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허준영 비자금 검찰 수사 촉발…청와대 탄원서 단독 입수
김무성에 충성맹세…오지랖 떨던 허준영<전 경찰청장>
자총회장<한국자유총연맹> 당선 ‘부메랑’ 되나?
새누리당의 공천권을 놓고 이른바 친박과 비박 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은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워 김무성 대표를 공격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도 여기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새누리당은 현재 일촉즉발의 사태다. 어느 쪽이든 여기서 밀릴 경우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 가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검찰이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 전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해 파장이 일고 있다. 허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경찰청장을 역임했던 인물로 현재는 본국 최대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이 사건에 정가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허 회장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정치적으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하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막강한 조직력을 갖춘 자유총연맹을 동원해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김 대표를 지지하려는 계획을 김 대표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허 회장이 타격을 입을 경우 이는 김 대표의 대선 레이스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검찰 수사는 김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청와대 및 친박 측이 검찰을 압박해 일종의 기획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정치권 안팎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본지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지난 11월부터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박건홍 전 자총 자회사 대표의 탄원서 등을 단독입수해 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검찰은 지난 2월 24일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에 대해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허 전 청장의 측근 손모 씨를 다음 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손 씨가 20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돈이 허 전 사장에게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1월 제기된 의혹 4개월 만에 전격 수사 착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손 씨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손 씨가 운영했던 W사의 재무자료 등을 통해 손 씨가 회사자금을 빼돌린 의혹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W사는 지난 2010년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건설 주관사였던 삼성물산으로부터 120억 원의 규모 폐기물 처리 용역 사업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따냈다. 검찰은 손 씨가 W사 자금 20억 원 정도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는 자유총연맹 산하 기업 대표인 코리아에너지 박건홍 대표 등이 허 전 사장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비리와 관련해 허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박건홍 코리아에너지사업 대표 등은 “손 씨가 허 전 사장이 경찰청장 시절부터 ‘스폰서’ 역할을 해왔고, 비자금 관리를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손 씨가 회사 돈을 횡령해 허 전 사장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광범위한 계좌추적 등을 벌이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업이라 불리던 사업이 2013년 최종 무산될 때까지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각종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씨 등은 지난해 2월 자유총연맹 회장으로 선출된 허 전 사장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사장 측은 “(25일)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며 비리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아직까지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이번 사건을 주목할 이유는 사건의 핵심인물인 허준영 전 청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연관성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부터 박 대표 등이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1인 시위를 하면서 불거졌던 내용이다. 청와대는 허준영 전 청장이 연관된 이 사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자총 회장 선거를 며칠 앞둔 2월 24일 검찰이 전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고발 내용의 신빙성 등을 토대로 내사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고,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박 대표가 청와대 등에 보낸 탄원서 등을 살펴보면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핵심은 자총 회장 둘러싼 여권 갈등
사실 이번 사건은 용산개발비리로 표면화 되고 있지만 허 전 청장이 국내 최대 관변단체인 자유총연맹 회장을 꿰차고 앉으면서 불거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자총 회장은 통상적으로 청와대에서 임명하는 자리인데, 허 전 청장은 사실 청와대의 낙점을 받은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허 전 청장은 여당 대표인 김무성 대표의 후방지원을 등에 업고 회장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 자총 내부의 정설이다. 특히 허 전 청장이 2015년 2월 선거 당시 꺾은 인물은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 간부를 했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의 측근이었던 셈이다.
<선데이저널>이 입수한 탄원서의 내용을 보면 이런 내용들이 잘 나와 있다. 다음은 탄원서 내용의 일부다. 탄원서 내용을 그대로 싣는다는 의미에서 오탈자를 특별히 수정하지 않고, 나와 있는 인사들의 이름도 실명으로 처리했다.
