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투자자 피눈물 흘리게 만들고
제 배속만 차린 후안무치한 대통령
‘선데이저널은 오늘을 예고 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지 5년째이던 2011년 12월 본지는 <MB 족벌비리를 캔다>란 제목의 기획시리즈를 10회에 걸쳐 내보냈다. 그가 서울시장 때이던 2004년 BBK와 다스 의혹을 처음 제기한 본지의 ‘결자해지’ 차원이었다. 10회 시리즈에는 BBK 및 다스 관련 의혹을 비롯해 김윤옥 여사 비리 의혹, 4대강 사업, 2012년 대선 국가정보원 개입 의혹까지 당시 본국 언론에서 다루지 못했던 대다수의 의혹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본지가 보도했던 대로 이명박근혜는 2012년 대선 모종의 딜을 했고, 이 전 대통령은 국가기관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사실상 대통령에 만드는 파렴치한 일을 했다. 그 대가로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MB의 족벌비리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필귀정. 결국 이 전 대통령의 추악한 비리는 그 모습을 드러냈고, 결국 그는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서고 말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검찰이 조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100억 원대 뇌물죄를 비롯한 20개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이뤄진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지만, 검찰에서는 오히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보다 혐의 입증을 더 확신하고 있다. 수사팀이 밝혀낸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등이 굉장히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어서 입증이 까다롭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치졸한 인간
검찰은 ‘MB 뇌물’이 과거 은밀하게 주고받아 대가 관계가 선명하지 않았던 ‘대통령 뇌물죄’와는 양태가 다르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뇌물죄만 놓고 보면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죄질이 더 나쁘다는 평가가 나온다.
MB 뇌물은 먼저 뒷돈에 따른 이익 제공 등 반대급부가 선명하다.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이 비례대표 앞순위 공천 대가로 4억원을 건넨 혐의나 ‘휴게소 재벌’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이 관급공사 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5억원을 건넨 혐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회장직을 얻는 대가 등으로 22억5천만원을 건넨 혐의 등이 대표적이다.
이뿐 아니라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60억여원 대납 건도 이건희 회장의 원포인트 특별사면과 연관성이 짙다. 17억5천만원에 달하는 국가정보원 뒷돈 상납은 기관 편의 제공 등으로 돈의 반대급부가 분명하게 매칭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공여자들이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뭉칫돈을 선의로 준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면서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었거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큰 시점에 돈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정치자금으로 보고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는 변명이 통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검찰이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며 다소 복잡한 대가 관계를 제시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당시 검찰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받기 위해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포괄적 뇌물죄 아닌 직접적 뇌물죄
이런 특징 때문에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나 ‘제3자 뇌물죄’ 대신 ‘단순 뇌물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포괄적 뇌물죄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에게 뒷돈이 오갔다면 그 대가 관계가 막연하더라도 적용될 수 있다.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계기로 ‘대통령 뇌물 사건’에 단골로 적용됐다. 당시 대법원은 “뇌물은 대통령 직무에 관해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다. 개개의 직무 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엠비 뇌물 혐의가 모두 ‘직접 수수’로 파악된 점도 특징이다. 중간에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나 맏사위인 이상주 삼성 전무,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등 전달자들이 끼어 있을 뿐 돈의 ‘최종 종착지’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공여자가 청탁과 함께 수수자에게 돈을 전달’한 단순 뇌물 범죄의 구조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수수자 개인의 재산적 이익을 위한 범죄가 많은 것이 (엠비 뇌물 혐의의) 특징”이라고 꼬집었다.
1년 전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는 ‘간접 수수’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을 대가로 공모 관계에 있는 최순실씨에게 433억원을 지급하거나 지급을 약속했다는 것이 뼈대였다.
검찰 수사 초기엔 박 전 대통령 호주머니로 흘러들어 간 돈은 드러나지 않았고, “한 푼의 사익도 취하지 않았다”던 박 전 대통령의 항변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40억여원을 상납받은 ‘직접 수수’ 혐의가 추가됐다.
뇌물수수에 자신의 측근들과 인척을 대거 동원해 문어발식으로 뇌물을 받아 챙긴 형태도 특징이다. 박 전 대통령이 민간에서 뇌물을 수수할 때 베일에 싸인 최순실 ‘1인’을 활용해 은밀히 진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어발식 수수가 대담하고 노골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다스 실소유 의혹은 2007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당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고 심각한 이슈였지만, 이 시기에 다스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에 요구한 일 등이 뇌물의 대담한 스타일을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뇌물 요구
취임 2년 차 때인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가 진행되는 전후로 뇌물수수가 계속된 혐의도 MB 뇌물의 비도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대선 자금 등 MB와 관련된 의혹들이 이미 2012년 파이시티 사건 때 검찰 수사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덮은 점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파이시티 시행사 이정배 전 대표가 2012년 파이시티 수사 당시 대선자금 관련 의혹을 검찰에 진술했으나 검찰이 이를 의도적으로 묵살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내용은 최근 본국 KBS에서 재차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