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최순실,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 서로 자기 소유가 아니라는데…
‘그럼 말(馬)은 누구 겁니까?’
말 3마리에 달린 이재용 운명…1, 2심 엇갈린 법리 해석 괴담 분분
이재용 삼성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게 된 것은 정유라 승마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및 횡령에서 말 3마리를 뇌물로 보지 않았기 때문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말이 누구의 소유이냐는 판단에 따라 이재용부회장의 운명이 결정됐으며 앞으로 이부회장의 운명도 이 말에 달렸다. 본보가 최순실 1심 공판 판결문을 입수, 승마지원 뇌물혐의에 대한 판단을 이재용 부회장 1,2심 판결문과 비교한 결과, 말들이 삼성전자 자산관리대장에 등재돼 있지 않아 삼성의 소유가 아님이 명확함에도,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만 말 소유권이 최 씨 측에 이전되지 않았다며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3개 재판부의 판결 중 이재용항소심 판결문은 보면 볼수록 판사의 판결에 대한 의혹과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이재용 집행유예의 최대쟁점인 말소유권 문제에 대해 3개 판결문을 조목조목 비교해 본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이재용 삼성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부분은 용역계약을 통한 36억여원상당의 지원, 말 3마리 구입과 그에 따른 보험료 등 36억여원등 72억여 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72억 원 전액을 박근혜 전대통령과 최순실에 대한 뇌물로 판단, 공소를 제기했고, 이재용 1심재판부와 최순실 1심재판부는 이를 전액 뇌물로 판단한 반면, 이재용 항소심재판부는 용역계약부분만 뇌물로 인정하고 마필구입 등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이 단독면담 직후 살시도 말 사줘
먼저 공소사실을 살펴보자. 삼성의 승마지원은 2014년 9월 15일 대구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 센터 개소식에서 박근혜전대통령이 이재용 삼성부회장을 불러 단독면담을 하면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서 승마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도 사주는 등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데서 시작된다.
이에 따라 삼성은 2014년 12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으로 박상진 삼성사장을 내정하고, 2015년 5월 8일 정유라가 아들을 출산한 뒤 본격적으로 승마지원을 하게 된다. 삼성은 2015년 8월 26일 최순실이 독일에 설립한 컨설팅회사 코레스포츠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뒤 36억3400여만 원을 송금했고 2015년 10월 21일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를 7억5천만원에 구입하고 같은 해 11월 13일 보험료 8200여만원을 지급한 뒤 이틀 후인 11월 15일 살시도 소유권을 최씨측에 이전했다. 삼성은 또 2016년 2월 4일 ‘비타나’와 ‘라우싱’을 26억6800여만원에 구입하고, 2월 19일 보험료 1억6천만원을 마주와 보험사에 지급하는등 말 3필 구입 및 보험료 등 부대비용으로 36억6천만원을 지급했으며 이 말들의 소유권은 사실상 최씨측에 있으므로 삼성측의 뇌물이라는 것이다.
이중 삼성과 최순실측의 용역계약에 대해서는 3개 재판부가 모두 뇌물로 판단한 반면, 말3필 및 부대비용등 36억원에 대해서는 이재용항소심재판부만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부회장의 뇌물공여액수가 줄어들고, 자연적으로 횡령액도 줄어들어 집행유예로 결국 감옥에 서 풀려난 것이다. 즉 말들의 운명이 이재용회장의 집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침에 따라, 말들을 둘러싼 객관적 사실과 사정, 이에 따른 3개 재판부의 판단을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항소심 재판부, 최씨가 사실상 말소유주로 규정
본보가 입수한 최순실 판결문에 48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중 말이 뇌물인지 여부를 판결한 부분을 살펴보면, 2015년 8월 용역계약 체결 당시에는 구입할 말들을 최순실의 소유로 한다는 데 대해 삼성과 최씨측의 합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이재용 1심과 항소심 재판부역시 동일한 판단을 했다.
그러나 최순실 재판부는 용역계약체결이후 삼성과 최순실이 말을 최 씨의 소유로 한다는데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최순실 재판부는 자동차에 대한 뇌물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이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법원판례는 ‘자동차를 뇌물로 제공한 경우, 자동차 등록원부에 뇌물수수자가 그 소유자로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자동차의 사실상 소유자로서 자동차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권한이 있다면 자동차 자체를 뇌물로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최순실 재판부는 삼성이 구입한 말을 최씨측이 사용했고, 처분권한도 행사했다고 판단, 이를 삼성이 최씨측에 준 뇌물로 준 것이며, 최순실은 이를 뇌물로 취득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정유라가 이용한 말 3필중, 가장 먼저 구입한 말은 살시도, 최순실 재판부는 삼성이 2015년 10월 21일 이 말을 구입했지만, 11월 15일 최씨측에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이 살시도를 구입한 뒤 살시도의 등기부격인 패스포트에 마주가 삼성전자로 기재하자 11월 초 최 씨가 이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했었다고 설명했다.