“저는 전 연맹 출자회사 코리아에너지산업 대표인 박건홍입니다. 저는 박근혜대통령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일했습니다만 김무성이 박근혜 대통령 눈을 속이고 대통령 뒤통수를 치는 바람에 허준영이 김무성을 믿고 까불어 대며 불법으로 경찰공권력을 동원하여 대통령이 지명한 이동복 선생을 누르고 연맹회장에 당선되게 된 것은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허준영은 기고만장하여 ‘연맹회원을 삼백만이 나 쥐고 있으니 대선후보는 나에게 손을 내밀게 되어 있다’고 연맹조직을 자기 정치적 상승 거래 물건화 하고 있습니다. (중략) 어찌되었든 본인은 억울하게 연맹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우종철사무총장의 명예회복과 정치는 신뢰라는 박근혜 대통령님의 정치철학을 지키기 위해서 아래 사진과 같이 청와대 본관 앞에서 일인시위를 근 한 달 간 했고 (그중 일주일은 단식 시위) 그 결과 위로는 대통령, 아래는 수석비서관 행정관 일천여 청와대 정규직원들이 본 내용을 알게 되었고, 청와대 시위 마치고 국회를 방문하여 국회의원 전체에게 김무성의 배신(대통령 앞에서는 ‘예 알겠습니다. 이동복 선생이 회장이 되게 어른 뜻을 받들겠습니다’ 하고는 뒤에 가서는 허준영을 의원회관으로 불러 나의 대권가도에 전위대장이 되어 달라고 당부한 이중성 교활한 자)을 공개하고 특히 새누리당 비박의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또 언론에 폭로했습니다. 이 결과인지는 몰라도 그 후 김무성 쪽으로 행동했던 유승민이 겪었고 당권은 친박이 쥐게 되었고 중간에 서있던 의원들이 전부 친박이 되었습니다.”
탄원서 내용에도 나와 있지만 자총 내부에서는 허준영 전 청장의 자총 회장 당선 배경에는 김무성 대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와 허 전 청장 사이의 딜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후 정치인들과 청와대 측에 보낸 문자메시지나 탄원서에서도 이 부분을 일관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 청와대 수석비서관님들과 비서관님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님을 필두로 새누리당 전체 국회의원님들, 황교안 국무총리를 필두로 행정부 전체 장관님들, 특별히 정종섭 행자부장관님께 드리는 글 !!!”
지금 박근혜 정부 중반기 조금 넘었는데 마치 정권이 교체된 것 같이 공직사회 기강이 흐트러지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검찰과 경찰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엄정한 공직자세가 요구되어야 하는데 지금 일부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적직 경찰청장 출신자의 경찰 간부 인사 개입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회주의자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김무성 대표를 꼬드겨 김무성 대표가 대통령을 배신하는 또 하나의 정치적 오점을 남기게 하는 이른바 ‘이동복 선생’ 낙선 사태의 장본인입니다만, 안하무인 개망둥이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김무성 대표 이름을 팔아 들어 내놓고 경찰공권력을 불법 동원하여 자유총연맹회장 선거에서 불법 당선되었으나 김무성 대표 뒷배를 믿고 행자부 장관의 정당한 행정명령도 거부 하여, 연맹 61년 역사 이래 정부와 최악의 갈등관계로 치달아 정책협조는 물론 연중 관행업무인 훈ㆍ포장 상신도 중단되는 연맹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허준영은 한 술 더 떠서 유사 사회단체 몇 군데와 MOU를 체결해 놓고는 연맹회원 삼백만 시대를 열어 놨다고 뻥튀기자화자찬 하면서 들어 내놓고 ‘내 손에 연맹 삼백만 회원이 있는 한 대권주자들은 나한테 손을 내밀게 되어 있다’ ‘김무성만 대권주자냐 반기문도 있다’라고 기고만장하면서 연맹을 자기 정치적 상승 전유물화 사유화 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최근에는 허준영에게 충성을 맹세한 특정지역 출신 경찰간부들의 정기 인사에 간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허준영 출신지역에 파다하게 퍼진 것이 사실입니다. 허준영은 늘 그랬듯이 김무성 대표 이름을 팔아 이번에는 경찰 인사 매파 노릇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법조계와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이 결국은 허준영 전 대표를 구속해 자총 회장에서 끌어내린 후 김무성 대표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권 차원의 수사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서 밀리면 진다
이런 검찰 수사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간 공천 싸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청와대·내각 출신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진박(眞朴) 인사들의 공천을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 돕지 않았던 의원들을 배제시키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현역 ‘물갈이’를 통한 당권 장악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의 국정 운영 동력을 얻고 새 인물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고 싶어 한다. 반면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는 최대한 많은 현역 의원을 20대 국회에 다시 입성시키고 19대 때 공천 탈락한 비박계 전직 의원들 상당수를 복귀시키는 게 관심사다. 김 대표는 2014년 대표 경선 당시 과반수로 자신을 지지했던 현역 의원들을 보호해주면서 이를 바탕으로 여권 대선 후보로 나설 심산이라는 게 당 안팎의 해석이다. 따라서 당권이 없는 친박 입장에서는 청와대를 등에 업고 사정기관의 칼을 휘두르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자총 수사의 결말에 그래서 정가의 관심이 더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