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 특집 3] 예상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당선-‘이번 대통령 선거가 남긴 의미와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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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스러운 밤이다…”충격과 비탄에 빠진 트럼프 반대 유명인사들

‘FBI의 힐러리 이메일 수사가 운명 갈렀다’

미국 대선이 8일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자 많은 국민들이 절망감을 나타냈다. 벌써부터 이민을 가려고 가까운 캐나다 이민청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아 접속 폭주로 사이트가 중단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편 미국 대선 막판에 파란을 불러일으켰던 제임스 코미(55)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향후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미 국장이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을 선거 막판에 끄집어내 다시 후폭풍을 만들어 낸 주인공이다. 이 바람에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간의 지지도가 급변하는 하는 파동을 불러일으켰으며 끝내 트럼프를 대통령을 만드는 결정적 기폭제가 된 셈이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대선특집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8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과거 트럼프에 반대하는 발언을 한 명사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저리>, <샤이닝>, <캐리> 등의 작품을 써 ‘공포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스티븐 킹은 지난 9월 25일 “다른 어떤 것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무섭다. 다른 어떤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화하는 것이 겁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킹은 9월 13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도날드 트럼프는 사실은 크툴루였다. 기묘한 헤어스타일은 촉수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크툴루는 유명한 현대 공포소설 작가인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괴물이다. 그 뒤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에는 문어발 모양을 머리에 얹은 트럼프 합성 사진이 한참 유행했다.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저명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공포스러운 밤”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몰랐던 나라”라는 기고문을 싣고 “우리는 미국의 대다수는 민주주의적 규범과 법치에 가치를 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틀렸다”고 썼다.

트럼프 당선 직후 캐나다 이민청 접속 폭주로 마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63)가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크루그먼은 8일 대선 개표 결과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굳어지자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모르는 우리나라(Our Unkown Country)’라는 제목으로 기고문을 올렸다. 그간 미국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읽지 못했던 것에 대한 회한이 담긴 글이었다.

잇단 칼럼에서도 누구보다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확신해왔던 크루그먼은 “내가 이 글을 쓰는 순간 믿을 수 없고 끔찍하게 보이지만, 상황은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굴러가고 있다”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나 같은 사람 그리고 대다수 뉴욕타임스 독자들은 진정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우리는 동료 시민들이 고위직에 앉을 자격이 없고, 성격적으로 건강하지 않고, 너무 무섭지만 우스꽝스러운 후보에게는 결국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시인했다.

“우리는 이 나라가 인종편견과 여성 혐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어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훨씬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가 됐다고 생각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민주적 규범과 법의 지배를 중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의 이상을 공유하지 않는 많은 이들이 있었다”면서 도시 외곽의 백인 남성들을 거론했다.

공화당이라고 하면 후보를 가리지 않고 투표하는 ‘묻지마 지지자’들도 함께 비판했다. 크루그먼은 “우리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오늘은)끔찍한 폭로의 밤”이라고 절망감을 드러냈다.

연예계에도 트럼프 후보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브레이킹 배드> 등 미국 인기 드라마에 출연 중인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톤은 대선 전에 “트럼프가 이기면 캐나다 밴쿠버로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이자 인기 토크쇼 진행자이기도 했던 첼시 핸들러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스페인으로 떠나겠다. 이미 집까지 사뒀다”고 말했다. 가수 니요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드레이크(캐나다 가수)와 나는 곧 이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는 한 호주 방송에 출연해 “클린턴이 진다면 호주나 캐나다로 이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흑인 배우인 새뮤얼 잭슨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가버릴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가수 셰어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목성으로 떠나겠다”고 했다. 트럼프의 당선 직후 캐나다 이민청은 접속 폭주로 누리집이 마비된 상태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저돌적 도전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와 의회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절차는 11월 8일 투표일이다. 8일 실시된 선거는 엄밀히 말하면 각주의 유권자들이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투표다. 이들 선거인단은 정해진 후보에게 투표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날 승자가 트럼프로 확정된 것이다.

하지만 선거인단 538명은 공식으로는 오는 12월 19일에 소속 주의 선거 결과에 따라 형식상의 대통령 선출 투표를 한다. 이때는 각주의 주지사가 입회한다.

선거인단은 자신을 선임한 대선후보만을 지명하겠다는 ‘신의 성실 원칙 준수’ 서약을 하며 이 서약에는 법적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유권자 투표의 결과와 선거인단 투표의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 은사 실상 없다.

투표 결과를 수록한 문서는 상원 의장에게 송부된다. 상원의장은 각주에서 보낸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취합해 내년 1월 결과를 발표한다.

