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추적] 대한민국 뒤흔드는 법조비리 ‘정운호 게이트’ 사건으로 본 법조브로커 검은 커넥션

■ 검찰수사 때는 검찰 브로커…법원재판 때는 법원브로커

■ 검찰 출신 정치인 변호사 고용까지 곁들여 전방위 로비

■ 수백억 상습 원정도박 거물변호사 쓰니‘무혐의’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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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법조계의 현주소’

돈이면 안되는 게 없는 추악한 민낯…브로커와 한통속 뒷돈 받고 재판 영향

최근 한 화장품 회사 CEO를 둘러싼 법조 비리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네이처 리퍼블릭이란 회사의 정운호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정 대표는 남대문시장에서 트럭장사로 시작해 ‘더페이스샵’과 ‘네이처 리퍼블릭’ 등의 브랜드를 론칭시키며 수천억의 돈을 번 신화적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으로 기소되면서 그의 날개는 꺾였다. 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구속 중이던 정 대표는 여성 변호인 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데 이어 자신의 구명을 위한 전방위 로비의혹에도 휩싸였다.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주고 처벌 수위를 낮추도록 한 의혹이 불거졌다. 법조브로커가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배당받은 부장판사를 접촉한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 사건은 정운호 대표의 개인비리에 대해 한 변호사가 보석을 조건으로 20억을 받은 것이 빌미가 되어 확대됐다. 특히 정 대표의 변호인단으로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일하던 거물 변호사를 포함해 유명 변호사들이 포함됐고, 이 과정에 법조 브로커들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법조브로커들이 돈으로 판검사를 관리하며, 전관예우가 서슴없이 행해지는 대한민국 법조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번 사건에 정관계 및 법조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정운호 대표를 중심으로 법조계의 고질적 비리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이곳저곳에 전방위적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이 가운데 법조 브로커들이 정 대표와 회사의 불법 비리 등 크고 작은 사건에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상습적인 원정도박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물 변호사들을 대거 선임해 형량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특히 거물변호사들의 전관예우를 십분 활용하려 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현재 정 대표의 변호를 받았던 변호사로는 서울 서부지검장 출신이자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남기춘 변호사, 노무현 수사를 주도했던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운호

1심보다 낮은 2심 형량구형 의미

거물변호사들 덕분이었을까?
정 대표는 경찰 및 검찰 수사는 석연치 않은 과정이 한 둘이 아니었다. 2014년 경찰과 검찰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은 영문 문서를 토대로 정 대표의 마카오 원정 도박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 역시 4개월 만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어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대대적으로 해외 원정도박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의 도박 혐의를 포착해 추가 수사를 거쳐 기소,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검찰은 항소심에서 이례적으로 1심보다 낮은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결국 정 대표의 도박 사건에 대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경찰 및 같은 결론을 내린 수사 검사, 항소심에서 1심보다 낮게 구형한 공판 검사 등이 로비를 받고 사건을 무마시켰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정 씨의 ‘가방모찌’로 알려진 브로커 이모씨는 검찰 주변에서는 알아주는 법조브로커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 브로커는 정 대표 사건을 부탁받고 실제로 검찰의 실세들을 접촉했으며 한편 검찰 브로커가 아닌 법원브로커로 잘 알려진 또 다른 브로커 정모씨와 함께 골프여행을 가 편의를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된 임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정 대표의 항소심을 앞두고 사건 청탁을 받은 김모 인천지법 부장판사 등이 대현변협으로부터 피소됐다. 그야말로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경찰과 검찰, 법원이 모두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한민국 사법역사의 치욕적 사건으로 기록될만한 일이다.

정운호 대표 관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우선 특수부 수사 ‘타깃’은 법조계 로비 의혹이다. 검찰은 정 대표가 100억원대 도박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전관 변호사들과 법조 브로커 등을 별도로 고용해 전방위 로비를 벌인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100억대 원정도박 ‘무혐의’ 처리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검사와 판사를 상대로 부적절한 로비 활동을 했는지 여부도 살필 계획이다. 검찰은 이미 서울 강남구의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와 서초구에 있는 최모 변호사 사무실, 관할 세무서 등 10여곳의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에 대한 정밀분석에 들어갔다. 검찰은 정 대표의 교도소 접견 기록과 관련 녹취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가 교도소에서 최 변호사와 검찰브로커 이모씨와 법원브로커 정모씨 등 이 사건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중심으로 분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주목되는 부분은 전관인 최 변호사가 거액 20억원 수임료를 받고 수사와 재판에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점, 항소심 재판부와의 인연 등을 내세워 사건을 수임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접견 기록 녹취록과 압수수색 등에서 확보한 자료에서 최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수십억원의 착수금을 받아 로비에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 변호사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정 대표는 올 1월 자신의 항소심 변론을 맡은 최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20억원을 지급하고 은행에 예치한 30억원의 인출권한을 성공보수로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석 신청이 기각되면서 최 변호사는 인출권한을 반환했다. 정 대표는 20억원도 보석을 조건으로 지급한 성공보수인만큼 최 변호사가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 변호사는 20억원이 착수금이라며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서면서 폭행 시비로 번졌다.

