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민권자 한국계 교수 대학 ‘인종차별’ 소송 국제적 파장

▲ 인종차별로 소송을 당한 일리오이 대학과 소송을 제기한 한국계 최승환 교수
시카고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일리노이대(UIC)의 한국계 최승환(52) 교수가 “한국 출신이어서 차별을 당했다”며 대학을 상대로 인종차별 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 유럽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12월 28일 자에 시카고 트리뷴지에 처음 보도되면서 급기야 지난 5일에는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데일리메일(Dailymail)지에 해외판 톱 뉴스로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데일리메일지는 최 교수와 인터뷰 기사에서 ‘한국서 왔으니 한국정치를 강의하라는 이상한 차별을 받았다’면서 ‘비단 강의 배정에서만 차별이 아니라 백인 교수와 비교해 차별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사가 미국과 유럽에 보도되면서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인터넷 댓글에서도 학교 당국을 비난하는 글들이 계속 오르고 있다. 한 댓글에서 “차라리 그 교수를 성인 교육 강사로 보내면 어떻냐”고 비꼬는 글도 보였다.
지난달 28일 자 시카고 트리뷴지에 따르면 정치학과 국제관계학(International relations) 전공으로 재직 중인 최승환 교수는 시카고대학에서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한국정치를 강의하라는 학교 측에 반발해 새해 들어 지난 3일(화)에 시카고대학을 상대로 인종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최 교수는 “정치학과 학과장인 데니스 주드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는 이유로 정식 교육을 받지도 않은 자신에게 한국 정치학을 가르치라는 요구가 부당했다”면서 “본인이 일본과 한국의 정치에 관해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은 신문과 교과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한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백인계 미국인 학과장에게 복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나보다도 자격이 없는 동료들은 임금이 인상되고, 전임 교수직으로 승진했으나 본인은 부서장들의 끊임없는 괴롭힘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소장에서 “종신교수 임명 자격을 향해 가던 2011년 해고됐다가 수개월 후 재임용됐다” 면서 “인종과 출신 국가가 문제가 돼 대학으로부터 수년에 걸쳐 차별과 보복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조직적 차별 수모
한국에서 태어나 이민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학과 내에서 배척당했고, 동료 교수들만큼 급여를 받지 못했다”면서 “‘학문적 기여도가 낮고 학과에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부당한 지적을 받아 정교수 승진에서 제외됐다”고 토로했다.
최 교수는 “학과 책임자가 ‘아시아계 특히 한국인들은 수학과 통계학에 매우 뛰어나다’는 이유를 대며 학위도 없는 통계학 수업을 하도록 강요했고, 정식 교육을 받지도 않은 한국 정치학을 가르 치라 종용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지난해 학과장이던 데니스 주드가 상의도 없이 한 학생의 성적을 고쳤다”면서 “주드에게 이 문제에 관해 묻자 ‘누구와 상대하고 있고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한국인 대다수가 고집이 세고, 직장 상사에게 양보할 줄 아는 미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한국계 미국인을 싫어한다”며 “백인 학과장에게 무조건 순종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UIC 정치학과에서 미래를 기대할 수 없어 불안 증세와 고혈압을 안게 됐고,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능력에도 상처를 입었다”면서 “자포자기 심정이다. 학과 내 ‘부패한 정치’ 때문에 가끔은 출근하기도 싫다”고 털어놓았다.
최 교수는 지난해 10월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불만을 제기, “법정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 교수의 변호인은 “원고가 요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대학 대변인은 “통상적으로 소송건에 대하여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서 “현재 이 문제에 대해서 학교 당국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2년 미주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학과장이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한국정치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각자 전공을 지닌 교수들이다. 미국인이기 때문에 미국 정치를 가르치라고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한국정치를 가르치라는 것은 우스꽝 스런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소장에서 “아시안, 특히 한국인은 수학과 통계를 잘하기에 그것을 가르처야 한다”는 것도 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학과장이 한국과 일본 정치에 대해 강의하라고 지시를 했으나 자신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 학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백인 여성이 자신의 남편을 육아 보조원으로 둘 수 있었는데, 한국인인 내 부인이 똑같은 것을 신청했으나, 대학 당국은 이를 거절했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최 교수는 2012년에 ‘정치연구회보지’(Political Research Quarterly)로부터 ‘우수 평론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대학 마이클 아미리드스 총장은 그에게 “학문적 기여도가 부실한 교수’로 평가했다고 소장에서 주장했다.
그는 “학과 회의에서 나를 소외시켰으며, 내가 유일한 국제관계 전문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도외했다. 이러한 일들은 가면 갈수록 더했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한편 허핑턴 신문은 이례적으로 최 교수의 저술 항목과 수많은 논문 제목들을 열거하면서 대학 당국이 교수들의 학문 활동 운영에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최 교수에게 지지를 보내려면 전화 (312) 413-3280 이메일은 whanchoi@uic.edu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