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보다는 생존을 걱정해야할 판’
오는 8월 5일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남아메리카 브라질 리루데자네이루에서 2016 하계 올림픽 대회가 개막한다. 명칭은 하계 올림픽인데, 현재 브라질은 기후상 겨울이다. 여름 올림픽이 겨울에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다. 지구상 최대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지금 브라질은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 육상선수단 전원을 포함해 일부 종목 선수 들도 도핑 위반으로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출전이 금지당한 사태도 불명예인데,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불황이 브라질도 예외가 아닌데 올림픽을 개최하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는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소추 당해 직무가 정지되는 바람에 국가원수 없는 최초의 올림픽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대회가 끝나면 파산 사태도 예견되고 있다.
여기에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 올림픽 참가자들을 석궁으로 공격하라”고 촉구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어 과연 이번 올림픽이 무사히 치룰지 세계가 걱정하고 있다. 세계의 각국 언론들은 ‘대통령도 없는 마당에 치루어지는 올림픽 치안이 불안정 하다’면서 ‘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메달 획득 보다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을 낳고 있다.
성 진 (취재부 기자)
브라질은 이번 올림픽 대회 축구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 한다. 축구라면 빠지지 않는 나라가 브라질이고, 월드컵에서 우승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올림픽에서는 브라질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능할가가 브라질 국민들의 관심사라고 한다.
그러나 한편 브라질은 지금 올림픽 개막 5일이 되기도 전에 사건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으로 언론들도 조심스레 점치는 분위기다.
현재 브라질 정치계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소추로 인해 직무 중지에 들어가면서 세계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지카 바이러스까지 퍼져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올림픽 관광도 꺼리고 있어 애초 “올림픽 장사는 글렀다”는 한탄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자잘한 사건사고에서 테러 위협까지 나오고 있어 브라질 정부가 현재 8만 5천여명의 군경을 동원하여 치안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발생한 여러 사건 사고들을 볼 때 모든 것이 심상치 않다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처럼 불안감이 조성된 예는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기관까지 개입 도핑 스캔들 파장
이번 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러시아 국가 육상 대표팀 등이 도핑 스캔들로 인해 대표팀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올림픽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러시아는 지난 2011년말부터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거쳐 2015년 8월까지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도핑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계 스포츠계에 충격이 커졌다.
러시아는 구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의 올림픽 도핑이 문제시되어 왔지만 이번엔 국가 비밀 경찰 FSB까지 동원된 사태라서 문제가 꽤나 심각하다. 일명 ‘귀부인 칵테일’ 작전으로 FSB요원이 배관공으로 위장해 깨끗한 샘플로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도핑을 피했다고 한다.
결국 문제가 된 러시아 육상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나머지 대표팀은 각 종목 연맹, 협회가 알아서 불참시킬 것인지 결정하는 것으로 처분났는데 현재 육상, 수영, 조정, 역도 등에서 출전이 금지된 상황이다.
게다가 대회를 코앞에 두고도 선수촌도 부실공사로 인해 열악하기 짝이 없어 각국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호주 선수단은 아예 선수촌 입촌을 거부했다가 조직위원회 측에서 부랴부랴 보수 공사를 한 덕에 겨우 입촌을 결정했다. 이어 아르헨티나 선수단도 입촌을 거부했다. 이탈리아 선수단은 자비로 전기공과 배관공까지 고용해서 보수공사를 했다고 한다.
2016년 들어 임산부에게 감염될 시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 바이러스가 중남미 지역에 확산되면서 올림픽 기간 중 감염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다행히 브라질이 겨울철이라 다소 안심을 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전역에서 신종플루로 약 1천여명이 사망 하였다는 소식은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겐 메달이 아닌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지 적응 훈련을 위해 미리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해 훈련 중이던 스페인 요트 경기 선수들이 총을 든 십대 강도들로부터 스마트폰과 현금을 뺏기는 사건이 벌어졌다. 강도 피해자 중 금메달리스트 페르난도 에체베리 선수는 2009년 국제 경기 참석차 브라질에 방문했을 적에도 강도를 당했다고 한다.
