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열렬한 옹호자에서 추문당사자 전락 ‘두 얼굴의 사나이’
‘性관계 때마다 얼굴 때리고 목 졸랐다
’인식됐던 에릭 슈나이더맨 뉴욕주 검찰총장, 하버드대 로스쿨출신의 변호사로 1998년부터 12년간 뉴욕주 상원의원을 역임하고, 2010년 뉴욕주 검찰을 지휘하는 검찰총장직에 오른 상징적인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가을 성폭력고발캠페인인 미투운동이 시작되자 이에 대해 열렬한 지지입장을 밝히고 지난 2월에는 미투운동 확산의 촉발점이 됐던 헐리웃의 거물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을 상대로 뉴욕주 민사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난 7일 월요일 오후 유명잡지 뉴요커가 슈나이더맨검찰총장의 성폭행의혹을 보도하면서 하루아침에 정의의 수호자에서 성추문과 폭행사건의 가해자로 곤두박질쳤다.

▲ 뉴요커가 인터넷에 게재한 슈나이더맨 전 검찰총장의 스캔들기사
성관계 피해여성 실명공개 똑같은 진술
뉴요커가 슈나이더맨검찰총장이 로맨틱한 관계를 가졌던 여성4명에게 모두 성관계 때 얼굴을 폭행하고 목을 조르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고 장문의 기사를 보도를 한 것이다. 4명중 2명은 당당하게 실명을 공개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뉴요커의 보도는 급속히 확산됐고, AP통신도 피해여성을 직접 만난 뒤 이를 보도하면서 순식간에 수습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슈나이더맨검찰총장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고, 슈나이더맨은 뉴요커보도 3시간 만에 전격사퇴를 발표했다. 슈나이더맨은 ‘개인적 사생활이며, 동의 없는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 나는 롤플레잉게임[역할게임]을 했을 뿐이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그러나 나의 정상적인 지휘권행사를 방해할 것이 뻔하므로 사퇴한다, 당장 내일자로 그만 둔다’고 밝힌 것이다.
그의 전 부인으로, 거물급 로비스트인 제니퍼 커닝햄은 뉴요커보도 뒤 즉각 전 남편을 두둔했다. 전 부인은 ‘한때 남편이자, 아이들 아버지이며, 친구로서 내가 에릭을 알고 지낸지 35년이다. 내가 아는 에릭은 절대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들은 종종 그런 질투와 모함의 대상이 된다’고 전남편 사수에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물줄기를 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같은 날밤 슈나이더맨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아온 맨해튼카운티 지방법원은 전 상관에 대한 수사착수를 발표했다. 검찰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성관계 중에 얼굴을 때린 행위는 경범폭행에 해당하며, 목을 조른 행위는 중범죄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돌싱’인 슈나이더맨과 자신의 연인 4명과의 사이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뉴요커에 공개적으로 이름을 밝히고 인터뷰를 한 여성은 2명,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를 한 사람은 1명, 피해여성 2명을 만나 자신의 피해를 알린 여성이 1명 등 지금까지 슈나이더맨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여성은 모두 4명이며, 이들은 모두 유명변호사이거나, 든든한 재력을 지닌 여성운동가들이었다. 이는 이들이 거짓주장을 하면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 수 있는 지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사람들임을 보여주는 것이며, 거꾸로 말하면 입증가능한 주장만 펼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슈나이더맨이 성관계때 폭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한 미셀 매닝 바리시
창녀라 부르며 사정없이 귀싸대기까지
