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표류 눈총 받던 코리아센터
투자 대박으로 ‘불효자에서 효자로…’
한때 무산위기까지 몰렸던 뉴욕문화관광센터가 토지매입 9년만에 마침내 이달말 공사에 돌입한다. 한국정부는 세계문화중심지에 한류전초기지역할을 위해 뉴욕문화관광센터를 설립하기로 했지만 맨해튼지역의 공사가 워낙 까다로아 시공사선정이 유찰을 거듭, 무산위기를 맞았었다. 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현지업체를 컨설턴트로 고용, 공사에 따른 제반위험사항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구하고 인허가등을 마무리, 마침내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 공사는 지연됐지만 맨해튼한복판에 위치한 해당부지는 부동산경기 활황에 힘입어 매입때보다 최소 3배이상 오르면서 결국 한국정부의 재산을 늘린 셈이 됐다. 한편 한국정부는 오승제 현 뉴욕한국문화 원장의 임기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지난달 문화원장 공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으며,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후임원장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한국정부가 마침내 오는 28일 뉴욕문화관광센터 공사에 착수한다. 문화체육부는 오는 28일 뉴욕 맨해튼 K타운인근 이스트32스트릿 122번지에서 각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뉴욕문화 관광센터 기공식을 가지고 공사에 돌입한다. 문체부가 2009년 토지를 매입한뒤 천신만고끝에 약 9년여만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문화체육부의 숙원사업인 탓에 당초 도종환 문화 체육부장관이 기공식에 참석하려 했지만, 다른 일정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고 박효성 뉴욕총영사, 오승제 뉴욕문화원장, 김민선 뉴욕한인회장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악재로 9년 표류 끝에 이룬 사업
뉴욕문화관광센터의 기공식은 한때 이 사업의 시공자 선정이 번번이 유찰됐고, 부지를 다시 매각하고 빌딩을 매입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큰 의미를 갖는다. 뉴욕문화관광센터는 총 사업비 771억원을 투입, 596평방미터, 약 180평의 부지에 지하1층, 지상7층의 연면적 3395평방미터, 약 1026평규모로, 앞으로 24개월내에 완공, 2020년 6월 입주한다는 계획이다. 이 센터에는 공연장, 전시관, 도서실, 요리강습실, 강의실, 사무실등이 들어서며, 기존 뉴욕한국문화원은 물론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 한국컨텐츠진흥원등이 입주, 맨해튼에 한국문화 붐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당초 지하2층, 지상7층으로 설계됐으나 지하층이 2개층에서 1개층으로 줄었다. 이는 해당부지 아래로 지하철등이 지나 가기 때문에 자칫 지하2층까지 팠다가는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뉴욕은 전세계 어느 도시보다 지하철이 발달돼 있고, 특히 맨해튼 땅밑으로는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맨해튼 어느 지역도 지하철을 고려하지 않은 공사는 꿈도 꿀 수 없다. 한때 이 지하철때문에 공사를 포기한다는 설까지 나돌았음을 감안하면, 그래도 한국정부가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측과 지하 1개층이나마 공사에 합의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첫 삽을 뜬다고 하지만 공사예산문제는 여전히 공사를 위협하는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10년 책정된 공사비는 825억여원이었으나 2011년 9월 637억원으로 줄었다가 다시 771억원으로 확충됐다. 하지만 확충된 공사비가 2010년 책정된 첫 공사비에도 못 미친다. 약 10차례 가까운 시공사 선정이 번번히 유찰된 이유도 바로 이 공사비 때문이었다. 정부에서 책정한 공사비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며 건설사들이 두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실속에서도 새로 책정된 공사비가 약 8년전 계획된 당초 공사비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정부가 맨해튼에 번듯한 한류전초기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충분한 공사비를 지원해야 한다.
2015년 존스랑라셀과 72만달러 컨설팅계약
한국정부가 선택한 뉴욕문화관광센터부지는 맨해튼 32스트릿일대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아있던 공터나 다름없었다. 32스트릿의 렉싱턴애비뉴와 파크애비뉴사이에 위치한 이 부지는 맨해튼의 불야성으로 자리잡은 코리아타운에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맨해튼에서 가장 번화한 미드타운이며, 교통허브인 펜스테이션에서 가까워서 최고의 위치라는 데 이견이 없다. 착공이 지연되면서 문체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맨해튼 소호지역으로 부지를 옮겨야 한다거나, 부지를 매각하고 아예 빌딩을 사자는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공사만 무사히 마무리된다면 이보다 좋은 위치는 없다.
특히 뉴욕한국문화원은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 및 인근 건물주와의 공사에 따른 제반협의가 난항을 빚자, 지난 2015년 12월 29일, 세계적인 부동산컨설팅업체인 ‘JSL 아메리카’에 71만3천 달러를 지불하고 컨스트럭션매니지먼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JSL은 존스랑라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동산중개회사겸 컨설팅업체다. 2015회계 연도가 끝나기 이틀전 이 계약이 체결됨으로써, 문화원의 공사추진관련예산 불용분이 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2016년 중반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표면화되면서 한때 뉴욕한국문화원은 이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 로펌등에 자문을 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미 체결한 계약을 취소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은 계속 유지됐고, 결국 이 계약으로 인해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등과 시공과 관련한 제반협의를 마무리함으로써 첫 삽을 뜨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역시 어디든 해당지역에 정통한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매입 부지가격 최소 3배이상 폭등
한국정부는 지난 2008년 11월 18일 이 부지의 소유주와 토지매입계약을 체결하고, 2009년 3월 3일 1580만달러에 클로징을 마친뒤, 3월 19일 뉴욕카운티등기소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었다. 이 부지는 180평으로 평당 매입가는 8만7473달러, 매입일인 2009년 3월 3일 원달러 기준환율 1552원 40전을 적용하면 매입가는 245억2800만원, 평당 매입가는 1억3600만원이었다. 이 건물을 매입할 당시의 뉴욕문화원장은 송수근 전 문체부 차관으로, 송원장은 당초 1750만달러를 제시한 건물주를 설득, 약 10%인 170만달러를 깍은 것으로 유명하다. 설득에 설득을 거듭, 비교적 저렴한 값에 부지를 매입한 것이다.