사건의 핵심은 현재 도피 중인 검찰브로커 이 씨가 쥐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 이씨가 서울메트로 지하철 역사 내에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확장하기 위해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씨는 로비 자금으로 정 대표에게 9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정 대표를 구명하기 위해 검찰 담당 수사검사와 담당판사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받는다. 브로커 이씨는 정 대표가 지난해 100억원대 상습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되자 재판부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청탁을 건넨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어떻게 담당 사건 판사가 브로커와 저녁식사를 했다는 자체부터가 분명한 청탁이다. 정 대표가 2014년 마카오 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2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도 브로커 이씨와 담당재판 판사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브로커 이씨가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동원해 정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다는 취지다.

결국 정운호 대표는 누구의 자문을 받아 검찰측 브로커와 법원브로커를 별도로 고용해 개별접촉을 통해 무혐의 처분을 받게 했는지 몰라도 참으로 전무후무한 고도의 법조 비리가 아닐 수 없다.
브로커 이씨는 로비활동을 벌이고 거액을 챙긴 혐의로 현재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로 이씨가 검찰이나 판사들을 상대로 어떻게 얼마가 뿌려졌는지를 캐기위해 검찰은 브로커 이씨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검거전담팀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장품 신화창조 정운호의 몰락

정운호 대표는 맨손으로 2개 기업을 성공시킨 입지전적 인물이다. 남대문시장에서 트럭장사로 시작해 20대 후반인 1993년 세계화장품을 설립하며 화장품 업계에 입문했다. 화장품 브랜드 ‘식물원’(1996년) ‘쿠지’(1998년)를 거쳐 2003년 12월 미국에도 잘 알려진 ‘더페이스샵’을 창업했다. 더페이스샵은 LA마당몰 1층의 매장을 포함 수개의 매장에서 성업 중이다.

내츄럴정 대표는 화장품브랜드 더페이스샵이 성공한 2005년부터 큰돈을 벌기 시작했다. 더페이스샵은 론칭 2년 만에 연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하며 대박을 냈다. 그는 같은 해 사모투자펀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에 지분 70%를 매각해 1000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후 2010년 어피니티와 함께 지분을 LG생활건강에 총 4667억원에 재매각했다. 이때도 200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남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 대표는 2009년 네이처 리퍼블릭 지분 100%를 인수한 뒤 2010년 3월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며 화장품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6년 만에 연 매출 2800억원 규모의 국내 5위 브랜드숍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으로 기소되면서 그의 날개는 꺾였다. 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구속 중이던 정 대표는 여성 변호인 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데 이어 자신의 구명을 위한 검찰과 법원 심지어는 정치권 실세들에게까지 전방위 로비의혹에도 휩싸이며 구체적인 리스트까지 검찰이 확보하고 있다.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주고 담당수사검사와 재판부에 처벌 수위를 낮추도록 이중 플레이를 한 의혹이 불거졌다. 법조브로커 정씨와 이씨 등이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배당받은 부장판사를 접촉한 구체적인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으며 수백억의 상습해외원정 도박과 관련해 사건을 축소 은폐하기위해 기소하면서 도박 액수를 줄이는 등의 후안무치한 로비행각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조계 주변이 온통 불똥이 튈 것을 우려 전전긍긍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미끼 언론사까지도 영향력

화장품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유통기업과 서울 메트로 등에 로비를 일삼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네이처리퍼블릭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화장품 업계에서 오너 개인적인 비리로 회사가 압수수색 당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영시계도 멈췄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국내 증시 상장과 중국 진출 등의 모든 사업 계획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한편, 이번 사건에는 본국에서 발행되는 타블로이드 주간지 관계자까지도 연루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고 있어, 언론계도 그 파장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수사 검찰의 향후 행보에 지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법조브로커들과 검사 판사들의 검은 커넥션이 근절될지 최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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