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집권 현시장모친, ‘한인혐오’ 글 페이스북에…
‘빌어먹은 한인들
팰팍 가져간다면
팰팍은 지옥가라’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팍에서 한인시장 탄생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팰팍 타운 현직시장의 어머니가 아들이 현장투표에서 한인에게 패하자 한인들을 싸잡아 비하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80노모는 아들의 패배에 격분, ‘갓뎀 코리아’등의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냈고, 한인언론은 물론 미 주류언론도 이 사실에 대해 집중보도 하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현직시장은 ‘어머니의 행동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사과했지만 정작 어머니는 구체적인 사과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분노한 한인들은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지만 이번 LA노숙자쉘터설치와 마찬가지로 현직시장과 가까운 일부 한인정치인들이 시장을 감싸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민족반역자라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 사건은 비단 뉴욕뉴저지 한인뿐 아니라 2백만 미주동포, 나아가 7천만 한민족에 대한 비하라는 점에서 미주동포들이 똘똘 뭉쳐 엄중한 경고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미국에서 한인밀집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팰리세이즈팍. 펠리세이즈팍 메인도로인 브로드애비뉴에는 4-5백미터의 도로 양편으로 한인상점이 즐비하다. 사실상 이 지역 상점의 95%정도가 한인가게일 정도로 한인밀집도가 높다.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살면서 그 어느 지역보다도 한인정치인, 특히 한인시장을 배출하자는 열기가 높고, 현실적 가능성도 높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곳 보다도 백인들의 텃세가 심한 곳이기도 하다. 한인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미국가게는 줄어들고, 그럴수록 백인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한인들에 대한 반감이 싹트는 것이다.
로툰도시장 ‘이긴 것으로 오판했다’가 패배충격
이 지역의 현 시장은 제임스 로툰도. 팰리세이즈팍시장으로 무려 16년간 장기집권함에 따라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꿔보자는 열기가 높았다. 이 때문인지 지난 5일 예비선거에서 기적과도 같은 결과가 연출됐다.
현장투표 및 우편투표에서 현직시장인 제임스 로툰도는 1074표를 획득한 반면, 시장직에 도전하는 크리스 정 팰리세이즈팍 시의원은 1092표를 얻었다. 한인후보인 크리스 정시의원이 현직시장을 18표차로 누르고 그야말로 신승을 한 것이다. 시장예비선거에서 65표를 얻은 또 다른 한인후보인 박차수후보가 사퇴했다면, 정 후보는 더 큰 표차로 현직시장을 앞섰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날 개표로 정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잠정투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잠정투표란 투표장에 방문했지만 유권자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일단 선거를 한 뒤 투표자격여부를 판단하는 투표를 말한다. 잠정투표는 현재 백표를 약간 넘으며 크리스 정 시의원의 승리 가능성이 높지만, 근소한 표차로 승리할 경우 로툰도 시장이 이의를 제기하고 재검표로 시간을 벌면서 꼬투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임스 로툰도시장 진영은 이날 개표결과를 잘못 집계하면서 자신이 승리한 것으로 착각, 일찌감치 샴페인을 터트리며 빅토리파티까지 열었다가, 현장투표와 우편투표에서 패배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충격을 받은 것은 제임스 로툰도 현시장뿐아니었다.
시장 재직 때는 ‘반드시 영어만 사용권고’ 물의
로툰도시장의 어머니인 올해 81세의 로레인 로툰도씨가 선거다음날인 6일오후 6시께 페이스북에 충격적인 글을 올린 것이다. 80노모의 자식사랑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너무나도 인종차별적인 글들이 페이스북을 장식했다.
로레인 로툰도씨는 ‘갓뎀 코리안’. 즉 빌어먹을 한국인들이라는 지극히 모욕적인 말로 글을 시작했다. ‘빌어먹을 한인들이 이 * 같은 타운을 가진다면, 이 타운으로 지옥으로 나가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인들을 극단적으로 비하한 것은 물론 타운전체에 저주를 퍼부은 것이다.
