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미국이나 외국을 방문할 때 어떻게 환대를 았는가, 푸대접을 받았는가는 매우 예민한 문제로 남겨지고 있다.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모 언론사는 평소 만찬을 내지 않고 짧은 시간을 할애하는 ‘오바마 스타일’과는 달리 ‘풀코스 정상회담’이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환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06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워싱턴 공항에 하급관리가 나왔다는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다.
공항에 누가 마중 나오는지, 만찬이 있는지, 어디에서 자는지, 어디를 방문하는지 외교에선 따질 것도 많다.
<한국 외교 24시>에서 저자 이승철 기자는 방문 성격 및 종류에 따라 의전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홀대를 받았다는 모 대통령의 경우도 홀대가 아닐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정상 방문은 국빈 방문(state visit), 공식 방문(official visit), 실무 방문(working visit)으로 나뉜다. 이 외에도 공식 실무 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사적 방문(private visit, non-official visit) 등이 있다.
국빈 방문은 대통령의 공식 초청에 의한 외국 국가 원수의 방한으로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국가별로 1회로 제한한다. 다만 해당 원수가 재선하면 재차 국빈 방문이 가능하다.
공식 방문은 대통령 명의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정상이나 행정부 수반의 방문을 가리킨다. 대통령제하에서 외교장관 명의로 초청하는 B급 총리의 방문도 공식 방문이다. 내각제를 택한 국가의 총리는 행정부 수반이므로 A급 총리로 분류되어 대통령 명의의 초청을 받으며, 대통령제하의 총리는 B급 총리로 분류되어 국무총리나 외교장관 명의의 초청이 이루어진다.
공식 실무 방문은 공식 초청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국빈 또는 공식 방문이 아닌 방문을 말한다.
실무 방문은 공식 초청장을 발송하지 않았으나 공무 목적으로 방한하는 것이며, 사적 방문은 휴양 등 개인적 목적으로 방한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국빈 방문, 공식 방문, 실무 방문으로 나누고 있다.
방문의 종류에 따라 의전 내용이 달라진다. 국빈 방문에는 공식 환영 행사와 21발의 예포 발사 (총리는 19발), 국빈 만찬이 포함된다. 그러나 구체적 국빈 방문 형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은 국가 정상의 국빈 방문이나 행정 수반, 총리의 공식 방문인 경우 차관이 의전장을 대동하고 공항으로 영접을 나간다. 공식 실무 방문이나 실무 방문의 경우 차관보급인 의전장이 해당 지역 국장과 함께 영접한다. 물론 방문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또는 국가간 사전 협의에 따라 영접하는 사람의 격이 올라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국빈 방문은 백악관 남쪽 뜰에서 초청된 나라의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펼쳐지는 공식 환영 행사와 백악관에서 열리는 국빈 만찬, 상․하원 합동 연설이 다른 방문과 구별되는 의전 행사다.
환영행사는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군 의장대 사열, 예포 발사, 고적대 분열 등으로 진행되며, 백악관 만찬은 공연 관람, 무도회 등 여흥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숙소는 영빈관이며, 공식 수행원의 경비는 초청국이 부담한다. 공식 방문이나 실무 방문은 예포 발사나 만찬, 수행원 경비 부담 등에서 차이가 난다. 공항 영접 인사의 격도 다르다.
외국 국가 원수들이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때 미국은 이들이 도착하는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 해당 지역국 차관보나, 차관보가 부재할 경우 부차관보를 대리로 내보내 영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6월 28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공식 실무방문 (Official Working Visit)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방미가 공식 실무방문으로 진행되는 것은 최대한 실용적인 일정을 짜기 위한 양측의 협의 결과인 것으로 청와대측은 밝혔다. 한 외교소식통은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면 의전의 격이 더 높아지는 면은 있지만, 해당 국가에서 요구하는 공식 일정도 함께 많아진다. 그러면 우리 측에서 원하는 일정을 한정된 시간 안에 소화할 수가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방문할 경우 의장대 사열, 백악관 환영식, 백악관 환영만찬,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등 의전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당시 방미는 국빈 방문이 아닌 만큼 여러 행사가 생략되고 미국 측에서 지원해주는 차량이나 수행원 수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화려한 의전이 간소화되는 만큼 실질적인 외교 활동 시간은 늘어나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