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바라며 무의미한 생명연장의 의료를 택할 것인가?
▶환자 고통을 줄여 존엄한 임종을 맞을 수 있게 할 것인가?
‘임종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준비하는 것’
■ 가정마다 집집마다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할 과제
■ 시한부 말기 임종기를 맞는 환자들의 선택이 중요
■ 캘리포니아 ‘존엄사법’ 도입 후 111명 법적 자살
■ 한국도 8월 4일부터 ‘웰다잉(well dying)법’ 시행
밸리에 거주하는 빌 김씨(61, 가명)는 요즈음 고민에 쌓여 있다. 그의 어머니(87)는 2년전부터 위장암과 간암 증세로 고통을 받아 왔는데, 최근 의료진으로부터‘길어야 1년 시한부’선고를 받았다. 현재 받고 있는 연명치료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사실 그의 어머니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어머니는 가족들에게‘하루 빨리 죽고 싶다’고 통사정이다. 이 문제를 두고 가족들은 의견이 갈렸다. 세 명의 딸들은‘끝까지 치료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두 명의 아들은‘어머니를 편하게 보내자’는 쪽이다. 장남인 빌 김씨는“난들 어머님을 끝까지 치료 받게 하고 싶지만 하루에 수차례 모르핀으로 통증을 줄이는 등으로 고통을 받는 어머님이 너무가혹하고 불쌍하다”고 말했다. 지금 빌 김씨의 케이스는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등 세계 도처에서 부닥치는 문제다. 또 지금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자신의 병 증세가 시한부 선고로“임종기”에 들어설 때 과연 숨이 넘어갈 때까지 무의미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가를 두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6월부터 18세 이상 성인 환자가 6개월 이하의 시한부 삶을 선고 받았을 경우 자발적인 안락사를 할 수 있도록‘존엄사법’을 발효시켰다. 한국도 지난 8월4일부터 일명‘웰다잉(well dying)법’을 시행하여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환자가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병원이나 호스피스 기관의 관계자들은 빌 김씨의 경우는 우리 주변에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환경을 두고 미국이나 한국 등에서는‘사전의료의향서’(ACP, Advance Care Planning) 제도를 실시하는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ACP는 환자가 자신의 질병이 임종기에 들어섰을 때 일부러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서이다. 이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가, 준비해야 하는가’가 우리 앞에 다가 오고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최근 발간된 ‘저널 오브 패밀리 프랙티스’(The Journal of Family Practice)의 편집장인 존 히크너 박사(John Hickner, MD)는 ‘ACP 작성이 여러모로 환자에게 유익하다’(Advance care planning: Making it it easier for patients(and you)라는 제목의 글에서 “ACP 작성이 여러모로 환자에게 유익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를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통계에 따르면미국내 18세 이상의 성인 중에서 26.3%만이 사전지시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응급실에 있는 노인 환자 중 40%만이 ‘존엄사’를 하겠다고 한 반면, 다른 54%는 위임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고 밝혔다.
현재 ACP계획을 찬성하고 시행하는 과정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장기요양 보호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ACP에 대한 이해를 시키는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립보건통계센터(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는 가정 건강 관리 환자의 28%, 요양원 거주자의 65%, 호스피스 환자의 88% 만이 사전지시서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메디케어 당국은 지난해 1월1일부터 ACP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에 대하여 비용을 지불 하고 있다. 코리아타운의 한인 의사들도 ACP에 대하여 환자들에게 적극 이해 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코리아타운에서 ‘닥터안종합병원’을 운영하는 가정의 로리 안 박사(Lauri An, MD)는 “대부분 한인 환자 들은 자신의 임종기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자 않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이를 문서를 남겨 두는 것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메디칼그릅(대표 차민영) 측은 ACP는 비록 환자 뿐만 아니라 일반 성인들이 만약의 경우 자신이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연명치료에 대한 입장을 미리 밝혀 두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특히 관습면에서 한국과 미국간의 문화적 차이에 고민한다. 그 중의 하나가 ‘시한부’와 ‘임종기’에 관한 사항이다. 미국 의료 기관에서는 환자들에게 ‘시한부’ 선언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환자보다는 가족이나 보호자들에게 우선 ‘시한부’ 선언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한인 의사들은 직접 한인 환자에게 ‘임종기’ 선언을 하기 보다는 우선 가족에게 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전해들은 가족들은 환자에게 어떻게 이를 설명해야 하는가를 두고 가족들간에도 이견이 분분하다. UCLA를 지난해 졸업한 로리타 김씨는 “환자에게 솔직히 이야기하고 죽음을 잘 맞이하도록 하는 것이 가족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하여 카운티 공무원을 지낸 윌리엄 정씨는 “한국과 미국간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여 우선 환자에게는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면서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에 대해 즉각 환자에게 알려 충격을 주는 것은 반대다”라고 말했다.
