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보험, 1600억 美소송서 완패한 속 사정

■ 1600억원 갚지않은 샌디애고 거주 한인에 패배

■ 한국소송서 이긴 뒤 갈팡질팡하다 ‘개망신’ 자초

■ 무리하게 ‘조직부패범죄’ 주장만 펴다가 ‘자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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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한번 다퉈 보지도 못하고…’

메인한국무역보험공사가 샌디애고 한인기업의 수출보험사기로 무려 16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미국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1년 만에 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보험은 이 한인기업의 사기행각으로 보증을 서준 한국은행 3곳에 1600억원을 배상하고도 연방소송에서 이 기업과 경영진이 조직부패범죄법[RICO]을 위반된다고 주장을 폈으나 RICO는 미국 내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연방법에 따라, 소송이 기각되고 말았다. 무역보험은 ‘1600억원 사기피해’ 라는 본안에 대해서는 한번 다퉈보지도 못하고 잘못된 법조항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참으로 어처구니없이 완패하고 만 것이다. 1600억원 돈은 돈대로 떼이고, 변호사비용은 변호사비용대로 날리고 망신은 망신대로 당한 셈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 속사정을 짚어 보았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지난 2015년부터 샌디에고 거주 한인 이종원씨와 이한숙씨, 그리고 액티브온인크, 액티브온유한회사, 액티브온코프유에스에이, 온코프유에스에이 등에게 1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수출신용보증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씨등이 수출신용보증을 근거로 2015년 9월부터 2017년 2월 17일까지 KEB하나은행에서 9484만여달러, IBK 중소기업은행에서 2863만여 달러, 농협에서 약 1400만달러등을 1억3747만여달러를 빌린 뒤 갚지 않음으로서 무역보험이 16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급기야 무역보험은 지난 2016년 10월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온코퍼레이션사장 이종원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 씨는 재판에 응하지 않아 약 2개월 후인 같은 해 12월 16일 미화 908만달러, 한화 102억원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 뒤 2017년 3월 29일 캘리포니아남부연방법원에 이종원씨와 이씨의 주택관련 유한회사등을 상대로 930만달러 손해배상청구소송등 2건의 소송을 제기했다가 다시 4월 24일 소송금액을 1억3747만여달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뒤 1개월 전의 소송 2건은 모두 철회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에 930만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 했다가 1개월 만에 실제 피해금액이 16배나 많은 1600억원이라고 밝힌 것이다.

무보, 1600억 채권채무소송 제대로 대응 못해 패소

사실 이 소송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무역보험이 이종원씨등에게 보증을 서줬고 이씨는 시중은행 3개에서 1600억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았기 때문에 무역보험이 이들 은행에 1600 억원을 대신 갚아준 것이다. 즉 채권채무소송이다.
이 같은 채권채무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지난 4월 24일 눈을 의심할 만한 일이 발생했다. 캘리포니아남부연방법원이 이날 무역보험의 소송에 대해 기각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인 무역보험의 소송은 기각하고 피고인 이종원씨등의 기각요청은 허락한다’고 판결했다. 간단한 소송에서 무역보험이 완패하고 만 것이다.

▲ 캘리포니아남부연방법원은 2018년 4월 24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소송을 기각하고 재판을 종료했다.

▲ 캘리포니아남부연방법원은 2018년 4월 24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소송을 기각하고 재판을 종료했다.

이에 앞서 연방법원은 지난 3월 9일 명령문을 통해 기각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기각이유는 원고인 무역보험이 피고가 조직부패범죄법[RICO]을 위반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원고의 민사소송사유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명령문을 통해 ‘리코[RICO]는 연방법상 미국 내에서 범죄가 발생하고 미국 내에서 피해가 생기는 경우에 적용된다’며 ‘무역 보험은 미국 내 범죄와 피해[DOMESTIC INJURY]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재판에서 무역보험공사는 첫째 무역보험공사가 로스앤젤레스지사를 25년 이상 운영하고 있으며, 둘째 피고는 미국과 관련이 있으며, 델라웨어주에 설립된 기업이며, 셋째, 피고는 한국에서 사기로 수출신용보증을 취득할 때 미국 내 기업인 온유에스에이를 통해 미국에서 TV를 수입, 판매하는데 사용할 것이며, 넷째 피고의 행위는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즉 무역보험은 도메스틱인저리가 발생, 리코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무보 도메스틱 인저리 입증 못해 기각’ 판결

반면 피고인 이씨등은 ‘무역보험공사는 한국에 본사를 두고 한국법에 따라 설립된 수출보증 기관이며, 로스앤젤레스에 지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지사의 임무는 상업신용조사와 신용정보관리, 채권회수업무협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등을 위한 것이므로 리코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한국무역보험공사 소송내역 - 2017년 4월 21일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4월 24일로 원고패소판결로 종결됐다.

