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36년만에 뉴욕직영체제 포기 선언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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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신문에서 경영포기 선언까지…’

중앙일보, 미주시장
완전 철수 ‘초읽기’ 돌입한 듯

중앙일보가 지난 1일부로 뉴욕직영체제를 전격 포기했다. 뉴욕중앙일보를 직영체제로 운영 한지 36년 만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판권계약에 따른 대리점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뉴욕중앙일보의 법인이름도 변경됐고, 사무실과 경영진도 교체됐다. 한마디로 주인이 바뀐 것이다. 지난달 20일 뉴욕중앙일보가 사옥 전체에 대한 임대광고를 내는 등 이상한 조짐이 있다는 본지 보도가 적중한 것이다. 중앙일보가 아무리 힘들어도 회사체면을 위해서라도 LA와 뉴욕은 반드시 직영할 것이라는 언론계의 예상을 뒤엎고 실리를 택한 것이다. 이제 뉴욕중앙일보는 본사의 지원이 완전히 끊긴 상태에서 로컬체제로 전환됐고 가능한 한 슬림화해서 독자생존의 길을 찾는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부 장기근속 직원들은 새 주인으로 바뀌기 바로 전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뉴욕중앙일보와 LA중앙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미주중앙일보 해체 작업 수순의 전말을 짚어 보았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부동산중개회사 사이트에 임대를 위해 게재된 뉴욕중앙일보 사옥사진

▲부동산중개회사 사이트에 임대를 위해 게재된 뉴욕중앙일보 사옥사진

지난달 20일 부동산중개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 건물임대광고가 게재됐다. 43-27 36TH ST, LIC, NY 11101 소재 3층 건물 전체를 월 2만2천여달러에 임대한다는 광고였다. 바로 이 건물이 뉴욕중앙일보소유로, 신문을 발행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흉흉한 소문으로 이어졌다. 중앙일보 직원들이 일하는 곳이며 신문인쇄시설까지 있는 이 건물을 임대해 준다면, 신문을 과연 어디서 발행한다는 말인가. 뉴욕중앙일보에 마침내 큰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암시와 우려가 쏟아졌다.

미주 지사 해체수순 돌입 전초전

우려가 현실이 됐다.
뉴욕중앙일보가 지난 1일부로 본사직영체제를 전격 포기한 것이다. 뉴욕중앙일보는 7월 2일 월요일자 신문 1면 우측 하단에 2줄짜리 인사를 공지했다. 윤정신씨가 발행인겸 대표를 맡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30일 조찬식씨가 뉴욕중앙일보대표에 임명 된지 7개월만이다. 신문사 발행인과 주요간부, 법인이름 등을 게재하는 이른바 ‘마스터헤드’를 살펴보면 모든 것이 변경됐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뉴욕중앙일보의 법인이름은 ‘THE KOREA DAILY NEW YORK CORP’였고, 주소는43-31 36TH ST, LONG ISLAND CITY. NY 11101, 전자메일 서버는 koreadailyny.com 이며, 발행인은 윤정신으로 인쇄돼 있다.

6월 30일 토요일자 신문에 인쇄된 법인 명칭은 THE KOREA CENTRAL DAILY NEWS INC이며 주소는 43-27 36TH ST, LIC, NY 11101, 전자메일 서버는 koreadaily.com이며 뉴욕중앙일보 대표겸 발행인은 조찬식이었다. 그러나 법인명칭, 주소등이 모두 변경됐고, 6월 30일자 신문에 광고국장으로 게재된 윤정신씨가 7월 1일부로 새 사장이 된 것이다. 중앙일보 본사는 시쳇말로 ‘체면’를 생각할 겨를도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 뉴욕중앙일보 6월 30일 토요일자 마스터헤드

▲ 뉴욕중앙일보 6월 30일 토요일자 마스터헤드

본보확인결과 뉴욕중앙일보의 새 법인인 THE KOREA DAILY NEW YORK CORP는 지난달 6일부로 뉴욕주에 설립됐으며 법인 주소는 43-31 36TH ST, LONG ISLAND CITY. NY 11101였다. 종전에 뉴욕중앙일보가 직영할 때의 주소지인 43-27 36TH ST, LIC, NY 11101는 이미 지난달 20일 부동산시장에 임대물건으로 나왔기 때문에 판권계약에 따른 대리점형태의 새 뉴욕중앙일보는 다른 건물에 설립된 것이다.

또 후이즈[WHOIS]검색결과 뉴욕중앙일보의 새 이메일서버 도메인인 koreadailyny.com은 지난달 11일 캐나다 토론토소재의 도메인등록 회사를 통해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뉴욕중앙일보는 직영체제를 포기하기 전 새 주인인 윤정신씨를 중심으로 지난달 6일에는 법인을 설립하고, 11일에는 도메인을 등록한 것이다. 현재 새 도메인인 www.koreadailyny.com은 자동적으로 옛 도메인인 www.koreadaily.com으로 연결돼 있는 상태다.

새 중앙 ‘극도의 슬림화로 독자생존’ 모색

뉴욕중앙일보 마스터헤드에 따르면 창간일은 1975년 9월 22일로, 43년 전이다. 그러나 당시는 본사 직영체제가 아니었고, 최병철씨가 중앙일보 판권을 얻어서 발행하는 방식이었다. JFK 공항에서 중앙일보 본국지를 픽업해서 4면으로 발행을 시작했고, 이를 점차 8면, 16면으로 늘려갔다. 그러다 1982년께 중앙일보 본사 직영체제로 전환됐다. 따라서 중앙일보는 36년 만에 직영체제를 포기한 것이다.

