喪’당해 슬픈데…‘傷’까지 당하는 ‘이중고’
죽음 이용 한몫 챙기려는
악덕 장례업자들 경계하려면…
급한 마음에 당황하지말고 여유가지고 비교해야
우리가 갑자기 당한 슬픈 일에 장례를 치루려고 가격과 내용을 제대로 알아 볼 겨를 없이 그냥 내 맡기다 보면 때때로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장례도 결혼과 마찬 가지로 미리 미리 이리 저리 알아보고 비교, 결정하면 의외로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당장 일이 생겨도 당황 하지 말고 차근히 알아 볼 여유를 가져야 한다. 급한 마음으로 당황하면 그를 이용해 큰 이익 을 챙기려는 업체들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장례식 비용과 결혼식 비용은 깎으면 안된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깎으려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따져보고 결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례도 한 장의사만 상대하지 말고 여러 곳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한국도 요즈음 매장 보다 화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화장은 2016년도 부터 매장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진 취재부기자)
미 최대 장례회사 ‘디그니티 장의사’(Dignity Memorial)에 근무하는 한인 문관훈씨는 오랫동안 장례 서비스를 운영해 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장례 문제를 봉사하고 있다. 디그니티 장의사는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회사(주가총액 55억불)로서 북미 전 지역에 2,000여 개의 장례식장(Funeral Home)과 300여개의 공원묘지를 소유하고 있는 미 최대 장례회사이다. LA지역에만 12개의 장례식장과 4개의 공원묘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 장례회사에 한인 문씨는 비석사업을 해오고 있는 ‘ACME Memorial’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북가주 거주 문씨는 “한인단체 여러 곳에 장례 상담을 하면서 ‘난 묘지를 갖고 있어서 준비가 다 됐는데 뭘 또 준비 하라는 거냐’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면서 “이같은 내용은 장의사의 역할과 기능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질문이다”라고 말하며 준비없이 상을 당했을 때의 황당한 문제점 사례들을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가족 잃은 슬픔에 제대로 결정못해

▲ 묘지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문관훈 장례전문가는 “갑자기 상을 당해 아무 준비 없이 장의사에 가게 되면 그곳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상실감과 충격 속에 준비되지 않은 장례일정을 소화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목격하면서 사전에 준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설명 했다. 그는 이같이 갑자기 상을 치른 한참 후 가족에게 물어보면 어떤 장례 상품을 결정했고, 어느 정도의 금액을 식장에 지불했는지 조차 잘 기억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였음을 지적했다.
문 장례전문가는 장례문화에 대한 이해를 위해 미국 장례제도에 대한 이해와 한국과의 차이점 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진행하는 행정과 장례 후 유가족이 해야 할 일을 미리 기록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장례준비로 비용이 발생되는 장례식 및 공원묘지를 고를 시 가족의 경제적 형편과 기호에 맞는 선택과 계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결정된 장례 계획을 가족 친지 간 공유하고 소통하라고 조언했다. 가끔 부모 장례 때문에 자녀들간에 갈등도 야기된다. 장례 비용을 어떻게 배부하는 것부터 장례 식순을 정하는 것은 물론 부고를 내는데 어느 신문에 내야 하는지 얼마 비용으로 부고를 내야 하는 것 등을 두고 유가족들간에 이견이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보통 장남이나 장녀가 나서서 장례 절차를 정하고 장의사와도 상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중 결정 사항을 두고 차남이나 막내 측에서 불평을 제기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며느리 쪽에서 이의를 제기 하기도 한다.
과거 한인 장의사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는 “장의사에서 장례문제 상담 시 큰소리 치는 유가족이 있는데, 막상 장례비 등을 분배 하는데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 수가 많았다”면서 “재정적으로는 분담을 하지 않고 목소리만 크게 내는 경우가 있어 씁쓸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장례 관계자는 장례를 도와주는 주위 친지들이 자칫하면 손해를 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L모씨 장례를 도와주던 P씨는 유가족 측의 의견이 갈리는 바람에 미리 부고 광고 등 장례 비용을 대신 부담했다가 받지를 못한 경우를 당했다. 고인 L씨의 미망인의 이야기만 듣고 장례를 도와주던 P씨는 L씨의 자녀들 3 형제 중 한 명이 ‘우리와 상의없이 장례 비용이 나간 것은 책임 질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졸지에 금전적 피해를 당했다. 그 이후로 P씨는 주위 친지나 아는 사람의 장례를 돕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 장례는 고인에 대한 마지막 공경심에서 비롯된다.
제구실 못하는 상조회에 분통
한인타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김 모씨는 최근 어머니의 장례를 치루었는데, 어머니가 평소 납부한 상조회에서 1만여 달러 정도의 상조비를 받지 못했다고 지난2일 본보에 하소연 했다. 사연인즉, 지난달에 어머니의 사망통보를 상조회에 했는데 ‘사망진단서를 가지고 와서 접수할 것’을 요청 받고 그대로 했는데 상조비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 나중에 다시 문의하니 상조회 관계자는 ‘현재 회장이 휴가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장례식 끝난지 2주가 지났는데 소식이 없다고 비분강개하기도 했다.
김씨는 “상조비는 회장이 휴가를 간 것과는 상관 없이 지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면서 “시청에 가서 불만신고를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생전에 지난 1987년부터 29년동안 상조회비를 납부했는데 그 비용을 합산하면 2만 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상조회 규정으로 1만 달러 정도를 받게 된다고 그 이유에 대해 상조회의 정확한 약관설명을 제기하기도 했다.
