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불 기부’의 약속 지킨 제임스 안 회장

▲ 커뮤니티센터 건립을 위해 20만 달러를 기부하고 있는 제임스 안 전 회장(오른쪽)과 기부금을 전달 받고 있는 로라 전 회장(왼쪽).
미국 사회의 기부문화의 중요한 특징은 기부행위가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서민층에서 부유층에 이르기까지 국민들 사이에 확산돼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커뮤니티에서도 가끔 볼 수 있듯이 학교나 교회에서 필요한 것을 마련하기 위해 어린이들의 고사리 손들이 캔디를 팔면서 모금하는 것에서부터 골수기증을 위한 행사나 ‘기림비’ 등 인권 증진 을 모금활동에 이르기까지 한인사회의 많은 기능들이 보통 사람들의 ‘기부’에 의해 달성되고 있다.
미국 사회의 기부 행태는 개인이 전체 기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LA한인회의 제임스 안 제 32대 회장이 임기 마감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그가 공약한 ‘20만 달러 기부’를 실천했다. 한인사회와 언론에서는 “처음으로 약속을 지킨 LA한인회장”이라고 평가했다. 한 언론은 “약속을 밥먹듯 어기는게 한인사회의 풍토임을 볼 때 안 회장의 기부는 거듭 칭찬해도 마땅하다”고 했다.
원래 그는 2년전 2014년에 LA 한인회장에 당선되면서 ‘동포사회의 숙원사업인 커뮤니티센터를 위한 종자돈 20만 달러를 기부 하겠다’고 밝혔었다.
본보는 임기를 마친 제임스 안 전 회장을 만났다. 그는 “한인회장 2년을 하면서 내 자신이 변했다” 면서 “기부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한인사회에도 기부문화가 뿌리내렸으면 좋겠다”며 “나의 20만 달러 기부도 그런 의미로 커뮤니티가 받아 주었으면 바란다”고 했다.
그는 “지난 2년동안 한인회장을 하면서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면서 “한인회가 진정으로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봉사단체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매일 수많은 민원들을 한인회가 처리하고 있다”면서 “많은 동포들이 모르는 어려운 이웃들의 애환을 들을 때마다 한인회장의 경험 은 내 인생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었다”고 말했다.
그가 2년전 취임 공약 중의 하나가 바로 커뮤니티센터 건립이었다. 커뮤니티센터 건립에 최소 1,0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의 2년 회장 재임기간에는 결코 완성할 수 없는 대규모 계획이다. 하지만 커뮤니티 미래를 위한 장기적 프로젝트를 누군가는 시작해야 하는데 자신이 20만 달러를 기부함으로써 불을 지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 2년동안 커뮤니티 센터 건립을 위해 LA시와도 접촉해 가능성을 타진했다. 우선LA 시가 커뮤니티 센터 부지를 알선해 주고, 한인사회가 힘을 모아 건물을 짓는 방식이다. 센터는 동포들의 모임 장소가 될 컨퍼러스룸을 포함해 연구센터, 체육관, 수영장 등과 노인 여가센터 등도 포함되어 있다.
“기부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LA한인사회는 해외 최대 한인 커뮤니티라고 하지만, 타 지역에 비해 모자란 것이 너무 많다. 현재의 한인회관은 커뮤니티 센터로 불리우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
화제가 한인회관에 이르자 안 회장은 “지금의 한인회관을 관리하는 한미동포재단이 제 구실을 못하고 파행을 겪는 것이 슬픈 일”이라면서 “또한 동포 재산 수십만 달러를 자신의 사유물인양 가져간 현실을 그대로 보고 있는 한인사회가 불행하다”고 말했다. 동포 재산은 당연히 환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제 33대 회장으로 취임한 로라 전 회장에게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 한인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줄 젊은 세대가 나왔다”면서 “주류사회와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고, 과거 비영리 단체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지닌 로라 전 회장이 새로운 한인사회를 열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신임 로라 전 회장은 과거 역대 회장들처럼 개인적인 부를 갖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부터 한인회는 회장이 돈이 없어도 활동할 수 있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일부 독지가들이 새 한인회에 기대를 걸고 기부하는 모습이 보여 너무나 흐믓하다”면서 “우리 한인사회에 진정 기부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한다”고 안 회장은 밝혔다.
미국에는 수많은 대학, 교육재단, 연구기관, 장학기금, 미술관, 박물관, 병원, 요양소, 교향악단, 육영재단, 구호기금, 원호단체, 후원회, 종교단체 등의 공익기관과 비영리단체들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일반인이나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다.
매년 11월 15일은 미국에서 “전국 기부의 날”로 지키며 기부한 개인들을 기리고 다른 사람들도 기부에 동참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미국의 최고 부자 중의 한 사람인 워런 버핏은 “부를 더욱 가치 있게 쓰는 법은 재산 상속 아닌 사회 환원”이라고 했다. 그는 앤드루 카네기의 ‘가진 자의 신성한 의무로서의 기부’라는 정신을 대표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이미 그는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고, 세계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죽기 전까지 재산의 반 이상을 기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 ‘Giving Pledge’를 주도하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ㆍ멜린다 게이츠는 “기부는 특권이자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특히 소아마비와 말라리아와 같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의 건강, 빈곤퇴치에 관심을 두고 기부활동을 하는데, 이들 개발도상 어린이들에게 미국의 어린이들이 누리는 교육 기회를 평등하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은 1997년 우연히 신문기사를 읽고 나서 처음으로 개발 도상국 내 건강 이슈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자가 기부를 하는 것은 기부를 함으로써 진정한 부자가 된 것 같은 감정을 갖기 때문이라는 연구 논문이 있다. 실지로 미국의 많은 부자들은 기부가 삶의 일부이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는 결과를 경험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제임스 안 회장의 ‘20만 달러 기부’가 LA한인사회에 기부문화 확산의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20만 달러 기부’가 반듯이 열매를 맺도록 한인사회가 지켜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