박원오 승마협회전무는 마필위탁관리 계약서를 최 씨에게 보내자 최 씨가 자신을 호출했고, 최 씨가 흥분해 마필위탁관리계약서를 손으로 들고 흔들면서 ‘이재용이 VIP만났을 때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고 말하면서 화를 냈고, 대한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던 박상진 삼성사장을 독일로 당장 들어오라고 지시했다’고 법원에서 증언했다. 또 최씨는 황성수 삼성전자 스포츠기획팀장에게도 전화해 ‘윗선에서 삼성이 말을 사주기로 다 결정이 났는데, 왜 삼성명의로 했느냐’며 노발대발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본보확인결과 정유라는 삼성이 말을 구입한 이틀 후인 10월 23일 이 말을 타고 대회에 출전하는 등 2016년 9월 23일까지 모두 9차례 이 말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살시도 소유권은 삼성, 실질적 소유자는 최순실
그 뒤 11월 15일 박상진사장이 박원오전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도 중요한 증거로 채택됐다. 박상진사장은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는 것이고, 지난번 계약서 작성 때는 직접 대면하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는데 바뀐 건가요? 결정하시는 대로 지원해 드리겠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실상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수사에서 박상진사장은 ‘문자메시지는 살시도 문제에 있어 피고인이 요청하는 것을 그대로 다 응해주겠다’는 의미라고 진술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박상진 사장은 그까짓 말 몇 마리 사주면 된다. 왜 오라 가라 하느냐’라고 박원오전무에게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순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2015년 11월 15일 살시도는 사실상 최순실측 소유가 됐다고 판결했다. 최씨는 살시도의 소유권이 형식적, 대외적으로 삼성전자에 있지만 실질적, 대내적으로 피고인에게 있다고 생각해 소유권이전을 요구했고, 삼성측에서 이에 대한 전권을 가진 박상진사장은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면서 이전의사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용항소심재판부는 최순실이 마필위탁관리계약서 문제로 화를 냈다는 사정만 으로 마필소유권이전요구로 볼 수 없고, 박상진 사장이 2015년 11월 15일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 결정하시는 대로 지원해 드리겠다는 것이 우리입장’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은 삼성전자의 입장은 최순실이 요구하면 이를 모두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일 뿐, 소유권이전의 승낙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살시도 뇌물’ 최-이 재판부 견해 각각 달라
2015년 11월 17일 박원오 전무가 ‘긴급요청’이라며 황성수팀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둘러싸고도 각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다. 이 이메일은 ‘마필소유자등록문제- 독일 현지대회 출전 시 마필 소유자를 발표하는 관계로 삼성에서 지원하는 마필로 여론화되는 것은 원치 않음, 다른 선수들 마필은 삼성으로 등재하는 것은 무관함’이라고 적고 있다.
이에 대해 이메일 작성당사자인 박원오전무는 ‘2015년 11월 중순 피고인이 화를 냈을 때 소유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고, 좀 수그러져서 하는 말이 정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저러한 식으로 바꾸어서 한 것이 다. 최순실이 화를 낸 것은 분명히 살시도 소유권 때문이 맞고, 진정한 뒤에 긴급요청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말한 것은 삼성에 문건을 보내면서 말을 사주기로 했는데 왜 그러느냐라는 표현을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메일 작성 당사자는 긴급요청에서 최순실 이 마필소유자 등록문제를 내세웠지만, 실제 포인트는 말 소유권 문제였다고 증언했고 최순실 재판부는 이 진술도 살시도가 뇌물이라는 유력한 증거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재용항소심재판부는 정반대의 판단을 했다. 면담당사자가 최순실이 말 소유권 문제로 노발대발했다고 진술한 반면, 이재용항소심재판부는 사실상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을 편드는 듯한 판단을 했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항소심재판부는 ‘최순실이 화를 낸 것은 당장 살시도의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요구라기보다는 정유라가 타는 마필에 관한 한 적어도 삼성명의로 등록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이며, 마필의 소유권을 자신에게 이전해 달라는 취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긴급요청’이라는 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화를 낸 것은 분명히 살시도 소유권 때문’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말 소유권 때문에 화를 낸 게 아니다’라며 삼성을 감싸면서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순실이 마필관리계약서를 손에 들고 흔들어대며 노발대발한 것이 말 소유권 문제 때문이 아니라 삼성명의로 등록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더구나 최순실에게 직접 항의를 받은 당사자이며, 이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가 말 소유권문제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재판부는 당사자의 말을 무시했다. 재판부는 박전무 진술의 진실성을 의심한 것이다.
