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혐의조사에 나서자 부동산 차명회사에 거짓매도 후
‘자금, 조세피난처로 재산 빼돌린 듯’
선박왕으로 잘 알려진 권혁 시도상선회장이 조세피난처인 케이만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 운영 중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권회장의 친척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케이만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권회장의 친척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병무비리로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권회장의 아들일 가능성이 크며, 케이만아일랜드에 권혁회장이 설립한 법인의 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지난달 6일 공개한 파라다이스페이퍼를 검토한 결과 역외금융전문회사 애플비에서 유출된 문건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2011년 국세청이 세금 9천억원을 탈루했다며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던 권혁 시도상선회장. 한때 150척의 대형화물선을 소유했고, 특히 자동차운송 분야에서 세계1,2위를 다투면서 선박왕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1년 10월 검찰이 2200여억원 탈세혐의로 기소,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이 선고돼 복역하다 2013년 10월 구속만기로 석방됐었다. 그 뒤 권 씨는 국세청등을 상대로 세금소송을 시작했고, 몇 번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결국 지난 2월 9일 서울고등법원이 파기환송심에서 ‘3051억원의 세금 중 825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 2226억원의 세금추징이 정당하다는 최종결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권회장이 조세회피처인 파나마에 설립한 법인 뉴브릿지의 배당가능 유보소득 등을 과세표준에 산입할 수 있다’며 1,2심보다 162억여원의 세금을 더 인정했다.
세금소송 한창일 때 영국에 법인 설립
이처럼 거액탈세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선박왕이 케이만아일랜드에도 법인을 설립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가 역외금융전문회사 애플비에서 유출된 회사들을 검토한 결과 권회장이 케이만아일랜드에 3개의 법인을 설립, 운영했으며, 이 법인의 이사를 추적한 결과 권회장의 친척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세금소송이 한창일 때 영국에 법인을 설립한 사실도 확인됐다.
권회장은 지난 2002년 3월 15일 케이만아일랜드에 시도홀딩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이 법인의 주주는 권혁회장 본인이며, 또 실제수혜자도 권혁회장 본인으로 드러났고, 2002년 3월 22일부터 2013년 3월 8일까지 이 법인이사를 역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김영란씨도 이 법인 주주로 확인됐으며, 2013년 2월8일부터 현재까지 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권 씨의 아들로 추정되는 권웅씨도 2013년 2월 8일부터 이사를 맡고 있다.
권회장은 또 2002년 3월 15일 케이만아일랜드에 시도탱커홀딩코퍼레이션을 설립했으며 이 법인 또한 권혁씨와 김영란씨가 주주로, 실제수혜자는 권혁회장 본인으로 확인됐다. 또 시도홀딩코퍼레이션의 이사인 김영란씨와 권웅씨가 지난 2013년 2월 8일부터 이 법인의 이사를 맡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2개법인의 이사가 같은 날 바뀐 것이다,
권회장은 또 2005년 12월 14일 역시 케이만아일랜드에 BEO홀딩코퍼레이션이라는 법인을 설립했으며, 이 법인 또한 실제 수혜자는 권혁회장 본인으로 드러났다. 권 회장은 케이만아일랜드 법인설립 때 자신의 주소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590-38번지, 신화빌라 302호’로 기재했다.
검찰수사 직후 재산 조세피난처로 이동
본보가 지난 2013년부터 시도홀딩코퍼레이션과 시도탱커홀딩코퍼레이션의 이사로 등장한 권웅씨를 확인한 결과 권씨는 2013년 7월 3일 케이만아일랜드에 유마홀딩코퍼레이션을 설립했으며, 현재 이 법인의 이사인 동시에 실제수혜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권웅씨는 권혁회장과 성이 같은데다 외자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미뤄, 권회장의 친척일 가능성이 크며 자녀로 추정된다. 권회장의 부인 김모씨는 지난 2011년 9월, 아들의 병역비리로 체포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바로 권웅씨는 이 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과 검찰이 권혁회장에 대해 수사한 것은 2011년이며 이 법인은 그 이후 설립됐기 때문에, 이 법인에 권회장의 재산이 이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수사결과 권혁회장의 부인은 지난 2005년 아들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자 최 모 병무청 강원영동지청장에게 4천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항소심법원이 알선수뢰가 아닌 알선수재로 판단, 알선수재는 돈을 준 사람을 처벌할 규정이 없다며 김씨부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권혁회장의 아들은 2005년 9월 신체검사에서 인격 장애 등을 이유로 4급 보충역판정을 받고 그해 11월부터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돼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복무했었다. 그러나 권회장의 아들은 2006년 3월 병가를 받아내 공익요원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뒤 2006년 9월 재검사에서 5급 판정을 받아 10월 질병을 이유로 공익근무요원에서 해제됐다. 권회장의 아들이 2005년 11월 공익요원으로 소집돼 2006년 10월 질병으로 소집해제됐지만 실제 근무기간은 4개월10일 정도였던 것이다. 그래도 권회장의 부인은 무죄선고를 받았고, 아들은 곧바로 영국으로 떠났던 것이다.
