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타운’ 알릴 기회 박차버린 LA 한인커뮤니티에 빈축여론 고조
‘한류열풍 증발…한인사회 참여도 전무’
‘천사의 거리’, ‘차 없는 거리(Car Free Street)의 날’, ‘씨클라비아(cicLAvia) 행사’가 지난 14일 일요일 LA 코리아타운 웨스턴과 윌셔에서 시작해 다운타운까지 포함하는 윌셔 길에서 펼쳐졌다. 이번 CicLAvia는 코리아타운, 웨스트 레이크 그리고 다운타운까지 연결해 개최하는 행사로 미국 최대의 오픈 거리 이벤트였다. 이날 차량이 금지되는 가운데 코리아타운 윌셔는 걸어 다니는 주민들과 자전거를 즐기는 바이커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주민 등 수십만 명이 여름 태양 아래 자연의 햇빛과 함께 거리 활보를 즐겼다. 이날 행사의 의미는 자동차 외에 자전거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 함으로써 환경보호 캠페인과 함께 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차를 타지 않고 다니면서 주위의 새로운 이웃과 지역 상가, 그리고 지역 단체들과 서로 소통 연결된다는 의미 도 갖고 있다. 코리아타운 윌셔 거리는 2000년대 이후부터 LA 한인사회를 가장 잘 나타내는 거리로 변모했으며, 한국 문화와 경제력을 상징하는 거리이기도 하다. 이 중요한 오픈 거리 이벤트는 “한국 알리기”에 가장 효과적인데 윌셔 거리와 코리아타운에 자리 잡은 LA총영사관(총영사 이기철), LA한국문화원(원장 김낙중), LA한국교육원(원장 권영민), 그리고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물론, LA한인회(회장 로라 전), LA한인상공회의소(회장 이은), LA한인축제재단(회장 박윤숙) 등을 포함한 한인단체들은 이날을 모르고 지나갔다. 그리고 철저히 외면했다.
성 진 (취재부 기자)
차 없는 거리의 날, 이날 윌셔가와 웨스턴 가에서 출발해 다운타운 그랜드 애비뉴까지 3.5마일 구간에는 남녀노소 자전거 부대와 스케이트보드 그룹 등을 포함해 가족 자전거 팀을 비롯해 손잡고 걸어가는 연인들, 홀로 걷는 사색자 등등 수십만 명이 윌셔 거리를 지나가고 다시 오고 간 이 거리에서 ‘코리아’(KOREA)는 실종되고 ‘한류’도 없었다.
이날 씨클라비아(cicLAvia) 행사는 2010년 시작된 이래 18회를 지내며 코리아타운에서 벌어진 최대 행사로 LA타임스를 비롯해 미 주류 방송 언론들이 오래전부터 홍보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 어느 기관이나, 어느 단체 그리고 어느 업소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차 없는 거리 행사로 이날 윌셔길에는 차량 진입이 전면 차단되고 자전거와 스케이트보드 등 모터장치가 없는 기구 이용과 도보만이 허용됐다. 행사는 LA 한인타운을 포함한 3.5마일 구간의 윌셔길에서 열리는 만큼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윌셔길은 차량 진입이 전면 금지됐다. 윌셔 거리와 만나는 간선 도로 입구는 전면 출입금지 테이프로 막았다.
이날 LA 코리아타운 웨스턴 애비뉴와 윌셔 불러버드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LA 다운타운 그랜드 애비뉴까지의 윌셔길에는 모든 차량의 통행과 함께 주차도 금지됐다. 따라서 자전거 주민이나, 스케이트 보드 또는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동쪽으로 갔다가 다시 서쪽으로 오는 왕복 통행을 즐겼다.
본 기자가 이날 오후 2시 하루 중 가장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윌셔와 킹슬리 코너에서 본 거리의 자전거 주민 수는 1분 동안에 약 30명이 우측 도로를 지나가고, 25명 정도가 좌측 도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연인들이 함께 탄 자전거도 지나가고, 장대 높이 타기 묘기를 부리며 지나가는 자전거 커플도 있었다. 가족끼리 삼륜 자전거로 즐기는 사람도 있고, 아기 꼬마의 자전거 묘기도 귀여운 모습으로 지나갔다.
