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선고 후 51년 기업인생 마감했다면서 여전히 상근
‘내 회사 내 맘대로 하는데 웬 참견’ (사법부 조롱)
검찰이 효성비자금의혹에 대한 수사에 전격 착수한 가운데, 조석래 전 효성회장이 지난 7월 14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 51년 기업인생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으나, 여전히 효성의 상근 임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월 탈세혐의 등으로 징역 3년 실형선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직을 유지, 세간의 눈총을 받았던 조 전회장은 효성법인등기부 확인결과 지난 7월 14일 대표이사직을 내려놨으나, 효성 3분기 사업보고서에는 여전히 상근임원으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조석래회장과 함께 생활해 ‘동선이 같다’며 부사장직위의 비서로 등재, 헬조선의 아이콘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조회장의 부인 송광자여사는 임원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밝혀졌다. 재벌회장이 자신의 부인을 비서로 임명하고 임원 월급을 준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조 전회장의 이 같은 행위가 결국 또 다시 비자금 수사를 촉발했다는 지적이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해 1월 탈세와 횡령 혐의로 징역 3년 실형과 벌금 1365억원을 선고받았던 조석래 전 효성회장, 법원이 당시 조회장이 고령이며 투병중임을 감안, 구속을 집행하지 않았지만 조전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조회장은 실형선고를 받고도 대표이사직을 계속 유지,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었다. 대부분의 재벌총수들이 실형이 선고되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일부는 기소만 되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조회장은 굳건히 대표이사직을 지킨 것이다. 특히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2014년 이 사건으로 기소된 조회장과 이상운부화장을 해임하라고 권고했음을 감안하면 조회장의 뚝심은 ‘적폐’ 그 자체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
실형선고 불구 대표이사 유지 눈총의식
하지만 조회장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여 뒤인 지난 7월 14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효성은 조회장이 대표이사에서 퇴임, 51년 만에 기업인생을 마무리했으며 기업경영 에서 손을 뗐다고 발표하고 조회장의 업적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본지가 주식회사 효성의 등기부등본 확인결과 조회장은 지난 7월 14일부로 대표이사에서 사임, 이 사실이 7월 20일부로 등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4월 대표이사가 기존 조석래-이상운 대표이사에서 조석래, 김규영 대표이사로 바뀔 때까지만 해도 조전회장의 대표이사직 유지의지가 확고했으나 그 뒤 7월 14일 사임하고, 조현준-김규영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 것이다.
이상운 전 대표이사의 사임은 이 씨 역시 탈세 등의 혐의로 조회장과 함께 유죄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효성의 대표이사 2명이 모두 실형선고를 받았음에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는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됐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하자 2개월 만에 조전회장도 대표이사 직에서 사임한 것이다.
그러나 본보가 지난 15일 효성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3분기 사업보고서 확인결과 조전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지만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효성은 조전회장이 상근을 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효성은 3분기 사업보고서 232페이지 임원및 직원현황에서 올해 9월 30일현재, 조석래회장이 상근하고 있고 담당임무는 그룹회장이며, 1967년 4월 1일부터 지금까지 계속 재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이 조전회장이 상근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51년 기업인생을 마무리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는 지난 7월 발표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조전회장의 상근은 조전회장이 지난해 1월 징역3년 실형선고를 받고도 나이가 81세로 고령이며, 암투병중이기 때문에 법정구속시키지 않는다는 판결문을 고려하면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령과 암 투병으로 실형을 선고받고도 수감은 면한 사람이, 회사에 날마다 출근을 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재판부의 양형참작이유를 의심케 한다. 대한민국 사법부를 우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조전회장은 2013년 12월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되면서 2014년 1월 불구속기소돼 2년간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 1월 실형선고를 받았다. 조전회장은 그 기간 중 줄곧 대표이사로 활동하며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 본보가 효성사업보고서 확인결과 조회장은 정식 기소된 2014년 40억6300여만원을, 2015년 44억8백여만원을, 2016년 46억1300여만원을 받았다. 특히 이중 3분의 1정도는 경영을 잘 했다고 지급되는 성과급으로 드러났다. 몸이 아프다며 특별대우를 받았는데 당사자는 회사에 상근했다면 어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재판부가 잘못 판단했거나, 효성이 조전회장을 상근이라고 속였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 재벌오너의 추악한 모습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73세부인 송광자, 비서임원명단서 빠져
반면 부사장직위의 비서실담당임원이었던 조전회장의 부인 송광자씨는 임원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어찌된 영문인지 조전회장은 열심히 상근하고 있는데, 동선이 같아서 부사장임금을 받던 송 씨는 해임된 것이다.
효성은 지난 2분기 사업보고서에서는 송광자씨가 비서실담당 부사장이며, 1998년 3월 18일부터 재직해 왔다고 명시했었다. 효성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송 씨는 지난 2012년까지는 비서실담당 상무였다가 2013년 2계단 승진해 전무를 뛰어넘고 곧바로 부사장에 임명됐었다. 1944년생인 송씨는 70세에 부사장으로 승진됐고 73세인 2분기까지는 계속 ‘상근’한다고 보고됐었다.