▲ 한국무역보험공사 소송내역 – 2017년 4월 21일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4월 24일로 원고패소판결로 종결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무역보험은 한국내의 한국은행들에게 1억3747만여달러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무역보험은 한국에 소재하고 경제적 피해는 한국에서 발생했으므로 도메스틱 인저리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또 ‘무역보험공사는 미국에서 1억3747만여달러를 배상할 이유가 없으며, 무역보험에서 배상을 받은 은행들의 본사와 법인등록지가 어디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은행의 이름을 살펴보면 수출을 보증하는 기관이 미국에 설립됐다고 생각할 수 없으며, 무보의 피해는 한국의 회사가 한국 내 다른 회사로 돈을 지급하는 데서 발생한 고통’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역보험이 도메스틱 인저리로 고통당했음을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무역보험의 리코소송을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재판부는 무역보험 측에 소송장을 수정할 기회를 부여했다. 피고인 이씨등은 ‘재판부는 무역보험의 리코소송을 수정할 기회를 주지 말고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등은 ‘1억3747만여달러 지급이 한국에서 발생했고, 무역보험과 관련은행이 한국에 있다’는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무보측 주장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대출과 기본적 의사소통, 은행에 대한 지급등은 모두 한국에서 발생했다’며 소송장을 수정할 기회를 주면 안된다고 밝혔다. 반면 무역보험측은 ‘추가주장등 새로운 사실이 있으므로 소송장 수정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소송장 수정이 무용지물이라고 판단되면 재판부는 수정을 허용하지 않고 이를 기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소송장에 대한 수정이 현단계에서 무용지물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며 소송장 수정을 허락했다.

무보, 소송장 수정 포기로 결정적 패소판결

재판부는 연방법에 따라 무역보험의 모든 주장을 기각할 것이다. 이 명령을 내린 3월 9일로 부터 30일 이내에 수정소송장 제출을 허용하며, 만약 제출하지 않으면 기각판결을 내리고 소송을 종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3월 9일부터 30일이면, 4월 9일 정도지만 무역보험은 수정소송장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15일정도 무보 측에 시간을 더 준 뒤 4월 24일 무보에 최종기각판결을 내렸다.

배상내역무역보험은 지난해 4월 21일 소송장을 제출한 뒤 8월 15일 첫 수정소송장을 제출했고 9월 15일 이씨측은 기각신청을 냈고, 무보측은 10월 6일 기각신청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10월 16일 피고인 이종원씨와 이한숙씨가 기각주장을 보충하는 서류를 제출했으며, 재판부는 지난 2월 28일 기각요청신청에 대해 구두심리를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 3월 9일 기각의사를 담은 명령이 내려졌고 무보에 다시한번 소송장을 수정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무역보험측은 재판부가 기각의사를 명백히 밝혔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소송장 수정을 포기함으로써 완전패소판결을 받고 말았다.

이 소송의 핵심은 채권채무관계에 따라 채무액을 변제하라는 것이다. 무역보험측이 차고 넘치는 증거로 채무액 변제만 요구했다면 무리없이 승소판결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2016년말 이미 한국 법원에서 채무액의 일부인 903만달러에 대한 소송을 제기, 승소판결을 받았으므로 더욱 유리하다. 또 이씨는 한국 1심판결에 대해 항소했지만 지난해 9월 5일 패소했고, 상고하지 않아 9월 28일 무보의 승소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무역보험이 이씨측에 조직부패범죄법, 리코를 적용하고 이씨측이 리코법을 정밀 분석, 꼬투리를 잡음으로서 결국 패소판결을 받은 것이다.

재 소송 제기하면 승소할 가능성 커

돈을 받아야 한다는 본안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퉈보지도 못하고 완패한 것이다. 사실 무역보험은 지난해 소송 첫걸음부터 꼬이기 시작했었다. 930만 달러 소송과 이 씨의 주택 등에 관한 소송 2건을 제기했다가 약 1개월 만반에 철회하는 등 엇박자를 연출하더니 결국 이런 황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사실 이씨측이 1600억원을 빌려간 뒤 갚지 않음으로써 무역보험이 동일액의 피해를 입었음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무역보험이 다시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1년여의 시간을 낭비했다는 점이다. 무보는 이씨측이 디폴트된 뒤 1년여 늦게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했었다. 무보가 이처럼 계속 시간을 낭비하게 되면, 채무자는 재산을 꼭꼭 숨기게 된다. 승소판결을 받아도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래서 무보의 어이없는 완패는 더욱 뼈아픈 것이다.
캘리포니아남부연방법원은 2018년 4월 24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소송을 기각하고 재판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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