막장치안에 85,000명 군경 동원
지난 6월 21일, 브라질 아마조나스 주 마나우스에서 열린 성화 봉송 퍼레이드에 행사 마스코트를 상징하는 동물로서 동원된 ‘주마(Juma)’라는 이름의 재규어가 퍼레이드 직후 사살되어 논란이 되고있다. 퍼레이드 종료 후 주마를 동물원으로 옮기려던 중 주마가 저항하며 탈출을 시도하자 동행하던 브라질 군인이 사살한 것인데, 주마를 불필요하게 퍼레이드에 동원하여 스트레스를 주었다는 의견과 더불어 아마존환경보호연구소(IPAAM)에 재규어를 퍼레이드에 동원하는것에 대한 허가 요청조차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 2016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소추 시위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
치안도 문제였다. 브라질의 동 오라니 템페스타 추기경이 길거리 총격전 때문에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생겼다. 동 오라니 추기경은 리우데자네이루 대교구장으로서 이 도시의 막장 치안을 몸소 겪어오면서 산 인물이다. 이미 2014년과 2015년에 강도를 당해본 바 있을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리우의 소우자 아기아르 시립병원에 무장 괴한이 난입해 환자 1명이 사망하고 간호사 1명과 경찰 1명이 부상을 입는 사태가 일어났다. 참고로 이 병원은 올림픽 관광객들이 이용하도록 국가에서 지정한 구급 병원이다. 믿을 곳이 대체 어디라는 탄식이 나올만 하다. 이 병원에 괴한들의 침입 목적은 경찰에 체포되어 입원 치료 중이던 조직 우두머리를 탈출 시키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후 탈출한 보스를 잡기 위해 경찰과 갱단이 빈민가에서 총격전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10명 이상 사망했으나 우두머리를 잡지는 못했다.
더 한심한 사태는 리우 경찰들이 파업 시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유는 임금 체납과 턱없이 부족한 물자 지원. 이들이 공항에서 들고 있는 현수막에는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Hell). 경찰도 소방관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리우에 오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이라고 적혀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주 정부의 예산이 거의 바닥난 상황이라 경찰들이 볼펜과 종이도 시민들에게 빌려 써야 하며, 눈 앞에서 범인들이 도망가도 경찰차에 기름 넣을 돈이 없어(….) 추적을 못 하는 처지였다고 했다. 그나마 정부에서 현재 일시적으로 대책을 내놓아 경찰 파업은 임시 중단한 상태다.
올림픽 취재를 위해 현지에 온 독일 방송사 ARD와 ZDF가 50만 달러의 방송장비를 떼강도에게 강탈 당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다행히 장비는 그 다음날 무사히 되찾았다고 한다.
호주 요트 경기 선수와 관계자가 총기를 든 강도들에게 자전거를 강탈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피해자 선수의 증언으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현장을 목격하고도 도움을 주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리우의 명물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토막난 시체가 발견되었다. 더구나 코파카바나 해변은 리우의 명물 관광지이자 올림픽 비치발리볼 경기가 펼쳐지는 장소다. 이밖에도 흉흉한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리우 시장 경호원이 죽었고, 살해당한 의사의 시체가 고속도로에서 발견되었다.
지난 4개월간 리우에서만 살인사건이 2000건 이상 일어났다는 사실에 관광객들이 리우 올림픽 보기를 꺼려 하고 있다.