‘26%만이 ACP 작성’
‘존엄사’는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중단하는 것이고, ‘안락사’는 고통을 경감 시키기 위해 조기사망을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신문이나 방송이 통상적으로 쓰는 존엄사란 용어는 현대의학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 환자가 임종 단계에 들어갔을 때 인공 호흡기•심폐소생술•강심제 등 생명 연장 치료를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안락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말기 환자의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 조기 사망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이 약물 투여 등 의사의 도움을 받아 이뤄지면 적극적인 안락사라고 부르고, 영양이나 수액 공급 등을 차단하는 수준이라면 소극적인 안락사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존엄사 논의는 1975년 뉴저지주에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카렌 퀸란(여•당시 21세)의 부모가 법원에 딸의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결국 뉴저지주 대법원은 무의미한 생명 연장 행위는 인간이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해석을 하였고, 인공호흡기 제거 판결을 내렸다. 한국의 대법원의 판결도 인공호흡기만 제거하라는 좁은 범위의 ‘존엄사’만 허용한 것이지, 모든 의료행위를 중단해 조기 사망에 이르게 하는 넓은 범위의 ‘안락사’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다.
존엄사에 대한 개념은 나라마다 다르다. 존엄사를 영어로는 ‘death with dignity’, 즉 ‘품위 있는 죽음’ 이라고 하는데 오리건주에서는 같은 이름의 ‘존엄사법’이 있다. 여기에는 말기 환자가 의사에게 약물 처방을 받아 스스로 자살에 이르는 것도 허용된다. 법의학계에서는 ‘존엄사’라는 말 대신에 그냥 ‘생명 연장 치료 중단’이라는 객관적인 용어를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만에서는 우리의 존엄사 개념과 유사한 행위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처음에는 ‘자연사’ 법으로 부르다가 현재는 ‘안녕•완화 의료’ 법으로 부르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논의와 관련하여 미국 등 외국의 입법사례는 자연사법, 존엄사법, 자기결정권법(Patient Self Determination Act)등으로 접근하고 있다. 국내의 논의과정에서 자연사 혹은 존엄사 관점에 대해서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반면, 자기결정권 측면에서는 별로 다루어 지고있지 않다. 그런데, 이 논의는 본질적으로는 의료행위의 결정과정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귀착된다. 의학적 결정의 대부분은 의사가 결정하고 환자가 동의하는 틀에서 이루어져 왔다. 통상적 진료의 결정에는 이 방식이 적절하였으나, 말기 환자의 연명치료에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한국에서 심폐소생술과 같은 연명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살인죄로 처벌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의사들은 방어적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 환자가 원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법적 처벌을 피하는 방향으로 의학적 결정이 이루어지게 되고, 환자들은 불필요 하게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불필요한 고통에서 해방’
연명치료의 중단과 관련하여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간에 또 사회속에서 윤리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윤리적인 문제는 다음과 같다.
회생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연명치료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비윤리적이다. 반대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하여 본인이 원하지 않는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면 이는 윤리적인가?
한국 암환자가 임종을 앞두고 받고 있는 진료양상을 비교하면 임종 전 1달전에 항암제는 미국의 3배이상 사용하고 있는 반면, 마약성 진통제는 1/10도 사용하고있지 않다. 극단적인 예로, 심폐 소생술을 원하지 않는 말기암 환자에 대하여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늑골 골절을 유발했다면 적절한 의료행위라고 볼 수 있는가?
