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로 폐업한다더니 인근에 또 다른 나이트클럽 개장’
알고 보니 임금소송
합의 끌어내기 위한 ‘꼼수?’
지난해 한인이 경영하는 뉴욕의 유명나이트클럽을 상대로 제기됐던 종업원들의 최저임금지급 및 초과근로수당 지급소송과 관련, 지난달 초 종업원과 업주측이 손해배상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업원측이 당초 요구했던 손해배상액의 4분의 1수준에서 합의됐고, 업주측은 이 나이트클럽이 지난달 말로 문을 닫기 때문에 자칫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사실상 합의를 종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영이 어렵다던 이 나이트클럽은 합의 한 달도 채 안된 지난 3일 다른 곳으로 확장 이전한 것으로 밝혀져 배상액을 줄이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종업원과 업주 사이에 있었던 석연치 않은 합의 과정과 그 속 배경을 짚어 보았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뉴욕 등 미 동부는 물론, 로스앤젤레스 등 서부, 나아가 한국까지 널리 알려졌던 뉴욕의 한인 경영 나이트클럽 ‘서클’. 지난해 8월 이 업소 종업원 5명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서클과 업주 측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이 양측이 지난달 9일 손해배상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인 송민규씨 등 서클의 전 종업원 5명은 지난달 14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업주 측과의 합의서를 제출하고, 재판부가 이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종업원측 변호인이 제출한 합의승인요청서와 이에 첨부된 합의서에 따르면 원피고측은 지난해 11월 9일 합의를 위한 협상에 돌입했으며, 당초 종업원 5명은 최저임금 미지급, 초과근로수당 미지급등을 이유로 약 107만 달러상당의 배상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실제로는 종업원측은 당초 요구액의 4분의 1정도 수준인 27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는데 그쳤으며, 그나마 이중 8만여 달러상당은 종업원 변호사에게 지급되는 비용인 것으로 밝혀졌다.
4분의 1정도 수준인 27만 달러 배상합의
종업원과 업주측은 양측이 합의하에 중재인을 선정한 뒤 지난 1월 25일 집중적으로 합의 세부내용을 논의했고, 이 과정에서 업주측은 종업원들에게 매주 20시간정도의 임금을 지불했다며 근거를 제시했고,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하는 다른 종업원들의 진술서도 제출하는 등 임금을 적게 받았다는 원고의 주장을 부인했다. 특히 업주측은 최근 2년간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세금보고서를 중재인에게 제시했으며, 지난달로 리스가 끝나서 나이트클럽이 문을 닫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2월말로 문을 닫으니, 빨리 합의하지 않으면 배상을 받지 못할 것이란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종업원측 변호사도 서클이 적자를 보고 있고, 조만간 폐업함에 따라 설사 거액의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서클이 폐업한 뒤, 개인자격의 피고, 즉 업주들은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한 능력이 없다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합의서에서 종업원측은 서클이 문을 닫으며, 2년간 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소송을 계속해 봤자, 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동감했다고 적고 있다. 종업원측 변호사가 이 합의승인요청서를 작성했지만 원피고측 양측의 합의에 따라 피고 측 입장이 최대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업주측이 27만 달러를 배상한다는데 합의했으나, 원고 변호사비용 8만3천여달러, 중재비용 2750달러 등을 제외하면 종업원 5명이 직접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18만6665달러에 불과했다. 업주측은 재판부가 이 같은 합의를 승인한다면 30일 이내에 27만 달러를 지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합의에 따라 송민규씨는 4만4800달러, 임우빈씨는 3만2933달러, 손창석씨는 2만533달러, 문종혁씨는 4만4800달러, 3만3600달러씩을 각각 배상받는다. 이 돈은 두 차례로 나눠서 지급되며, 업주측은 종업원들에게 이 돈에 대해 1099을 발급한다고 명시했다. 또 종업원측 변호사는 종업원등이 첫 번째 배상액 지급이 완료된 지 7일 이내에 소송취하서를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으며, 원피고는 모두 지난 2월 9일 이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재판부는 합의승인요청서가 지난달 14일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약 20일이 지난 3일까지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가 이처럼 합의서를 승인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재당시 업주 측의 주장과 다소 상반되는 중대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자로 폐업, 판결나도 줄 돈 없다’ 압박
합의서에는 ‘서클이 2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고, 2월말 리스가 끝나 문을 닫는다’고 업주측이 주장했고, 종업원측은 이를 서클이 사실상 망할 형편이니 거액 배상판결을 받아도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인식, 조기합의의 압박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3일 서클 측이 맨해튼 28가로 옮겨 대규모 나이트클럽을 오픈했음이 밝혀졌다. 당초 서클은 맨해튼 42가 타임스퀘어인근에서 10년간 영업했으나, 코리아타운에 가까운 ‘229 웨스트 28스트릿’으로 옮겨서 ‘미션’ 이라는 이름으로 신장개업한 것이다.
