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월 14일 본국에 들어가 본격적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가도에 또 한 번 빨간불이 들어왔다.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 씨(69)와 조카 반주현 씨(미국명 데니스 반 38)가 1월 10일 뇌물 혐의로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기 때문이다. 뉴욕 남부 연방검찰은 이날 오전 반기상 씨와 반주현 씨 등을 8억 달러 규모의 건물 매각과 관련한 뇌물수수 및 사기 혐의 등으로 전격 기소했다. 반주현 씨는 뉴저지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이미 체포돼 이날 오후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출두했다. 특히 검찰이 기소한 사안은 본지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사건으로 반 전 총장 관련 본지의 연속 보도가 진실에 부합하는 것임이 확인된 것. 연방검찰이 반 전 총장의 친인척을 기소함에 따라 반 전 총장과 반기상•반주현의 관계도 대선 과정에서 그 실체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전 사무총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끄는 인물이었으나, 뒤로는 친인척들이 사기 치며 호가호위 한 사실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반 전 총장은 이외에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는 등 본국 대권 도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선데이저널>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동생인 기상 씨와 조카 주현 씨(미국명 데니스)가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이들에 적용된 혐의는 뇌물과 자금세탁 등이다. 39페이지에 이르는 공소장은 이들이 맬컴 해리스라는 미국인을 통해 중동 국가의 한 정부 관리에게 50만 달러(약 6억 원)를 뇌물로 건네려 한 혐의를 적시했다.
경남기업이 소유한 베트남 하노이의 초고층 복합건물 ‘랜드마크 72’를 2013년 3월~2015년 5월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남기업은 당시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 상황에 몰려있었다. 카타르로 추정되는 중동 국가의 국부펀드를 이용해 해당 빌딩을 8억 달러(약 9600억 원)에 매각하려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회사 고문이던 반기상 씨를 통해 투자자 물색에 나섰고, 그 아들인 주현 씨가 이사로 있던 미국 부동산 회사 ‘콜리어스’와 독점적 중개 계약을 체결했다. 반주현의 회사가 랜드마크72 매각에 성공할 경우 500만 달러(한화 약 60억 원)의 성공 커미션을 주는 조건이었다.
이후 반 씨 부자는 매각에 힘을 써 줄 수 있는 고위층을 뇌물로 포섭했다. 반 씨 부자는 중동에 있는 한 국가의 국부펀드가 이 빌딩 매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익명의 중동 관리에게 뇌물을 건네는 방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또 한 사람의 힘을 빌렸다. 이 중동 관리의 대리인을 자처한 말콤 해리스라는 인물이었다.
사기꾼에 속아 위조 계약서까지
반 씨 부자는 해리스를 통해 8억 달러(한화 9600억 원)에 빌딩을 매각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반기상 부자는 2014년 4월 중동 관료에게 선불로 50만 달러를 주고, 매각 성사 여부에 따라 별도로 2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해리스와 합의했다.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조치도 있었다. 반씨 부자와 해리스는 향후 주고받을 이메일과 문자에 ‘뇌물’ 대신 ‘장미(rose)’라는 단어를 쓰도록 합의했다.
하지만 해리스의 정체는 ‘사기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예술·패션 컨설턴트이자 블로거라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중동의 관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다. 해리스는 반씨 부자에게 외국 관료의 서명이 담긴 공문을 이메일로 수차례 보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메일은 모두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동 관리에게 전달하기로 한 50만 달러 역시 미국 브룩클린 지역에 있는 고급 펜트하우스를 임대하는 데 사용됐다.
경남기업과 랜드마크72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실무를 담당했던 반주현 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당시 중동의 국부펀드의 빌딩 인수가 임박한 것처럼 경남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반주현 씨는 매각이 임박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카타르 관리에게서 받은 것처럼 위조하기도 했다.
