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니는 땅 아래 귀중한 화석들이 우르르…’
지난 2014년에 착공된 코리아타운-UCLA 지하철 연장공사(퍼플 라인)로 윌셔 지역을 운전하는 많은 한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3년전에 윌셔와 웨스턴 근처, 윌셔와 크렌셔 근처 그리고 윌셔와 라브레아 근처를 처음 파헤첬던 공사가 한동안 뜸하더니, 요즈음 다시 굴착기를 동원해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는데, 주말에는 아예 윌셔 거리 일부를 통제하는 바람에 교통 체증이 더 심해지고 있다. 많은 한인들은 ‘도대체 지하철 공사를 어떻게 하길래…여기저기 파헤치고…’라며 짜증을 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코리아타운 지하철 공사장에는 땅굴만 파는 것이 아니다. 고대 빙하기 시대 동물 들의 화석들이 쏟아저 나오는 바람에 고대 유물 발굴 작업까지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코리아타운을 관통하는 LA 지하철 웨스턴 애비뉴와 서쪽 UCLA까지 연장되는 ‘퍼플 라인(Purple Line)’ 확장 공사장에서 연체동물과 조개류 등 2억년 전 각종 동, 식물 화석이 출토됐다고 LA타임스가 지난 2014년 3월15일자로 보도해 고고학계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당시 자연 매장물이 발견된 곳은 LA카운티 예술박물관 거리 인근의 지하철 공사현장으로, 과거 공룡이 살았던 곳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하철 공사장에서 발견된 매장물 중에는 달팽이 등 연체동물과 백합 등 조개류, 바다사자 입과 홍합, 그리고 3미터 길이의 소나무 가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LA카운티 당국은 당시 발견된 매장물에 대한 식별작업 수행과 함께 이들을 자연사 박물관에 보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매장물이 발견된 곳은 2억년 전 태평양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코리아타운은 2억년 전에는 바닷물 속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하철 공사장 땅밑에서는 마지막 빙하시대인 1만
년 전의 동물 화석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LA지하철 공사장 화석 발굴의 총책임자인 애슐리 레거(Ashley Leger) 박사는 2014년에 지하철 확장 공사가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매머드 뼈를 포함해 토끼 주둥이 일부분, 마스토돈(매머드로 작은 코끼리의 일종)의 이빨, 낙타의 네 다리, 말 발목뼈 등 모두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당시의 동물 뼈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 가장 놀라운 발견은 지난 2016년에 지하철 공사장 윌셔와 라브레아 지역에서 발굴한 매머드 뼈였다. 처음엔 코끼리 뼈처럼 생긴 화석인 줄 알았지만, 무려 15시간동안 발굴한 결과 예상보다도 더 ‘대단한’ 것이었다. 어린 매머드의 온전한 뼈였던 것이었다. 이 매머드 머리 부분 유골은 안락의자 정도의 크기다. 양쪽에 모두 상아가 달려있어 특히 이같은 상아는 희소하다고 한다. 현재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며, LA의 유명한 화석 박물관 유리벽 안에 전시됐다.
고고학자 애슐리 레거 박사는 지난 10년을 사우스 다코타주의 매머드 사이트에서 보냈지만 이같은 애기 매머드의 뼈는 본 적이 없다면서, “꿈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사 박물관인 페이지 박물관 부관장 에밀리 린지 박사도 “상당히 놀라운 발견”이라고 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리와 검치호 (劍齒虎)의 잔해는 많이 발견됐지만, 매머드의 흔적은 30여개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번에 이렇게 1만 년 전 동물 뼈들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것은 캘리포니아 주정부 건
설정책의 공도 크다. 캘리포니아주는 환경법이 엄격해, 건설을 위한 발굴 작업에는 고생물학자들도 함께 현장에 투입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고생물학자 애슐리 레거 박사도 2014년부터 LA 지하철 퍼플 라인의 확장 공사 현장에서 발굴 과정을 지켜 볼 수 있게 됐다.
공사현장에 고생물학자 대동
LA지하철 공사는 선사 시대의 화석이 풍부하게 분포 되어있는 것으로 유명한 ‘라브레아 타르 핏트’(La Brea Tar Pits) 옆에 지하철 터널 공사를 시작하면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퍼플 라인의 페어팩스 (Fairfax)와 라 브레아 (La Brea) 역 구간을 공사한 지난 여름에 놀라운 성과들이 나타났다.
