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배밖으로 나온 女子의 말로’
베르사이유 궁전과 흡사한
대저택 짓다가 FBI에 꼬리 잡혀
한국국적의 여성이 버지니아주에서 의사들을 직접 고용, 수면클리닉 체인을 운영하면서 2억달러의 보험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여성은 2004년부터 버지니아주에 수면진단센터를 설립한 뒤, 노스버지니아와 메릴랜드일대에서 6개 체인을 운영하면서 2008년부터 본격적인 의료보험사기행각을 펼쳤으며, 2011년부터 민간보험회사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2014년까지 이 같은 사기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여성은 2012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에 프랑스 베르사이유궁전을 모델로 대형저택을 지으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이 사실이 워싱턴포스트등에 보도됨으로써 사법당국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성은 자신에게 수사의 손길이 미치는 것을 감지, 한국에 나가서 약 1년간 머물다 미국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체포영장을 미리 발부받아 대기 중이던 FBI에 체포됐고, 이 여성을 도운 남성도 라스베가스에 여행을 마치고 워싱턴DC로 돌아오다 공항에서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버지니아동부 연방검찰 FBI는 지난 6일 한국국적의 여성인 올해 44세인 이영주씨와 미국국적인 44세 한인남성 대니 안씨를 의료보험사기, 탈세 등 9가지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연방검찰이 밝힌 이들의 보험사기금액은 무려 2억달러에 달했다. 연방검찰은 지난 6일 이씨에 대한 체포사실을 밝혔지만, 이미 지난 10월 12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이씨와 안씨를 의료보험사기혐의로 비밀기소[UNDER SEAL]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방검찰은 이 씨가 지난 2004년 메릴랜드에 ‘퍼스트클래스 수면진단센터’를 설립하고 2008년에는 버지니아로 확장하는등 2014년까지 수면클리닉을 운영했고, 2005년에 동일한 사업을 하는 ‘퀼리티진단센터’라는 수면클리닉을 역시 메릴랜드주에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 뒤 이 씨는 수면클리닉에 관련의료기기를 공급하는 회사들을 설립하는가 하면, 2009년이후에는 보험료 청구등을 담당하는 빌링회사도 2개나 설립하는 등 ‘퍼스트클래스그룹’을 만들 정도로 번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처방 조작 보험으로 고가의료장비 판매
수면클리닉은 잠을 자다가 호흡이 갑자기 중단돼 심한 경우 사망까지 초래하는 질병인 수면무호흡증 치료하는 병원으로, 이 씨는 의사자격이 없기 때문에 의사들을 고용해 이들 병원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수면클리닉은 환자들에게 CPAP라는 지속양압호흡 장치, 즉 잠을 자는 동안에도 언제나 기도 내에 일정한 양압을 가해서 지속적으로 자발호흡을 계속하는 고가의료장비를 판매해 큰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수면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바로 이 같은 고가장비를 처방하는 방법으로 큰돈을 벌었고, 사업이 커지자 이 기계를 공급하는 회사까지 별도로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씨가 환자유치를 위해 직원들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하는가 하면, 환자유치대회를 열어 가장 많은 환자를 유치한 직원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사행성 영업행위를 했다는 점이다. 또 수면장애 환자를 자신의 클리닉으로 보내주는 의사에게도 리베이트를 주는가 하면, 반드시 의사 처방이 있어야 CPAP등 고가장비를 처방할 수 있지만, 의사처방을 조작해 이들 장비를 판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이씨는 S타입회사를 설립, 회사는 소득세를 내지 않는 반면, 그 회사의 주주들이 수익배분을 받은데 대해 소득세를 납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는 회사가 이 씨에게 준 소득은 대폭 줄여서 신고해, 세금은 적게 내고, 회사의 엄청난 수익은 이 씨가 고가의 의료장비를 공급한 것으로 가장, 장비대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방검찰은 기소장에서 이 씨에게 지급된 수면클리닉 수익의 일부를 예로 들었다. 2010년 6월 18일 퍼스트수면진단센터가 이 씨에게 체크를 발행, 60만달러를 지급했지만 회사경리장부에는 의료기자재구입비용으로 처리했다.
2010년 10월 20일에는 58만달러, 2010년 11월 19일에는 48만5천여달러, 2010년 12월 27일에는 89만달러등을 의료기자재로 처리, 이 씨가 가로채고는 국세청에는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2010년 남편 손범현씨와 함께 공동세금보고를 했지만 정상적으로 임금으로 처리한 381만달러만 소득으로 보고하고, 의료기자재비로 받은 금액은 모두 누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 조사 아랑곳 14년까지 의료보험사기
대형의료보험회사인 시그나(Cigna)가 2011년부터 이 씨의 수면클리닉 보험 청구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지만 이 씨는 시그나의 조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2014년까지 의료보험사기를 계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이 30에 의사를 고용, 수면클리닉을 열겠다는 대담한 발상을 실천에 옮긴 여성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배짱을 가진 여성이 아닐 수 없다.
그녀에게 보험회사의 조사 따위는 신경쓸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여성의 이 같은 대담성이 결국 자신을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만다. 이 여성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의 그레이트폴스에 대지면적 6 에이커, 건축면적 2만5천스퀘어 피트의 대저택을 짓겠다는 대담한 결정이 결국 사법당국의 수사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여성은 이 지역에서 유명한 건축회사인 ‘빌딩그룹’을 고용,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궐과 똑같은 모양의 저택을 지어달라고 요구했다. 비용이 1500만 달러정도나 투입되는 초대형 건축 사업이었다.
