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축사 순서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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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축사 순서가 뭐길래?’

 ‘총영사가 먼저냐, 한인회장이 먼저냐’ 순서두고 신경전
축사

한인사회에서 웃지 못할 행태로 단체 행사 시 총영사와 한인회장을 두고 누가 먼저 인사나 축사를 해야 하는가를 두고 주최 측이나 주관 측, 그리고 총영사관이나 한인회 측도 신경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또 하나 단체 행사에서 꼴불견은 예정된 주빈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체장들은 무조건 상석에 앉고 보는 행태다.
그리고 귀빈 소개라며 식순에 있는 경우도 과연 누가 귀빈인지를 분간하기에 알쏭달쏭한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회합에서는 아예 참석자 전원이 귀빈으로 소개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참석자들에게 불편함을 줄이고자 귀빈 소개를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축사 순서를 놓고 한인단체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행태는 주관단체가 총영사관과 한인회 간에 얼마나 관계가 밀접하냐에 달려 있다. 또는 행사 주관 단체장과 총영사관 측이 어떤 관계에 있나를 두고도 연관이 깊다.
LA한인상공회의소는 관례라며 한인회장을 축사 서열에서 총영사 보다 앞세우고 있다. 북부 한인회에서 기념행사를 할 경우, 총영사를 한인 회장보다 우선적인 순서에 넣고 있다. 노인회 등에서 창립기념 행사에 총영사와 한인회장 두 사람을 놓고 누구를 먼저 축사를 하게 할까. 지금까지 관례를 보면 총영사를 한인회장 보다 먼저 축사 순서에 넣어 왔다.

연설순서 빠를수록 의전서열 높다는 착각

과거 모 LA 한인회장은 자신이 축사 초청을 받을 경우, 측근을 초청 단체에 보내 사전 교섭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만약 초청 단체가 총영사 순서를 한인회장 앞으로 했을 경우, 불참 통보로 압박을 가하고, 그래도 불응할 경우 후원금을 취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전직 한인회장은 아예 자신을 총영사 보다 앞세운다는 조건으로 후원금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 LA 한인회장을 지낸 3명의 전직 회장들은 라디오코리아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축사 문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밝혔다.

하기환 전 회장은 “내가 상공회의소 회장을 하는 시기에 우리가 주관한 행사에서 한인회장이 총영사보다 먼저 축사하도록 순서를 정했다”면서 “우리가 주인이고 총영사는 손님이기 때문이다. 당시 다른 단체들은 총영사를 총독처럼 모셨다”고 말했다.

남문기 전 회장은 “내가 한인회장 당시 어떤 행사에 초청을 받았는데 총영사에게 ‘내가 먼저 나갈게요’라며 먼저 축사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총영사는 임명직이고, 한인회장은 선출직이다. 총영사는 2-3년 임기 끝나면 귀국하지만, 한인회장은 이 땅에 영원하다.”는 논조를 폈다. 하지만 그는 “광복절 등 4대 경축일을 제외하고는 한인회장이 축사를 먼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무한 전 회장은 “우리가 주인이기에 한인회장이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청인사에 대한 축사 순서는 직위 및 행사의 성격 등을 감안하여 주최 측이 결정하되, 행사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인사를 우선하여 예우해야 한다. 과거에는 격이 높은 사람이 나중에 인사하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초청인사의 비중이 높은 사람부터 축사를 먼저 하는 경향이 뚜렷 해지고 있다. 특히 연설순서가 빠를수록 의전서열이 높은 것으로 인식하여 연설하기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연설 순서를 놓고 주관 기간과 신경전을 펴는 것이 현실이므로 연설 순서를 정할 때에는 주최나 주관 단체에서 나름대로 원칙을 정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

UN에서도 ‘내가 먼저 연설을…’

누가 먼저 연설하게 되나, 누구의 의회가 더 인기 끄나… 각국 치열한 물밑 신경전은 세계기구인 UN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2015) 유엔 총회는 제70회 차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총회는 갖가지 ‘신기록’을 양산했다. 유엔 193개 회원국 중 160개국에 육박하는 정상들이 참여해 정상 최다 참여 신기록을 세웠다. 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 정상이 모두 참여하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었다.
특히 지난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엔 총회 개막 일정에 맞춰 뉴욕을 방문, 각국 정상들보다 먼저 9월 25일에 유엔 총회 연설을 하게 되는 것도 역사적 사건이었다.

강대국 정상들이 모두 모인 지난해 70차 총회에서는 연설 순서를 놓고 가장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취임 후 처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유엔총회에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년도인 2014년 총회 시 이 두 나라는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바람에 연설 순서가 기조연설 나흘째로 밀렸었다.
반기문 총장은 지난해 유엔 규칙에 따라 기조연설 첫 순서를 장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7번째로 연설을 했다. 160개국 정상들이 당시 총회에 참석하는 점을 고려하면 순서가 상당히 앞쪽이었다.

유엔 총회 연설 순서는 유엔 사무국이 결정한다. 각국은 원하는 시간대를 유엔에 전달하지만, 최종 결정은 유엔의 몫이다. 연설을 늦게 하면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앞사람의 연설이 길어지면 다음 일정에도 차질이 생겨 참가국들은 되도록 먼저 연설을 하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각국은 연설 순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연설 순서두고 극도의 신경전 양상

박 대통령은 지난해 총회 참석 정상 가운데 많지 않은 여성 지도자라는 점과 한국이 반기문 사무총장의 모국이란 점 등이 반영돼 앞부분에 배정됐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보다 먼저 연설을 하는 국가는 브라질과 미국, 폴란드와 중국, 요르단, 러시아 등이다. 브라질은 제1회 유엔 총회에서 브라질 외교장관이 사회를 본 이후, 첫 번째 연설 국가로 고정됐고 미국은 유엔 본부 소재 국가로 두 번째 연설 국가가 됐다. 폴란드와 중국, 요르단, 러시아는 유엔이 해당 국가의 국제적 위상과 대륙별 안배를 고려해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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