이재용 1심 재판 독일민법 점유에 근거 판결
그렇다면 이재용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을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명쾌하다.
‘최순실이 삼성전자에 살시도의 소유권 이전을 요구했고 박상진이 이를 승낙했으므로 최순실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판결했다. 1심재판부는 ‘국제사법 제19조 제1항은 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물권 또는 등기해야 하는 권리는 그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마필 소유권은 독일민법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민법 제929조는 ‘동산 소유권의 양도에는 소유자가 양수인에게 물건을 양도하고, 또 쌍방이 소유권의 이전에 합의해야 한다. 양수인이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소유권 이전의 합의로 충분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독일민법에 근거하면 양수인 즉, 최순실측이 물건, 즉 말 사실도를 점유하고 있으므로 이는 소유권 이전의 합의에 해당하며, 그렇다면 물건 양도와 소유권 이전합의 등 독일민법상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독일민법상 살시도는 삼성이 최순실에게 이전한 것이 명백하며, 이는 뇌물인 것이다.
살시도에 이어 2016년 2월 삼성은 비타나와 라우싱을 매입했다. 비타나는 150만유로, 라우싱은 50만유로였다. 최순실 재판부는 살시도는 구입당시 작성된 삼성전자 내부 기안문에 ‘삼성 전자가 말의 소유주로 패스포트에 기재될 것이라고 적혀있고, 실제로 패스포트에 삼성전자가 말의 소유주로 기재돼 있고, 살시도는 삼성전자의 유형 자산으로 자산관리대장에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면 비타나와 라우싱은 매매계약 체결당시 작성된 삼성전자의 내부 기안문에 패스포트 기재 및 소유주가 삼성전자라는 내용은 없으며, 삼성전자 자산관리대장에도 유형자산으로 등재돼 있지 않고, 이들 말2마리의 구입비용도, 물품구입비등이 아닌 선급금으로 회계처리돼 있다 며 삼성이 최씨측에 준 뇌물이라고 판결했다.
또 코레스포츠의 윤태식이 2016년 2월 14일 이 회사 경리업무담당자에게 수의사의 마장방문과 관련, ‘공식적으로 우리가 비타나 말을 빌려서 탄다. 그리 내용 알고 있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최순실 재판부는 실제로 비타나가 삼성전자의 소유이고 이를 정유라가 빌려서 이용하는 것이라면 ‘공식적으로’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혹시 실수하지 말도록 문자메시지까지 보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비타나가 최씨측 소유이지 만 외부적으로 이를 숨기기 위해 ‘공식적으로’라는 말을 쓰면서 신신당부를 했다는 것이다.
소유권 최순실에게 이전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
이처럼 최순실 재판부는 비타나와 라우싱을 삼성이 최씨에게 준 뇌물로 판단했고 이재용 1심재판부도 ‘비타나와 라우싱의 소유권은 삼성전자와 최순실에게 증여할 의사로 2016년 1월 27일[매매계약체결일자] 매수한 뒤 그 무렵 헬그스트란트로부터 말 2필이 최순실에게 인도돼, 독일민법 제929조에 의해 소유권이 최순실에게 이전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정유라가 비나타와 라우싱의 구매대금이 선급금으로 계상된 2016년 2월 4일로 부터 불과 15일이 지난 2월19일 라우싱을 타고 승마대회에 출전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정유라는 비타나와 라우싱을 구매하고 일주일 뒤 말들을 올보르의 마장으로 옮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이재용항소심 재판부만 비타나와 라우싱의 소유권이전을 인정하지 않았다.
