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한국병‘학벌지상주의’단면들이 코리아타운에 만연
교묘한 방법으로서울의대 출신인 것처럼
허위광고‘현혹’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폐습인 ‘학벌주의’에 “서울대 출신”이란 단어가 있다. 지금 코리아타운에도 이같은 못된 폐습을 이용해 상혼을 팔아먹는 부류들이 있다. 그중 의료계가 특히 심각하다. 타운내에서 개업하는 전문의들 중에서 “서울의대 출신”임을 강조하고, 약품 개발도“서울대 출신”임을 강조하는 약사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비자들도 잘못이 있다.‘서울대 출신’이라면 무조건“최고”일 것라는 생각을 지니는 폐단이다. 이같은 풍조에 많은 사람들은 “서울대 출신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성실한 진료나, 신뢰받을 수 있는 좋은 약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오죽하면‘서울에 있는 대학이 서울대’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인터넷 댓글에“작은 아버지가 서울대 나왔는데,나이 60넘었음. 아직도 존나 당당하고 주변에서 우러러 봄.. 젊었을때나 지금이나 사회적이나, 인간적으로나 아버지상으로 볼 때는 그닥. 대단한분도 좋은분도 아니었던거같은데…그 나이 먹어서도 대학 드립치면 어디가서든 대접해줌. 늙어도 서울대라하면 젊은애들도 암말 못하고…어디서 훈장질해도 나 서울대 나왔소 하면 다들 버로우..그야말로 살면서 지성과 교양이 필요한데서는‘서울대’이 세글자면 다 끝남.. 먹고사는걸 떠나서도..그 대학 하나로 어디가서도 무시못하는 정말 서울대라는 간판은 아무나 못다는 것 같다..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망하는거고..”라는 글이 실렸다. 모두가 잘못된 ‘학벌주의’ 탓이다. 성진(취재부기자)
지난 2007년 10월에는 <서울대학교 상표 함부로 못쓴다>고 서울대학교 홍보팀이 전세계로 알렸다.
소위 사회에서 남발되는 “서울대 교수 개발제품”, “서울대 인증제품” 등과 같은 무분별한 사용은 제한하되, 서울대 의대, 치대, 수의대, 약대 졸업생 또는 수련과정 이수자가 병원, 의원, 동물병원, 약국 등을 개업할 때 동창번호나 수련년도를 병기하면 허가를 받거나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교표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규정은 서울대학교의 상표를 보호하고 관리함으로써 서울대학교의 명성과 신용을 유지강화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보하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렸다. 이후 서울대학교의 상표를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산학협렵단에 사용허락을 받아야 하며 일정 수준의 사용료를 납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사용이 불가능한 예를 들었다.
– 서울대 관련 병원, 서울대 의원, 서울대 치과의원, 서울대 약국 등 서울대의 명칭을 광고 또는 간판에 사용
– 서울대 로고를 허가없이 사용
– 서울대학교 XXX 교수의 개발품…..
– 서울대 xx대학 개발…..
– 서울대 승인 제품…..
– 기타 서울대 명칭을 허가 없이 사용하는 경우.
캘리포니아 주정부 규정 17500 조항은 허위, 왜곡, 과대광고에 대한 규제를 정한 법이다. 이 규정 17500의 제1항부터 5항까지에는 허위광고나 과대광고에 대한 규제 등을 정해 놓았다. 이 규정 등의 주목적은 소비자의 권익이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의료광고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문구는 “유일한”
“최고” “최대” 등등의 독점적 문구이다. 또 ‘난치병 치료’라면서 각종 암, 치매 등등을 완치시켜 준다는 것 등등도 문제가 되는 광고 문구이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허위과대 광고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친 서울의대 컴플렉스 의사들
타운에서 개업하는 C씨는 전문의다. 이 의사는 자신이 젊은 나이에 “서울대 역사상 최연소 특강 강사로 활약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또한 C씨는 “서울의대 특강 강사로도 활동했다”고 홍보했다. 홍보를 하면서 유독 “서울대 출신”임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 이 병원은 당뇨, 고혈압, 신장병 최고의 전문가로 정상급 진료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또 다른 W병원도 과대 광고로 문제가 된 병원이다. 이 병원업소록에 게재한 광고에 보면 “LA 유일한 자가줄기세포치료 센터’라고 선전했다.타운의 대부분 의사들에게 문의하면 W병원의 “LA 유일한 자가줄기세포치료”라는 문구에 대해 놀라고 있다. “줄기세포를 두고 사기 치는 것”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캘리포니아 주 의료위원회는 모든 의료진들에게 엄격한 도덕성과 윤리성을 요구하고 있다.