워싱턴DC의 연방정부 공무원이나 대기업 CEO등이 많이 사는 그레이트폴스에 엄청난 크기의 저택을 짓는다고 하자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정도의 저택은 환경을 파괴한다는 게 이유였다. 빌딩그룹이 제출한 건축신청서, 주민들의 반발 등이 알려지면서 결국 이는 2012년 미국 최대의 일간지중 하나인 워싱턴포스트에 대서특필된다. ‘수면클리닉을 운영하는 한국여성이 그레이트폴스에 2만5천스퀘어피트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지으려다 주민반발에 부딪혔다’는 기사가 워싱턴포스트를 장식한 것이다.
베르사이유 궁전 흡사한 대저택 신축시도로 덜미
당시 이 씨가 보험사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최대한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지내더라도 결국 범죄행각이 발각될 수 밖에 상황이었지만, 베르사이유궁전을 모델로 한 건물을 짓겠다고 나선 것은 불이 난 집에 기름을 들고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날 잡아가세요’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씨는 소송까지 제기되면서 결국 이 주택에서 손을 떼게 되지만, 바로 이때부터 이 씨를 향한 사법당국의 추적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시민권도 갖고 있지 않는 젊은 한국여성이 무엇을 해서 이런 엄청난 돈을 이렇게 많이 벌었느냐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것이었다.
연방검찰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이 씨가 안 씨의 도움을 받아 집중적으로 의료보험사기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씨가 2014년까지만 사기를 저지른 것은, 이때 이미 수사가 시작됐고, 상당부분 혐의가 드러나, 정상적인 병원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흡사 베르사이유궁전을 짓겠다고 난리를 핀게 2012년이고 보면, 그때부터 약 2년간 수사를 통해 2014년에는 이미 문을 닫다시피 한 것이다.
이 씨는 또 의료보험사기를 통해 번 돈을 호화부동산매입과 호화차량매입, 호화여행 등으로 탕진했다. 워싱턴DC와 메릴랜드일대는 물론, 멀리 시카고, 심지어 하와이까지 부동산을 매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최근 2-3년사이에 자신과 남편 손범현씨가 매입한 부동산중 8채를 급매도했다. 본보가 하와이주 등기소와 국무부등에 확인한 결과 이씨는 2012년 중반 하와이에 법인을 설립, 호놀룰루에도 콘도를 매입했지만 2년만인 2014년 콘도를 급매도하고 법인도 폐쇄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방검찰이 목을 죄어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하와이콘도를 급매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연방검찰은 이 씨의 남편을 영문이니셜로 B.H.S라고만 표현했지만, 본보가 이 씨의 부동산등을 추적한 결과 이 씨의 남편 이름은 손범현씨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이씨부부의 뉴욕부동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본보가 뉴욕시 등기소확인결과 이 씨의 남편 손 씨는 지난 2003년 9월 22일 뉴욕 플러싱의 한 주택을 53만달러에 매입했다가 지난해 11월 17일 93만달러에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도주 1년 만에 美 입국하다 공항에서 체포
이처럼 부동산등을 급매도한 이 씨 부부는 검찰수사를 피해 사실상 한국으로 도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방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10월 12일 비밀기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12월 4일 덜레스공항에서 이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씨가 한국에서 약 1년간 머물다 남편은 한국에 남겨둔 상태에서 12월 4일 한국 인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DC덜레스 공항으로 입국하다 체포됐다고 밝혔다.
또 공범으로 함께 기소되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데니 안씨도 라스베가스 여행 중인 12월 5일 워싱턴DC 델레스공항으로 돌아오다 미리 대기 중인 FBI에 체포됐다. 이들은 이미 2-3년 전 보험사기혐의로 체포될 것을 예상하고 아예 병원은 문 닫고, 부동산등은 일부 처분하고, 한국 등으로 도피하거나, 라스베가스 여행 등으로 소일했던 것이다.
그러다 이 씨는 약 1년 동안 미국에서 사라졌다가, 어느 정도 수사가 마무리됐나보다 하고 안심하고 미국으로 돌아오다 검찰에 체포된 것이다. 아마도 FBI가 이 씨가 미국에 돌아올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으로 유인해서 체포한 것이다.
연방법원은 종범격인 대니 안씨에 대한 보석은 허용한 반면, 주범인 이영주씨에 대해서는 선고공판 때까지 구치소에 구금할 것을 명령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제출한 구금요청서에서 이 씨가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 증거를 조작할 가능성, 한국으로의 도피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배심원 재판 때까지 보석없이 구금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구금필요성을 인정했다. 연방검찰은 범죄피해액이 6500만달러이상이면 양형기준에서 레벨 24로 징역 11년, 범죄피해액이 1억5천만달러이상이면 레벨 26으로 징역 14년에 해당한다고 밝혔으며, 법원의 양형기준이 아니더라도 보험사기의 최고형이 20년이라고 설명했다. 간 큰 여성의 간 큰 의료보험사기는 결국 베르사이유궁전같은 대저택을 짓겠다는 욕심에 스스로 덜미를 잡히고 호랑이굴로 기어들어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