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숨은 1인치 기사] 문재인 베트남 방문과 박연차의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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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베트남의 막강한 실력자 박연차 회장
문재인 베트남 방문
비공개 일정까지 세부 조율했다’

박연차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문재인 정부 들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급성장했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그가 참여정부를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그는 현재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고 있는데 주로 베트남을 무대로 활동 중이다. 박 회장을 잘 아는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박 회장은 베트남에서 거의 국빈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지내는 중이며, 가까운 스님 2~3명과 함께 카지노 등에 출입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현지 정부 및 공산당 관계자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베트남 공기업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지난 몇 년 간 은둔생활을 접고 사업적 측면에서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남방정책이란 이름으로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박 회장의 활동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으로 방문할 때 박 회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베트남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3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 베트남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3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사건 이후 가급적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1년 12월 조세포탈 등으로 2년6월의 확정판결이 나면서 만기복역했고, 출소 후에는 주로 경상남도 김해와 베트남 등을 오가며 두문불출했다. 다만 친하게 지내는 경남 경주나 함안 지역 사찰의 스님들과 베트남과 마카오 등을 오가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았다. 박연차 회장은 출소 후에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쪽에서는 ‘노무현의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고, 현 여권 쪽에서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운신의 폭을 넓히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가끔가다 불미스러운 일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23만불을 줬다는 보도가 본국 한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가 다시금 사업가로 과거와 같이 활발한 활동을 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박연차 회장의 재기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맞물려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당시 현지 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박 회장이 그런 역할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베트남에서 하고 있는 사업이나 포지션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애플은 몰라도 태광실업은 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그 위상이 높기 때문이다. 태광실업 전체 매출은 베트남 진출 초기인 1994년에는 1116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조558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 가운데 70%가 베트남 법인에서 나올 정도로 이곳의 역할이 크다. 현지 고용 인원은 진출 초기 1만여 명에서 지난해 7만여 명으로 늘었다. 지난 10월에는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가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을 만나기 위해 직접 공장을 찾기도 했다. 마이띠엔중 총리실 장관과 응우옌티응이아 교육부 차관, 응우옌번아이 문화부 차관, 부오비반끄엉 총노동위원장 등 각 분야 주요 인사들도 동행했다. 베트남 총리가 정부 인사들을 대거 이끌고 외국 투자기업을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지 언론들도 응우옌쑤언푹 총리의 ‘깜짝 방문’을 비중 있게 보도했을 정도다.

박연차, 베트남서 국빈대우

현지 정치인들이나 공산당 관계자들과 두루 가까운 박 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시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일정은 양국 정부가 정했지만 우리 정부에서 결정해야 할 현지 일정이나 간담회 등을 정하는데에 박 회장이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최대 수혜자가 바로 박 회장의 태광실업이란 점이다. 3월 22일부터 3일간 문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방문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 정책 핵심인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국가주석은 연례 회담을 하기로 했고, 문 대통령은 꽝 주석에게 편리한 시기에 방한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제적으로는 대규모 인프라와 에너지 분야의 투자 문호도 크게 열렸다. 국영기업 민영화와 상업은행 구조조정에도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된 것이 주목된다.

박연차 베트남특히 에너지 분야 투자 문호가 열린 것은 박 회장과 관계가 깊다. 박 회장 소유인 태광실업그룹의 발전자회사인 태광파워홀딩스는 최근 진행된 베트남 ‘페트로베트남파워(PV POWER)’ 전략적투자자 모집의 최종 후보 명단에 포함돼 현재 지분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PV파워는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로 지난해 기준 매출 13억6,000만달러, 세후이익 1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발전사로 설비용량은 4,208㎿에 달한다.

PV파워는 베트남 정부의 공기업 효율화 정책 방향에 맞춰 지난해 말부터 기업공개(IPO)와 함께 일부 지분을 전략적투자자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베트남 안팎의 발전기업들로부터 관심을 받아왔다. 국내에서도 태광실업 이외에 SK그룹·GS그룹 등이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독일과 태국 기업이 최종 후보 명단에 포함돼 태광실업그룹과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수 대상 지분은 PV파워 전체 주식의 28.8%인 약 6억7,600만주다. 매각가격은 앞으로 협상을 통해 확정되겠지만 이달 초 기업공개 당시 형성된 가격이 주당 1만4,900동(약 0.65달러)임을 고려하면 총 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태광실업그룹은 지난해 6월 베트남 남부 목바이경제특구에 132만㎡ 규모의 산업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시작했으며 7월에는 남딘성에 1,200㎿급 석탄발전소 건립 사업의 투자허가서를 받아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아울러 10월에는 동나이성에 박 회장 명의의 베트남 투자전문회사인 ‘TK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기도 했다. 박 회장이 베트남 국영회사 지분 인수에 뛰어든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과 에너지 분야 투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사실상 박 회장의 베트남 사업의 길을 더욱 활짝 열어준 셈이다.

도시재생 사업도 혜택

문재인 정부서 박연차 회장이 받는 혜택은 이 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로 5년간 50조원을 투자해 전국의 낙후 지역 500곳을 정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태광실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휴켐스와 정산애강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수혜기업으로 시장에서 거론된다. 휴켐스 자회사 일렘테크놀러지는 급수급탕용 배관재인 PB파이프의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고 정산애강은 급수 및 난방, 소방배관재 등을 만든다. 배관재는 주택을 새로 짓거나 노후 주택을 정비할 때 주로 쓰인다.

박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로 휴켐스와 정산애강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태광실업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올해 6월 26일과 27일에 휴켐스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32.46%에서 33.63%로 늘렸다. 또 태광실업이 47.53%의 지분을 보유한 정산애강은 지난 3월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박 회장의 아들인 박주환(34) 태광실업 기획조정실 부실장을 비상근감사로 선임했고, 박 회장의 딸 박주영씨는 정산애강 지분 0.16%(를 매입해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박 회장의 사위는 새 정부 들어 민간 발전정비 사업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박 회장의 사위 이승원 칼리스타캐피탈 대표는 사모펀드를 통해 지난 9월 에이스기전의 지분을 매입한 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 대표는 사모펀드를 통해 한국발전기술, 한국지역난방기술, 한국플랜트서비스 등 민간발전 정비업체 7곳 중 4곳을 사실상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실상 죽음으로 몰고 간 박연차 회장이 과연 이 정부에서 부활할 수 있겠냐는 점이다. 하지만 현 정부 내에서는 박 회장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고 한다. 하나는 박 회장에 대한 분노를 가진 측이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비서관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하나는 박 회장에 대해 여전히 우호적 시선을 가진 인사들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최대 계파로 꼽혔던 부산파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김해를 기반으로 한 태광실업에 여전히 우호적 시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한 것은 참여정부 최대 게이트를 일으켰던 박연차 회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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