첫 번째 여성은 미첼 매닝 바리시로 2013년 여름부터 2015년 새해 첫날까지 슈나이더맨과 로맨틱한 관계를 가졌다고 말했다. 바리시는 호텔소유주인 전남편과 이혼한 뒤 딸 하나를 키우는 싱글맘으로, 2013년 7월 여러 지인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슈나이더맨을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당시 그녀는 남동생이 이라크에 파병되는 것에 반대해 열렬한 정치운동가로 변신한 상태였다. 그녀는 슈나이더맨을 만난 뒤 그와 진보적 이념을 공유하며 데이트를 즐겼고, 측근들은 그녀를 슈나이더맨과 결혼할 여성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만난 지 수주 만에 육체적인 관계로 발전했고, 어느 날 밤 슈나이더맨의 어퍼이스트사이드 아파트의 침실에서 말다툼을 벌였다. 옷을 모두 입은 상태에서 침대로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슈나이더맨이 그녀를 ‘창녀’라고 불렀고, 그녀가 이에 반발하자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그녀의 얼굴을 때렸고, 또 귀를 사정없이 내리쳤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목을 졸랐던 것이다. 그녀가 항의하자 슈나이더맨은 ‘너 아느냐, 공직에 있는 사람을 때리면 중범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강력한 여성을 취하려면 먼저 그녀가 눈물을 흘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것은 잘못된 섹스게임이다, 나는 결코 물리적 폭력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말을 던지고 아파트에서 떠났다. 그리고 그 다음날 친구 3명에게 이 같은 사실을 말했다. 이별인가 싶었더니, 슈나이더맨의 전화는 끊이지 않았고 어느 날은 경호원을 데리고 자신의 아파트로 찾아왔다. 꽃과 와인을 든 상태였고, 그녀는 와인을 보고, 슈나이더맨이 또 술에 취해 자신을 때릴까봐 사색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다 그녀는 또 얻어맞았고 2014년 9월 13일 이비인후과를 방문, 진료를 받았다며 진단서를 뉴요커에 제공했다. 당시 의사가 귀가 왜 이렇게 됐는지 물어보자, 그녀는 귀 후비개 때문이라고 말하며 슈나이더맨을 보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너는 갈색 노예’ ‘주인님이라 부르라’ 거역하면 바로 얼굴에 폭력행사
폭력성 변태 섹스행각 들통에
‘나는 롤플레잉게임을 했을 뿐이다’ (혐의부인)
바리시는 자신이 슈나이더맨과 약 2년간 성관계를 가졌으며 성관계를 가질 때는 종종 동의 없이 얼굴을 두들겨 팼다고 주장했다. 슈나이더맨은 침실에서 그녀의 얼굴을 큰 손으로 움켜쥐고 ‘나의 작은 창녀야, 네가 나를 떠나면 나는 너를 죽일거야’라고 말했다. 그녀는 슈나이더맨의 술버릇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그는 일주일 7일중 5일은 술을 마셨고, 한번 마실 때 와인 2병을 마셨다. 한번은 우리 집에 와서 술에 취해 키친에서 나무가 쓰러지듯 ‘픽’하고 쓰러지기도 했고, 어느 날은 술에 취해 걸어 다니다 서랍에 부딪혀 다리에 피가 낭자할 정도로 다쳤다.
그 다음날 내가 검찰총장실을 방문해 밴드를 갈아 붙일 때까지 피가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결혼이야기가 나오던 2015년 1월 그와 결별했고, 그 이후 몇 차례 더 로맨틱한 관계가 있었지만 2016년 이후에는 가끔씩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투운동이 시작된 뒤에는 전화해 ‘우리 이야기를 발설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남겼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출신 여인에 ‘너는 나의 갈색 노예’
이름을 드러내고 공개인터뷰에 응한 두 번째 여성은 타냐 셀바랏남, 스리랑카출신으로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재원이다. 셀바랏남은 지난 2016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전당대회에 참석 했을 때 슈나이더맨을 만났으며, 두 사람 모두 하버드대를 다녔기 때문에 급속히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 슈나이더맨이 성관계때 폭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한 타냐 셀바랏남과 슈나이더맨
그녀는 슈나이더맨의 아파트에서만 지내지 않고 정치적 모임이나 디너파티등에도 참석했고, 연설문등의 작성 때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슈나이더맨은 침대에서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테스트하는 것 같았지만, 점점 더 강도가 심해졌다, 자신은 결코 그 같은 폭행에 동의한 적이 없었고, 이 같은 행동은 성적 유희가 아니고, 폭행과 학대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슈나이더맨은 폭력을 행사하면서 종종 성적인 요구를 했다. 또 그녀가 스리랑카 출신이라 피부색깔이 다소 어둡자 ‘브라운슬레이브’, 즉 갈색 노예라고 불렀고,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라고 요구했다. 주인과 노예관계로 몰아갔다는 주장이다.
