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교회로부터 20여 년 전 100만 불 상당의 교회 건물을 무상으로 기증받은 한인 교회가 재정관리 문제로 담임목사와 신도들 간에 분쟁이 야기되어 자칫 법정 공방도 예상되고 있다. 최근 문제의 교회 시무장로와 집사 등이 본보를 방문해 ‘커뮤니티 차원에서 교회 투명성 운동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LA 코리아타운 인근 산타모니카 한인 그리스도의 교회(이하 ‘SM한인교회’, 담임 최태희 목사, Santa Monica Korean Church of Christ , 600 N. Rossmore Ave. Los Angeles CA 90004)는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교회로 한때 100여 명에 신자들이 있었으나 원로들이 작고하고 은퇴하면서 최근에는 10여 명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이 교회 시무장로를 포함한 일부 신도들은 ‘담임 목사의 재정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무상으로 받은 교회 건물 매각 대금 80여만 불의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최태희 담임목사는 ‘그들이 제기하는 사안들은 사실과 전면 다르다’면서 ‘불과 10여 명 안팎의 우리 교회가 처한 사항을 살펴보면 이해가 다를 것’이라고 강변했다. 최 목사는 ‘매각 대금에서 은퇴자금 30만 불과 기도원 구입 등을 제외한 기금 20여만 불은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은행에 트러스트 형식으로 예치됐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한인 교회들이 재정문제로 목사와 교인들 간에 반목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고작 신도 10여 명 내외의 소형 교회에서까지 금전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얼룩진 분쟁을 짚어 보았다.
성 진 (취재부 기자)
‘SM한인교회’는 원래 웨스트 LA지역의 미국인 교회(1731 Corinth Ave, Los Angeles, CA 90025)를 세를 내어 사용하다가 이 교회를 무상으로 인계받게 됐다. 하지만 원래 미국 교회 측과 부동산 매매 독점 계약을 맺은 업체가 나서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매각해 정리한 후 남은 89만 불을 인계받고 교회를 옮기게 되었다.
코리아타운 인근 지역으로 이주한 ‘SM한인교회’는 이 기금을 CD 계좌로 구 윌셔 뱅크에 예치해 관리해 왔는데 기도원 구입과 5년 전 담임목사 은퇴기금으로 30만 달러 등을 제하고 2011년 현재 약 28만 불 정도가 예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신도수는 줄고 따라서 교회 재정 수입도 감소되면서 일부 신도들은 은행 예치 기금의 활용을 주장하게 됐다. 원래 기증 건물 매각금 89만 달러를 인계받을 당시 일부 신도들은 이를 종잣돈으로 400만 달러 교회 건물 구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재정운용으로 파탄을 염려한 담임목사와 원로장로들은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교회 원로 장로들이 하나 둘 작고하고, 신도들마저 대폭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환경에서 최근 부목사도 교회를 떠나면서 일부 신도들은 이를 담임 목사의 사목의 문제점으로 제기하면서 목사와 신도들 간에 갈등이 생겼다.
지난 10월 어느 날 담임목사가 이갑표 집사에게 ‘교회 건축헌금을 한 번도 내지 않았고, 대부분 교회 헌금은 자신의 딸들이 헌금한 것’이라는 말에 일부 교인들이 반발을 하면서 갈등이 야기됐다.
교회건물 매각자금 사용 불투명
이 과정에서 급기야 이 교회에서 약 40여 년간 봉직해온 곽재성 시무장로가 ‘4년 전 최 담임목사가 자신이 은퇴를 하겠으니 은퇴자금 30만 불을 달라고 해서 주었는데 아직까지 은퇴를 하지 않고 있다’라는 양심선언을 하면서 교회 내에 큰 파장이 일어났다.
이어서 지난 10월 23일에는 곽재성 장로가 주일 예배 후 친교 시간에 신자들에게 ‘담임 목사의 은퇴’를 공공연하게 요구했다. 이같이 요구한 곽 장로는 이를 13개 항목으로 건의서를 작성해 지난 10월 24일 자로 내용증명으로 최 담임 목사에게 발송했다.