필수적인 의료행위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 부적절한 것과 같은 이유로,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원하지 않는 말기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윤리성의 판단이 요구된다. 회생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하여 필수의료를 시행하지않는다면 비윤리적이다. 같은 논리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환자들이 편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접근하는 의료가 호스피스-완화의료이다. 그런데,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 필수 의료조차도 받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논의에서 이런 점을 우려하여 ‘현대판 고려장’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음으로써 확보된 의료자원을 이용하여, 필수의료 임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수혜 받지 못하는 소외 계층을 지원해줄 수 있는 것이다. 즉, ‘사회보장 확대’이다. 연명의료는 호흡이 어려울 때 적용하는 인공호흡기, 심장이 멈췄을 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이런 연명의료는 급성기 질환 환자의 생명은 구할 수 있지만,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고통만 가중하는 의미 없는 의료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서울대 의대 허대석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겨우 목숨만 유지하다가 임종하는 환자는 매년 3만∼4만명에 달한다. 이 중 환자가 연명의료를 끝까지 하겠다 고 요구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환자 본인의 뜻을 확인할 서류가 없고, 가족 중 누구도 책임 지고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을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병원은 병원대로 환자의 생명을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 연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의무를 다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의료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에 ‘방어 진료’ 차원에서도 연명의료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되면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환자 뿐 아니라 건강한 국민도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를 미리 작성해 두면, 죽음이 임박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라는 의학적 판단이 내려졌을 때 이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는 인공호흡기 부착,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원하는지 아닌지와 호스피스 이용 계획 등을 법정 양식에 따라 기재한다.
한국 정부가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통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면 전산 처리를 거쳐 전국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 은 언제든지 그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만약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지 못한 상태에서 중증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우에는 환자가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 서류는 의사가 환자 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확인을 받아 작성하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같은 법적 효력을 가진다. 허대석 교수는 임종 임박 시기에 환자와 가족이 겪어야 할 혼란과 고통을 줄이고, 생의 마지막을 편안하고 품위 있게 맞이하는 웰다잉을 원한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꼭 필요한 준비 과정 이라고 말했다.
“웰다잉-Well Dying”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향후 수 년 안에 고령 인구가 급격히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차 완화 의료 및 사전진료계획 (ACP)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환자와 그 가족은 필요에 따라 완화치료를 원하지만 ACP에 관한 논의는 어려울 수 있다. 이같은 문제를 두고 ACP주제를 제기하고 의사 소통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는 환자들에게 이해를 시키는 수 밖에 없다.
OC의 한인 소망소시이어티(이사장 유분자 이사장)는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이라는 슬로건으로 인생의 마지막에 대한 준비를 안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막연한 생각 속에 묻어둔 채 죽음을 준비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죽음이 현실로 다가 왔을 때 우리의 가족은 당황하게 되고 이후에 따르는 많은 결정들에 대해 어려움을 격게 된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어둡고 우울한 주제라는 생각을 하며 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소망 소사이어티는 용기있게 죽음을 이야기 함으로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고 소중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며 계몽하고 있다.
소망소사이어티에서는 ACP와 유사한 소망유언서(Advanced Healthcare Directive)를 안내하고 있다. 사전 의료 지시서인 소망유언서를 작성함으로써, 뜻하지 않은 질병, 혹은 사고로 의식불명상태가 되었을 때 어떠한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를 미리 결정하고 문서로 남겨 환자가 된 자신의 고통을 줄여 존엄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하고 가족들은 임종자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한다.
소망소사이어티는 교회를 포함해 각 기관 단체들의 세미나 요청에도 응하고 있는데 문의는 소망 소사이어티 사무실(562-977-4580) 또는 이메일 (Somang@somangsociety.com)로 연락하면 된다.