상근이란 주 5일내지 6일의 정상근무일동안 매일 근무지로 출근해서 일하는 직원을 의미하므로 송 씨는 적어도 효성이 상근이라고 보고한 2012년 1월 1일 이후부터는 효성 비서실 또는 비서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정해진 근무지에 매일 출근해 일을 했어야 하며, 2012년 이전에도 상근보수를 지급했다면 매일 일을 했어야 한다.
따라서 송 씨가 제대로 출근하지 않거나 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효성이 송 씨에게 임금과 고용, 건강 등 4대 보험을 제공했다면 이는 배임행위가 되며, 지난 7월 14일 이전까지의 배임은 대표이사인 남편 조석래 전회장의 책임이다.
송 씨가 사업보고서에 처음 비서실 상무로 기재된 2012년 나이는 68세, 올해는 73세의 고령이다. 이 같은 나이를 고려하면 송 씨가 매일 상근하며 비서실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 조전회장이 지난해 1월 징역 3년 선고를 받고도 건강을 이유로 수감되지 않았다.
조전회장은 재판 때마다 거동이 불편하다며 휠체어를 타고 나왔고 그 바람에 교도소행을 면한 것이다. 그렇다면 조 전회장은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성이 송 씨를 비서업무를 담당하는 부사장이라고 보고한 것은 어떤 근거에서 일까. 효성은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자식키우고 조전회장을 내조하는 것이 비서의 업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회장과 동선 같으니 비서 맞다’ 궁색한 변명
이에 대해 효성측은 명쾌한 설명을 했다. 본보가 지난해 조전회장의 아내가 효성의 비서실담당 임원이라고 보도한 뒤 국내언론이 이를 취재하자 효성임원이 이에 대해 해명을 한 것이다.
효성 측은 ‘사모님은 회장님과 동선이 같아서 비서실 근무로 간주한다’고 밝힌 것이다. ‘송 씨가 와병중인 조전회장과 함께 있으므로 비서실 부사장이다’ 라는 것이 효성 측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함께 생활하는 효성 모든 배우자도 직원으로 간주하고 임금을 지급해 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효성 측 해명은 조 전회장이 자신의 수발을 드는 아내에게 회사 돈으로 월급을 주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고 있음을 그대로 시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전회장은 ‘아내가 비서라며 부사장급 월급을 준 전무후무한 기업인’으로 기억될 수 밖에 없다. 재벌총수가 자신의 부인을 비서실 부사장에 임명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며 상식 밖의 행동이라는 것이 재계의 지적이다. 그래서 바로 송 씨가 헬조선의 아이콘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그런 헬조선의 아이콘 송광자 부사장이 약 19년여 만에 마침내 퇴임했지만 효성의 이 같은 경영이 결국 지난 17일 또 다시 검찰을 부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송 씨는 효성등기부등본확인결과 적어도 1994년 이전부터 1998년 3월 17일까지 효성의 등기이사였음이 밝혀졌다. 그동안 효성은 사업보고서 임원현황에서 송 씨가 1998년 3월 18일부터 재직했다고 명시했었다. 그 이전 등기이사로 재직했던 사실은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송 씨가 이사에서 퇴임한 다음날 비등기이사로 임원현황에 올랐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송 씨가 왜 등기이사냐는 비판을 의식해 등기부에서는 제외하고, 비등기이사로 살짝 돌리고 월급을 주어왔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형제끼리 배임 횡령 고소고발 막장 훼밀리
조전회장은 탈세 등에 대한 징역 3년 실형선고에 불복했고, 검찰도 형이 가볍다며 불복,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조전회장이 항소심재판에 두 번째 출석하던 지난 17일, 검찰이 효성을 덮쳤다.
서울중앙지검은 효성그룹 본사와 관계회사 등 4곳과 회사 관계자의 자택 4곳 등 8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2014년 초 조전회장의 차남인 조현문씨가 실형인 조현준 현회장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임원을 배임과 횡령혐의로 고발한데 따른 것이라는 것이 국내언론의 보도이다. 조현문씨는 조현준 현회장등이 갤럭시아일렉을 고가에 매입,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었다.
만약 국내언론 보도대로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이 갤럭시아일렉 고가매입 등에 따른 것이라면, 이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 3개월 전인 지난 8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 부상준부장판사가 이 사건과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조현준현회장측에 완전승소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조현준현회장의 주식매입가격이 적절했으며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범위에 속한다며 조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본보가 지난 8월 22일 이 판결의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이 판결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재판부가 자신들이 직접 지정한 감정인이 평가한 갤럭시아일렉 주식의 적정가격이 효성 측 인수가격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감정서를 제출하자, 재판부가 이 감정인의 평가액을 부정해버린 것이다.
재판부가 자신이 지정한 감정인의 평가마저 무시해 버리고 조현준씨 손을 들어준 것은 이례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바로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수사결과에 따라 이 민사사건 판결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의 효성수사는 효성뿐 아니라, 석연찮은 판결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