바로 그 아들이 케이만아일랜드 2개법인의 이사로 등장하고, 영국에도 회사를 세우고 자신이 실제수혜자가 된 것이다.
인격장애로 병역회피 아들 권웅이 실수혜자
권웅씨는 또 영국 런던에 설립된 유마선박[YUMA SHIPPING]의 이사로도 등재돼 있으며, 국적은 한국이었다. 이 법인은 2013년 10월 24일 설립됐으며, 설립 때부터 권웅씨가 이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권씨는 영국법인설립 당시 1981년 1월생으로 확인돼, 권혁회장의 아들이 확실시된다. 즉 2013년 7월 케이만아일랜드에 유마홀딩스를 설립한 뒤 3개월 후 영국에 유마시핑을 설립한 것이다. 인격장애로 사실상 병역의무에서 조기 해제된 권웅씨가 영국선박회사의 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석연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2006년 9월 재신검에서 병역의무이행이 어려울 정도의 인격장애로 판정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약 7년만에 병이 완치됐거나, 재신검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본보가 권회장이 주소지로 기재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590-38번지 신화빌라 302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집은 적어도 1992년 11월 24일부터 권회장의 소유였으며, 2007년 12월 23일 홍콩의 센트럴퀸스로드 183 코스코타워 2808호 멜보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리미티드에 매도했다. 그 뒤 멜보는 2011년 3월 17일 강모씨와 유모씨에게 이를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혁씨는 또 이 부동산과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 232-4번지 토지등을 공동담보로 2002년 11월 28일 대한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를 담보로 13억원을 대출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대한화재가 구기동 토지를 공동담보로 잡은 것은 이 땅 또한 권회장소유임을 의미한다.
본보가 홍콩정부 확인결과 멜보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리미티드는 2006년 7월 21일 홍콩에 설립됐으며 법인번호는 1061279였다. 당초 법인설립 때 ‘은보국제투자유한공사’라는 중국명칭을 병기한다고 했으나 같은 해 11월 9일 중국명칭을 버리고 영문 명칭만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도 존재하는 법인으로 확인됐다. 즉 멜보는 홍콩 설립 1년여 뒤 한국 권회장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다.
홍콩에 설립된 멜보도 권회장이 실수유주
또 종로구 구기동 232-4번지 토지는 1034평방미터로 2017년 개별공시지가가 206만8천원으로, 공시지가로만 따져도 땅값이 21억4천만원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이 땅의 현재 소유주도 멜보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리미티드로 확인됐다.
이 부동산은 김 회장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김영란씨가 지난 2001년 11월 7일 매입한 것이며, 2007년 12월 30일 홍콩법인 멜보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리미티드에 6억2천만원에 매도된 것으로 드러났다. 멜보는 신화빌라 매입 1주일 뒤 권회장 부인의 구기동 땅도 매입한 것이다.
권회장일가의 부동산 2건은 특이하게도 홍콩에 설립된 동일회사에 팔렸다. 멜보의 지분현황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권회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권혁회장이 국세청이 탈세혐의조사에 나서자 자신의 부동산을 차명회사에 거짓매도하는 방법으로 숨겼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이 지번 바로 옆인 종로구 구기동 233번지도 권회장일가 소유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29일 멜보는 공교롭게도 시도시핑에서 20억원을 빌린 뒤 이 구기동 토지를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혁회장이 케이만군도에 설립한 3개법인과 아들로 추정되는 권웅씨가 실질적 수혜자인 1개법인등 4개법인의 자산이 과연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며,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했다는 것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권혁회장이 2천여억원 탈세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권회장일가의 케이만군도 법인설립은 주목을 끌 수 밖에 없으며, 국세청은 이 법인내역을 조사, 국세행정에 참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