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회(회장 로라 전)가 지난 17일 대한항공이 건립한 미 서부의 최고 빌딩인 LA 다운타운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2017 헤리티지 나이트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한복으로 차려 입은 많은 한인사회 각계 인사들과 주류사회 인사들 약 4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어 보기도 좋았다.
이날 아름다운 한복으로 단장한 로라 전 회장은 미 NBC의 지나 김과 한인회 대변인 랠리 정의 사회로 진행된 기념식에서 “제가 예쁘게 보이지 않던가요”라고 운을 떼면서 “이민 초기 조국에 독립에 헌신하셨던 애국지사들의 대한인국민회를 전신으로 한 LA한인회가 앞으로 20년 후 한인타운의 미래를 준비하는 커뮤니티 개발계획을 수립하겠다”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인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도와드리고, 커뮤니티의 미래를 위한 준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20년 후 한인타운 미래 준비하는 개발계획 수립
이어 등단한 LA한인회 25대와 26대 회장을 지낸 하기환 현 LA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축사를 통해 “로라 전 회장이 주류사회와 한인 사회를 아우르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축사를 했다. 이어 코리아타운을 선거구로 지니고 있는 지미 고메즈 연방하원 의원, 코리아타운 10지구 시의원을 지낸 세바스찬 리들리 토마스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 그리고 로버트 안 LA시 커미셔너 등의 축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LA한인회는 이 자리에서 미주3.1여성동지회, 한국입양홍보회 MPAK과 재미한인직업교육센터, 가데나 경찰서 등 한인을 비롯해 각 커뮤니티에서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한 단체 15곳에 각각 지원금 1,000-2,000 달러를 전달했다.
이어 사회자인 지나 김과 랠리 정이 열성을 다해 한인회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비상구호 활동들을 포함한 중점 활동사업들에 기금모금 이벤트를 벌였다. 이어 커뮤니티 화합과 발전에 공헌한 First AME교회에 Angel Award를포함해, “Gook”을 제작한 저스틴 전에게 Media & Arts Award를, 한미은행 노광길 이사장에게 Community 를, The Honest Company창업자 브라이언 이에게는 Economic Empowerment Award를, Imprenta Communications Croup CEO인 로널드 웡에게 Political Empowerment Award를 각각 수여했다.
이어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한국 전통 의복 문화를 알리는 “한복, 어느 멋진날”이란 주제의 한복 패션쇼를 벌였다. 한복 디자이너 황선태와 엄정옥이 기획한 ‘이팔청춘’ ‘혼례’ ‘가족’ ‘환갑’ ‘회혼례’에 입는 한복을 아마추어 모델들로 선보여 눈길을 끌면서 이날의 55주년 헤리티지 나이트의 막을 내렸다.
이번 한인회 기금모금을 위해 Bank of Hope를 위시하여 현대 자동차, Genesis, 한미은행, H MART, Korean Air, 국군포로송환위원회, 한국장의사, CJ, cbb Bank, 아시아나항공, Susan Kang senior Health Insurance, 대한상사중재원, 경희사이버대학교, Mirae Medical Clinic, 미주동포 후원재단, 천하보험, Coway, Tower Escrow, SYNCIS, 서울메디칼그룹, Open Bank, PacificCity Bank, 제이제이 그랜드 호텔, 불란서안경 검안과 등을 포함해 약 100여개 기업 및 개인들이 20만 달러에 육박하는 기금을 후원했다. 이날 걷혀진 기금액은 단일 행사로 LA한인회 역사상 최대 기금 모금의 기록이다.
‘사상 최대 20여만 달러 기금’ 기염
한인들은 무슨 행사 때 5주년 10주년 등을 특히 중요시한다. LA한인회가 창립 55주년은 그래서 특별한 의미를 두어 준비를 한 것 같다.
하지만 이날 한인회 창립 55주년 기념행사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 국민의례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미국국가와 애국가는 불렀으나, 가장 중요한 순국선열들에 대한 묵념은 실종됐다. 이날 로라 전 회장은 기념사에서 한인회의 뿌리가 100여년전 대한인국민회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는데 그 선조들에 대한 유산을 잊어 버렸다는 것은 한인 정체성의 실종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날 한인회 행사에 미주류사회 정치인들은 물론 LA지역 외국 총영사들이 이례적으로 7명씩 참석했는데 정작 우리 총영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총영사를 초청을 했는데 안 온 것인지, 아예 초청조차 안했는지….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테이블에 타운의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타운에서 단체장이 아닌 평범한 우리 동포들도 초청했으면 한결 푸근한 모임이 되었을 것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주방 아줌마, 아르바이트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유학생, 자녀들 위해 열심히 택시를 모는 운전기사, 빌딩에서 밤 청소하는 갓 이민 온 중년 아저씨 등등도 모두 한인회 회원이 아닌가.
이날밤 55주년 기념행사에서 현재 33대 한인회의 역동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홍보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지나간 반세기의 역사가 있었기에 오늘의 한인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55년의 역사도 비추어 졌으면 한결 좋았을 것이다. 55년을 지나오면서 전직 회장들도 생존 회장이 16명이되고 전직 이사장 등 임원진들도 생존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날밤 기념행사에 전직 회장들이나 전직 임원들의 모습은 거의 안보였다. 이날 한인회가 기금지원 프로그램으로 모범적이고 희생적인 단체들에게 지원금을 증여했는데, 이들 수여 단체들에 대한 활동 소개도 없이 단순히 대표 단체에게 봉투만 건네 주고 퇴장시켜 기금 지원 프로그램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날밤 행사는 영어 중심으로 진행되고 간혹 한국어를 병용했다. 한인회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다. 우리말을 우리들이 자랑스럽게 해야지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우리말을 먼저하고 영어로 토를 달아 주는 주체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인회가 55주년을 위해 특별히 공들여 마련한 한복 패션쇼도 엉성했으며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한 마디로 준비와 훈련 부족이고 기획이나 연출력도 수준 이하였다.
이날밤 참석자들은 장장 3시간 동안 진행된 55주년 행사에서 무엇이 가슴에 남았는지 물으면 대답을 시원하게 할 사람들이 많이 없을 것 이다. 무언가 프로그램은 많이 한 것 같은데, 그 프로그램들이 “따로 국밥”처럼 하나의 공통적 흐름이 되지 못하고 맛있는 “비빔밥”이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비용 들여 제작한 기념책자에 55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 몇 장이라도 끼워 넣었다면 아쉬움이 덜 할 뻔했다. (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