슈나이더맨이 뉴요커 보도직후 ‘롤플레잉게임이었다’고 주장한 것은 바로 이를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저 주인과 노예 역할의 게임이었다고 주장한 셈이다. 그녀도 바리시처럼 얼굴을 맞았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목이 졸렸다. 성관계를 할 때 맞지 않은 경우가 드물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성관계를 할 때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때린다면 참으려고 했지만, 점점 회수가 많아지면서 참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녀도 2016년 9월 16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그 기록을 뉴요커에 제공했다. 귀를 맞아서 수개월동안 멍멍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섹스 때 마다 악귀로 돌변 피범벅으로 만들어
그녀는 지난해 1월 19일 트럼프대통령 취임전날 발생한 사건도 털어놓았다. 바로 그날 슈나이더맨이 병원응급실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녀는 ‘슈나이더맨이 나에게 전화해 전날 밤 술을 마시고 쓰러진 뒤 침대로 가서 잤지만 일어나 보니 피범벅[BLOOD POOL이라고 명시]위에 누워있었다고 말한 뒤 공보비서가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 슈나이더맨의 전 부인 제니퍼 커닝햄
그 사진에서 슈나이더맨은 눈이 시커멓게 멍들었고, 왼쪽 눈이 찢어져 몇 바늘 꿰맨 모습이었으며,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그는 로비스트이며 정치컨설턴트인 자신의 전 부인에게 전화했고, 갑작스런 부상을 러닝머신에서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난해 11월 3일 마침내 관계를 끊기로 결심하고 친구와 함께 슈나이더맨의 아파트로 가서 자신의 짐을 모두 가지고 나왔고, 바로 이 기자가 모 잡지사 기자였다. 그녀는 기자친구에게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한명이 아니라고 말했고 친구는 다른 사람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폭로하는 것을 고민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리고 지난 2월 맨해튼의 한 벤치에서 바리시와 셀버랏남의 만남이 이뤄졌다. 두 사람은 9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 이후 2개월여 고민을 하다 뉴요커 기자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세 번째 여성은 이 두 사람에게 자신의 피해를 털어놓았으나, 무서워서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겠다며 익명을 요구했고, 네 번째 여성은 익명을 전제로 뉴요커기자를 만나 피해를 호소했다. 네 번째 여성역시 변호사로, 뉴욕 법조계에서 촉망받는 인텔리로 알려졌다. 네 번째 여성은 슈나이더맨이 접근했을 때 거절하자 그녀의 얼굴을 때렸고 그 다음날까지 얼굴에 손찌검한 자욱이 남아 있었다며 당시 사진을 뉴요커에 제공했다.
정의의 수호자, 미투운동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슈나이더맨 검찰총장이 뉴요커 보도 3시간 만에 사임한 것은 바로 이토록 상세하며 구체적인 의혹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맨해튼지방검찰청이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힌 만큼 진실여부가 가려지겠지만, 즉각 사퇴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콜걸들과 성관계 남성중 ‘여왕의 남편’도
꼭 10년 전인 2008년 3월 뉴욕주 검찰총장을 지낸 뒤 뉴욕주지사에 올랐던 엘리엇 스피쳐 주지사가 매춘의혹이 제기되자 사임했었다. 뉴욕주에서 장관급이상의 고위공직자가 성 추문 으로 사임한 것은10년만이다.
당시 스피쳐주지사는 2007년 봄 워싱턴DC의 고급콜걸업체에 대한 수사에서 성매매를 한 사실이 밝혀져 하루아침에 사퇴하고 이혼을 당했었다. 이 콜걸업체 주인, 즉 포주에 대한 연방검찰의 기소장은 55페이지에 달했으며, 이중 넘버9으로 묘사된 사람이 바로 스피쳐로 밝혀졌었다. 즉 9번 고객이 스피쳐였으며,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연애를 위해 5천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었다. 당시 스피쳐를 만난 여성은 ’그 참 이상하데, 스피쳐는 이상하게 섹스를 할 때 양말을 안 벗데’라고 진술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었다.
또 넘버 5, 넘버 6등은 미국인이 아니며, 이중 한명은 와이프의 직업이 ‘여왕’인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국가의 여왕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아는 여왕은 거의 한명으로 압축 된다. 그 여왕의 부군이 미국에 와서 콜걸을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됐던 것이다.
뉴욕정가를 발칵 뒤집은 슈나이더맨 검찰총장 스캔들, 만약 뉴요커의 기사가 모두 맞다면 그는 두 얼굴의 사나이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사회의 정의는 누가 지켜줄까, 또 다시 가슴이 막막해지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