▲ 뉴욕중앙일보 7월 2일 화요일자 마스터헤드 - 발행인, 법인명, 주소, 이메일서버등이 모두 변경됐음을 알 수 있다.

▲ 뉴욕중앙일보 7월 2일 화요일자 마스터헤드 – 발행인, 법인명, 주소, 이메일서버등이 모두 변경됐음을 알 수 있다.

뉴욕중앙일보가 직영체제를 포기하기 전의 법인이름 THE KOREA CENTRAL DAILY NEWS INC 을 추적한 결과 지난 1982년 2월 10일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설립당시의 법인명은 THE SEOUL CENTRAL DAILY NEWS INC 였으며, 1985년 4월 24일 법인이름을 THE KOREA CENTRAL DAILY NEWS INC 로 변경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뒤 꾸준히 이 이름을 유지하다 마침내 간판을 내린 셈이다.

뉴욕중앙일보는 본사직영체제로 운영될 때인 지난 1999년 8월 24일 43-27 36th St. Long Island City, NY 11101 사옥을 85만달러에 매입했으며 2000년 1월 13일 50만달러 융자를 받았다. 이때 뉴욕중앙일보가 매입한 부동산은 2채로, 1채는 43-27 36th St. Long Island City, NY 11101, 3층건물이며 1채는 43-31 36TH ST, LONG ISLAND CITY. NY 11101, 1층 건물이다. 따라서 뉴욕중앙일보 구법인은 기존 사옥인 3층건물은 임대로 내놓았고, 바로 옆 1층 건물은 뉴욕중앙일보 새주인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새 중앙일보가 어떤 조건으로 이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법인이 변경됐고 엄격히 소유주와 다른 법인이므로, 임대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크다.

LA대량 해고에 이어 각 지역 무기한 휴간

중앙일보는 이에 앞서 지난 3월 26일 미주법인의 이종훈 상무, 이원영 논설실장등 주요 간부 7명을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비슷한 시기 뉴욕중앙일보도 직원 10여명을 해고했었다. 그리고 약 10일 뒤인 지난 4월 10일, 워싱턴DC,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3개지역의 중앙일보가 전격적으로 신문휴간을 공지했다.

‘4월 13일 이후 잠시 휴간해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선납한 구독료와 광고비는 절차에 따라 환불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휴간’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적자를 거듭해 사실상 운영이 힘들어서 문을 닫았다는 게 한인언론계의 진단이었다. ‘재정비’라는 의미는 새로운 투자자 유치를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미 한국어언론시장이 석양이 아니라 해떨어진 지 오래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재정비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뉴욕중앙일보 김문성 프린팅국장등 직원 3명은 직영체제포기직전인 6월 29일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뉴욕중앙일보와 LA중앙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뉴욕중앙일보 김문성 프린팅국장등 직원 3명은 직영체제포기직전인 6월 29일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뉴욕중앙일보와 LA중앙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어언론시장은 이민1세대가 갈수록 노령화되고, 이들을 보완할 새 이민행렬은 사실상 끊기면서 소비자를 잃은 데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 그나마 이민1세대도 한국어신문과 방송을 인터넷으로 접하면서 치명타를 입은 상태다. 뉴욕중앙일보도 이같은 현실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고, 결국 직영체제 포기로 이어졌다. 그나마 지난 4월 휴간한 워싱턴DC등 3개 도시와는 달리 뉴욕은 판권체제로 운영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에 재정비시간을 갖지 않게 된 것은 다행이다. 비단 중앙일보뿐 아니라 다른 한국어 매체나 방송들도 경영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중앙일보는 박근혜국정농단사건등과 관련, 든든한 후원자인 삼성과 등을 돌리면서 더 큰 타격을 입었고, 이같은 여파가 미국까지 휩쓴 것이다.

‘한국파견 간부들 불화설’도 전력약화초래

삼성이 중앙일보 광고를 줄인 것은 물론, 전 직원에게 중앙일보를 끊으라고 사실상 지시한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앙일보는 이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고, 다시 삼성에 화해를 제안했지만 삼성은 용서할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 한국 언론계 소식통의 전언이다. 뉴욕중앙일보는 본사에서 직영하다보니 3년마다 한국에서 사장이 파견되는 등 사장의 잦은 교체가 득보다는 실이 됐고, 한국에서 온 간부진사이의 알력 등이 종종 한인사회로 흘러나온 것도 36년 직영체제 포기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본사직영체제의 뉴욕중앙일보가 직원들의 건강보험을 6월30일자로 중단했다는 소문이 돌고, 전직원에 대한 면담을 하면서 직영포기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직원들은 뉴욕중앙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 직원이라고 밝힌 이윤재, 김문성, 홍정표씨 등 3명은 지난달 29일 뉴욕동부연방법원에 뉴욕중앙일보 당시 법인과 중앙일보 LA법인을 상대로 임금 미지급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1999년부터 뉴욕중앙일보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히고 매주 6일간 하루에 10시간씩 일을 했지만, 회사측은 48시간에 대한 임금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근무시간만큼 임금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주 40시간 이상 일하면 초과근무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추가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 소송의 원고중 한명인 김문성씨는 뉴욕중앙일보 6월 30일 토요일자 마스터헤드에 따르면 프린팅국장이라고 인쇄돼 있어, 공무국의 직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19년간 매주 12시간씩, 그리고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1인당 피해주장액은 약 4-5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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