본보는 해당 상조회에 김씨 어머니 상조비 문제에 대하여 질의했다. 상조회 관계자는 지난 6일 상조비 관계에 대하여 설명을 보내왔다. 김씨 어머니 상조비는 8월10일까지 해결한다고 했다. 상조회는 매달 회원들이 사망한 수 만큼 1인당 10 달러 씩을 상조비로 받아 사망 회원들에게 1만 달러 상당의 상조비를 지급해왔다. 만약 그 달에 1명이 사망하면 생존 회원들이 10 달러를 내어 상조비를 부담한다. 만약 7명이 사망하면 생존 회원들이 70 달러를 납부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사망자가 7명 이상일 경우라도 그대로 7명분으로 한정했다는 것이다. 회비 한정선을 7명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에는, 상조회가 유보 중이던 기금에 여유가 있어서, 매달의 회원 부담 한도를 7인분인 $70로 상한선을 마련하고 잔액은 분할 부담을 시켰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고령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신회원은 줄고 사망자는 증가하면서 그것이 불가능 하게 된 것이다. ‘상조회’가 보유중인 기금은 바닥이 났지만, 부채는 단 1센트도 없다는 설명이다. 약 10년 전부터, 새 회원의 가입은 급감하고 사망 회원이 점차 급증하게 됐다. 과학, 의학의 발달 기타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이른바 ‘고령화’시대에 접어 들면서 가입 희망이 심리적으로 둔화된 반면, 90세를 넘는 고령자는 늘고, 과거 회원들 연령층의 중심이었던 70세 층의 회원은 거의 없어진 상태가 된 결과다.
그런데 지난 7월에는 사망 회원이 무려 15명이 되었다. 하지만 생존 회원들은 규정대로 7명분 70 달러를 내어 15명의 사망 상조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생존 회원들이 70 달러 씩을 납부해야 하는데, 매달 100% 회비 납부는 불가능하고, 밀리는 경우가 예사라는 것이다. 상조회 측에서는 8일에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여 본질적으로 상조회 운영 문제를 재검토하여 앞으로의 운영 문제를 새로 정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상조기금 제때 지급 안해’원성고조
LA한인타운 인근 묘자리 가격은 90년대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현재 묘지 가격은 400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한인들은 보통 5000달러~7000달러 대의 묘지를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는 상조회를 통해 장례비용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퇴 이후의 안락한 삶은 시니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은퇴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은퇴를 한 이후에도 또 준비해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장례다. ‘삶의 마무리’를 준비할 때는 재정을 비롯한 다양한 면을 고려해야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장례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장의사의 제니 임 매니저는 “재정에 대한 준비가 없이 갑자기 큰일이 닥치면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신다. 비용 또한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죽음 앞엔 누구나 평등하다지만 장례의 비용은 그렇지 않다. 꽃장식부터 묘자리까지 유족들의 선택지와 그에 따른 비용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관의 가격. 1000달러부터 시작하는 관의 가격은 2만 달러까지 치솟는다. 2009년 사망한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 때 사용된 관은 5만 달러에 달한다고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엄청난 가격의 관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장례비용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평균 장례비용은 1만 달러를 훌쩍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노인들은 ‘남겨질 가족들’ 을 위해서 재정적 준비를 미리 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인다.
장례를 위한 재정적 대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상조보험, 사망보험, 상조회다. 한인들은 간편한 가입 조건 덕분에 상조회를 많이 찾는다. 암 등의 큰 중병이 아니라면 가입비 100달러와 연회비 30달러를 내고 바로 가입할 수 있다.
그 뒤에는 달마다 ‘부의금’ 형식으로 사망한 회원 수에 따라 돈을 내는데 최대 70달러를 넘지 않는다.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받는 돈은 가입자 수에 따라 정해진다. 한인들이 많이 찾는 상조회 들은 1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대부분 사망 시 1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상조회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가입 후 5~10년 후면 약정된 금액의 100%를 받는다.
사망보험은 가입자의 건강상태와 특약 등에 따라서 보험료와 수령액이 천차만별이다. 상조보험은 수령액을 정해 놓고 그에 맞추어서 다달이 내는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다. 보험은 상조회보다는 가입절차가 까다롭지만 재정이 더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다.
천정부지 치솟는 묘지값 천차만별
묘지 또한 장례를 준비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로즈힐스, 포리스트론 등의 묘지값은 4000달러부터 시작하여 3만 달러에 육박하기도 한다. 가격의 차이가 큰 것은 ‘자리값’ 때문이다. 공원묘지의 정면에는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묘지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묘지값은 빠른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90년대 중반 500달러였던 묘지는 2003년에 2000달러를 넘겼다. 2010년대 들어서도 2배가 상승해 현재는 4000달러가 최저가격이다. 한인들은 중간가인 5000달러대와 7000달러 대의 묘지를 주로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즈힐스의 헬렌 문씨는 “로즈힐스가 생긴 이래로 묘지 값이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프로모션에 따른 일시적인 할인 은 있어도 가격은 항상 올랐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 이익이다”라고 말했다.
납골당의 가격은 묘지가격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 2003년에 2000달러였던 납골당은 6,000달러 가 됐다. 납골당 구입의 경우 부부가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장의사의 임 매니저는 “한인사회가 보수적인 면이 있다. 게다가 20여 년전부터 묘자리를 사 놓는 분이 많았고 이 때 당시에는 거의 매장지를 구입했기 때문에 매장이 여전히 많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장례는 예고없이 찾아온다. 미리 대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평소에 대비하면 힘든 장례과정에서 반드시 큰 힘이 된다. 장례에 대한 준비는 가족에 대한 최고의 배려다.
많은 사람들은 고령세대에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근 한인사회는 ‘백세시대’라서 80세 이상 사망자와 80세 이하 사망자가 거의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고 장의사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태어난 순서는 있지만 저 세상 가는 순서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