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연방법원, 배심원단 전원일치 3883만여달러 배상평결
‘타이어 판매한적 없다 우기다가 들통’
이명박 전대통령 일가의 비리에 대한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기업인 한국타이어가 미국에서 교통사고와 관련, 3783만달러 손해배상 패소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타이어가 생산한 타이어를 장착한 레미콘 트럭이 교통사고가 나면서 사지마비로 평생 불구가 된 운전기사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 운전기사의 당초요구액보다도 더 많은 금액의 배상평결이 내린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사고 타이어 신품을 해당트럭에 판매한 적이 없다고 버티다가, 디스커버리를 통해 판매사실이 인정되면서 무려 4백억원에 가까운 돈을 물어주게 됐다. 특히 이 같은 판결이 내리면서 한국타이어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유사한 소송을 잇따를 것으로 보여 한동안 소송몸살을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의 레미콘 운전기사 로버트 베네딕트씨.
베네딕트씨는 지난 2014년 11월 14일 레미콘트럭을 몰고 리치몬드의 루트 288, 브릿지로드 인근을 지나다 트럭 오른쪽 앞바퀴가 터지면서 중심을 잃고 전복됐다. 베네딕트씨는 긴급 출동한 경찰과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사지마비, 사실상 평생불구가 되었고 버지니아 동부연방법원에 3783만5259달러 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배상금액, 타이어 150만개 팔아야
버지니아 동부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9일 만장일치로 한국타이어가 로버트 베네딕트씨에게 무려 3783만5259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또 돈을 다 배상할 때까지 연 2.06%의 이자를 가산해서 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3783만달러라면 원달러환율을 1070원 정도만 계산해도 4백억원을 훌쩍 넘는 거액이다. 그야말로 자동차 타이어 1개 판매 때 이윤을 평균 25달러로 계산하면 무려 150만개를 팔아야 벌 수 있는 수익이다. 장사를 하나마나한 판국이 돼버린 것이다.
베네딕트씨는 당초 지난 2016년 8월 15일 버지니아주 피츠버그시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한국타이어가 주법원에 관할권이 없다며, 지난해 2월 3일 버지니아주 동부연방법원으로 소송을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타이어는 미주본사가 뉴저지에 있고, 주사업장은 테네시주 내시빌에 있으므로, 버지니아주로 볼 때 외국법인에 속하고, 사고 운전자는 버지니아주 주민이므로 버지니아주법원에서 심리할 경우, 버지니아주 주민의 편을 들 울려가 있다며, 연방법원으로 소송을 옮긴 것이다.
통상 A주에 거주하는 주민이 A주가 아닌 다른 주의 주민이나 다른 주에 등록된 법인과 소송을 제기할 경우, A주의 주법원에서 심리할 수 없다.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런 경우는 연방법원으로 관할권이 넘어간다.
한국타이어 제품, 트럭 우측 앞바퀴 장착
사고당시 베네딕트씨가 운전하던 차량은 2007년형 켄워스 레미콘트럭이며, 이 트럭은 당초 버지니아의 메트로 레디믹스사 소유였다가 2014년 5월 베네딕트씨가 소속된 에섹스콘크리트에 판매된 차량으로 드러났다.
베네딕트씨는 버지니아주의 리테타이어오토센터에서 한국타이어 신품타이어를 장착했다고 주장한 반면, 한국타이어는 리테타이어가 한국타이어의 딜러가 아니므로 한국타이어 신품을 공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타이어는 리테타이어로 부터 이 트럭에 타이어를 판매한 적이 없다는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고 측은 리테타이어가 메트로레디믹스등의 차량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던 곳이며, 이곳에서 한국타이어 신품을 트럭 우측 앞바퀴에 달았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소송에 승기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베네딕트씨의 레미콘트럭에 장착된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오로라 TH08 모델로, 425/65/R 22.5 사이즈의 대형타이어였다. 베네딕트씨는 한국타이어가 타이어의 원료인 부틸고무 중 차세대 소재로 떠오른 할로부틸을 사용하면서 할로부틸이 충분하지 않아 타이어내 공기가 유출되면서 타이어 다른 부품까지 망가지면서 사고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타이어가 불량타이어를 생산, 판매함으로써 운행중 타이어가 터져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연방안전기준을 준수한 제품으로 불량품이 아니면 사용자가 적절한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맞섰지만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스캐롤라이나 교회버스 전복사고 비공개합의
당초 베네딕트씨가 한국타이어에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3천만달러였다.
지난해 7월 12일 수정한 소송장에도 배상요구액은 3천만달러였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지난 9일 만장일치로 원고청구액보다도 25%정도가 더 많은 돈을 피고가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처럼 원고청구액보다도 더 많은 돈을 배상하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보통 원고의 청구중 일부를 받아들이고, 피고의 법정소송비용등을 암묵적으로 고려해 청구액보다 낮은 선에서 배상액이 결정되지만, 이 케이스는 그동안의 배상관례를 깨는 평결이었다.
특히 베네딕트씨는 한국타이어 오로라모델의 설계자체자 잘못돼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타이어의 오로라모델 등 트럭용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이 사고를 당할 경우 한국타이어에 배상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2013년 교회버스 교통사고로 일가족 등 6명이 사망한 사건도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다. 사망자뿐 아니라 중경상자가 12명이나 발생한 대형 사고였다. 이 사고는 지난 2013년 10월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교회버스가 테니시주 록스빌 인근 40번고속도로를 달리다 타이어가 펑크 나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테네시주 경찰은 차량타이어의 휠과 타이어접촉부분에서 버블이 생기는 등 타이어결함이 분명하다고 밝힘으로써 법정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이 사건과 관련, 이미 한국타이어와 합의한 1명을 제외하고 17명의 사상자들이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 4년간의 지리한 법정공방 끝에 지난 1월30일 양측의 합의로 마무리됐다. 한국타이어가 얼마를 배상하기로 했는지는 서로의 비공개합의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하 2천만달러상당을 배상했을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타이어결함판결 유사소송 계속될 듯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6년 9월 6일에도 타이어불량이 인정돼 120만달러 배상판결을 받았었다. 이때도 역시 트럭의 타이어였다. 76세의 트럭운전사인 엘머 필팟은 2010년 트럭을 몰고 가다 한국타이어가 장착된 트럭 우측 앞바퀴가 터지면서 전복, 다리가 부러지고 엉덩이뼈는 으스러져 이식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원고 측은 알칸사스주 리틀락소재 알칸사스동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 타이어결함이라고 주장했고, 이 법원 배심원단이 이 주장을 받아들여 12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고 이 같은 액수는 콘웨이카운티사상 최고 배상액이었다.
당시 이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한국 대전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배심원단은 교통사고가 백% 한국타이어의 책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디스커비리과정에서 원고측의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법원으로 부터 제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타이어는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물류창고에서 타이어 백여만달러어치를 도난당했다며 삼성화재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1백만달러를 되찾으려고 치열한 소송을 벌이는 판에 수천만달러씩 손해배상판결을 받은 데다, 유사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여 한국타이어는 이래저래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