이 같은 교회 분쟁이 표면화되면서 곽 장로와 일부 신도들은 교회 재정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0월 26일 뱅크 오브 호프(Bank of Hope, 구 윌셔 뱅크 버몬트 지점)를 방문했는데, 이 자리에서 원래의 교회 재정 CD 어카운트가 클로즈되고, 2011년 말 경에 새로운 계좌로 개설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교회 재정 계좌 운용은 원래 최태희 담임목사와 곽재성 장로가 공동 서명자로 등재되어 있으며 “Or”로 되어 있어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인출이 가능하기에 곽 장로가 자신도 서명자라며 인출을 요구했으나, 은행 지점장이 교회에 확인 전화를 한 후 ‘담임 목사가 다음 일요일 곽재성 장로와 이야기를 하겠으니 잘 이야기하여 오늘 그냥 돌려보내라’고 했다면서 ‘앞으로는 서명자 두 사람이 같이 은행에 와야 인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면서 지점장 확인서를 발급했다.
이 같은 사건을 인지한 최 담임목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지난 10월 30일에 교회 예배를 마치고 나온 곽재성 장로에게 제명 통고장을 주었다. 그 내용은 곽재성 장로를 장로직에서 해임하고 교인 자격도 출교 시킨다는 것이었다.
‘의혹의 계좌 변경’ 내역 확인 못해
그 통고장에는 <지난 10월 26일 교회와 상의하거나 결의 없이 단독으로 윌셔은행(현 뱅크 오브 호프)에 CD에 예치된 19만 2천100달러를 크로즈 하고 인출하려고 했다>는 등과 <담임목사를 허위사실로 비방하며 ‘무조건 사임하라’는 협박을 하여 교회를 어지럽히는 망행을 자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교회는 앞서 언급한 대로 1999년에서 2001년 사이에 미국 교회로부터 무상으로 기증받은 교회 건물을 매각해 89만여 불을 받았다. 이 돈은 CD계정으로 예치되었다. 그중 4만 불을 최 담임목사 자택 뒤 창고 수리비로 사용. 이 창고는 교회 집기 보관 용도로 사용되어 왔으며 이후 잔고 85만 불은 CD 계정으로 유지해왔다.
교회에서 재정을 담당했던 곽 장로는 “지난 2009년 당시까지도 약 85만 불이 은행 CD 어카운트에 있었는데 2년이 지난 2011년 초에는 27만 7천 불만이 CD 어카운트에 남아 있었다”면서 “나중에 알아보니 2011년 말경에 새로운 CD 어카운트가 개설이 되어서 지난 2009 ~ 2011 어카운트 내역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곽 장로의 주장에 따르면 “약 4년 전 2011년 경 최태희 담임목사가 은퇴자금으로 30만 불을 가져간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CD 내역상으로 보면 2011년 초 이전에 자금을 인출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따라서 은퇴자금을 인출한 것이 적어도 5년 이상 경과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회는 2011년 2월 11일 약 22만 6천 불에 기도원(1785 Barkley Ranch Rd, Pinon Hills, CA 92372)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1년 2월 11일 이후에 기도원 주변 땅 구입한 것으로 약 6~7만 불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소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10년 넘게 재직 회의 재정보고하지 않아
재정을 담당했던 곽 장로는 “최근 10년 넘게 담임 목사는 교회 재정에 관한 아무 재직 회의나 보고가 없었다”면서 “교회 재정 입출금은 담임 목사가 직접 관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시무장로와 신도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 최태희 담임목사는 지난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30년 이상 함께 교회 사목을 담당한 곽 장로를 신임했기에 은행 계좌 공동 서명자로 했다”면서 “최근 곽 장로와 만나서 ‘교회 재정보고를 하자’고 했는데 그가 반대했다”고 말했다.
또 최 목사는 “곽 장로가 주일 헌금을 관리해 주보에도 게재했다”면서 “이갑표 집사에게도 재정 장부를 보여주면서 어느 누구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들의 행동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최 담임목사는 자신은 말리부 소재 페퍼다인 대학원을 졸업 후 시청각 교육과 부국장을 지내고 미국 교회 연합회 재무도 담당한 후 ‘SM한인교회’를 개척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 교회 신자가 10여 명 정도”라며 “이러한 현실에 한 달 헌금이 수백 달러 정도이기에 공개적인 재정보고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 보고는 안 했으나 엄연히 재정 장부는 비치되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