고고학자 애슐리 레거 박사는 “가장 흥미진진한 발견은 지금까지 어린 매머드의 화석이었다”면서 “그 화석은 거의 완벽하게 보존하며 두개의 상아도 완벽하게 보존됐다는 것이다”라면서 “정말 아름다운 표본이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우리는 또한 다른 거대한 상아와 낙타의 팔뼈, 그리고 다른 여러 화석과 함께 매스토돈 이빨 등등을 발견 할 만큼 충분히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애슐리 레거 박사는 지하철 연장 공사를 하는 승무원의 일원으로 항상 안전 장비를 가까이에 두고 있다. 그녀의 셀폰 전화기가 울리면, 그녀는 코리아타운 지하철 중심가에 있는 거대한 건설 현장으로 달려간다. 물론 안전장비를 완벽하게 걸치고 간다. 땅 속 깊숙히 굴착기가 돌아가는 현장에 다가가면 건설 노동자들이 가리키는 흙더미 앞에 조심히 무릎을 꿇는다. 그녀의 심장은 더 빨리 뛰는데, 그녀가 “큰 발견”이라고 소리 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레거 박사는 거대한 평야 또는 사막보다는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화석을 발굴하는 고생물학자이다. “그들은 가능한 한 모든 화석을 복구하고 있다”면서 “일이 크고 굴착을 이끌 필요가 있을 때마다 나에게 전화를 한다.”고 레거 박사는 말했다.
지난 2014년에 지하철 ‘퍼플 라인’ 확장 공사가 시작된 이래 약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에 화석화 된 유물이 많이 발견되었다. 지난 10 년 동안 사우스 다코타 매머드 사이트에서 보냈던 레거 박사는 LA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과거 전혀 발견된 적이 없는 어린 매머드의 완전한 모습의 화석을 발견한 순간, “나는 절대적인 꿈을 이루어 냈다”라고 소리쳤으며 “이것은 내가 항상 찾고자 하는 하나의 화석이었다”고 말했다.
지하철 공사를 주관하는 LA카운티 수도권 교통 당국 데이브 소테로(Dave Sotero)대변인은 지하철 공사장의 고생물학자를 위한 비용 지불은 지하철 건설 프로젝트 비용으로 지불된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이번 지하철 공사장에는 오래된 화석이 있어 건설 노동자들이 이를 발견하게 된다. 이같은 지하철 공사를 시작하기전에 이미 모든 건설 노동자들에게 공사 현장에 고고학적 유물이 숨겨져 있다고 교육을 실시하였으며, 이제는 모든 지하철 건설 노동자들이 아마추어 고고학자가 되었다.
또한 공사 현장에 고고학의 전문가가 항상 동행하여 고대 유물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지하철 건설 노동자들이 일단 뭔가가 발견되면 건설 노동자들은 우리가 표본을 수집 할 수 있도록 굴착 작업을 수행 한다”고 고고학자 레거 박사는 설명했다. 지하철 공사 현장 인부들이 무엇인가 발견하면 조심스럽게 수집하여 우선 La Brea Tar Pits 연구실로 보내어 진다. 그리고 박물관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표본은 타르 핏 박물관 (타르 자체에서 회수 된 경우) 또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물론 현장에 투입된 고고학자들이 먼저 이를 처리하게 된다.
애초 고고학자들은 윌셔-패어팩스 전철 예정지에서 일하면서 흥미로운 화석이 가장 많이 발견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빗나갔다. 실제로 화석들이 쏟아진 곳은 ‘라 브레아 역’ (La Brea Station) 근처 였다. 최근에는 코리아타운 윌셔와 웨스턴 인근 지역에서도 많이 출토되고 있다. 그래서 윌셔-웨스턴 인근 지하철 공사장 지상 안내벽에 화석 출토 그림이 그려져 있다.
