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창 올림픽참가로 ‘핵전쟁 공포’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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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미대화 가능성’ 신년사에
트럼프 ‘대화에 용의있다’즉각 화답

‘묘수될까, 자충수될까’

지난해 말까지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가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라는 화해 제스추어로 남북경색이180도로 선회하면서,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믿는다’는기자회견까지 나오면 외신들은 일제히 ‘남북회담 희망 봤다’면서 트럼프 대화지지에 일제히 주목하면서 ‘북미대화 가능성’마저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9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고위급 회담도 스타트는 좋았다. 그러나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내달 2월에 새로운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에서 ‘핵무기의 유연한 사용’을 허용하는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7일 미 의회 관계자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해 이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질 남북회담이 성공적이지 못할 때 북한선제공격이 다시 대두할 조짐이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에서 사소한 오해나 실수, 우발적인 사고 등으로 인해 핵 전쟁이 야기될지 모른다는 미국 군사 전략가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반도의 갈등 상황이 우려되는 것은 전쟁을 의도한 행동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 미국의 경고 사격(공격), 악의적 해커 또는 단순한 사고가 전쟁 발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정리-데이빗 김 객원기자>

북한선수단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남북대화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북미대화에 열린 태도를 보인 기자회견을 두고 미국과 유럽의 주요 외신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김정은과 당장 통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나는 늘 대화를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9일 실시된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도 “큰 시작”이라며 “그들이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등 명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내가 연루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지금 올림픽을 두고 얘기를 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라며 “(내가 없었다면) 그들은 대화하지 않거나 상황이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발 물러난 트럼프의 유화제스쳐

이에 대해 미국 등 각국 통신, 신문, 방송들은 이 같은 발언을 앞다퉈 주요 내용으로 보도했다.
미국의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의 대화에 열린 태도를 보였다”며 “북미 직접대화가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최근 트럼프의 핵 버튼 트윗과 미국본토 전역이 핵 타격사정권에 있다고 한 김정은의 신년사로 북한 핵무기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하는 와중에 나왔다”고 위기완화 가능성을 주목했다.

미정치 1번지의 워싱턴DC의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면서도 변덕스러운 태도를 따로 지목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 정권과의 직접 대화에 관해 여전히 열려 있으며, 아시아 불량국가(북한)가 내달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봄 김정은과 만날 의향을 밝히고서 북한 핵 도발이 이어지자 방향을 틀트럼프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위협과 대화제의 사이에서 흔들거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전쟁 공포를 고조해온 말의 전쟁에 가담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호전적인 언변으로부터 한 발 더 멀리 돌아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의향을 내비쳤다고 소개하며 “귀한 남북대화가 북한의 핵무기 추진을 둘러싼 위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9일로 개최된 남북한의 고위급 회담을 자신의 성과로 돌렸다는 주제로 기사를 작성했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남북 올림픽 회담의 공을 가로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발언을 발췌해 강조했다.

스페인 EFE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는 주제로 발언을 자세히 소개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북한 김정은과의 전화통화에 절대적으로 응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을 핵심으로 내세워 기자회견을 소개했다. 독일 dpa통신은 남북회담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넘어서는 부분까지 확대되기를 희망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강조했다.

“남북 올림픽 회담의 공 가로챘다”

한편 일본의 교도통신은 7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달 초 공개할 새로운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에서 ‘핵무기의 유연한 사용’을 허용하는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미 의회 관계자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핵무기 통제’를 강조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핵 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6일 ‘미국과 북한은 우연히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의도적인 공격 행동보다는 작은 원인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외교 소식통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탄도 미사일과 잠수함을 통해 공격하는 새로운 저강도 전술 핵무기를 개발‧배치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인 ‘힘을 통한 평화’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핵무기의 역할을 핵 공격에 대한 반격 차원으로 한정하지 않고, 공격적인 핵 운용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가해지는 경우 핵 공격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NPR은 미국 핵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보고서로, 8년마다 발간한다. 지금까지 1994년 클린턴 행정부, 2002년 부시 행정부, 2010년 오바마 행정부 등 모두 3번 발간됐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향후 5∼10년의 핵 정책과 관련 예산 편성이 결정된다.
보도에 따르면 소식통들은 NPR의 개요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러시아‧북한 등 경쟁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저강도, 소형 핵무기 개발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0년 발표한 NPR에서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의 중차대한 이해를 방어하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며 핵무기 역할이 ‘방어’에 그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핵 전략이 8년만에 ‘방어’에서 ‘공격’으로 대전환을 맞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핵무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작년 1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미국의 핵 억지력이 현대적이고, 강력하고, 유연하고, 회복력이 있고, 준비된 상태로 21세기의 위협을 저지하고 동맹국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핵 태세 검토 보고서 작성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소식통들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핵무장 순항미사일 개발도 촉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 NPR은 현재의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 개발 계획 이외에 해상 발사 순항미사일 개발 계획의 윤곽도 그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 등 국가들과 이 같은 미사일 배치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는 ‘핵무기 통제’를 강조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핵 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의 갈등 상황이 우려되는 것은 전쟁을 의도한 행동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 미국의 경고 사격(공격), 악의적 해커 또는 단순한 사고가 전쟁 발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에너지부 장관으로 일한 어니스트 모니즈는 “현재는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오판으로 인한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1994년 있었던 미군 헬기의 북한 지역 불시착 사건에서부터 2015년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고에 이르기까지 과거 다양한 사례들이 한반도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발적 사건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마이클 마자르는 “북한이 시험 발사한 미사일이 오작동 등으로 엉뚱한 곳에 떨어지는 경우” 가장 불행한 시나리오로 꼽았다.

미 비확산 문제 연구기관 군축협회(ACA)의 켈시 데이븐포트 비확산담당관은 “선제 타격 훈련을 위한 미군 폭격기 저공비행을 북한이 잘못 해석할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미 종전 가정 빗나간 대목 꼬집어

또한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를 지낸 에이브러햄 덴마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 군부가 치명적인 오판을 내리도록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10년 천안함 피격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난다면 미국과 한국 정부가 그때와는 매우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마자르 연구원은 “현재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는 이른바 예방적 선제 타격 같이 미국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군사행동 결정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니즈 전 장관은 핵 통제시스템에 대한 사이버공격 역시 북한의 오판을 낳을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또 서로 군사정보에 밝았던 미국‧소련 간 냉전 시기와 달리 미국과 우방 정보기관들은 북한과 지도자들을 잘 모른다는 점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미국 정보당국 전문가들이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 사정권에 둘 수 있을 시기를 2020년 이후로 봤던 오류를 꼬집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 지도자들보다 무기 프로그램을 더 우선시하고 있는 것 역시 미국의 종전 가정이 빗나간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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