여기에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소년을 포함해 중년까지 여유만만한 자세로 유유히 지나가고, 이들 사이에 손을 잡고 다정히 걸어가는 커플도 눈에 많이 띄었다.
모두가 8월의 맑은 태양 볕 아래 즐거운 땀을 흘리며 거리를 달리고 걸었다. 윌셔 거리 전체가 거리 공원이 된 것이다.
이날 행사의 또 다른 목적은 차 없는 거리를 ‘임시 공원’으로 대체하여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즐기도록 했다. LA 공원국 측은 ‘이날 거리에서 즐긴 사람들 수는 LA 전 지역의 공원들에 드나든 사람 수의 5배나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밝혔다. 엄청난 사람들이 윌셔 길거리에 나왔다는 것이다.
보다 더 기분 좋은 소식은 이날 윌셔 거리에 자동차들이 운행을 하지 않는 덕분에 배기 가스 오염 도가 보통날보다 무려 20%나 줄었다는 LA DWP 측의 보도다. 거리가 한층 맑아졌다는 것이다.
‘한류’는 어디로
이날 수십만 명이 윌셔 코리아타운 거리를 왕복했으나, 어디에서도 코리아타운의 ‘볼거리, 먹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1시 30분 윌셔 북창동 순두부 앞에서 만난 자전거 바이커 호세 산토스(32, 증권 브로커)는 “코리아타운이라 볼거리라도 기대했는데 아쉬웠다”면서 “한국 풍물 팀이라도 보았으면 했는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윌셔 코리아타운에는 무언가 한국 냄새가 날 것 같아 이리로 달려왔는데 아무것도 없어 정말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운타운 거리에는 많은 부스들과 푸드 트럭들이 각 나라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면서 “혹시나 코리아타운에는 ‘떡볶이’가 있을 것 같아 왔는데 찾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3년 전 한국을 방문해서 ‘떡볶이’에 반했다고 했다.
이날 북창동 순두부 측은 주차장 입구 윌셔 거리에 조그만 부스를 차려 놓고 순두부를 홍보했으나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자체 영업상 홍보를 위해 차렸을 뿐 코리안 커뮤니티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지난 3년 전부터 시크라비아(cicLAvia)를 매년 구경하러 나왔다는 한인 B씨(여)는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한인사회의 참여도가 전무해 짜증이 날 정도였다”면서 “이 거리에 총영사관도 있고 교육원도 있는데 다들 이 행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자체가 이상했다”라고 말했다. 또 B씨는 “적어도 문화원 정도는 이 행사에 조그만 관심을 두었다면 ‘한국 알리기’에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말한 B씨는 “이 거리에는 한인 은행들도 많은데 어쩌면 하나같이 외면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특히 한인회나 상공회의소 같은 단체들도 이런 행사를 외면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고 지적했다.
‘아이코닉 윌셔 블러버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특히 이날 코리아타운 중심가 웨스턴 애비뉴에서 시작된 씨클라비아 행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됐다. 실제로는 오전 8시부터 도로가 통제되었으며 행사가 오후 4시에 끝났으나 오후 6시가 돼서야 재개통됐다.
이날 윌셔 거리는 웨스턴과 버몬트 그리고 알바라도 길에서만 윌셔길을 가로지르는 남북으로의 통행이 가능했다.