서클의 신장개업사실은 지난 2일 뉴욕타임스에도 실렸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년간 성업해온 타임스퀘어의 아시안나이트클럽이 맨해튼 28가로 옮겨서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다고 대서특필했다. 뉴욕타임스는 ‘서클이 마지막 오픈한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3천여 명이 서클을 찾았다’고 밝히고 이 나이트클럽 업주인 로버트 곽씨와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곽 씨는 인터뷰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뿐 아니다. 이터 뉴욕[EATER NYC]이라는 잡지도 지난달 22일 ‘서클의 오너가 한인타운에 가까운 지역에 28가에 미션이라는 이름의 대형나이트클럽을 오픈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서클의 오너 로버트 곽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뉴욕타임스와 이터뉴욕등은 모두 서클이 업소이름이 바뀌고 장소만 변경됐을 뿐 주인은 동일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서클이 적자로 문을 닫는다는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서클업주측은 합의서에서 ‘2년 동안의 적자, 2월말 폐업’이라고 언급했으며, 이는 사실과 다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장사가 안돼서 문을 닫는구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종업원들은 지난 9일 당초 요구액의 4분의 1에 불과한 배상에 합의했지만, 서클은 이름만 바꿔서 다시 문을 연 것이다.
주류국에 주류라이센스 확인 결과 동일인
그렇다면 과연 폐업한 서클과 신장개업한 미션의 주인이 동일할까. 본보가 뉴욕주 국무부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서클이라는 법인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며 CEO는 로버트 곽씨였다. 반면 미션을 경영하는 법인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6월 29일 설립된 ‘28 BSJ LLC’로 확인됐으나, 업주가 노출될 것을 우려, 법인내역에 CEO 이름을 적지 않고, 등록을 대신한 로펌이름과 주소만 기재돼 있었다. 누가 주인인지 쉽게 알 수 없고, 표면적으로 곽씨등 기존 서클업주들이 주인임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본보가 뉴욕주 주류국에서 주류라이센스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10월 12일 ‘28 BJS LLC’라는 법인이름으로 미션나이트클럽의 주류면허를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 업소의 대표는 로버트 곽, 조셉 고, 알링 스캇, 케빈 장등 4명으로 확인됐다. 기존 서클의 주류면허에는 이 업소 주인인 로버트 곽, 조셉 고, 알링 스캇등 3명이 대표로 기재됐으며, 이들 3명이 모두 새로 오픈한 미션의 대표인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새로운 주주로 케빈 장이라는 사람이 영입됐을 뿐이다. 이를 통해 서클의 업주가 미션의 업주임이 확인된 것이다.
서클측은 임금소송을 한 전 종업원측이 새 업소 오픈을 모르도록 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서클측은 페이스북을 업소홍보의 주요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달 중반까지는 서클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만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마지막 오픈일이 2월 18일이라고 선전했다. 소송과 관련, 종업원과 업주는 지난 1월 25일 집중적으로 합의를 모색 했고,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시점이 지난달 9일이었다. 이때까지는 새 업소 오픈을 페이스북에 알리지 않고 감췄던 것이다.
그리고 종업원들이 당초 요구액의 4분의 1만 받겠다고 합의서에 서명한지 사흘만인 12일, 서클이 미션을 오픈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종업원과 합의한뒤 서클측은 미션오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고, 문도 열기 전에 오픈일의 모든 테이블이 예약됐음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대박을 친 것이다.
합의하자마자 곧바로 새가게 오픈 논란
서클측이 매우 교활하다는 사실은 임금소송에 대한 답변서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8월 종업원 이 소송을 제기하자 서클측은 9월 11일 답변을 통해 소송장내용의 3백여가지 종업원 주장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100% 부인했다. 모조리 ‘DENY’한다고 밝히고, 원고소송을 기각하고 자신들의 변호사 비용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심지어 이들이 서클에서 일했다는 사실조차 부인했다. 그러나 몇 달 뒤 생판 모른다던 종업원들에게 합의를 하자고 180도 태도를 바꿨다. 그리고는 곧 문을 닫는다고 말해 돈을 받지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조장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으며, 이 같은 꼼수로 당초 요구액의 4분의 1에 합의하고, 곧바로 새 가게를 오픈한 것이다.
이 사건은 한인사회는 상식을 초월하는 일들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안면몰수-황금만능주의의 정글임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