본보확인결과 정유라는 2016년 2월 19일 라우싱을 타고 첫 줄전하는 등 그해 9월 23일까지 모두 10차례, 비타나로는 2016년 5월 20일을 시작으로 6월 19일까지 3차례 출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말의 처분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뇌물여부의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최순실 재판부는 이들 말의 처분권한도 최씨측이 가졌으므로 뇌물이 명백하다고 판결했다. 최순실은 2016년 9월 29일 덴마크 코펜하겐공항에서 승마업자 안드레아스와 황성수를 만나는 등 9월28일과 9월 29일 이틀간 황성수 삼성팀장과 살시도와 비타나의 교환문제를 논의했고, 박상진사장도 이 사실을 알고 황 팀장에게 ‘그랑프리 말을 같은 급으로 대체해서 대회에 출전하면 또 [언론]추적의 대상이 되니 대체는 안된다고 하고,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하자고 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들 말 두 마리의 대체에 반대의견을 표했다.
횡령액수 36억원으로 줄어든 이유같지 않은 이유
그러나 사실상 최 씨 소유인 코레스포츠는 9월 30일 헬그스트란트와 살시도, 비타나에 67만유로를 더 주고, 블라디미르와 스타샤와 교환한다는 교환계약을 체결해 버린다. 삼성전자가 살시도와 비타나의 소유자라면 이에 대해 차명소유주인 안드레아스에게 경위를 묻거나 항의해야 하지만 이 같은 행위가 일체 없었고, 한 달 뒤인 10월30일 교환계약에 따른 67만유로를 지급해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삼성이 받아야 할 다른 대금에서 감면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심 정형식판사, 판결 다음날 관례 깨고 이례적 인터뷰에…
‘도둑이 제발 저렸나’ (의구심 증폭)
최순실 재판부는 이를 보면 살시도와 비타나등의 실질적 처분권한도 삼성전자가 아닌 최씨측이 가지고 있었다며, 말에 관한 모든 권리가 최 씨에게 귀속됐다고 판결했다. 소유주로 등록돼 있지 않아도 실질적 사용과 처분권한이 있으면 뇌물이 된다는 자동차뇌물죄 판례에 비추어 보면, 최씨측은 말을 실질적으로 사용했고 처분했다는 점에서 이 판례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용1심재판부는 최순실에게 삼성이 뇌물로 공여한 것이라고 판결한 반면 이재용 항소심재판부는 정반대의 견해를 표하며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6년 9월 30일 교환계약체결에 대해 박상진사장이 당장 대체하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대체불가 지시를 내린 것이며, 이는 말 소유권이 최순실이 아니라 삼성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나타와 라우싱의 소유권이 이전됐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이 교환계약체결 1개월 뒤 앙드레아스에게 67만유로를 감면해 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처럼 이재용항소심재판부는 객관적 물증에 대해 2개 재판부와는 다른 견해를 표명하며 승마지원 중 말3필과 관련된 뇌물죄는 무죄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의 뇌물공여액수와 횡령액수는 72억원에서 36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뇌물을 준 당사자의 뇌물을 줬다는 취지의 주장도 무시하고, 그건 뇌물이 아니라는 항소심재판부의 판결, 이 판결문은 보면 볼수록 항소심재판부의 의도와 저의가 무엇인지, 재판부 판사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李 재판장 정형식판사 집유판결 이례적 인터뷰
항소심 재판장인 정형식판사는 매우 이례적으로 이재용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다음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정 판사는 ‘법리는 명확했지만 이부회장 집유여부를 둘러싸고 고민했다’고 밝히는가 하면 ‘요구성 뇌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이부회장과 삼성측은 재산을 강탈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판사가 판결로 말한다는 관례를 깨고, 판결 하루 만에 언론인터뷰를 통해 견해를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구속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 판결 등을 통해 논란이 됐던 판결이 많았지만, 해당 판사들은 ‘판결로 말한다’는 신념에 따라 그 누구도 판결다음날, 자신의 판결이나 결정 뒤 이에 대해 언론에 별도의 견해를 밝힌 사람은 없었다.
정판사의 이 같은 적극적인 판결옹호는 국민 누구든 자신의 견해를 말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에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권리행사이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판사로서 직접 언론에 설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판결에 논란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판결 다음날 관례를 깨고 언론인터뷰에 나선데 대해 ‘도둑이 지발 저린 격’이라는 비판적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재용부회장을 둘러싼 엇갈린 판결은 사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온정, 맹목적인 호의를 거둬들여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지금처럼 판결문조차 공개되지 않고, 재판부가 각 사안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국민들이 세부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판사는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사람이다. 법과 양심에 의지해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사람이다. 판사가 이처럼 국민들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 판결이 잘못이 있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판사 개개인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가 공개돼야 하고, 무한 검증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