더 무서운 사실은 리우의 바닷물에서 슈퍼 박테리아가 검출되었다는 소식이다. 이 박테리아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슈퍼 박테리아 감염 환자가 있는 병원의 오폐수가 바다로 방출되면서 박테리아도 함께 바다로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여기에 결국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리우 주정부가 파산을 선언했다. 브라질의 경제 사정이 근 2년 사이 급속도로 악화되었는데도, 올림픽 준비를 위해 막대한 돈을 계속 퍼부었으니 파산은 예견되었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바람에 올림픽이 끝난 뒤에 올림픽의 저주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저주받은 올림픽” 불길 소문
이번 올림픽에 흥행을 위해 골프 종목을 신설했지만 세계적인 톱 랭커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불참을 선언했다. 올림픽에 출전해봐야 변변한 금전적 이익도 없을 뿐더러, 선수들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토마스 바흐 IOC 회장은 자꾸 이렇게 나오면 골프 종목 자체를 다음 올림픽에서 못 볼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반응은 시큰둥할 뿐이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이채로운 것은 “난민 선수단(영문 약칭 ROA)”을 구성하여 출전시키는 방안이 IOC에 의해 확정되었다. 이들은 개막식에서 오륜기를 앞세우고, 개최국인 브라질의 바로 앞 순서로(즉, 끝에서 두번째로) 입장하게 된다. 난민 선수단이 금메달을 획득했을 경우에는 시상식에서 올림픽 찬가가 연주된다. 첫 난민 선수단은 남수단 출신 선수 5명, 시리아 및 콩고 민주공화국 출신 선수 각 2명, 에티오피아 출신 선수 1명, 총 10명으로 구성 되었으며, 종목별로는 육상 6명, 수영 2명, 유도 2명씩 출전한다.
브라질은 그간 남미의 낙후된 나라 1위 위상에서 남미의 떠오르는 맹주로서의 위상을 세계에 과시할 기회를 잡았다. 간단히 말해 중국이 2008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생각하면 된다. 남미 최초의 올림픽 개최이자, 포르투갈어권 국가 최초의 올림픽 개최가 된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1968 멕시코시티 올림픽 이후 두번째로 개최되는 올림픽이 되며, 남반구에서는 1956 멜버른 올림픽과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세번째로 개최되는 올림픽이 된다. 또한 최초로 완전한 열대기후 지방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이며, 해당 지역의 겨울 시즌에 개최되는 하계 올림픽이 된다.
이 지역에서는 겨울이라고 부르는 계절에 개최되는 하계 올림픽이지만, 기후적으로는 열대기후 지역이기 때문에 북반구의 하절기와 유사한 여름 날씨 속에서 경기가 치러지게 될 것이다. 오히려 리우데자네이루의 8월 평균 기온은 전에 대회가 열렸던 런던의 기온 보다도 높다. 다만, 남반구의 동절기이다 보니 해가 일찍 지는 편이라 경기 진행에 약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8월은 낮시간이 11시간 내외에 불과하고, 오후 6시 이전에 해가 진다. 북반구 고위도에 위치하는데다가 서머타임까지 실시하여 밤 9시까지도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는 런던 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 이번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총 24개 종목에서 204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농구, 테니스, 트라이애슬론, 럭비는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 선수단은 역대 규모로는 1984년 LA 올림픽 이후로 최소 규모로 파견하는 선수단이라고 한다.
7년 전 IOC가 리우 데 자네이루가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을 때, 화창했던 오후에 브라질인들은 리우의 명물 관광지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몰려나왔다.
당시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률을 자랑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당시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인들에게 올림픽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이 될 거라고 약속 했다.
“세계는 브라질의 때가 왔다는 걸 인식했다.” 룰라의 말이다.
7년이 지나고 리우 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훌륭한 올림픽 게임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사람들이 줄어만 가고 있다.
올림픽의 120년 역사에서, 남미에서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2016년 올림픽을 개막을 코앞에 두고 올해 올림픽은 위기와 의심에 뒤덮여 있다. 브라질은 최근 100년 간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있고, 30여 년 전 민주주의 국가가 된 이래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으며, 지카 바이러스 등 범지구적 보건의 위기까지도 마주하고 있다.
올림픽 개막 100일 전에 브라질 경제학 교수가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대단한 파티가 될 것이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게 남는 건 쓰레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