로레인씨는 또 ‘적어도 미국인이 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모든 미국인들은 보로홀에서 반드시 영어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타운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미국인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특히 ‘한인들이 버스 등을 타고 투표장에 도착, 불법적으로 투표를 했다’는 근거 없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자신의 아들인 로툰도시장이 한인들의 불법선거로 패배했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처럼 로레인씨가 한인들을 비하하는 글을 올리자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인 버겐레코드가 이를 가장 먼저 캐치해 ‘인종차별 논란을 부를 수 있는 글’이라며 대서특필했고, 한인언론들도 이를 잇달라 보도했다. 버겐레코드가 이를 대서특필하자, ABC, NBC, CBS와 뉴욕뉴저지지역 일간지는 물론, 워싱턴포스트까지 이를 보도했다. 미국언론은 ‘시장선거에 패배할 위기에 몰리자 현직시장 어머니가 SNS에 인종차별적 글을 올렸다’는 제목으로 이 사실을 전했다. 미 주류언론이 보기에도 로레인씨의 발언은 인종차별 논란을 부를 소지가 컸던 것이다.
2백만 미주동포, 7천만 한민족에 대한 모독
이처럼 파문이 커지자 제임스 로툰도시장은 그 다음날인 7일 오전 10시 어머니의 글을 삭제하도록 하고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어머니가 인종차별적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지 16시간만이다. 로툰도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성명에서 ‘어머니의 인종차별적인 글은 매우 역겹고 동의할 수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내용이다.
어머니도 진심으로 후회하고 사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툰도시장은 버겐레코드와의 인터뷰에서는 ‘아들이 선거에서 낙선위기에 몰리자 화가 난 어머니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는 등 80노모의 모정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치부하려해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는 또 다른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일반 시민이 아닌 팰팍타운 일부공직자들이 로레인씨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은 물론 ‘자식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제임스 로툰도시장의 사과도 필요치 않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공직자는 선거에서 엄격히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인종차별적 발언에 동조한 것은 물론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공직자가 해당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하지 않고, 자신의 상관인 시장을 위해서 일한다면 이는 해당지역뿐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로툰도모친의 망언을 접한 한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즉각 반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시민참여센터는 7일 성명서를 통해 ‘한인들에 대한 혐오적인 글과 한인들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여러 인종이 모여살고 있는 팰팍을 분열시키는 행위’이며 ‘이 문제는 분명히 인종혐오범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펠팍한인유권자협회도 ‘로툰도 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분풀이 대상으로 선량한 한인주민들을 모욕하고 범죄자로 취급하는 인종차별적인 글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백만 미주동포와 7천만 민족에 대한 모독
특히 한인정치인들로 구성된 ‘평등을 위한 한인연합’등 한인단체들은 10일 오후 3시부터 팰팍타운홀에서 타민족들과 연대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시위에는 한인 5백여명이 참가, 팰팍 브로드웨이를 행진하며 로툰도시장의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시장사퇴를 요구했다. 한인들의 시위에 5백여명이 참여하는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한인들이 극도로 분노한 것이다.
그러나 제임스 로툰도시장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일부 한인정치인들은 한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시위참여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갓뎀코리아’를 외치는 인종차별주의자에게 침묵을 요구한 행위는 민족반역행위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비단 뉴저지 팰팍 한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한인들의 시각이다. 뉴욕 뉴저지는 물론 2백만 미주동포에 대한 망언인 만큼 이번에야 말로 2백만동포가 똘똘 뭉쳐 미전역에서 이에 항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한인들의 단합이 절실한 것이다.
각 지역별로 한인회가 있고 한인회 총연합회가 있다. 바로 이때 미주총련등 한인단체들이 일사분란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미주총련은 지금이 존재의 이유를 증명할 절호의 기회이며, 한인들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자칭 지도층인사들의 존재이유를 보여줄 기회다. ‘갓뎀 코리아’라는 망언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본다면 이 같은 망언은 언제, 어디서든 재발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한인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줘야만 우리 자녀들이 더욱 공정한 미국에 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