그래서 LA지역 주요 도로인 윌셔길에 차량 통행이 금지되면서 이 부근은 엄청난 혼잡이 일어났다. 특히 LA 코리아타운과 다운타운 윌셔길이나 윌셔길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통행하려는 교회 신도들, 택시 기사들을 포함한 많은 운전자들은 우회도로를 찾느라 당황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산타모니카나 UCLA 편으로 가는 720번 급행버스와 일반 20번 버스 등 행사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도 윌셔길을 이용하지 못하고 6가나 7가로 우회했기에 한인들을 포함해 일부 버스 승객 들이 교회 등을 가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지난날 주일에 대규모 거리 행사인 LA마라톤이 개최되었을 때 일부 교회 지도층들은 ‘주일날 거리 행사가 웬 말이냐?’며 반대 캠페인도 벌인적이 있었다. 이런 행사가 있으면 교회 신도들이 출석이 불편해 연보 보따리가 적어지기 때문에 반대 캠페인이 있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당시 한인교계에 반대에 부딪힌 LA마라톤 주최 측은 아예 코리아타운을 제처 놓고 다른 길에서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 바람에 전 세계에 LA 코리아타운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처 버렸다. 수년이 지난 다음에야 한인 교계는 자신들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식했지만, ‘버스는 지나갔다’.
“적어도 문화원 정도는…”
이번에 ‘시크라비아’라는 거리 행사가 펼쳐졌는데, 교계는 잠잠하고, 한인타운 기관과 단체들은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수년전 행사 때는 KAC에서도 나서고, 용수산 식당 등을 포함해 먹거리 업체들도 부스를 차렸는데, 갈수록 한인 커뮤니티의 참여도는 줄었다.
올해 ‘시크라비아’ 윌셔 행사는 이날 오후 4시에 끝났다. 윌셔와 호바트 코너에서 만난 한인 길버트 이씨(56, 자영업)는 “라디오코리아 앞 잔디 광장에서 우리의 사물놀이팀들이 공연을 벌였으면 대단한 인기를 모았을 것”이라면서 “한인 언론사들이 월드컵 때 거리응원을 벌인 것처럼 한국문화 이벤트를 벌였으면 오늘 같은 날에 한국 홍보가 제대로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잔디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이커 제임스 테일러(27, 보험인)는 “지난번 월드컵 때 코리아타운에서 있었던 거리 응원전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이번과 같은 거리 이벤트에서 ‘한류’ 이벤트라도 벌였으면 코리아 인기를 독차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리 이벤트 아이디어는 40년 전 남미 콜럼비아 보고타에서 실시된 행사에서 아이디어를 따 온 것이다.
이 행사는 지난 2010년에 시작해 올해에 이르기까지 샌퍼넌도 밸리, 컬버 시티, 베니스 마 비스타, 윌셔 블르버드, 코리아타운, 맥아더 팍, 리틀 도교, 차이나 타운, 이스트 LA 그리고 패사디나 등에서 펼쳐저 거리 길이만도 약 110마일이나 되었다.
올해 들어 이 행사는 밸리, 사우스 LA 지역을 거처 8월 윌셔 코리아타운에서 개최했으며, 하반기에는 LA 중심가에서 행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의 후원자들은 로스앤젤레스 시를 포함해 애넌 버그 재단, 랄프 M. 파슨스 재단, 로젠탈 가족 재단, 데이비드 Bohnett 재단 등이며, 협찬 기관 단체는 로스앤젤레스 시 부서, 카이저 재단 병원, AARP 로스앤젤레스 지부, 제비갈매기 자전거, Laemmle 자선 재단, 나이키, Gavina 커피, 치포틀레 DTLA, Pick My Solar, Pure City Cycles, Lyft, Metropolitan Water District of Southern California, POT at The LINE Hotel, Indie Printing, Los Angeles County Bicycle Coalition, Los Angeles Cleantech Incubator, The Bloc, The Ratkovitch Company 등이다.
그리고 미디어 파트너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Times), Laemmle 극장이다.
LA타임스를 비롯해 LA지역 주류 방송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시크라비아’를 알렸다. 그때마다 이들은 ‘코리아타운에서 웨스트 레이크를 거처 다운타운을 달린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미 주류사회와 소통을 한다는 LA한인회, 매년 한인사회 최대 축제를 벌인다는 LA한인 축제재단, 코리아타운 비즈니스 활성화를 외치는 한인상공회의소 등 한인단체들, 그리고 ‘한국 알리기’를 우선과제로 삼은 LA총영사관, 한국문화 홍보의 첨병 한국문화원, 한국의 얼을 가르치는 한국 교육원 등 기관들은 주류사회에서 펼쳐 논 자리를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는 허수아비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