이런 긴 과정과 관계없이 대선 승자는 일반 유권자 투표일 8일 당일 밤에 결정되는 것이 관례다. 패자가 먼저 패배 선언을 하고 이어 승자가 승리 연설을 하면 곧바로 미국 총무처 (GSA) 가승자를 확정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GSA의 승자 선언은 당선인이 이끌 정권인수위원회에 대한 예산 같은 행정상의 지원을 위해서 거치는 절차다. 다만 간접선거의 형식적 특성 때문에 전체 득표수에서는 앞서면서도 선거인단수에서 모자라 대선에서 패배하는 후보가 종종 생기며, 이 때문에 초박빙의 승부 속에 어떠한 주에서 라도 논란이 되는 결과가 나오면 승•패자 선언은 무한정 늦춰지게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패배한 사례다. 고어 후보는 전체 득표수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보다 약 54만 표 앞섰지만, 선거인단수에서는 266명에 그치며 271명이던 부시 전 대통령보다 뒤졌다. 당시 플로리다주 재검표가 진행되면서 한 달 넘게 논란이 계속됐다.

승자가 확정되면 당선인 측에서는 가장 먼저 정부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같은 요직의 인선을 한다. 인수위원회 산하에 정부 부처별로 정책 연구단을 구성하고 그 연구단을 이끌 단장을 선임하는 일도 비교적 초기에 진행된다. 이후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 재무장관 같은 일부 부처 장관을 먼저 선임하고 의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이런 절차들을 거쳐 내년 1월 20일 미의회 의사당 앞에서 이번 대선의 당선자 트럼프가 취임선서를 하면 그때부터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다.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 코미 FBI 국장

미국 대선 막판에 파란을 불러일으켰던 제임스 코미(55)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향후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미 국장이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을 꺼냈다가 후폭풍을 만들어 낸 주인공이다. 이 바람에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간의 지지도가 급변하는 하는 파동을 불러일으켰다.

코미 국장은 선거를 불과 11일 남겨둔 지난달 28일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착수를 발표했다가 9일 만에 재수사 종결을 선언하면서 정치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시절(2009∼2013년) 개인 이메일 서버를 이용해 기밀문서를 주고받은 사건이다. 앞서 코미 국장은 지난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에 불기소를 권고 한 바 있다.

코미 국장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착수 발표로 클린턴의 지지율은 곤두박질했다. 이는 역대급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10월의 이변)로 받아들여졌다. FBI로서는 클린턴과 트럼프 간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면서 최대 희생양이 될 위기를 맞은 셈이다. 강직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신뢰를 얻어온 코미 국장도 그동안 쌓아온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당장 코미 국장은 ‘용퇴론’에 직면했다. 그의 임기는 오는 2023년까지다. 전현직 법무부 관리들 사이에서는 위기에 직면한 FBI 조직의 안정과 미래를 위해 코미 국장이 선거가 끝난 뒤 자진해서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밀경호국(SS) 국장과 연방 교통안전국(TSA) 국장을 지낸 존 매고우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 기간에 악연이 너무 쌓였다”면서 “코미 국장은 FBI가 위험에 빠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미 국장이 사퇴하지 않고 버틴다면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코미 국장은 강한 사퇴 압박에 직면할 것이 확실시된다.

워싱턴 정치에 정통한 클린턴으로서는 이미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불거진 각종 게이트를 경험하면서 법무부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는 워싱턴 기성 정치와 정부기관들에 강한 불신감을 피력해온 데다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현 정부기관들의 수장을 해고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면 클린턴이나 트럼프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더라도 코미 국장을 직접 해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코미 국장의 해임이 불러올 정치적 파장 때문이다.

대선특집3-1

▲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착수 선언이 선거에 미칠 파장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코미 FBI 국장.

코미 국장 해임 불 보듯 하지만 버티면 역풍 맞을 수도

클린턴으로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국무부 유착설을 수사 중인 FBI의 독립성에 간섭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트럼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FBI가 트럼프 선거캠프와 외국 공관 간 커넥션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FBI 수장으로 임명한 뒤 조직 개혁에 앞장서 온 코미 국장을 대신할 적임자 물색도 쉽지 않다는 것도 변수다. 약점이 많은 두 사람에게는 FBI 내부 반발에 따른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게 달가울 리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적 경험이 풍부한 클린턴이 차기 대통령이 되면 FBI 사정을 잘 알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코미 국장을 그대로 안고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코미 국장과 친분이 깊은 한 관계자는 “코미 국장은 공무원으로서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클린턴이라면 덮고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미 국장은 이메일 스캔들뿐만 아니라 클린턴재단-국무부 유착설을 둘러싸고 법무부와 FBI 간 불화를 적절히 중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미 국장의 ‘오락가락’ 행보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공화당에 당혹감을 안겼다. 이는 선거 이후 FBI의 역할론과 정치적 중립화를 둘러싸고 정부뿐만 아니라 의회 내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미 국장이 재수사 착수 발표 전 확실한 증거를 더 많이 수집했어야 했다”면서 “클린턴의 최측근 후마 애버딘의 컴퓨터에서 나온 것은 복사본과 증거와는 관계없는 것들로 밝혀 졌다”고 말했다.

공화당 관계자는 “코미 국장이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고 재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는 현 정부와 민주당의 강한 압박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코미 국장과 친분이 깊은 정부 관계자는 “코미 국장은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착수 선언이 선거에 미칠 파장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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