 박 전 청장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을 더욱 강도높게 압박할 필요성이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

괘씸죄 걸렸다

결과적으로 임경묵 전 이사장에 대한 수사는 박동렬 전 대전지방국세청장과 함께 현 정권의 보복수사의 개념이 짙다. 특히 대통령과 대통령의 측근들의 심기를 건드린 괘씸죄라는 것. 실제로 박동렬 전 청장의 경우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3차례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
박 전 청장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제보자로 지목되어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후 ‘강남 룸살롱 큰손’인 박모(48·구속)씨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 전 청장이 박 씨로부터 2011년 국세청에서 퇴직한 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세무조사가 잘 해결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박씨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룸살롱 5~6곳을 운영하면서 195억원 상당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 지난 1월 26일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임경묵 전 이사장이 연관된 사건을 통해 다시금 박 전 청장을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이사장을 통해 박 전 청장을 압박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은 압수 수색에서 임 전 이사장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된 중견건설업체 대명종합건설과 U사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제출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이사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확보 차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임 전 이사장이 2010년 2월 대명종합건설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당시 국세청 고위직이었던 박 전 청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불기소
정권 실세 6인 재수사 착수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됐으나 사법처리되지 않은 여권 정치인들에 대해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과연 검찰이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은 허태열·김기춘 전대통령 비서실장, 이병기 현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6명에 대한 고발 사건을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에 배당했다고 17일 밝혔다. 허 비서실장 등은 지난해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긴 메모와 일간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인물들이다. 메모에는 이들 6명의 이름 또는 직책과 함께 구체적인 금품액수가 적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은 지난 2일 오전 성완종 리스트 속 정치인 6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은 박성수 법률위원장, 백혜련 변호사, 박주민 변호사 등 더민주당 소속 법조인 6명 명의로 이뤄졌다.

의원들검찰은 지난해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 이들 6명에 대해서는 ‘무혐의’ 또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이들과 함께 메모에 이름이 적힌 이완구 전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지사만 불구속기소했다.
그런데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9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전 총리에 대한 재판에서 성 전 회장의 통화녹음 파일, 사망 전 작성한 메모에 대해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더민주당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불기소 처분된 인물들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수 법률위원장은 고발장 접수에 앞서 “이완구가 유죄라면 성완종 리스트에 나와있는 이병기, 서병수 등도 유죄다”라며 “검찰은 즉각 재수사에 착수해서 소환조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 주변에서는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하기는 했지만 과연 제대로 된 수사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일단 사건 배당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검찰은 최근 대검찰청 산하에 과거 중앙수사부와 비슷한 성격의 반부패부를 출범 시켰다. 정치인을 비롯한 권력형 비리 수사를 이 곳에서 하겠다는 얘기인데, 말대로라면 성완종 리스트에 연관된 6인이야말로 반부패부나 기존 특수부에서 수사하기에 가장 좋은 사건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하면서 사실상 뭉개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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