결국 반주현 씨는 지난해 10월 경남기업으로부터 제소를 당했다. 반주현 씨가 제시한 카타르 투자청 명의의 인수의향서가 성 전 회장 사망 후 위조로 들통나면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것이다. 한국 법원은 반주현 씨에게 계약서류 조작에 따른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어 59만 달러(약 6억 5000만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친동생과 조카의 기소로 반 전 총장도 코너에 몰렸다. 재판 과정에서 반주현 씨가 큰아버지인 반기문 전 총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반주현 씨는 경남기업에 보낸 이메일에서 반 전 총장을 언급하며 “그를 통해 카타르 왕실과 접촉해 랜드마크72를 매각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남부 연방검찰은 상당히 오래전 이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퇴임 시기에 맞춰 전격적으로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를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반 전 총장에 대해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주현의 뻔뻔한 거짓말
이번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반주현 씨는 사건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났음에도 끝까지 발뺌하다 결국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는 점이다. 이는 반주현 씨의 도덕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주현 씨는 카타르 투자청의 매입의향서가 진짜라고 주장하다가 뒤늦게 말을 바꿔서 자신이 위조한 것이 아니며 중간에 선 사람이 거짓 서류를 건넸다고 말을 바꿨다. 즉 ‘나도 피해자다’ 라며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가공인물을 내세우며 발뺌에 나선 것. 또한 반씨는 서류가 위조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위조하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민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주장이 미국 검찰에 의해 모두 거짓임이 드러난 것. 게다가 반 씨는 이미 지난 2011년 미국 내 다른 회사를 상대로 똑같은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치밀한 계획 하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서류를 위조하고 직함까지 조작한 뒤 수수료를 가로챈 사실이 본지 보도로 알려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반주현 씨와 반기문 전 사무총장과의 관계이다. 반씨가 소속된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은 유엔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회사다. 즉 반씨의 콜리어스 취업이 반기문 총장의 후광에 힘입은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반 총장 동생 부자의 경남기업 상대 사기는 이들 부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반 총장 또한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을 이미 본지가 제기했다. 반 총장이 사실상 조카가 경남기업을 상대로 사기를 칠 수 있는 배경을 조성한 셈이어서 반 총장이 직접 콜리어스에 조카 취직을 부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필적 고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반 총장이 직접 조카 취직을 부탁했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유엔 윤리헌장에 직접 위배되는 것이며,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조카가 유엔과 계약관계에 있는 회사에 취직했다는 자체가 유엔의 최고 관료로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으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반 전 총장과 반주현 씨의 관계가 아주 돈독하다는 것은 본지 보도로도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다. 반주현 씨가 병역기피로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며 재혼을 위한 결혼식을 할 때 반기문 총장 내외가 직접 참석한 사실이 그것이다.
반 전 총장 부부는 지난 2012년 4월 21일 토요일 오전 11시 뉴욕 맨해튼 51가 근처의 연회장인 ‘3웨스트 클럽’[3 WEST 51ST ST, NEW YORK, NY]에서 열린 조카 반주현 씨의 재혼 결혼식에 참석한 바 있다.
이날 결혼식에는 신랑 반주현 씨의 부모인 반기상-윤순교 씨 부부, 신부 설미영 씨의 부모인 설재0 씨-설병0 씨 부부가 모두 한국에서 와서 결혼식에 참석했다. 또 반 전 총장은 부인 유 씨와 함께 참석했으며 총장 경호원 4명이 결혼식장 내부까지 들어와서 경호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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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캠프는 MB캠프
이동관 – 박형준 – 임태희 등 캠프 합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준비팀에 이명박(MB) 정부 핵심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은 1월 11일 본국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마포 실무팀’을 소개하며 여기에 좌장 격인 김숙 전 유엔 대사와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 곽승준 고려대 교수 등이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정책을 총괄했고,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냈다. 경제학자인 곽 교수는 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반 전 총장의 대선 공약 등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언론인 출신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두우 전 정무수석,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 이명박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인사들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에 합류 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나경원 의원이나 박진·최구식 전 의원 등도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또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들어간 인사 중에도 반 전 총장 측에 관심을 가진 원내외 인사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2007년 대선 당시 MB 캠프에서 뛰었던 젊은 실무진들이 반 전 총장의 ‘마포팀’ 등에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 전 총장을 돕는 그룹은 외교관 그룹과 충청권 인사, 그리고 여권 정치인 등으로 분류된다.
이중 대선 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선거 전략과 정무·홍보·정책 등에서 힘을 발휘할 그룹은 실제 집권 경험이 있는 ‘MB 사람들’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물밑 지원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