‘라 브레아’ 지역 건설장이 유물 단지
화석 발견이 이루어질 때마다 과학자들에게 우리가 인간이 땅에 흔적을 남기기 오래 전부터 LA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이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고고학자 레거 박사는 “화석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라는 기계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며 “화석을 통해서 우리 앞에 무엇이 살고 있었는 것을 보여주고, 식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과거의 기후를 엿볼 수 있는 정보들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LA 한인타운에서 윌셔 블러버드를 따라 웨스트 LA 방향으로 지하철을 연결하는 LA 메트로 ̒퍼플 라인̓ 연장 프로젝트 공사가 2014년 11월7일 공식 착공식을 갖고 시작됐다. LA카운티 메트로 폴리탄 교통국(MTA)은 미라클 마일의 LA 카운티 미술관(LACMA) 광장에서 에릭 가세티 시장과 다이앤 파인스타인 연방 상원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하철 연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땅이 넓은 미국지역이지만 그만큼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 발달하여 주요 공항들이 시내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장점도 있다. L.A나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모두 차량으로 30분 내외로 시내까지 도착할 수 있는 근교에 공항이 위치하고 있다. L.A 공항은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여객 터미널 외에, 시내로 이동하는 지하철, 버스 등 교통 수단을 모두 탑승할 수 있는 트랜짓 센(Transit Center)가 따로 있다. 즉, 비행기에서 내린 후 도착 터미널에서 본인이 탑승하고자 하는 교통수단을 탈 수 있는 트랜짓 센터로 이동할 수 있다.
한편 미국 서부지역에서 최고의 박물관으로 알려진 LA카운티 박물관(LACMA) 옆에 함께 자리 잡고 있는 페이지 뮤지엄(The Page Museum at the La Brea Tar Pits)은 USC 맞은편에 위치한 LA 자연사 박물관의 부속 박물관이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팍 라브레아 옆에 위치한 이 박물관에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하고 다양한 빙하기 시대의 동식물군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LACMA가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페이지 뮤지엄은 다른 곳에서 구경할 수 없는 진귀한 자연의 유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라브레아 타르 피츠의 페이지 뮤지엄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석 소재지다. 1만년에서 많게는 4만년이나 된 퇴적물에서 발견된 빙하기 시대의 화석은 세이버 투스 고양이(saber-toothed cats)나 음산한 늑대와 맘모스 화석 등을 포함한다. 또한 퇴적물에서 화석을 굴착하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다. 페이지 뮤지엄은 현재 ‘프로젝트 23’이라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 이미 보유하고 있는 300만여 종의 빙하기 생물 표본과 화석의 수의 두 배에 이르는 양의 화석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페이지 뮤지엄 피시보울 랩에서는(Page Museum Fishbowl Laboratory) 유리창문을 통해 동물의 뼈가 복원되는 생생한 장면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페이지 뮤지엄의 플레이스토신 가든(Pleistocene Garden)에는 실제 크기의 포유류 동물의 복제가 전시돼 있는데, 이 동물은 이곳 라브레아 지역에서 생존했다가 멸종된 포유동물로 알려지고 있다. 페이지 뮤지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은 바로 점성이 강한 액체 구덩이인 타르 피츠(Tar Pits)다. 타르 피츠는 휘발성분이 날아간 지표면의 끈적끈적한 원유의 타르 구덩이를 의미하는 말로, 이 구덩이로 동물들이 많이 빠져 죽어 화석으로 보존되는 것이다.
점성이 강한 타르는 한 번 발을 담그면 빠져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물을 마시려고 이 타르 연못에 들어간 짐승들이 타르에 엉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죽게 되고, 시간이 흘러 화석이 되는 것이다. 페이지 박물관이 위치한 라브레아 타르 피츠에서 발굴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식물, 곤충 등 종류만도 200가지가 넘는 100만점 이상의 화석을 수집하고 있다. 박물관의 입구에는 타르의 점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타르가 가득 채워진 통에 꽂힌 쇠막대기를 뽑아보는 곳이 있으며, 위에서 언급했듯이, 타르를 제거하고 화석이 된 뼈를 추리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행콕팍과 페이지 뮤지엄에서 제공하는 퍼블릭 가이드 투어(평일 오후 1~3시, 주말 오전 11시 & 오후 1~3시)에 참여해 타르 피츠의 생성과정에 대해 배우고 아직 피츠에 파묻혀 있는 화석의 모습 도 구경할 수 있다. 뮤지엄 스토어에 들러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