그동안 9년동안이나 공사가 지연됐기 때문에 일반인이 이 부지를 매입했다면 벌써 파산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면세권한이 있는 한국정부가 매입했기 때문에 재산세등이 모두 면제됐고, 한국정부는 9년간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재산세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되레 그동안 맨해튼의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부지가격이 최소 3배이상 상승했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귀뜸이다. 현재 이 부지의 시세가 최소 4500만달러에서 최대 5500만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정부가 이 부동산을 매각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가이익에 불과 하지만, 한국정부의 국부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공사지연으로 온갖 눈총을 받았지만, 9년만에 3배장사를 한 셈이다. 불효자가 효자가 돼서 돌아온 것이다.
이처럼 뉴욕에서 건물을 매입할 때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효자가 된 사례가 현재 뉴욕총영사관등이 입주해 있는 맨해튼 파크애비뉴 460번지 빌딩매입이다.
무역협회 1500만달러 매입건물은 현재 3억달러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974년 8월 이 22층 빌딩을 매입했다. 당시 한국정부도 외화가 풍족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민간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지만, 한국무역협회는 과감한 투자를 결정 했다. 사실상 정부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투자였다. 한국무역협회는 1974년 8월 1일 연건평이 25만스퀘어피트에 달하는 22층 빌딩을 88.5년 리스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매입했다. 88.5년간 빌딩전체를 전세내 해당기간동안 소유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 당시 매입액은 1500만 달러정도였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뉴욕등기소에 등기된 이 건물관련서류를 살펴보면, 무역협회는 1995년 7월 5일 마침내 이 빌딩의 소유권을 넘겨받는다. 전세낸 건물을 아예 사버린 것이다. 양도세가 6만2천달러 부과된 점을 감안하면 무역협회는 1550만달러를추가로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날 무역협회는 한국 상업은행에서 2520만달러를 빌렸고, 10년만인 2005년 7월 13일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한국무역협회가 1974년 이 건물 소유권을 확보한 뒤 3개층에는 무역협회와 뉴욕총영사관, 한국문화원등이 입주했고, 나머지 19개층은 유력은행과 유력기업등에 임대를 해주었다. 임대료만으로 초기투자금을 뽑고도 남았다. 뉴욕시가 재산세 부과를 위해 평가한 이 건물의 감정가격은 올해 5월 현재 1억5066만7천달러에 달한다. 아주 보수적인 평가가격이다.
이 건물이 맨해튼의 요지로 꼽히는 파크애비뉴 56스트릿, 이른바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위치했음을 감안하면, 시세는 뉴욕시 평가가격의 최소 2배에 달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그렇다면 최소 10배에서 20배에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1974년 한국상황에서 다소 무리한 투자였지만, 결국 그 투자가 대박을 친 것이다. 뉴욕문화관광센터도 마찬가지다. 지난 9년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미 부지가 3배이상 상승했고, 앞으로 완공만 되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므로, 그 가치는 쉽게 추산하기 힘들다. 무역협회 못지 않은 대박이 예상되는 것이다.
오승제현원장, 마음고생 속 착공 큰 업적
한편 한국 외교부는 오승제 뉴욕한국문화원장의 임기가 오는 8월로 끝남에 따라 지난달 1일 ‘주뉴욕총영사관 영사 겸 문화원장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계획’을 발표하고 후임자 인선에 들어갔다. 뉴욕문화원장자리는 지난 2015년 초 경력개방형직위로 변경돼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인이 임용될 수 있는 자리로 바뀌었다.
경력개방형 직위란 개방형 직위중에서 민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민간인을 임용하는 직위를 말한다. 외교부는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나라장터’에서 뉴욕한국문화원장 공모에 나서, 지난달 16일 접수를 마감했으며 이달, 늦어도 다음 달 중에 면접 등 제반 절차를 마치고, 적임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외교부등은 뉴욕문화원장공모와 관련, ‘뉴욕한국문화원은 원장을 포함, 전체직원이13명이며, 문화원장 1명, 시설사무관 1명, 행정직원 11명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또 사업1팀, 사업2팀, 관리팀등 3개부서로 나눠져 있으며, 예산은 19억원이며, 한국무역협회 460파크 애비뉴건물의 6층에 1035평방미터를 임대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승제 현 뉴욕한국문화원장은 경력개방형 직위로 바뀐 뒤 처음으로 민간에서 선정된 인사로, 최순실국정농단사건과 관련, 곤욕을 치르기도 했었다. 하지만 제일기획 등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무난하게 업무를 수행했으며, 특히 9년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뉴욕문화관광센터 건립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