코리아타운에 있는 W 병원의 원장은 한때는 역사적으로 명의로 소문난 ‘허준’을 자신의 이름으로 선전하기도 했다. 동의보감의 저자인 명의 허준과 동일한 이름으로 하여 마치 자신이 “명의”인 것처럼 명성의 후광을 받으려는 행위는 누가보아도 얄팍한 상술임을 간파할 수 있다. W 병원의 원장도 자신의 출신이 “서울대”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타운에서 한때 많은 선전물을 통해 “서울대 약대 출신들이 개발한….산삼”이라는 문구로 소비자들에게 서울대 출신들이 만든 것이기에 최고라는 심리를 갖게끔 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서울대=최고라는 등식을 팔아먹는 폐습이다.
학벌주의 타파 위한 움직임 운동도
지난 2006년 조선일보는 수습기자 공채에서 서울대 학생을 특별채용 한다는 공지를 보내서 곤혹을 치렀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정치학과의 게시판의 게시글은 이후 누리꾼에 의해 갈무리 돼 퍼짐으로써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으며, 그 후 네티즌들은 조선일보를 성토하고 서울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측은 협조공문이 와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밝혀 책임을 전가했고, 조선일보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평소 기자 공채 시험에서 비교적 공정한 선발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던 「조선일보」는 이 사건으로 인해 ‘암묵적으로 학벌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한때 서울대의 새로운 입시요강이 발표될 때면 일간 신문에는 그와 관련한 내용이 1면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특정 대학의 모집 요강이 주요 언론의 톱기사를 장식하는 일은 우리 나라에만 있는 풍경이다. 또한 언론은 서울대와 관련된 사소한 사건도 과장시켜 보도함으로써 ‘서울대는 특별 하다’라는 인식을 일반인들에게 심어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등 에서도 ‘서울대는 특별하다’는 인식이 두드러진다. 한 예로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조직 폭력배 집안은 학력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하여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남자주인공을 자신의 사위로 삼는다. 제목 ‘가문의 영광’은 서울대 졸업생이 집안에 들어온 것을 빗댄 말인 것이다.
조선일보에는 한때 매년 9월마다 고등학교별 서울대 합격자를 기준으로 고등학교의 순위를 발표하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서는 ‘명맥을 이었다’ 등의 어구를 사용함으로써 서울대의 합격자의 수가 고등학교의 수준을 결정하는 지표인 것처럼 보도했다. 「조선일보」 독자들은 기사를 보고 학생들을 서울대에 많이 보내야만 소위 ‘명문고’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같은 서울대 합격자수 예찬은 지방 언론으로 갈수록 더 심화되어 지역 신문들은 이 수치로 명문과 비명문 고등학교를 구분하기까지 했다. 특히 서울대 합격자수가 많은 고등학교는 소위 ‘지역 명문고’로 띄워주기도 했다. 지역에 명문고가 있다는 것은 지역의 이미지가 좋아져 전입인구가 증가하고, 지역사회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 매년 입시가 끝나면 대부분의 고등학교 정문에는 대학 합격자 현수막이 걸리며 중앙에는 큰 글씨로 서울대 합격자의 이름이 적힌적이 많았다. 심지어 합격자 부모님의 이름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매년 지속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학 합격자 현수막이 학생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몇몇 단체에서는 ‘현수막 안 내걸기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입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이를 계속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