미국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치적 결정과 사법적 케이스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고식적인 치료를 형성했다. ACP를지지하는 전국적인 지지단체들은 의료인들이 환자가 자신의 의료치료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메디케어 당국은 수년간 해왔 던 주치의들에게 이와 관한 비용을 상환하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진료비 청구를 하지 않을 수도 있음).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6월부터 18세 이상 성인 환자가 6개월 이하의 시한부 삶을 선고 받았을 경우 자발적인 안락사를 할 수 있도록 법을 시행했다.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결심한 환자는 의사 에게 2회 구두 요청을 하고, 이후 최소 15일 내 다시 한번 서면 요청을 하면 의사로부터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약을 처방 받을 수 있다. 그들은 의사나 가족 친구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약을 복용 해야 하며, 복용 48시간 전엔 반드시 자신의(죽고 싶다는) 요구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용기있게 죽음을 이야기 해야”
이 법이 2015년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통과되자 가톨릭 등 교계는 즉각 반발했다. 호세 고메스 캘리포니아 대주교는 제리 브라운 주지사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고메스 대주교는 당시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영리 목적의 건강보험제도 때문에 돈이 없어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의사의 도움을 받는 자살’이 유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법 제정을 촉발시킨 인물은 결혼한 지 2년 만에 뇌암 말기 진단을 받은 한 20대 여성이다. 브리태니 메이너드(당시 29세)라는 이 여성은 존엄사가 합법인 오리건주로 가서 지난 2014년 11월 1일 의사의 도움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죽기 직전 캘리포니아주 의원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를 녹화했다. 이 동영상에서 그녀는 “나는 죽어가지만 나의 존엄을 잃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동영상이 공개되자 캘리포니아 의사 협회는 존엄사 반대의사를 철회했다. 한편 영국 하원에서도 존엄사를 허용할 것인지를 놓고 2015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212표, 반대 118표의 압도적 의견으로 법안을 부결시켰다.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주에서 통칭 ‘존엄사법’을 불리는 ‘죽을 권리법(The End of Life Option Act)’이 시행된지 그해 12월 31일까지 약 7개월간 258명의 환자들이 이법을 신청해 191명이 ‘사망하는 약’을 처방 받았고, 그 중 111명의 환자가 이 처방된 약을 복용한 뒤 사망했다고 공공보건국 이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죽음을 택한 이들은 대부분 시한부 말기 암 환자들이었다. 사망한 사람은 대부분 백인(89.5%)이었으며, 생을 마무리하기 위해 호스피스 치료를 신청한 이들이 83.8%였다. 성별은 여성이 60명, 남성이 51명이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6월에 6개월 이하의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성인 환자가 자발적인 안락사를 할 수 있도록 합법화 했다. 죽음을 선택 하겠다고 결심한 환자는 의사에게 2번의 구두 요청을 해야 한다. 이후 최소 15일 내 다시 한번 서면 요청을 하면 된다. 그들은 의사나 가족 친구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며, 복용 48시간 전엔 반드시 자신의 (죽고 싶다는) 요구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보고서에 대하여 비영리단체 ‘컴패션 & 초이스즈(Compassion & Choices)’의 매트 휘태커 국장은 성명서에서 “이번 보고서는 법 시행이 잘되고 있고, 사한부 말기병의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고통을 평화롭게 끝낼 수 있는 선택권이 있음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안락사법의 통과를 적극 지원했었다.
무의미한 생명연장 바람직하지 않아
한편,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적극적인 의미의 약물 투여 등의 안락사를 허용한 국가다. 이어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콜롬비아가 동참했고, 캐나다가 최근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1994년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에 이어 2016년 캘리포니아주까지 5개주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엘크그로브가스펠교회의 박동서 목사는 캘리포니아주의존엄사법과 관련,“모든 환자는 반드시 믿음만으로 치유 받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신앙도 지양해야 한다”면서 “마치 치유되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형벌을 받고 있다는 위험한 신학은 환자나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비기독교적인 교리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불치병이나 말기암과 같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 들에게는 오히려 완화치료(Palliative Care)등의 방법으로 통증을 최대로 줄이면서 죽는 날까지 천국의 소망을 갖고 믿음을 지키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완화치료란 시한부 환자가 마지막 남은 여생을 고통 없이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전담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호스피스 간호사, 그리고 채플린 등이 한 팀이 되어, 신체적 사망만을 피하기 위해 환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오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인공호흡, 기도삽관, 등의 과도한 생명 연장 의료행위를 금지한 채, 자연스러운 임종 까지 환자 자신과 간호하는 가족의 마음과 감정까지도 세밀하게 살피며 돌보아주는 가장 바람직한 전인적 의료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천주교와 기독교들은 다음과 같은 기도를 권장하고 있다.
<생명의 주권자 되신 하나님 아버지. 자기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어 너무나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있는 영혼들을 불쌍히 여겨 주시 옵소서. 인간의 존재가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모두에게 알리소서.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알게 하시고, 죽음 이후에는 천국과 지옥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은혜를 더하여 주시옵소서.>
종교계는 기적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